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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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는 니콜을 혼자 남겨두고 푸아티에로 떠나버렸다.

어찌 보면 철없는 그의 가출은 조제를 만나려 애쓰지 않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고,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 소설은 형편없었다.

에두아르는 베아트리스에게 빠져 있었고 그녀와 밤을 지새운 이후 그의 사랑은 맹목적으로 변해버렸다.

그 밤의 감미로운 기억들은 그를 그녀와의 사랑에 각성하게 만들었다.

니콜을 만나기로 했던 베아트리스는 조제에게 자기 대신 니콜을 만나달라고 부탁했고 니콜을 찾아간 조제는 살이 오른 니콜에게 베르나르의 아기를 가졌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존재의 손을 붙잡는 니콜의 간절한 목소리에 조제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의 삶에 지독한 연민을 느꼈다.

'당신 남편이 나를 사랑해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고요. 난 당신에게서 그를 빼앗지 않을 거고, 그도 이 상황을 잘 넘길 거예요.'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제에겐 베르나르의 지성을 배반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또한 니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사형집행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p.91

남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지 않는 니콜도, 베르나르에게 돌아오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애쓰는 조제의 노력도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함께 베르나르에게 가자는 조제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는 자크는 뭔가 다 눈치채고 있는 듯하다.

난 자크가 제일 마음에 든다. 자기 할 일 똑 부러지게 하고, 사랑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면서 단호하고 침착한 그가 말이다.

여자를 대할 때 서투르고 사랑의 표현이 어색해서 조제가 곰 같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투덜대며 재킷을 벗어주는 그가 사랑스러웠으므로 조제 곁을 떠났을 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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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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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하며 받기를 바라다가 막상 부모님이 받으면 끊어버리던 그런 설렘이 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이 늦은 시각 외워둔 전화번호를 누를정도로 바보가 되어버린 베르나르는 결국 혼자 잠들어있는 아내에게 돌아간다.

50대인 말리그라스 부부는 젊은이들을 관찰하고 함께 즐기기위해 매주월요일 살롱을 개최한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바보스러움을 가지고 아름답고 난폭한 베아트리스가 무척 궁금해진다.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지... 궁금하다 이 여자...

라디에이터가 켜져있지만 한기가 달려들었다. 그는 한기에 떠는 나이 든 남자였다.

그리고 문학은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p.19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슬픈지.. 중년남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놓은 듯 해서 괜히 찌르르 하다.

한 달 후, 일 년 후, 우리는 어떤 고통을 느끼게 될까요?

주인님, 드넓은 바다가 저를 당신에게서 갈라놓고 있습니다.

티투스가 베레니스를 만나지 못하는 동안,

그 얼마나 많은 날이 다시 시작되고 끝났는지요.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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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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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니 거의 아무도, 자신이 옳게 읽을 줄 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중력이 우리 모두를 짓누르는 이상, 각막에 백반이 낀 듯 편견이 서려 있거나 바다의 표지등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눈가리개에 불과한 것으로 눈을 가린 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정확하고 옳게 읽음으로써 그 사람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판단과 판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p.38

등장인물들은 유일무이하고 존재하고 싶어 하며 누군가에게 읽히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냥 읽는 것과 글의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것은 다르며 깊이도 없고 상상력도 없이 가볍게 낱장만 뒤적거리며 읽는 것은 중력을 무시하는 읽기이며 중력의 실체를 읽을 줄 알아야 다른 것들도 읽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예리하게 읽어내고, 유연하고 섬세한 해석을 할 수 있게 옳게 읽는 것은 너무 어렵다. 등장인물들을 틀에 가두지 않고 유연하게 즐기면서 그들의 인생을 읽는 능력이 내게는 얼마나 있을까? 많이 읽고, 잘 읽고, 지속적으로 읽어야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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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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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색 피부를 선사받고 잉크에 젖는 생으로 살아가니, 단어들은 살이 되고 동사들은 피가 된다.

더더군다나, 우리도 모르지만, 그 역시도 자세히는 모르는 이야기를 선사받는다.

아, 제발 우리는 그를 상상의 웅덩이 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게 하거나, 몽상의 번데기 속에 싸여 있게 하거나, 꿈의 너울 속에 고요히 흔들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선사받은 이야기를 용케 알아냈는지 그 고마운 빚을 기어이 갚겠다며 우리에게 올지 모른다. p.16

페르소나주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뜻한다.

그들은 소리 없이 소란스럽지도 않고 신중하게 내게 온다. 얼굴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 그들은 유일무이하고 혼자서만 나타난다.

그들의 존재감은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비로소 스스로 일어나 움직이고, 잠들어 있던 그들의 뒤섞여 있는 목소리들은 내 몽상에 엉키고 젖어든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어디서 생겨나는지, 흐릿한 이미지에서 또렷이 그 존재를 드러내며 태어나는 순간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의 언어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그들도 조금씩 슬그머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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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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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스키는 무질서를 경멸하는 사람으로 젊은 시절 돈을 빌리려다 수모를 겪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되풀이 되도록 만들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일 년에 다섯 번 정도는 혼자 틀어박혀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하기도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복잡한 상황에서 첫 번째는 금전 문제였다.

자신의 부채가 얼만지 모두 적어본 브론스키는 자신의 벌이가 그 빚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어머니에게 받아쓰던 생활비마저 끊긴 데다 아버지의 유산도 형에게 양보해버려 돈 나올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지출을 좀 더 줄이고 말을 팔기로 한다.

그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었고 그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음.. 그런데 그 규칙을 내가 이해하기는 힘들다.

여자는 거짓말을 해도 되고 남편은 속여도 괜찮다는 규칙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안나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그런 규칙인 걸까?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안나의 남편은 불필요한 존재인데다가 자신들의 사랑에 방해만 될 뿐이며 불쌍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안나의 임신은 이런 자신의 규칙을 뭔가 무너뜨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그는 돈도 없는데 급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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