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이 색 피부를 선사받고 잉크에 젖는 생으로 살아가니, 단어들은 살이 되고 동사들은 피가 된다.

더더군다나, 우리도 모르지만, 그 역시도 자세히는 모르는 이야기를 선사받는다.

아, 제발 우리는 그를 상상의 웅덩이 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게 하거나, 몽상의 번데기 속에 싸여 있게 하거나, 꿈의 너울 속에 고요히 흔들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선사받은 이야기를 용케 알아냈는지 그 고마운 빚을 기어이 갚겠다며 우리에게 올지 모른다. p.16

페르소나주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뜻한다.

그들은 소리 없이 소란스럽지도 않고 신중하게 내게 온다. 얼굴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 그들은 유일무이하고 혼자서만 나타난다.

그들의 존재감은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비로소 스스로 일어나 움직이고, 잠들어 있던 그들의 뒤섞여 있는 목소리들은 내 몽상에 엉키고 젖어든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어디서 생겨나는지, 흐릿한 이미지에서 또렷이 그 존재를 드러내며 태어나는 순간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의 언어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그들도 조금씩 슬그머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