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워 집으로 가는길을
딸과 앉아 보며
계속 눈물을 훔쳐내느라
손등이 벌겋게

조금 자두지..

아주 낮과밤을 멋대로 쓰는 아이
영화 무섭지 않냐 묻길래
대강 줄거리를 말하니
보겠다고 주저앉더니
폭력적인 장면에서 돌아앉아버리고
폰으로 검색해 실화를 찾아 읽는다

아이는 아이대로
혼자 내용을 나에게 말해주며
울먹거리고
나는 나대로 영화 때문에
울먹거리고

우리는 달리 달래줄 누가 없기에
미당의 시가 생각났다가..
아..그녀의 시에도..있었지..
기억해내며..
책장에서 「어두워진다는 것」을
꺼내..괜찬타..괜찬타..괜찬타..

아이를 늦은 시간 재우고
혼자 끄적 끄적 거리며..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그러기를...그러기를...


나희덕 시인의 시에 잠시 기대 눈을 감고
의자에 머릴 기대고..붉어진 눈을 쉰다.
감정은 말갛다.
그러니 괜찬타...

2015.01.23.f .am 7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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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01-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영화를 보신거예요?

[그장소] 2015-0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으로 가는 길 ㅡ 이라고 실화를 영화로 했어요.한번 보셔요.전도연 .고 수 출연.방은진 감독 이구요..

달걀부인 2015-01-23 09:50   좋아요 0 | URL
아.
뭔지알아요.보진못햇지만.

[그장소] 2015-01-2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알고있던거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직접보니 또 다르더라구요..

선샤인♥ 2015-01-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슬플거같아 안본 영화네요^^ 나희덕시인의 괜찬타..를 들으니 정말 괜찮아지는 기분이네요 오늘 아침 운전길은 유난히 옛추억이 생각나 그리운 마음이 가득인데 왠지 위로가되네요^^

[그장소] 2015-01-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를 받아 다행입니다.
영화는 너무 기대를 하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그치만 감정의 전환이 필요할때
보면 좋을 듯요..
딸아이 말이..뭔가 억울하고 분하다 싶은 일도..앞으론 영화 생각하면 별게 아닐 것
같다더라고요.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의 혼자. 그게 공포..스러울것같다고..어지간한 일은 다 참을 만한 일이 될듯 하다며..!

오후즈음 2015-01-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시집 정말 좋아하는 시집이예요...나희덕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싸해 지네요

[그장소] 2015-01-2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휴~ 또..한, 번 글은 날아..가고~♩♪
어린 짐승을보고 젖이 돈다는 시인의 시어가
아마도..그런..모두의 가슴을 움켜쥐는 근원이
아닐까..그래요..^^

cyrus 2015-01-2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세상이 각박해져서 모든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드니까 `괜찮다`라는 위로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괜찮다`가 너무 가벼운 위로쯤으로 여기기도 하고요. 힐링 열풍이 너무 길다보니 이제 이런 위로를 무관심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변질된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장소] 2015-01-23 22:52   좋아요 0 | URL
딸 아이가 입에 힘내! 라는 말을 거의 달고 살더군요.요즘 노트북계정과 스마트폰의 계정이 원래 구동해놓은 시스템과 예상과달리 맞지않아 곤란을 겪는데 둘다 가격이 만만치않다보니 아이도 있고..정말 있는데로 스트레쓰를 받는 지경..입을 다물고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할때 마구 거칠어지거나 한 숨을 꺼져라 내쉬는 일이 잦아지니 아이 딴에 위로라고 번번히 다가와 힘내!
툭 한마디..ㅎㅎ 부글부글 지글지글
너무 쉽게 자주 나온다고 ..그리 쉽게 힘내서 할 수있음..지금껏 고생도 안했을건데..하는 마음이 들어서..딸..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려...그랬어요..딸은 진심임을 ..알죠..물론.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게 너무 잦으니 예민해지는거고요.. 어떤..의미의 말인지..충분히 실감을 하고도..넘친다고..힐링..저도
그것..느꼈어요.가능하면..진심을 담는 말을 하고싶지..괜한 말을 하고 싶지않아서..늘 길고 길어요.답글조차..요.

[그장소] 2015-01-23 23:08   좋아요 0 | URL
미당을 찾아 온 동리가 간 밤에 지었다는 시를 한 수 낭송합니다.
˝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미당이 무릎을 치며 그 구절을 세 번이나 되뇝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이라! 내 자네를 시인으로 인정하겠네˝
듣고있던 동리가 손을 저으며 반박한다지요.
˝꽃이 피면˝ 이 아니라 ˝꼬집히면˝
이었다고 말예요.
어쨌든 운다...일까요? 그냥 꼬집히게 두어도..혹은 꽃이 피게 두어도 상관없을지 몰라요.
정말 괜찮은가. 아닌가..사실..cyrus님 과 저도..
미당과 동리의 오독..같은 오해와 난해 사이 일지도..그래도..이렇게
한번 슥 스쳤다..그게 중요한건지도..모른다고..

미당과 동리의 이야기는 ㅡ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ㅡ소개 블로그에서 읽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