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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떨어지면 안되는 것처럼 때가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믹스커피를 마신다 . 처음의 그 뜨끈함이 좋아서인데 이 믹스커피는 녹차처럼 온기가 오래가지 않는다 . 일단 식기 시작하면 순식간인 녹차와 , 다르게 처음만 뜨겁고 내내 닝닝한 온기의 믹스커피.
그래서 늘 뭔가 아쉬운 믹스커피 . 조금더 오래 따끈할 순 없는거냐며 식은 믹스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고 천천히 목 뒤로 넘긴다 . 달달함은 금방 심심했던 입 안을 ...... 언제 그랬냐는 듯 오래오래 끌고가다 마침내 사라진다 .
첫 시작의 열띤 응원과 애정이 무색하게 도깨비 , 김은숙 표 드라마는 영 , 못마땅했다 . 차고 넘치는 아름다운 풍경과 화보스러워 움직임이 정지한 듯한 모델 같은 두 남자와 권여선의 ‘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의 다언처럼 당당당당 해맑은 은탁의 웃음에도 잠시 눈을 주고 나면 허무했다 .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 왜 이렇게나 할 말이 없어질까 , 궁리를 해보니 스토리의 부재였달까 . 상상력의 부재였달까 . 너무 친절해서 다른 상상을 할 거릴 만들어주지 않음이랄까 . 그런 것들이 둥실 떠오른다 .
4회까지 가서야 도깨비는 도깨비 신부와 만난다 . 그전엔 뭐지 ! 이 아이 하면서 도깨비 신부 자격을 놓고 그 얘기로만 무려 4회를 이끌어 간다 . 바깥의 우리는 이미 그녀가 도깨비 신부구나 다 알고있는데 , 그만 극 속에서 모른다는 듯 시침을 땐다 .
화면들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해서 바로 모니터를 오려내고 싶어진다 .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나는 농담이다 ‘ 하듯 아주 비린 슬픔을 약간의 향기여운처럼 남기는지라 , 곧 무슨 향기였는지 쫓아갈 방도가 없게 하는 , 그러니 물어야겠다 . 무슨 향이냐고 , 스무 살 어른이 되면 써야하는 그 향기는 ......
그러다 보니 , 중독된 거구나 하고 ,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 뭐에 ? 긴박한 스토리에 ......몰아치고 후려치고 내내 보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이야기를 믹스커피 끊지 못하듯 원하는구나 . 알게되는 ,
당이 떨어져 필요했던 순간은 잊고 , 계속 뜨겁지 않다고 투덜대는 지금의 나처럼 .
5회 쯤이나 되서야 저토록 천천한 화보가 무슨 의도인지를 깨닫는다 . 순 내 방식대로의 이해지만 , 그 이해가 맘에 든다 . 너무나 속도를 원하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아름답고 , 멈춘듯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 돌아보면 아름다웠지 깨닫게 되는 젊은 날의 반짝임을 오래 오래 기억하며 그때가 그랬지 . 찬란해서 딱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 하는 그 순간을 체감시켜 주려는 다분한 의도 .
그렇게나 아름다운데 천천한 풍경으로 가득하고 , 별 스런 이야기 아닌 분명 달콤하고 치명적인 기억이 될 사랑이야길 이렇게 전하는 이유에 대해 . 저승사자와 도깨비의 그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아도 살았다 할 수없는 처지를 화보처럼 보여준다 . 기막히게 우리 ˝ 스럽다 .
보아서 안다˝ 는 것과 직접해서 경험을 하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지 , 스마트 폰을 처음 받은 두사람은 보면서 알던 것과 실제하는 감각이 얼마나 다른지 , 깨닫게 했으니까 .
그렇게 안다˝고 하는 것이 내 감각이 아니라는 걸 이 천천한 드라마가 보여주˝었다 . 또 보면서 멀리 남의 일처럼 즐길 뿐이지만 , 그 아름다움은 바로 뛰어들어 내 것화 시키고 싶은 욕망의 관전이 된다 .
은탁이 말한다 . 어떤 아내를 원하세요 ? 알콩달콩 애 낳고 잘 살아봐요 . 현실은 이런거다 .
멀직한 이야기가 아닌 애를 낳고 , 알콩달콩 그런 거라는 걸 . 다짜고짜 처들어 오는 사랑 . 사랑해요 하면서 돌연 고백하며 나중에야 뭘 한거지 , 뒤 늦게 가슴 속에 들어오는 말의 여운 ,
그냥 지나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 알고보니 심장에 꽂힌 걸 5회 6회를 지나서야 알게되는 ......사랑 .
그 말이 내 속에 들어가 씨앗이 되고 사랑의 물리학이 되고 , 심장이 마구 진자운동을 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하는 시간 .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원체험 . 그들은 이제서야 천천히 감각하는 인간이 된다 . 살아도 산게 아니었던 그 사람들은 ,
바깥의 우리도 , 그제야 알게된다 . 감각을 하라 , 자신이 직접 부딪혀서 .....은탁이 자소서 외듯 말하는 사고무친에 이모의 구박 아래서 어쩌구저쩌구 하던 전형에서 , 내 것아닌 삶에서 나와서 , 나 삶은 이랬고 저랬다고 말할 수있게 현실로 불러다 놓는 것을 겨우에야 알게된다 . 쓸쓸하고 찬란하 神˝ 도깨비를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