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에너지전쟁 -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너지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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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The Quest. 새로운 에너지들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뜻하는 것일 게다. 전작인 『The Prize』가 '드레이크 대령'부터 걸프전까지, 현대사회 최대의 에너지원인 석유의 역사를 담았다면, 이 후속작은 그 이후의 2010년 초반까지 석유의 이야기, 그리고 지정학적 약점과 기후변화를 극복하고자 고안된 비재래적(untraditional) 에너지들의 2030년 경까지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들은 다음과 같다.


천연가스. 천연가스는 저렴하면서도 탄소배출이 적어 어느 정도 석탄과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주된 생산지가 러시아와 중동으로, 다소 서방과 불편한 나라이기 때문에 석유와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노르트스트림2 승인 문제를 두고, EU, 러시아, 미국 간 갈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자력. 지정학적 문제를 극복하고 한 국가의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사례들 떄문에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다는 것. 그럼에도 프랑스나 중국은 원자력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 토머스 에디슨을 시작하여 새뮤얼 인설로 이어지는 전기의 역사는 그레첸 바크의 『The Grid』와 상당 부분 내용이 겹친다. 아마도 바크가 이 책을 많이 참조하지 않았을까?


태양력과 풍력. 두말할 것 없이 지금 우리 세기에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이다. 태양력은 오일쇼크를 겪은 카터 시대부터 주목 받았으나, 낮은 효율 때문에 그의 재선 실패와 함께 잊혀지는 듯 했으나, 기후위기를 겪으면서 되살아났다. 신재생에너지는 특히 석유기업이 다음 사업으로 투자를 많이 하기도 한다. 마이클 셸런버거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석유회사들이 태양력과 풍력 업체를 지원하면서 원자력을 몰아내려 한다'고 기술했는데, 이걸 말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태양력과 풍력이 문제가 많다고 보지만, '에너지의 분권화'를 이루려면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효율화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제3의 에너지원이다. 언제나 석유가 풍부한 미국과 달리, 석유가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는 일본에서는 에너지 문제 극복을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프리우스' 같은 명품이 탄생했다. 프리우스는 피터 자이한의 애차이기도 하다.


바이오에너지.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가공함으로써 바이오에너지 강국이 되었다. 석유와 바이오에너지 두 가지 에너지원으로 구동되는 차량이 존재하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전기차. 토머스 에디슨이 고안했으나 포드의 내연기관 차량에 밀려 역사속으로 사라진 전기차는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기술인데, 한국의 LG화학과 중국이 배터리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LG화학에 투자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올해 에너지 관련 책을 7권 가량 읽은 것 같은데, 이 책이 모두 정리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니얼 예긴의 글쓰기는 담담하면서도 굉장히 흡입력 있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담담하다는 것은 내가 직전까지 즐겨 읽었던 작가들, 제러미 리프킨의 지나친 좌파적 이상주의도, 피터 자이한의 극단적인 미국 중심 성향을 모두 배제하고 에너지 전문가의 관점에서 팩트만을 기술하고 있다. 당연히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제 그의 다음 책은 10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를 대신할 만한 에너지 책들에 대한 나의 Quest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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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지리학인가 - 수퍼바이러스의 확산, 거대 유럽의 위기, IS의 출현까지 혼돈의 세계정세를 꿰뚫는 공간적 사유의 힘
하름 데 블레이 지음, 유나영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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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엔가 처음 읽었으니, 5년만이다. 올해에는 지정학과 에너지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 관련 지식이 더 풍부해져 이해도가 더해질 수 있었다. 관련 서적 중 가장 교과서적이라 할 만하다. 각 나라의 지리적 기초는 물론, 테러리즘, 기후변화, 인구론의 기원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과학서적이지만 인류애에 대한 따뜻함도 놓치지 않는다. 이슬람에 대한 저자의 약간의 편견이 아쉽긴 한데, 책이 갖는 가치를 훼손할 만큼은 아니다. 지리학과 지정학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읽을 것을 권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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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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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르센 뤼팽이 조국 프랑스에 얼마나 많은 걸작 진품을 기부해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네. 하긴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서 자행한 것과 하나 다를 것도 없지." 

