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1.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합리화 하며 살아간다.
일어난 상황과 그 상황을 설명하는 말 사이의 간격은 아무리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아득한 차이를 품고 있다. 실제 상황을 보면서 중계를 할 때조차 사람들의 생각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져서 판단하며 듣고 본다.
내가 명백하게 잘못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 할 때, 내가 잘못한 부분은 축소하고 다른 이가 왜 나를 화나게 했는지, 상황이 어떻게 되어서 내가 잘못하게 이끌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더 치중하게 된다.
“역사가들은 사건에 대한 당사자 본인의 설명에 어느 정도 회의적으로 접근해야 해.”
p36
이 말에 동의한다. 실제로 내가 본 상황에서는 정말 모질게, 상대가 화를 낼 말을 해 놓고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나는 그냥 이렇게 말했는데-그 당시의 억양과는 다른 평이한 말투로- 상대가 오버해서 받아들였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 다 읽고 나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토니의 전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유산을 남겼는지, 내가 건성으로 뛰어 넘어간 곳이 있어서 내용을 이해 못한 것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첫 페이지를 펼치고 있었다.
두 번째 읽을 때에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신 차려서 한 문장도 건너뛰지 않고 읽었는데도 더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머리가 나쁜 사람인가?’
딸이 가끔 영화를 다 보고도 “엄마 저 영화 뭘 말하는 거야?” 할 때 나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 남겨두고 갑자기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이야기 전편에 깔렸던 문장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억과 실제 상황과의 간격, 기억의 왜곡
사람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스스로를 알고 사는 것은 아니다.
‘자기를 바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작가는 알고 있을 것 같다.
2.
에이드리안의 유서
그는 검시관에게 자신의 자살 이유를 설명해 놓았다. 그는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p88
내가 만약 아주 오랫동안 산다면, 건강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내 한 몸도 못 가누고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면, 수면제를 먹고 내 생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살이라는 말은 무언가 ‘포기’ ‘절망’ ‘견딜 수 없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불교를 믿고 인과를 믿는 사람이 시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생을 인간답게 정리할 수 있는‘ 생의 마지막 결정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