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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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같은 과학 에세이.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는 연어와 같은 집념을 물고기 분류학자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출발해, 그의 성취를 돌아보고, 그가 길게 드리운 그림자들을 추적한다. 그의 우생학적 신념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물고기라는 종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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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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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데뷔작. 그때나 지금이나 고구마 삼킨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은 변함없지만, 추리 과정만은 흥미로웠다. 이후의 걸작들과 달리 푸아로는 안락의자에 앉아 회색 뇌세포만 굴리는 심리학 전문가가 아닌 증거를 찾아 헤매는 셜록 홈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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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 - 기존의 질서가 통하지 않는 시대, 어떻게 일하고 사고해야 하는가? 이상인 디자인
이상인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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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고 있는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구상하면서, 가볍고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류의 다른 서적과 달리 ‘디자인‘ 시각에서 기술과 기업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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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의 산책
사이 몽고메리 지음, 김홍옥 옮김 / 르네상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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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성 영장류학자와 그들을 배출한 인류학자의 이야기.


제인 구달.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를 연구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금발에 날씬한 외모와 더불어 뛰어난 이야기꾼 기질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중요한 업적은 '인간을 다시 정의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라는 것이었으나, 그는 침팬지들이 간단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스승인 루이스 리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이런 정의를 고수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이제 다음의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재정의하든가 도구를 재정의하든가 정의상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이든가……"(143쪽). 처음에는 자신이 이름 붙인 침팬지들에 대해서만 애정을 쏟아가며 자신의 연구에 매달렸으나, 이후 실험도구로 사용되는 침팬지 전체에도 연민을 느껴 동물복지운동에도 나선다. 침팬지가 주요 실험대상인 에이즈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학과 침팬지 통계, 동물복지 법률 등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자신에 대한 대중의 숭배를 무기로, 자신을 초청하는 수많은 강연에서 침팬지를 보호할 것을 역설했다.


다이안 포시. 르완다에서 마운틴고릴라와 함께 생활했다. 불행한 가정사를 지닌 그는, 강한 '관계의 욕구'를 가졌던 것 같다. 많은 남성들을 사랑했으나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고릴라 '디지트'가 밀렵꾼들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보고, '자연보호의 투사'로 변신한다. 밀렵꾼들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싸우던 그는 결국 그 자신도 얼굴에 도끼를 맞아 살해된다. 탄자니아에 있는 그녀의 무덤을 향해 이틀 가량 고릴라들이 이동했다는 증언이 있다.


비루테 골디카스. 인도네시아에서 오랑우탄과 하나가 되었다. 함께 온 남편이 귀국하면서 이혼하고, 현지인 남성과 결혼하여 인도네시아 밀림 속에서 생활한다. 세계적으로는 지명도가 떨어질지언정,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제인 구달 급의 명사로 성장한 것 같다. 많은 권력자들이 그와 손잡으려 했는데, 그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예의와 폭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자신만의 오랑우탄 보호운동을 전개한다.


이들을 세상에 내보낸 루이스 리키는 선교사 집안의 자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평생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촉이 빠른' 그는 아프리카인들이 동물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세 '여성' 연구자를 발견하여 장기간에 걸쳐 영장류 연구에 매진하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이다. (여성인) 저자도 그렇지만, 리키는 영장류 연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믿었다. 그때까지 남성들이 이룩한 전통적인 연구방법론은 주로 통계에 의존했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피험물인 동물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리키의 세 제자들은 자신들의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가까이 갔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면서 이전의 연구들과 궤를 달리 했고, 결국 아무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이루었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불투명하고, 동물을 일종의 '샤먼'으로 보는 아프리카적 사고가 여성과 가까우며, 그 중에서도 그러한 감수성이 고도로 발달한 세 여성을 발굴한 게 루이스 리키의 업적이라고 본다. 여성은 근대의 샤먼이라는 말과 함께.


'도나 헤러웨이가 언급했듯이 '애매한 코드를 사용하는' 여성은, 다시 말해서 암시적이고 잠재적인 여성은 자연의 세계, 야생의 세계, 천상의 세계와 제휴해 왔다. 대다수 근대 서양사화에서 남성 신을 섬기고 성직자는 모두 남성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당 혹은 영매라고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넘나드는 근대 샤먼은 대개 여성들이다.'(346쪽)


그러고 보면 영화 '킹콩'(2005)에서 킹콩과 금발미녀의 관계설정이 의미심장하다. 거대 괴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았던 남성들과 달리, 배우였던 앤은 자신의 장기인 춤으로 킹콩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시간 그와 함께 보내면서 교감을 하게 된다. 킹콩은 다른 인간들은 불신한 채 오로지 그녀하고만 대화하려 한다. 킹콩과 미녀의 관계를 성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많았으나, 한층 더 깊이 들어가면 이 책이 담고 있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문에서 조류학자인 저자가 호주의 새들에게 바치는 헌사를 이 리뷰에 남긴다. 내용이 너무도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한 내 안의 두려움을 그대들은 씻어 주었다. 그대들이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부리로 깃털을 다듬을 때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한 편안함을 그대들은 내게 선사해 주었다. 결코 그대들이 내게 준 것에 다 보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다만 내가 느끼는 이 고마움을 그대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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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세트 - 전2권 - 석유가 탄생시킨 부와 권력 그리고 분쟁의 세계사, 최신증보판 황금의 샘
대니얼 예긴 지음, 김태유.허은녕 옮김 / 라의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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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최대의 적은 시시오 마코토이다. 그의 대련장은 불기둥이 늘어서 있고, 거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켄신 일행은 '취수' 냄새라고 하지만, 시시오는 그것이 '석유'라고 정정해 주고, 그것을 이용해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고 호언한다. 


만화의 배경은 1878년 경으로, 드레이크 대령이 석유를 퍼올린 지 20년 정도,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석유를 통해 세계를 제패한다는 생각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그러나 일본은 항상 석유 등 에너지 자원 수급이 국가적 과제였고, 이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한 1994년 무렵에는 걸프전쟁(제1차 이라크전쟁)이 종결되는 등 석유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역사적 사실에는 부합하지 않겠지만, 90년대 초중반 국제정세 속 드러난 작가의 바람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황금의 샘The Prize』는 드레이크 대령의 최초의 석유 시추부터 걸프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개정증보판은 그 이후부터 2013년 경까지 이야기를 에필로그에서 살짝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래서 석유를 넘어 신재생에너지 연구가 활발한 지금에는 시의상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알기 위한 필독서라 하겠다.  


작가가 책에 붙임 제목인 'The Prize'는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에서 가져왔다. 독일과의 함대 경쟁이 한창이던 1910년 경, 해군장관 처칠은 영국함대의 에너지원을 영국의 풍부하고 질좋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석탄에서, 외국에서 구해야만 하는 석유로 교체하면서 '패권은 모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패권'도, '보상'도 아닌 '모험'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석유를 찾아내려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여정을 다루고 있어서이다. 곧 그들의 개척정신, '아메리칸 드림'이 책의 진정한 주제일 것이다.


고등학교 지리부도를 옆에 두고 밑줄 그어가며 참 열심히도 읽었다.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두 권 1400쪽에 육박하는 벽돌인지라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그 한 달의 시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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