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모의고사를 쳤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아이인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큰 애보다 노력은 배로 하는 데, 성적은 훨씬 처지는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큰 애는 남자 아이라 늦게 와도, 우산이 없는 날 비가 와도 별로 걱정을 하지 않고 키웠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조금만 늦어도, 오후에 갑자기 비가 와도 걱정이 되고 데리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자꾸 일어났다.
삼천배가 끝날 무렵,
예전에 아이가 아플 땐 그저 잘 자라주는 것만 바랬는데 아이에게 집착을 걸어 놓고 걱정을 사서 하는 내 모습이 절하는 모습 위로 겹쳐졌다.
잘 자라주는 것, 성적이 낮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것, 밝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
고마워해야 할 일이 많은 데, 못 가진 것을 걱정하느냐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문득 떠오르는 청화 스님의 말씀
"사는 일은 정성이다."
칼 끝같이 날카로운 해인사 산자락의 꽃샘 바람을 내려두고 오는 길
닦아도 닦아도 쌓이는 먼지같은 일상의 집착과 아상에 이 말을 걸어 둔다.
"사는 일은 정성이다.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