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ㅡ권여선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
더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
ㅡ김광진이 노래한 편지의 부분이다 .
이 단편을 이만큼 적절하게 노래한 말이 있나 싶어서...옮겨본다 .
오후 내내 이 단편에 사로잡혀 있다 .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하는 단편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
술 한잔하고 잊을 수 있는 인연이면 좋을까 나쁠까
어디선가 나를 생각하고는 살까 궁금해 지는 인연이 있을거라고 ..
살아 있다면 잊히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사랑했다면...
어떤 폭력이나 비정상적 애정이 아닌 이상 좋은 인연으로 오래 기억
되길 바라는 이기가 모두 어느정돈 있을테다.
혹은 납득 못 ( 안)한 이별의 기억에 힘들어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거기까지 였나보다 하고 점차 잊어가던 옛애인의 누나를 만나게 된
문정과 어떤 의도를 가지고 모임에 나와서 이전에 함께 일한 동료인
문정을 만나는 관희.
문정은 관희의 동생인 관주와 2개월가량 사귀다 헤어졌다 . 그걸 헤
어진거라 표현해도 된다면 말이지만, 일상처럼 만나 영화 한편 같이
보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생각하는 문정. 그러나 전화번호도 못 바꾸
고 그가 잘 살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한 문정 .
그리고 마지막 헤어지기 전 갖고싶다, 아니 배우고 싶어한 카메라가
관희로부터 보내져와서 생각에 빠진 문정.
따로이 술자릴 해선 넌지시 관주에 대해 떠보지만 둘의 관계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정은 직접 관심을 표현할 수 없다 .
카메라가 매개이지만 시선을 따라가보면 관희는 카메라의 뷰인 셈이
되고 문정의 기억은 카메라의 필름이 된다 .
관희는 끝까지 문정과 관주 , 자신의 위치를 카메라처럼 보기를 하는데
그래야만 직접 마주하는 감정을 필터링 할 수있을테니까 하는 안간힘
으로 읽혔다 .
그 필터링의 장치에는 불법체류자들에 향하는 관희의 분노와 적개심
역시 동일한 처리로 봐야할 것 같다 . 너무나 믿음직하던 동생이 어떤
이유로 눈을 빛내며 누군가에게 선물하려던 카메라 . 그걸 자신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사진이 무서워 , 찍히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이
폭행을 가해 선물을 전하려던 그날 문정의 집근처에서 누군가( 관주를)
를 죽게했다는걸 그냥 말로 꺼내면 뭔가 파사삭 부서질 것 같으니까 ...
상상이나 할 수있을까 ...아니 문정은 몰랐다 . 그날의 이별은 이별이
아니었다는 걸 . 그 기나긴 침묵의 이별은 그저 난데없는 불행였단 걸 .
관주의 말없음은 그저 카메라를 생각하고 계획과 계산을 하느라 조용
했을 뿐인데 오해한 것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되는 문정 .
( 쓰다 만 독서록 ...ㅎ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