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금강경에 박식했던 덕산스님도

용담 스님이 '훅' 불어 꺼버린 촛불 앞에서  

신발을 꿰어신지 못하고 캄캄해져 버렸다. 

덕산 스님은 그 '훅'하는 캄캄함 속에서 일시에

깨달음의 등불을 환히 밝혔다.   

 

거친 업과 생각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사라진다고 달라이 라마는 말씀하셨다. 

매달 하는 백련암 기도로  

삼베에 약 짜듯이  거친 업과 생각은 걸러진 듯 하지만 

용담 스님의 '훅'하는 촛불 꺼지는 소리만 들었을 뿐

컴컴한 어둠 속에 신도 찾아 신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인터넷을 달구는 뉴스를 읽다보면 

사람들의 무자비함에 가슴이 떨린다. 

다른 이의 잘, 잘못에 왜 그렇게들 민감한지 

내 신은 바로 잘 꿰어신고 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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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말씀 새기고 갑니다.
내 신은 바로 잘 꿰어신고 살도록 노력해야지요~ 저도!

혜덕화 2010-10-08 21:45   좋아요 0 | URL
부산엔 오늘 밤 비가 내립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몸에 와 닿는 빗방울 하나의 촉감부터도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군요.
참 아름다운 가을입니다._()_
 

어제는 아이의 입대일, 남편과 논산에 다녀왔다. 

며칠간 계속된 환송만남에 지쳐서인지 아이는 가는 내내 잠을 잤다. 

사방에서 밥 사주겠다고 아이를 불러내는 것을 보고, 아이가 친구들 관계, 선후배 관계에서 인심을 잃은 것은 아니구나 싶어 내심 대견하기도 했다. 

군대 입구에서 아이를 들여다보내고 와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족과 아이들이 함께 스탠드에 모여서 군 생활에 대한 안내 방송을 보고  2시쯤 아이들만 운동장의 뜨거운 햇살 아래로 뛰어나갔다. 날씨가 더워 옷이 온통 땀으로 젖었지만 더위를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단하게 경례 연습을 시키는데, 부모 맘이 다 똑같은지 '충성'하고 거수 경례하는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와 터지면서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만 거의 천명이 넘는 것 같았는데, 따라온 어른들도 많아서 멀리 운동장에 선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입대식이 끝나고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부모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도록 스탠드 앞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부부만 따라갔는데 할머니부터 거의 대가족이 다 따라온 집도 많아서, 아이가 작은 요즘 사회를 반영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부모가 없거나, 바빠서 따라와 줄 수 없는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는 다른 입대 방법도 고려해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학교나 가정이 아이를 지켜주는 울타리였다고 한다면, 군에서 만나게 되는 명령 체계와 부조리함과 판에 박힌 융통성 없는 생활도, 체험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가정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간관계를 배워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낙천적이니 아이도 어디서든 긍정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으리라 믿어본다.

 

아이를 함께 키워낸다는 것, 이런 경험들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혼자 살며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름대로 삶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것도 멋지지만, 이름 없는 부부로 살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것, 이것도 참 멋진 일이다. 

아이로 인해 새로 배우고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내가 두 아이의 엄마임이 참 감사하다. 

 

분만실에서 처음 아이를 안았을때의 뭉클하고 따뜻한 온기와 무게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니가 벌써 이렇게 잘 자라주었구나, 고맙고 대견하다.  

함께 입대한 모든 아이들이 아무 사고없이 건강하게 생활 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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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헤덕화님 오랜만에 뵙는다 했는데 큰일을 치루셨군요.
아드님께서 논산으로 입대하셨다니, 예전 생각 납니다. 저도 똑같이 논산 그 자리에서 부모님과 이별하고 군입대를 했었죠.
어떤 보직으로 입대해, 어디서 복무할진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 군대는 50%의 운과 50%의 자기노력 입니다. 좋은 부모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아왔을테니 잘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뭣보다 건강히 제대하는게 최고고요.^^

당분간 허허로우시겠지만 응원하며 기다리시다보면 곧 연락이 될 겁니다.^^

혜덕화 2010-08-24 17:26   좋아요 0 | URL
저는 왜 루체오페르님을 아가씨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아들 군 입대야 뭐 지가 바쁘지, 저는 바쁜거 없었는데도 컴 앞에 앉는 시간은 자꾸 줄이게 되더군요.
그냥 더워하고 땀 흘리며 여름 보냈답니다.
고마워요.
올 여름 너무 더워서 우리 모두 가을이 오면 자축해야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쯤 후에는 내 모습일거라는 생각에 감정 몰입돼서 눈가가 젖어들며 뭉클했어요.
잘 자라 건강하게 군대 보내는 이 땅의 모든 부모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게 훈련마치고 멋진 군인으로 거듭나겠죠... 같은 맘으로 기도할게요.^^

혜덕화 2010-08-24 18:47   좋아요 0 | URL
내 옆에 홀로 앉은 엄마가 어찌나 우는지, 저도 조금 울었답니다.
아들 가진 부모 맘은 아마 똑같겠지요.
철부지고 게으른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과 제가 한 소리가 같았답니다.
'지금쯤 일어나서 새벽 운동하겠네'
아기 낳았을 때의 감동이 생생한데 벌써 군대를 가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옆에 있을 때 더 소중하게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깊어집니다.
막상 옆에 있으면 잔소리만 하면서도.^^


