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5년2월24일
오늘의정진: 豁達空撥因果
활달공발인과 /활달히 공하다고 인과를 없다고 한다면
- 100일 정진, 61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예순번 째 구절은
<萬象森羅影現中 만상삼라영현중 /삼라만상의 그림자 그 가운데 나타나고
一顆圓明非內外일과원명비내외 /한 덩이 뚜렷이 밝음은 안과 밖이 아니로다.> 였다.
본래 안과 밖은 없지만 우리는 안과 밖을 분별한다.
본래 시간은 없지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늘 시간에 지배
당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시간과 공간에 구속되어 육도(六道)를 떠돌고 있다.
촘촘히 이어진 인연의 그물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오직 배움이 끊어지고 함이 없이 한가로운 사람, 즉 절학무위휴도인(絶學無爲休道人)
만이 인과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오늘은 예순 한번 째 구절
豁達空撥因果 /(뚫릴
골 활, 통할 달, 빌 공,
다스릴 발, 인할 인, 열매 과 )
활달공발인과 /활달히 공하다고 인과를 없다고 한다면
茫茫蕩蕩招殃禍 / (망망할
망, 망, 쓸어버릴 탕, 탕, 부를 초, 재앙 앙, 재앙
화)
망망탕탕초앙화 /아득하고 끊없이 재앙을 부르리다.
선(禪)의 황금기였던 당(唐)시기에
백장선사(百丈禪師 720~814 )라 불리는 뛰어난 선승(禪僧)이 있었다.
백장스님은 매일 법회를 열어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하였다.
그들 중 유독 한 노인은 매일 백장선사의 법회에 참석했고
법문이 끝나면 돌아가곤 했다.
어느날,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들 돌아갔다.
그런데 그날 그 노인은 돌아가지 않고 홀로 남아 묵묵히
선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함에 백장이 그 노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뉘신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가요?”
노인이 차분히 대답했다.
“네.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과거 500생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자로 살았습니다만 대답 한번 잘 못하여 지금까지 여우의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대가 무슨 질문에 어떤 대답을 했길래 여우의 몸을 받게 되었는가요?”
”전생에 어느 수행자가 제게 묻기기를 수행자가 수행을 잘 해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하고 묻자, 저는 수행자가 수행을 잘하면 인과에 떨어지 않는다(不落因果)고 대답 했습니다. “
불락인과(不落因果) 즉,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노인의 대답에 백장은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대가 그 질문을 내게 다시 한번 해보시오”
“네, 수행자가 수행을 잘 해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하고
노인이 백장 스님에게 다시 물었다.
백장이 대답했다.
“수행자가 수행을 잘 하면 인과에 메이지 않게 됩니다. 불매인과(不昧因果)!”
이에 노인은 깜짝 놀라 업드려 말했다.
“아, 이제서야 저는 여우의 몸을 벗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여우의 몸은 이곳 산 뒤에 두겠으니 내일 찾아서 저의
재(齋) 를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후 노인으로 둔갑한 여우는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백장선사는
절안의 모든 대중들을 불러 모아 재(齋) 올릴 준비를 하라고 제자들에게 일렀다.
그리고는 스님들을 데리고 뒤 산으로 올라가 바위 밑에
있던 여우의 시체를 찾았다.
이후 백장 선사는 정중하게 여우의 천도재를 지냈다고 백장어록에
전해진다.
수행을 열심히 잘 했다고 모두가 깨닫고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행을 통해 공한 마음 도리를 밝혀 활달함을 얻었지만
인과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영가 선사는 이 점을 증도가에서 강조하신 듯하다.
공부를 해서 마음을 밝혀도 완전히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여우의 몸을 받은 노인처럼 수행을 잘해도 인과에 떨어진다.
하지만 불락인과가 아니고 불매인과가 되어야 한다. 즉 인과에 메이지 말아야 한다.
내 업식의 두터워 혹시 지옥고를 겪는다 하더라도 인과를
없앨 수는없는 것이다.
인과를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거기에 마음이 메여서는 안된다.
수행을 잘 했다고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과에
메이지 말아야 한다.
오백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던 노인처럼 언제 다시 사람의
몸을 받게 될지 망망하고 아득하다.
<일일 소견>
마음 좀 닦았다고 어떤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을 좀 얻었다고 해서 무슨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인과의 그물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수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차츰 그물에 메이지
않는 마음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