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가 영어 수업에 가서 벌을 서고 왔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전달하는 말로는, 영어 선생님이 나오라고 했는데 의자를 발로 차고 화를 내는 바람에 더 심하게 벌을 섰다고 한다. 

작년에 교통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올 봄에 전학 온 아이다. 

아이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찡하고 슬펐다. 

아이의 볼을 손으로 감싸고, "화가 나도 참지, 왜 그랬니?" 하고 안아주었다. 

평소에도 승부욕이 강해서 피구나 게임을 하다가 다툼이 잦은 아이이긴 하지만, 심성은 착한데 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늘 걱정이다. 아이가 화를 내면 가만히 손을 잡고 흥분을 가라앉히길 기다렸다 얘기하면 말은 잘 알아듣고 자기 잘못을 반성도 잘한다.지금은 초등학생이고 담임이 그 아이를 늘 관찰하고 다독이니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데, 중학교 가면 어찌될지 늘 아이를 생각하면 물가에 내 놓은 것 같다. 

한 시간 아이가 벌 서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송*이는 매사가 느리고 공부도 늘 30점대 이고 말이 없다. 

늘 혼자 맴도는 것이 안타까워서 아이들에게 송*이의 좋은 점을 수시로 얘기하고 귀엽다고 했더니 우리반의 착한 여자아이들이 아이를 많이 배려해 주어서,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 

이젠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체육엔 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그 짝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송*이의 짝은 공부도 잘하고 영리하고 달리기도 잘해서 우리반 릴레이 선수이기도 한데, 늘 자신의 장점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고 이기적인 면이 많다. 

오늘도 짝과 활동하는 것이 있었는데 송*이가 공부도 못하고 행동도 느리다고 너랑 하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내게 혼이 났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듯이 단지 지금 재능을 나타내지 못할 뿐이지, 이 세상에 나보다 못한 친구는 없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이 참 성급하고 참을성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런 것 같다. 

혼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예전에 농경 시대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일년 농사 짓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모든 것을 돈으로 즉석에서 살 수 있으니 아이고 어른이고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터넷도 한 몫을 하겠고......

 

점심 시간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이 나왔다. 

내 식판에 있던 것을 오전에 벌을 선 지*이에게 주었더니 한 놈이 아동 학대란다. 

자기도 먹고 싶은데, 다른 아이를 주니 아동학대라나 뭐라나^^ 

아이들 나가고 혼자 웃었다.  

 

아이들과 보낸 한 해를 요즘 자꾸 돌아보게 된다.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우리 아이들은 모르겠지. 

올려보내 놓고 걱정되는 아이들이 좀 있다.  

  

내가 가진 교사라는 이름이, 단지 나의 직업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친절을 행하는 수행의 한 과정이 되기를 바라며 생활하는데, 생각만큼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늘 착한 아기들 만나서 다른 반 보다 말썽없이 지내는 것이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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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손에 머물러 있는 책들이다. 

법정 스님의 글은 겨울 같다. 

한겨울 쨍쨍한 얼음장 밑으로도 물고기들이 숨  쉬고 있고, 잎을 다 벗은 나무에서도 겨울 눈으로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겨울이되 봄을 품은 스님의 자비와 연륜이 묻어나는 글들이 참 좋다. 

수행자로서의 연륜과 행이 그대로 글에 묻어나서, 누구나 자기 인생의 일몰 앞에 서야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통해 몸 벗을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보리심과 자비심으로 자꾸 행하다보면 깨달음이 온다는 말씀. 깨달음이 선방에서 또는 기도의 결과가 아니라 일생 동안 내가 남을 위해 행하는 행동이 바로 깨달음이 된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마음에 깊이 새겼다. 

 

파란 여우님의 글도 책으로 읽으니 인터넷으로 보던 것과는 느낌이 참 다르다. 

컴퓨터로 읽을 때는 집중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책으로 읽으니  여우님의 군더더기 없는 글이  수행자의 글같다. 

요즘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살았는데, 여우님의 글을 통해 읽어봐야겠다고 보관함에 담게 되는 책들이 많다.  

책을 읽어도 활자화된 글자 이상의 의미를 잘 모르고 읽던 무지한 내게, 파란 여우님의 글은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 마음의 도반이요 스승이다.  

 

42장경은 어제 영광도서에 갔다가 만난 새 책. 

라즈니쉬 다운 쉽고 열정적인 말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중. 

 

내일은 백련암 가는 날인데, 시아버님 제사라 이번 달은 못 가게 되었다. 

도반들이 기도 잘 하고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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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놓아라." 

스님이 강보에 싸인 아기를 데려다 키운지 몇년이 흐른 후, 아이와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탁발을 나가게 된다. 

스님은 씻어서 물을 빼려고 엎어 놓았던 옹기를 뒤집어놓아라고 이르며 절을 나선다. 

밤 늦게 절에 돌아오니 아이는 잠들어 있다. 

새벽녘 뒤집어진 옹기를 보고 스님은 깜짝 놀란다. 

위아래를 바꾸어 뒤집어 놓아라고 했는데 아이는 양말 뒤집듯 옹기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것을 보고 스님은 예전에 자신의 스승께서 일러주신 말을 생각해낸다. 

"마음에 털끝만한 의심도 없으면 무슨 일이든 다 이루어지리라"고 하시던 말씀을.  

아이의 때묻지 않은 마음이 일으켜놓은 일을 보며, 스님은 오늘도 또 탁발을 나가리라 생각한다. 

아이에겐 놀란 기색없이 침을 꿀꺽 삼키며 이른다. 

