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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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가득 찬 삶을 살아낸 귀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삶은 평탄하지 않앗다. 인생이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즉각 고난 속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리고 뜨거운 숨결에 영혼이 첫 화상을 입은 순간부터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맺은 관계들은 곧바로 뒤얽히고 복잡해지며 극심한 고통을 준다. 인생은 합리적이지 않다.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건축가의 설계도처럼 자신의 앞에 두고 수년에 걸쳐 묵묵히 세워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예측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다. 훗날 죽음이 그렇듯, 삶도 우리에게 들이닥친다. 삶은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고, 욕망은 우리를 고통과 모순 속으로 몰고 간다. 너의 천재성은 네 모든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을 없애는 일에 네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었다. 네 천재성은 고통 속에서 고통과 함께, 고통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네 천재성은 중재 없이, 대등하게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p.72


그렇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귀한사람이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게 쉬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관계를 맺고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치유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이만큼 살아온 내 인생이 다사다난했구나 싶어 셀프칭찬 한번 해본다.

보뱅이 사랑한 지슬렌의 천재성을 발견한 것처럼 나도 내 천재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싶다.

내 천재성은 화가 나지만 화를 억누를수 있는 것이었고, 안되는 일은 빨리 포기하고, 되는 일에 더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의 능력, 그리고 스스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안다는것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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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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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얼마 전 아내를 잃은 한 남자는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한다.

"나는 책에 속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이 말이 이렇게 들린다.

"책이나 세상 그 무엇으로 인해 그녀에게서 단 일초라도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끝내 허무의 입에 삼켜지고 대리석처럼 단단한 이에 찢어 발겨지는 것을 바라보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p.81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찾으려 하지만 현실 속엔 내 모습뿐이고 허망함과 상실감을 느낄 뿐이다.

끔찍한 고통이 오히려 사랑했던 순간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협죽도는 위험 방심은 금물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 위태로운 남자의 이야기를 협죽도와 함께 이야기한 보뱅의 글이 다른 글들과는 다르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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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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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계속해서 읽어 나갈 것이다. 다른 단어를 향해서. 소중한 단어, 기쁨이 넘치는 단어, 기품 있는 단어들을 읽을 것이다.

절망의 단어와 희망의 단어들도.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각 페이지에 쓰인 모든 단어들이 너에 관한 것임을. 너와 너를 향한 나의 사랑 사이, 너와 너에게 전할 나의 단어들 사이, 그리고 너와 밤에 잉태된 단어들 사이, 그리고 너와 밤에 잉태된 단어들 사이의 황홀한 우연의 일치에 관한 것임을. 그 단어들은 너를 따라 내 영혼에 들어와 나를 평화롭게 만드는 무질서가 낳은 것이었다. p.76

나도 계속해서 읽어나가겠지. 단어와 단어들이 만들어낸 문장들과 그중에서 내게 더욱 의미 있는 글들을 골라내며 말이다.

나에 관한 단어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가 사랑을 할 땐 어떤 단어들을 많이 썼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작가는 이 글을 언제 썼길래 이런 글들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70세 감성 청년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글들은 자꾸 곱씹으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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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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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춤추듯 손목을 움직여 네 의견을 강조하거나 혹은 오히려 말의 무게를 덜어버리는 네 방식, 형편없는 식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오히려 네 남편에게 요리를 맡겨버리는 네 방식, .......

라디오를 듣는 네 방식, 들으며 책 제목을 메모하고 다음날이면 그 메모지를 잃어버리는 네 방식,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우울함과 비극적인 얘기에 빠져들 때 웃음을 터뜨리는 네 방식, 품위를 전혀 읽지 않은 채 화를 내며 욕을 하는 네 방식,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인용문들로 공책을 새카맣게 채우던 네 방식....

내가 가지고 있지만 나도 잘 모르던 내 모습을... 타인이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 있다면 그것도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뱅은 이렇게 지슬렌을 기억하고 사랑했다.

그녀의 모습과 삶의 방식까지 사랑하다 죽은 후에는 회상하며 그녀의 많은 모습들을 모두 담기엔 너무 작은 관을 보며 슬퍼한다.

여전히 곁에서 그녀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죽음이라니...

사랑했던 그녀는 천국에서마저 그녀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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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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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p.21

우울이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 블루, 파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서문부터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이라고 시작하는 배려가 배어 있는 문장에 그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떤 글로 표현을 하고 문장들을 써야 푸르름이 가득 담긴 편지가 될까? 그런 편지 한번 받아보고 싶다.

파랑이라는 한 가지 컬러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글은 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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