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 지식과 지혜를 실천으로 이끄는 마음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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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지은이 채사장

 : 혹시 당신도 혹등고래가 한번 되어 보고 싶은가요?

 

평균 몸무게 40길이 16미터일년에 8000키로 이상을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종그들을 우리는 흑등고래라고 부른다

거대한 몸집과 함께 엄청나게 큰 지느러미를 물 밖으로 솟구치면 폭우처럼 쏟아지는 흰 물결 속에 드러난 흑등고래

내가 만약 실제로 그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면 그 압도적인 모습에 초라한 인간종인 나는 경외감에 빠질 것이다.

그들이 우리 인간종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과학자들의 연구 때문이겠지만 연구자들도 밝혀낸 사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흑등고래가 우리 인간종을 아주 오랜 옛적부터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같은 포유류에서 진화된 아주 먼 친척 뻘로 말이다.

혹등고래의 특징으로 이타심이 많아 바다에서 만난 인간을 종종 돕기도 하며 수 백킬로 떨어진 동료들과  노래로 소통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왜 인간에게 우호적일까그리고 부르는 노래는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혹등고래가 아니고서는 그 모든 의미를 절대로 알지 못 할 것이다.

흑등고래가 심해의 바다에서 유유히 부유하듯 내 심연의 내면에서 유유히 부유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

존재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겠지만 내면의 그것을 의식(意識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내면의 바다에서 노니는 우리의 의식에 관한 책이 나왔다.  

바로 채사장의 신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무한>편 이다.

 

책 제목을 줄여서 <...얕>으로 알려졌는데 작가 채사장이 2015년에 처음 출간한 이후  일반인 이였던 그를 단숨에 스타작가로 만들어 준 시리즈 책이다

처음 내가 작가의 책을 알게 된 것은 10년 전 쯤 <...> 1편과 2편을 통해서 였다

그 당시 나는 막 40대로 진입했고 한창 직장생활에 지치고 가정생활에 허덕일 때 였다.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어쩔 수 없이 사는 듯한 건조한  생활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마치 갇힌 우리에서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와 같았다

그러니 무슨 삶의 재미가 있었을텐가

당시엔 지금처럼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이란 걸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려고 인천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집은 책이  <지대넓얕>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 뒷발에 쥐를 잡은 꼴이다.

당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한정된 머리속 공간이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

작가 채사장이 쉽게 정리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탐구가 내 성향과 제대로 맞았다

내 나이  40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책을 읽는 재미를 느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그가 펴낸 책들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지대넓옅 제로 편>를 비롯하여 소설 <소마>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한마디로 팬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대넓옆시리즈에서 보여준 채 작가의 특징은 복잡한 세상 구조를 아주 심플하게 이분화 시켜 쉽게 설명하는데 있다.

이분화는 분명 많은 오류가 있음에도 구조와 맥락의 핵심을 보다 빨리 간파하는 장점이 생긴다

만약 그가 책을 통해 알려준 핵심을 몰랐다면 아마도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기는 커녕 접근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러한 시도는 무척 신선했고 자연스레 좀 더 넓고 깊이 있게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다.  

작가 특유의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진지하게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내게는 무척 공감이 되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지대넓얕 , 무한>은 이 시리즈의 최종회에 해당한다.

<지대넓얕 1.2>편은 역사정치경제사회와 철학과학예술종교등 우리들의 현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의 영역들을 폭 넓고 얕게 다루었다.  

그리고 <지대넓얕 제로편에서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철학의 탄생까지 지금까지 다루었던 영역을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였다

그리고 이번 무한편은 더이상 지식의 영역을 넓히지 않고 자아(自我)라는 의식(意識)에 대해서만 아주 깊숙이 파고 들었다

나는 작가가 아마도 이번 무한편을 위해 지금껏 <지대넓옅시리즈를 빌드 업(Build-up)을 해왔다고 생각된다.

물론 내 생각이다작가의 말로는 이 시리즈는 원래 제로에서 끝내려고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무한편은 이 시리즈의 엔드 게임으로 확실히 마무리 짓는 것으로 보여진다.

 

우주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생명의 기원그리고 인류의 등장문명의 건설과 역사종교과학의 발전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번 무한편에서는 영속된 시간의 파노라마 속에서 우리는 지식을 넘어선 지혜와 실천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지금껏 인류는 지식을 이용하여 문명을 발전시키고 진화하여 왔지만 물질문명은 분명히 위기를 맞고 있다

지식과 정보는 더이상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

과잉된 정보와 지식은 우리의 삶을 더욱더 옭아매며 고통속으로 밀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지식을 넘어선 지혜를 가져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지혜는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체험의 반복은 결국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책에는 깨달음의 과정을 모두 7장에 걸쳐 3개의 단계로 정리했다.

