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 중 아나율은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다가 눈병이 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나율아, 눈은 잠을 먹이로 한다. 잠을 좀 자도록 해라".

"부처님, 깨달음은, 지혜는 무엇을 먹이로 합니까?"

"깨달음은 정진을 먹이로 한다."

"그렇다면 저는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아나율은 결국 눈이 멀었지만 천안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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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 기도의 공덕이 있다면

시방 법계에 회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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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 기도 사흘 째.

장궤 합장을 하고 있는 30분이 아주 길게 느껴진다.

무릎에 잠시라도 마음이 가는 순간이면, 5분이나 10분쯤 지난 것 같은 데도 시계를 보면 1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계를 보지 않고 진언에 집중해도 이내 다시 시계를 보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장궤합장한 그 30분의 고통이, 합장이 끝나면서 올리는 삼배에 바로 풀려버리는 것이다.

일 배하고 일어서기가 힘들지 한 번 일어서기만 하면 두번째 절부터는 허리며 무릎이 편안하게 이완되면서 능엄주를 읽을 때는 몸에도 마음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신기하다.

무릎 뼈가 쪼개지는 고통, 이대로 있으면 무릎이 꺾여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몇 분 혹은 하루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내가 느낀 고통이 가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첫 삼천배 하고  다리를 절룩거리던 기억과 비교하면 마치 바람이 지나가도 공간에 흔적도 남지 않듯이 장궤합장하고 느꼈던 고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다.

아비라 한 파트가 끝날 때마다 감사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고통이 오면 바로 볼 일이다.

어쩌면 세상의 고통이란 것이, 이렇게 잠시 지나가버릴 것인데  우리가 붙잡고 아우성치면서 놓지 않아서 괴로운 것은 아닌가, 기도하고 오는 길에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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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 기도는 성철 스님께서 1년에 4번은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시던 기도법인데 백련암에서는 총 24파트를 하는 데 1파트에 1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아비라 기도의 과정은

발원문을 읽고 108배를 한다.

장궤합장하여 비로자나 법신 진언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를 30분 동안 소리내어 부른다.

방석에 편안히 정좌하여 능엄주를 한 번 읽는다.

이 과정을 우리는 약식으로 하니 50분에 한파트가 끝난다.

총 24파트를 나흘에 나누어서 하는 데, 내가 저녁 공양 후 하는 두 파트를 못하니, 도반들이 나를 배려하여 시간을 당겨 다섯파트는 하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올케에게 들렀다.

씩씩하게 잘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영인 스님 금강경 테이프만 주고  얼굴만 보고 왔다.

사지 멀쩡하고 부유하면서도 만족하는 마음이 없어 자기 집을 지옥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아픈 남편을 대신해서 김밥 집을 하면서도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웃는 올케를 볼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다.

가끔 자기 어머니에게 잘 못한다고 올케에게 퍼부었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기 엄마에겐 자기가 잘 해야지 왜 올케한테 퍼붓지? 참 이상하다 싶을 때가 있다.

올케는 올케 엄마한테 잘하는 게 정상이고 자기 엄마에겐 자기가 잘해야지.

운전해 오는 데 딸기 잘 먹겠다고 고맙다는 올케의 문자 메세지가 왔다.

내 주변엔 관세음보살들이 참 많다.

나도 주변에 이렇게 빛을 주는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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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8-05-0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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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5-0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반가워요.
 

옛날의 그 집

박 경 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고 쓰신 박경리 선생의 타계를 신문에서 보았다.

그 분의 책은 <김약국집 딸들> <토지>만 읽었지만, 마음으로 존경하던 작가의 죽음은 편안했으리라, 이 시로 짐작해 본다.

생의 마지막을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게 나이든 것이라고 말해야겠지만, 젊은 날의 외로움이 이렇게 승화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욕의 세월을 보내었을지, 가슴이 찡하다.

부디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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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5-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 여우 하나도 안무서워요.
소쩍새, 쑥쑥새, 두꺼비, 개구리...
다 우리 동네 얘기네요.
선생 펜과 원고지로 가난과 투병과 외로움을 의지하는 삶이 느껴져서
한참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혜덕화님, 봄꽃잎이 바람따라 훌훌 떠나가고 초록 새순이 돋았어요.
선생께선 참 예쁜 계절에 가셔서 좋습니다.

혜덕화 2008-05-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 여우보다 무서운 것은 사나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겠죠.
세상엔 정말 사나운 사람도 있구나, 본성은 그렇지 않을텐데 어쩌다 저렇게 사나워졌을까 싶은 사람들......

1학년 꼬마들과 행복하게 지내다보니, 새순보다 예쁜 봄도 훌쩍 가버렸네요.
팔은 괜찮으신지?
하루하루 다르게 옷갈아 입는 산천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않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꿈꾼다면, 정말 황당한 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