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장, 기억하기 쉬운 세계사
라인하르트 바르트 지음, 콘스탄체 구어 그림, 서지희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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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1장기억하기쉬운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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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다. 우리가 하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며 우리가 받을 후 있는 질문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이기도 하다.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억하기 쉬워야할 것이다.  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의 궤적을 106개의 질문만으로 확실하기 체계를 잡는다. 다만 이 책을 하루 1장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결한 구성과 유익한 재미에 이어서 읽어버리거나 아니면 기억에서 떠올려야할 때 다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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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해서 모르고 넘어가다가는 나의 지적 호기심이 근본없이 흔들리고 말 것이라는 예감은 서서히 들어맞았다. 문학을 즐겨 읽는다면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할 것이다. 또한 철학을 공부한다면 시대적 맥락에서 이해해야하는 것이 절대적이었다. 예를 들어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와 같은 사상들을 떠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영역에서도 시대적 요청에 의해 연구, 개발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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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항상 고민스러웠던 것은 어떻게 역사 공부를 접근해야하는 지였다. 영단어를 A부터 외우거나 수학을 집합부터 공부하는 것. 처음부터 시작하다가 결국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어설픈 시도로는 역사공부를 하고싶지 않았다.  현재의 질문에 과거에서 답하기 위해서는 맥락이 필요했다. 또한  학문에 대한 흥미를 위해서 간결하고 명쾌한 전달이 필요했다. 그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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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이슬람교는 어디서 생겨났나? 
032 바이킹족은 누구인가? 
034 ‘신성 로마 제국’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사용되었나? 
036 정복왕 윌리엄은 누구인가? 
 040 중세 도시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041 흑사병은 무엇인가? 
042 한자 동맹은 어떤 목표를 추구했나? 
 043 잔 다르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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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답이 확실히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인터넷에서 모르는 정보를 검색하듯이 빠르고 간단하게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역사에 대한 쉽고 빠른 접근이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역사가 암기와 평가에 의기소침했던 과목이었다면 이제는 흥미와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이 책은 역사 공부를 위한 즐거운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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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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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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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선택받은 이들의 선물일까. 나의 일상과 거리가 먼 단어처럼 느껴진다. 인식의 가장 강렬하고 확실한 형태로 짐작할 뿐, 내가 깨달음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보통의 깨달음이다. 자신이 보통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제목은 반신반의 속에서 기대에 대한 대답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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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깨어나는 보통의 사람들, 그 마음속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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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대한 저자의 탐색과 탐구는 놀랍다. 연구자로서의 철저함과 영성지도자로서의 직관이 이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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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인 ‘그 상태’를 설명하는 데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보았다. 처음에는 ‘깨달음(enlightenment)’이라는 말을 고려해 보았지만, 나는 이 말이 늘 조금 불편했다. 원래 불교 용어 보리(bodhi)에서 나온 말인데, 그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게 그 한 이유다. 19세기 불교 경전 번역가들이 보리를 깨달음이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보리는 팔리어 동사 부드흐(budh)에서 나온 말로 사실은 ‘깨어난다(to awaken)’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보리를 직역하면 ‘깨어남(awakening)’에 더 가깝다. ㅡ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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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오르게 된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설명하기 위해 동굴의 죄수들을 설정했다. 죄수는 이데아의 세계인 현상계를 확인하고, 그러니까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동굴로 돌아와 각성하지 못한 동료들을 설득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죄수는 안타까워한다. 자신의 각성은 진리를 만났으나 타인의 무지로인해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죄수의 심정에만 집중하자면 그는 좌절할 것이며 고통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의 과정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진리를 향한 시련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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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로 내가 이 책에서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급작스러운 깨어남과 깨어남 뒤의 영적 위기이다. 삶의 절망 앞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힘은 깨달음 뒤의 혼란을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달렸다.
"공허함 안에 고요함이 있고 그 고요가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음" -212쪽. 
연구자로서 풍부하게 수집된 사례중 가장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그레이엄이었다. 그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며 간호하는데 아들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아내 역시 큰 충격으로 그날 저녁 사망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사람을 잃었으며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남편, 아버지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고요에서 평화를 만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시련이라고 느끼는 것은 마치 파도가 친 뒤 적막한 바다처럼 깨달음의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일까.  그 대답에 긍정한다면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지금의 고통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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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놀라운 지점은 깨달음에 대한 탐구가 보통이라는 차원에서 우리의 일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어려운 시대에 암담한 상황이라면 지금의 형실인식은 반드시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남기기 위한 시작일 것이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섬세하게 마음을 연구하는 저자의 치열함이 이 책으로 전해지며 독자로서 앞으로의 시련마저도 긍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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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 톨레의 추천은 그런 의미에서 귀담을만 하다. “삶은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한 것만 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주고 있다. 삶이 우리에게 이 책을 안내자 삼고 친구 삼아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 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통찰들, 스티브 테일러의 강점인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간명한 언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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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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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모라

차가운 계절, 이 책을 읽었다. 차가움을 느끼는 것은 따뜻함이 지나가고 간 후였다. 노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적막한 관계 속에서 어떤 온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라를 만났을 때 혼자라고, 혼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던 시간은 노라가 가진 삶에 대한 냉소적시선을 조금씩 흔들어놓았다.

