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아우름 1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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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저자: 최재천

 

어린시절 초등학교때 학교 복도에는 나비류의 곤충 표본과 표본병에 담긴 물고기와 각종 동물의 배아기 표본들이 있었다.

 

 

그때는 '국민학교' 라 부르던 시기 였는데 어린 나는 그 복도를 지날때면 항상 무서웠다.

'살아있었던 생물들을 왜 저렇게 물에 담가 놨을까?' 그때는 이해가 안갔다.

물고기와 개구리, 토끼 같은 죽은 사체를 투병한 병속 액체에 담가져 전시 되어 있는 장면은 꿈에서도  종종 나타났는데 그 시절 두려움은 학교 괴담 같은 전설과 더불어 그냥 나에게는 공포 였다.

 

 

 

 

시간이 흘러 중학시절, 우리의 교육과정중 생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중학 과학 시간에 배웠던 생명체의 거의 모든 종의 형태는 배아기때 9 자 모양의 귀걸이 형태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초등 학교 표본병에 담긴 동물 생명체들의 초기 모습은 똑같은것 같았다.

종의 기원은 같았지만 나중에 종의 형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 되는게 신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그 당시 기억중 중 2때엔 개구리를 잡아 과학시간에 해부를 했었다. 주위 친구들은 개구리 잡기 부터 해부까지 아주 재미있어 했지만 나에게는 구역질만 나왔다. 그때만 해도 개구리는 주위에서 쉽게 잡을수 있는 생명체중 하나 였다.

더구나 행상인들 중에서는  몸 보신에 좋다고 개구리를 말린후 그걸 줄에 꿰어 팔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흔했다. 그걸 누가 사먹을까 생각 했지만 분명 누군가는 먹었을 것이다.

(윽,생각만 해도...)

다시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생물은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으로 변했다.

어쨓든 나에게 과학의 생물은 징그럽고 공포와 구역질의 이미지만 남긴것 같다.

 

 

이책의 저자 최재천 교수는 이런 나와는 정반대의 기억을 가졌다.

강릉 태생으로 서울에서 자랐지만 어린시절 부터 방학때 마다 강릉 시골집 내려가서 자연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 했단다.

쥐새끼를 잡아 놀고, 쇠똥구리랑 놀고, 논 병아리 잡으로 다니는 시골 생활이 그렇게 좋았단다.

어린 시절 존경하는 인물이 '타잔' 이라고 했을 정도 였으니 그의 자연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결국 그를 생물 학자로 이끈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하지만 작가 본인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수도 없는 방황을 했고 그 방황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지금은 결과론적으로 천생 그의 운명은 생물학자가 되는게 맞다고 느껴지지만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의 여정을 소개했다.

그래서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부럽고 존경 스럽다.

 

 

저자는 중학교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탔을 정도로 문학에도 소질이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문과를 택하려 했지만 학교에서 본인의 뜻과는 반대로 이과로 결정 짓는 바람에 의예과를 지원했었다고 한다. 결과는 (작가의 표현으로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로 떨어지고 재수 후에 생물학과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볼 때는 운명 같지만 저자 본인은 진정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었다.

고등학생 때 부터 방송국 앵커를 찾아가고, 사회운동가를 찾아가고, 조각가를 찾아가고, 심지어는 종교인 까지 되려고 했던 저자는 늘 항상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은 생물학이라는 학문, 거기서 결국 자신의 스승(에드워드 윌슨 교수) 을 찾아내고야 만다.

 

 

 

 

 

 

이제 작가는 생물학계의 대표 교수가 되어 생물학으로 인문과학과 자연 과학의 연결을 시도하며, 서로 다른 영역의 학문의 통섭(統攝)을 통해 인류가 보다 더 큰 진화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나는 그가 주장하는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 라는 학명보다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공생(共生)하는 인간이라 불러야 한다는 그의 통찰에 적극 동감한다.

 

<이번 세기가 지나기 전에 우리 인간은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끼리도 같은 종내에서도, 다른 종과도 공생하는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이책은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 집이긴 하지만 저자 본인의 인생의 길에서 자신과 생물 과학이란 학문을 만나는 구도기의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마치 그는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자신의 길을 찾는 구도(求道)의 여정처럼 말이다.

 

 

그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황도 결국은 아름다울 것이다.

 

방황이 아름다운것은 자기가 자신의 모든것을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DNA 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은 한번도 죽은 적이 없는, 끊이지 않은 영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P13

진화란 최선의 방법을 발견해서 이 세상에서 1등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그 밑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누군가가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입니다. - P55

풍요로운 시대가 오면 아무도 탈락하지 않고 , 도태되지 않을 수가 있는데, 우리는 왜 지금까지 금메달이 아니면, 1등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을까요? - P57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나들 수 있는 스티브 잡스, 제임스 카메룬 같은 사람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골치 아픕니다. 대부분의 경우 난장판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난장판 속에 다음 세대의 먹거리가 발견될 것입니다. - P71

내가 평생 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막 두드려 보았습니다. 그것은 방탕이 아니라 방황이었습니다...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매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단 한순간도 이것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악착같이 찾는 아름다운 방황을 하기 바랍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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