얼마 전 읽은 『속이 빈 바늘(기암성)』에서, 아르센 뤼팽이 전 세계에서 훔친 진귀한 보물을 그의 비밀 근거지인 에귀유 크뢰즈에 모아 둔 것을 보트를레에게 자랑하면서 한 말이다. 단순히 자신을 나폴레옹과 비교한, 엄청난 자신감으로만 비춰졌던 이 말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이 책 『벌거벗은 미술관』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작가의 연작인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와는 비슷한 듯 다르다. 역사적 인문학적 맥락에서 미술을 다루는 것은 같지만, 평소 저자가 미술에 대해 품어왔던 의문을 풀어나간 점이라든가, 그것을 현대미술 그리고 한국미술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점에서 다른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E.H. 카의 유명한 말을 '과거와 현재가 대등하게 마주하고 있다'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소화하여 미술사에 적용하고 있다.

책은 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고전은 없다'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희랍 조각들이 사실은 로마에서 재현된 짝퉁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물론 이 책, 그리고 작가가 미알못인 나에게 알려주는 놀라운 사실은 이 뿐이 아니다). 그리스가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점, 로마의 신들이 희랍 신들을 표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여튼, 희랍이 올림픽의 나라였던 것을 상기하면 이때의 미술(인체 동상)은 당연히 남성의 육체미를 추구했다. 작가는 이러한 고대 희랍의 미술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나아가 해방전 우리나라 미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2장 '문명의 표정' 고대 조각상의 미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미술사에 미소와 엄숙한 표정이 번갈아 가면서 등장하는데, 표정의 변화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서술한다. 이는 현대의 사진이나 현대미술까지 이어진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동기가 이 챕터에 있는 것 같으며, 동시에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가설이 소개된다.

3장 '반전의 박물관'에서 드디어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박물관들은 제국들의 약탈의 전리품들이며, 이 시기에 박물관이 크게 성장했다. 그 약탈은 아프리카에까지 미치게 되었는데, 마티스와 피카소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조각상에 영감을 받아 전혀 새로운 미술을 창조해 낸다. 제국주의로 성장한 박물관이 현대인들의 미감을 뒤집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반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덧붙여, 루브르 미술관 앞에 피라미드가 건축된 맥락을 설명해준 점도 흥미로웠다. 유럽을 가보지 못해 그 피라미드는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 그때도 왜 루브르 박물관 앞에 피라미드가 있는지 알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4장 '미술과 팬데믹'은 흑사병이 서양미술에 끼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초반은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에 등장한, 전염병 방지를 위한 독특한 의사 마스크를 그린 판화에서 출발하여, 흑사병 문학인 『데카메론』을 다룬 보티첼리의 그림을 소개하고, 전염병이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내세의 구원을 바라는 이들의 소액기부에 기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이어졌음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현대와의 비교도 잊지 않는다. 20세기 대표적 팬데믹인 스페인 독감이 미술사에 어떤 작품을 남기게 했는지 보여준다. 

책이 마무리될 무렵, '벌써 끝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 '미술 에세이'라고 분류되어 있어 구입이 망설여졌으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분량에 비해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볍게 읽을 목적으로 샀으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동네서점에서 구입한 책인데 사인이 있다. 수량한정 친필인지, 전권 인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 서명이 있는 책은 처음 가져봐서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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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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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네요. 아직 정재승 추천사, 1/2강, 1강만 읽었을 뿐인데 쉬우면서도 밀도가 높습니다. 다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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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7 세트 - 전7권 -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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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서두에 자신의 몽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선 장수들을 도외시하고 승전의 공을 명나라로 돌린 선조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의 광복은 전적으로 외세에 의한 것이었음을 반박하기 위해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만화는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면서도 항일투사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소개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려 나갈수록 독립운동이 얼마나 비체계적이었고 얼마나 분열되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일제의 광기가 거세지면서 독립운동가 보다는 친일파 소개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친일파 소개가 모자랐던지, 작가는 최근 '친일파열전'을 새로 발간한 것 같다). 씁쓸한 일이다. 독립운동이 기호파와 서북파, 노론과 소론, 민족주의계열과 사회주의계열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는 사실, 무수히 많은 단체들이 이합집산을 거듭에 거듭했다는 점은 현대사를 조금 깊이 공부해 본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그걸 다시 되새긴다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독립운동 단체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만화로도 역시 극복하기 어려웠나보다. 작가의 노고는 묻어나지만, 예전에 읽은 역사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외세가 아닌 우리 투사들의 항쟁'을 소개하려는 작가의 의도보다 오히려 독립운동의 부끄러운 모습들만 더 부각된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좋다. 작가는 한겨례 계열로 소개되어 있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돋보인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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