2010-08-24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8-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사정상 부모중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고 혼자 온 젊은이도 있었을까요? 그런 이의 눈에는 가족들이 함께 와서 격려하고 눈물 훌쩍거리는 장면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아드님 보내시는 마음이 어떠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제 성격 그대로 표현한다면 아마 펑펑 눈물이 나올테지만 제 머리속에서는 눈물 대신 따뜻한 격려로, 웃으며 어깨 몇번 툭툭 쳐주며 보내주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어요. 저의 실제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이 이렇게 다르네요.
아드님, 군 생활 잘하고 나오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2년이 후딱 갔으면 좋겠어요 ^^

혜덕화 2010-08-25 16:0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대학 가고부터는 사실 아이 얼굴 보기 힘들어서, 군대 갔다고 해서 딱히 더 섭섭한 것은 없어요.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가슴 뭉클함이 더 많아서 세월의 덧없음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환하게 웃고 가서,마음이 놓입니다.
가기 싫다고 찡그리거나 억지로 갔으면 더 신경쓰였겠지요.
요즘은 21개월 이라네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올 거라 믿어요.^^
고마워요.

2010-09-1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음과 양은 기가 달라서 그윽함과 드러남이 같지 않다. 물형은 어떤 것은 볼 수 없는 것이 있고 시력이 혹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닭의 눈은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두우며, 올빼미의 눈은 밤에는 밝고 낮에는 어둡다. 이것은 보는 것이 서로 같지 않은 바이다. 

 새는 공중을 날거나 물에 떠다닐 수 있으며 짐승은 땅 위를 달린다. 물고기는 물 속에 잠기고 새와 짐승은 육지에 산다. 이것은 사는 곳이 서로 다른 바이다. 더군다나 기가 다르고 품수가 달라서 맑고 탁함이 유사하지 않은 것은 理로써 알아낼 수는 있으나 情으로 찾을 수는 없다. 

깬 사람은 꿈 속의 물건을 볼 수 없고, 꿈 속의 사람은 깬 때의 물건을 볼 수 없다. 자신의 혼백도 서로 닿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하물며 범상한 정식으로 능히 우주의 미묘한 理氣의 이치를 다 알 수 있겠는가. 

                                                                              술몽쇄언 177쪽  

품수:타고난 천품  

술몽쇄언을 다시 읽다 리뷰 대신 한 구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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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사구게를 생각했다. 

일체 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일체의 유위적인 삶은 

꿈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보라.  

 

영화 제작자가 불교를 알았을 수도 몰랐을 수도 있지만 

액션으로 표현된 유식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짝사랑하는 처녀가 있어 상사병에 든 스님이 

그 처녀와 결혼하여 한 평생을 살았는데 

깨어서보니 잠깐 꿈 꾼 것이었다는 술몽쇄언(?)의 한 부분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하도 오래 전에 읽은 것이라 술몽쇄언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누구나 자신의 앵글로 세상을 본다. 

나는 불교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아들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하였다. 

꿈 속의 꿈.  

꿈에서 깨어 살고있다고 생각하는 이 삶 자체가 꿈일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화두를 들고 극장을 나왔다.

참 더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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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5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8-0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기서 인터넷 세상을 보았는데요. 시뮬라시옹의 세상.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세상.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관계.

혜덕화 2010-08-06 13:53   좋아요 0 | URL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마다 이야기가 달라서 <열린 영화>인 것 같아요.
매일 매일 찌는 듯 덥지만, 여름이니까 흐르는 땀도 즐기려고 합니다.^^
 

생각은 실체가 없다. 

이천배가 가까워질 무렵 습관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생각은 실체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몸의 어디가 가장 힘들지? 

절을 하면서 몸을 보았다. 

무릎도, 허리도 아프지 않다. 

땀이 나긴 하지만, 산바람이 서늘해서 괜찮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귀찮긴 하지만 힘든 것은 아니다.

 

몸의 아무 곳에도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힘들다는 것은 단지 습관적으로 올라오는 생각일 뿐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힘들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생각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경험한 멋진 날.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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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7-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 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막걸리집이 보입니다. 거기서 300미터 직진하시면 됩니다."
목사님에게 길을 물으면 당연히..“저기 교회 보이시죠? 네 그 교회를 지나서 100미터 가면2층에 교회가 보입니다. 그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사람들에게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합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대답합니다.

모두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늘 이해의 대상입니다.

생각은 맨날 '자기'입장에서만 보죠. 나쁜 놈이에요. ^^
실체도 없는 것이...
날이 더워지고 있습니다. 혜덕화님의 정진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
저도 배고플 때면, 아 암것도 아닌 뭔가가 있구나... 배고파하고 있구나... 이러고 느끼려 공부하고 있는데... 느끼기 전에 식당으로 향하는 내 발길은... 바보같아요. ㅠㅜ

혜덕화 2010-07-11 20:36   좋아요 0 | URL
글샘님, 안녕하세요?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불평하기 않기, 비난하지 않기.
입 밖으로 내지 않기는 쉬워도 마음 속으로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남과 다른 나를 보는 동시에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를 내려놓는 것.
이렇게 어려워 출가하고 정진하는 것이겠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후애(厚愛) 2010-07-22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놀러 왔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혜덕화 2010-08-05 17:51   좋아요 0 | URL
후애님, 즐거운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너무 덥지요?
보고 싶은 이들 만나 행복으로 가슴 가득 채워 가시기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