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이의 입대일, 남편과 논산에 다녀왔다. 

며칠간 계속된 환송만남에 지쳐서인지 아이는 가는 내내 잠을 잤다. 

사방에서 밥 사주겠다고 아이를 불러내는 것을 보고, 아이가 친구들 관계, 선후배 관계에서 인심을 잃은 것은 아니구나 싶어 내심 대견하기도 했다. 

군대 입구에서 아이를 들여다보내고 와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족과 아이들이 함께 스탠드에 모여서 군 생활에 대한 안내 방송을 보고  2시쯤 아이들만 운동장의 뜨거운 햇살 아래로 뛰어나갔다. 날씨가 더워 옷이 온통 땀으로 젖었지만 더위를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단하게 경례 연습을 시키는데, 부모 맘이 다 똑같은지 '충성'하고 거수 경례하는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와 터지면서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만 거의 천명이 넘는 것 같았는데, 따라온 어른들도 많아서 멀리 운동장에 선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입대식이 끝나고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부모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도록 스탠드 앞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부부만 따라갔는데 할머니부터 거의 대가족이 다 따라온 집도 많아서, 아이가 작은 요즘 사회를 반영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부모가 없거나, 바빠서 따라와 줄 수 없는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는 다른 입대 방법도 고려해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학교나 가정이 아이를 지켜주는 울타리였다고 한다면, 군에서 만나게 되는 명령 체계와 부조리함과 판에 박힌 융통성 없는 생활도, 체험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가정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간관계를 배워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낙천적이니 아이도 어디서든 긍정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으리라 믿어본다.

 

아이를 함께 키워낸다는 것, 이런 경험들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혼자 살며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름대로 삶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것도 멋지지만, 이름 없는 부부로 살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것, 이것도 참 멋진 일이다. 

아이로 인해 새로 배우고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내가 두 아이의 엄마임이 참 감사하다. 

 

분만실에서 처음 아이를 안았을때의 뭉클하고 따뜻한 온기와 무게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니가 벌써 이렇게 잘 자라주었구나, 고맙고 대견하다.  

함께 입대한 모든 아이들이 아무 사고없이 건강하게 생활 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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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헤덕화님 오랜만에 뵙는다 했는데 큰일을 치루셨군요.
아드님께서 논산으로 입대하셨다니, 예전 생각 납니다. 저도 똑같이 논산 그 자리에서 부모님과 이별하고 군입대를 했었죠.
어떤 보직으로 입대해, 어디서 복무할진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 군대는 50%의 운과 50%의 자기노력 입니다. 좋은 부모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아왔을테니 잘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뭣보다 건강히 제대하는게 최고고요.^^

당분간 허허로우시겠지만 응원하며 기다리시다보면 곧 연락이 될 겁니다.^^

혜덕화 2010-08-24 17:26   좋아요 0 | URL
저는 왜 루체오페르님을 아가씨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아들 군 입대야 뭐 지가 바쁘지, 저는 바쁜거 없었는데도 컴 앞에 앉는 시간은 자꾸 줄이게 되더군요.
그냥 더워하고 땀 흘리며 여름 보냈답니다.
고마워요.
올 여름 너무 더워서 우리 모두 가을이 오면 자축해야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쯤 후에는 내 모습일거라는 생각에 감정 몰입돼서 눈가가 젖어들며 뭉클했어요.
잘 자라 건강하게 군대 보내는 이 땅의 모든 부모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게 훈련마치고 멋진 군인으로 거듭나겠죠... 같은 맘으로 기도할게요.^^

혜덕화 2010-08-24 18:47   좋아요 0 | URL
내 옆에 홀로 앉은 엄마가 어찌나 우는지, 저도 조금 울었답니다.
아들 가진 부모 맘은 아마 똑같겠지요.
철부지고 게으른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과 제가 한 소리가 같았답니다.
'지금쯤 일어나서 새벽 운동하겠네'
아기 낳았을 때의 감동이 생생한데 벌써 군대를 가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옆에 있을 때 더 소중하게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깊어집니다.
막상 옆에 있으면 잔소리만 하면서도.^^


2010-08-24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8-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사정상 부모중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고 혼자 온 젊은이도 있었을까요? 그런 이의 눈에는 가족들이 함께 와서 격려하고 눈물 훌쩍거리는 장면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아드님 보내시는 마음이 어떠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제 성격 그대로 표현한다면 아마 펑펑 눈물이 나올테지만 제 머리속에서는 눈물 대신 따뜻한 격려로, 웃으며 어깨 몇번 툭툭 쳐주며 보내주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어요. 저의 실제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이 이렇게 다르네요.
아드님, 군 생활 잘하고 나오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2년이 후딱 갔으면 좋겠어요 ^^

혜덕화 2010-08-25 16:0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대학 가고부터는 사실 아이 얼굴 보기 힘들어서, 군대 갔다고 해서 딱히 더 섭섭한 것은 없어요.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가슴 뭉클함이 더 많아서 세월의 덧없음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환하게 웃고 가서,마음이 놓입니다.
가기 싫다고 찡그리거나 억지로 갔으면 더 신경쓰였겠지요.
요즘은 21개월 이라네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올 거라 믿어요.^^
고마워요.

2010-09-1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