"아침 햇살 오르거든, 저 옹기를 다시 뒤집어놓아라"고  

 

몇 해 전에 이 글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내 마음엔 의심이 가득했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건 좀 심한 비약아닌가?, 그래 동화니까......'

하지만 이 번에 다시 이 글을 읽는 내 마음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를 놓으면 우주 법계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체험하게 된 것 같아서 예전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은 사라졌다. 

좋지도 않은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하고 의도하고 계획해봐야 내 생각의 범위를 못벗어나고 살게된다.  

하지만 마음 속에 의심을 탁 놓아버리고 나자, 내가 생각하고 의도하던 것보다 훨씬 크고 깊은 부처님의 가피를 체험하게 되었다. "상"을 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맛을 보게 된 것 같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라고 

내가 비록 수양산은 못되더라도 나무 한 그루만의 그늘이라도 드리울 수 있다면   

내가 받은 넘치는 복을 회향 잘 하며 살고 싶다. 

 

ps;어제 절하면서 파란 여우님의 책이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마음 속에서 감사의 말이 저절로 나왔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여우님의 책이 많이 많이 읽혀지기를, 여우님의 책 읽은 공덕이 많은 중생에게 회향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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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1-1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놓으면 우주 법계가 움직인다는 말씀...그러니까 때로 나 자신이 우주 법계보다 무거운 셈이군요.
저도 귀동냥 하고 갑니다.

혜덕화 2009-11-15 16:37   좋아요 0 | URL
우주 법계보다 무거우니 우리가 이렇게 아상을 놓지 못해 버둥거리다 가는거겠지요.
저도 상을 놓았다기 보다는 실수로 놓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이래저래 주변에서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는 가을입니다.
아니 눈이 왔으니 겨울인가요? ^^
 

1. 

주말이면 큰 아이가 집에 온다. 

이루마의 "when the love falls"를 요즘 배웠다고 들려준다. 

이 음악 참 슬프다, 말하는 순간 눈물이 쏟아진다. 

전혀 슬프지 않았는데, 이 음악 듣기 전까진 슬픈 생각 안했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길 기다렸던 것일까?  

2. 

아이들 영어노래 부르기 대회가 있었다. 

6학년 여자 아이 하나가 나와서 "you raise me up"을 부른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얼마나 열심히 부르는지, 노래가 마음에 남았다. 

집에서 컴퓨터로 검색해서 듣는다. 

아무도 없는 집, 혼자 저녁을 먹고, 혼자 음악을 듣다가 또 눈물이 난다. 

영락없는 청승맞은 아줌마다.

 

3.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주말에도 남편과 둘이 지내는 날이 많다. 

젊은 날의 열정보다는 함께 늙어가는 애틋함이 있어서 둘이 자주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집을 찾아다닌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등이 켜진 밤길을 건너오면서,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 한 구석엔 슬픔이 가로등처럼 켜진다.   

이렇게 함께 늙어가는 과정을 올케는 모르겠구나, 

아이들 어릴 때의 그 분주함과 여유없음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을 앞세우던 시간이 지나고나면, 이렇게 편안해지는 해저물녘을 함께 할수 없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슬프다.  

운전을 하면서도 슬픔을 상기시키는 음악은 애써 피한다. 

베토벤을 듣거나 금강경을 듣거나 마음의 중립을 지키려 애쓰지만, 덧없음에 대한 슬픔은 사소한 일상에서 나를 찾아온다. 

 

마음이 파도 없는 호수 같아졌다고 믿었는데, 그것이 망상임을 알겠다. 

진정한 슬픔을 경험해 보지도 않고, 동생의 죽음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모래성을 쌓아놓고 튼튼한 수행의 의지처로 생각한 어리석음을 본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덧없고 안타까워서 더욱 아름다운 가을밤이 깊어간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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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하나도 

집이라면 집이지. 

어여쁜 작은 집 

           작은 집, 철수 2000  

 

5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린 시이다. 

이 시를 읽고 우리 집을 비유하여 쓴 아이들의 짧은 동시. 

혼자 읽기 아까워 옮겨둔다. 

 

우리 집 

오선지도 집이라면 집이지 

음표 가족인 우리가 

모두 모여 살고 있으니까.    

    신나라 

 

고린내 나는 양말도  

발에게는  

소중한 집이지  

  김윤지 

 

달걀 바구니 하나도 집이라면 집이지. 

이웃들과 오순도순  

도와가며 살아가는 집 

  김승하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집안에 아무도 없다. 

우리집은 휑 비어있는 황량한 사막 

  정민수 

 

우리 집은 포도나무 

옹기종기 모여 사이좋게 지내지. 

동글동글 우리 집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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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9-2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우리 애들이 민수처럼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안되었네요.... 사막이라니요 원.
다른 친구들은 가족 사랑 듬뿍 받고 잘 자라고 있는 느낌.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혜덕화 2009-09-25 22:02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도 이런 생각하고 자랐겠구나,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민수도 밝은 아이랍니다.
책을 무지 좋아하고 점심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전학와서 적응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우리반 아이들이 워낙 착해서인지 금방 함께 나가 놀더군요.

hnine 2009-09-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집에 대한 아이들의 시가 밝고 긍정적이네요.
저는 서른 넘어서야 집,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비로소 알았는데 말이지요.

혜덕화 2009-09-25 22:05   좋아요 0 | URL
우리 반 아이들이 참 마음이 따뜻해요.
학원에 쫓겨 다니면서도 저렇게 긍정적이니, 참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