먼저 발심정비정진은 실천의 단계이고,  다음 견성은 지혜의 단계이고 마지막  출세조망정진은 삶의 단계로 구분했다

깨달음을 다루었다고 해서 현학적이거나 고리타분한 혹은 고행을 강조하는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깨달음이란 것이 무슨 거창하고 대단한 경지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쉽게 이렇게 말한다

<의식이 곧 보는 자이고 관조이고 알아차림이다이것은 동일한 것의 다른 이름이다... 중략... 침묵은 보는 자를 보는 행위였던 것이다관조자를 관조하는 것이고알아차리는 것이다이것이 견성의 실제 의미이고 깨달음의 실체라 하겠다이것들은 모두 동일한 것의 다른 이름이다.> p. 163(견성 중에서)

 

작가는 깨달음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의식이 어떻게 세상을 일으키며 그것이 어떻게 무한 반복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의식(意識)이 세상을 일으킨다는 작가의 통찰은 이 책 무한편의 가장 핵심이자 알파요오메가 였다.

<모든 것은 의식이 지어낸다그 어떤 것도 의식이 지어내지 않은 것은 없다의식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기원이다당신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과 당신 내면의 모든 것은 의식이 지어냈다그렇기에 의식의 다른 이름은 세상을 일으키는 능력존재의 근원집 짓는 자가 된다이들은 모두 의식의 특징이다.> p.178(견성 중에서)

 

작가가 규정한 의식은 불교의 관()과 아주 유사하다.

또한  공()과 색(), 무아 그리고 죽음윤회(輪廻같은 불교의 어려운 개념을 이 의식(意識하나로 대치하여 전부 쉽게 풀어 설명을 했다

 

<의식이 꺼지거나 단절된다는 것은 신체의 환상일 뿐의식의 관점에서 의식은 언제나 현재다그 영원히 이어지는 내면의 여행 동안 의식은 죽음이라 부를 많한 세계를 일으킨다.... 중략... 나는 죽지만 죽지 않을 것이다나는 돌아오고 돌아온다하지만 어디를 간 것이 아니니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나는 내면을 여행하는 자다. > p.222 (견성중에서)

 

깨달음 이후에 찾아오는 과정에 대하여 작가는 3가지 유형을 예상했다.

안주무기력자만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세상의 다른 이들처럼 먹고살기 위해 다시 애쓰게 될 테이지만 당신은 이제 안다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님을 말이다이것은 수단이다수많은 삶을 여행하는 과정 중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잠시 동안 세속에 깊게 몸을 담근 것 뿐이다.>

p.248(출세 중에서)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다소는 깨달음을 상징한다.

깨달음에 이르는 10개의 단계를  그림으로 표현 했는데 이를 십우도(十牛圖혹은 심우도(尋牛圖:소를 찾는 그림라고 한다.  

그림의 마지막 열번째 단계를 입전수수(入廛垂手) 라고 하는데 세속으로 들어가 손을 드리우는 경지’ 를 뜻한다.  

즉 깨닫고 난 후에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과 일맥 상통하다

결국 깨달음은 삶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삶이 곧 깨달음이라는 것과 맞닿게 된다.

 

우리는 눈 앞의 세계만 인식할 뿐이다

작가의 통찰에 따르면 우리가 객관적인 세계라고 믿는 세계도 사실은 내 감각기관이 내 정신에 제공한 감각자료를 가지고 의식이 재구성한 세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의식이 일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무한 반복의 세상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의 세계의식의 세계는 나의 자아가 직접 체험하는 세계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실천이다지식만으로 심연에 있는 지혜를 얻을 수가 없다.

오직 실천만이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깊은 내면의 바다에 닿을 수 있도록 스스로가 혹등고래가 되어 봐야 한다.

나의 육체는  비록 작지만 나의 자아가 의식의 바다에서 얼마나 거대해 질 수 있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헤엄쳐 봐야 한다

그렇다면 무한한 시간속에서 흑등고래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함께 흑등고래가 되어 내면의 바다에서 노래를 불러 볼까요?)

이제 지식은 지혜로 바뀌어 더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리라.

 

지혜로운 이는 자신이 지지자가 아니라 선택자임을 안다. 추종자가 아니라 결정권자임을 알고, 노예가 아니라 주인임을 안다. - P41

모든 이념과 신념이 마음을 병들게 함을 바르게 알고 이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 P98

우리가 이성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면 본질적 자아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 공하고, 본질적 자아가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도 명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언어의 문제일 뿐, 실상은 동일한 것의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 P155

지혜가 섬세하지 않으면 극단적 사유에 쉽게 이끌린다. - P238

인류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 가지다. 세계는 무엇인가? 자아는 무엇인가? 세계와 자아의 관계는 무엇인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는 이 심오한 세 질문을 가장 쉬운 언어로 깊이 있게 답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담아내었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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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5-01-25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힐님의 글을 읽기로 결심했어요~~^^
지대넓얕의 팬으로 그들이 다시 만나 시즌2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힐 님... 즐거운 설명절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힐 2025-01-25 21:24   좋아요 0 | URL
아, bookholic님도 팬이셨군요. 같은 팬으로 반갑습니다. ㅎㅎ
저는 채사장의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시선과 그리고 그의 어투가 참 맘에 들었어요.
아마도 그가 죽음의 문턱 가까이 가봤던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구요.
이제 한국은 본격적인 설연휴가 시작 되었군요.
여기는 춘절이라고 하는데 28일 부터 담달 4일 까지 연휴랍니다.
bookholic 님의 가족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