부모의 재혼으로 만나 자매였다가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되고 또 재회하는 그들에게는 그리움도 반가움도 희미하다.  감정의 폭이 깊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함일까. 그럼에도 그들이 함께한 7년은 마음을 기댈 수 있었던 시간이다. 그들의 상황은 학대 혹은 방치에 가깝고 무관심과 언어폭력을 문제삼지 않을 만큼 만성적으로 노출되어있다. 불우한 상황에 시달리거나 혹은 대항하기보다는 익숙함으로 스스로를 지킨다. 서로의 존재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존재와의 관계를 자신의 삶에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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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가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깬 사람처럼 멍하니 눈을 뜬다. 갑자기 느껴지는 손의 서늘한 감촉이 낯설어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지던 날까지 먼저 뭘 하는 건 언제나 나였다.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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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만난 이 책은 처음에는 제목도 작가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궁금함을 접어두고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간결한 문장에 처연한 감정이 담겨 있있기에 두고두고 밑줄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 내에서의 심리적 갈등이나 무관심,언어폭력을 다루며 전형성을 벗어나 그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노라의 서술이 있었는데 노라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 노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감정의 깊이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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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제목이 공개되고 반가운 마음이 컸다. 특히 노라와 모라 라는 제목에 애정이 생겼다. 첫만남에서 자매이름 같다는 엄마의 대사가 떠올랐다. 이보다 더 이 책과 어울리는 제목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이 되기 위해서 인물은 독자의 인상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야할 것이다. 노라는 이미 나에게 충분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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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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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곁에두는마음
박성우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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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시인의 시든, 에세이든,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든 그의 책을 읽으면 시인과 가까워지는 마음이 든다. 투명한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장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의 첫시집부터 소중한 마음으로 읽었구나 이십년전 전이다. 시인이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시를 통해 시인을 짐작하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시를,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번져오는 빛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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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위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씩 일상을 찾아갔다. 돌이켜보고 말 것도 없이 순간순간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마음들, 마음은 마음으로 머물지 않고 따뜻한 손길이 되고 힘찬 걸음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을 새삼 알아갔다. 부디 그대들도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은 더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열어가시길!-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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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 말고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었을 내 어머니, 더러는 변기에 앉아 쉬기도 했을 내 어머니. 엄마, 여기가 내 방이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내가 쓰는 의자에 어머니를 앉게 했다. 방이 널찍하니 좋구나, 회전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어보던 어머니는 한참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그때 나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선 나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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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시인의 첫시집 거미를 기억한다. 여러편의 시 중 그가 수업을 들을 때 친구들과 놀러간다던 엄마가 학교 청소를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오늘 하루 오지게 놀았다며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날의 엄마를 기록한 아들이 교수가 되어 엄마를 자신의 연구실에 초대했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이어진다. 나는 이십년 전에 쓴 시인의 시와 이십년후의 에세이를 동시에 떠올렸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보상이자 축복이다. 그리고 그는 삼년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시인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로부터 하고싶은 대로 하라는 진심의 지지를 받는다. 조건없이 존재를 믿어주는 마음, 어머니의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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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박성우 시인의 책들이 몇권있었다. 시인의 투명한 마음을 선물하는 것도 기쁘기에 지인에게 선물한 적도 있었다. 또 아홉살 마음사전과 같은 책은 아마 많은 아홉살들에게 마음의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전에 선물한 적이 있는데 기분에 따라 수시로 사전처럼 찾아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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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마치 일기장을 열어보는 것처럼 그가 그대로 보이는, 음성이 들리는 에세이다. 지금까지 박성우 시인의 맑은 시선과 마음을 믿고 읽어왔기에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 귀하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일상의 에세이들도 많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우물에 미숫가루를 풀어넣던 에피소드나 첫 보이스카우트로서 어머니들이 솥단지를 들고 캠핑에 따라온 이야기도 재미있다. 순박하고 천진한 웃음들이 시인의 어린시절을 빛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일상의 틈에서 떠올린 감상에도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아왔을까 짐작했다면 그 궁금증이 확실히 풀렸다. 착한 글을 쓰는 사람이 착하게 살아온 삶에 대해서 나는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래에도 확신을 하고 싶다. 좋은 책으로 또 만나기를. 그리고 감사함을 간직한 독자가 있다는 것을.

또한 일러스트 역시 글의 감성을 잘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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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질문 책 - 있잖아, 궁금한 게 있어!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레오노라 라이틀 지음, 윤혜정 옮김 / 우리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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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첫질문책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느누능력. 그 두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메리올리버<휘파람을 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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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능력은 무지에서 출발하지만 그 도착은 답을 아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질문을 통해 삶에 등불을 비추는 인식의 범위가 달라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은 중요한 능력이다. 그래서 <나의첫질문책>을 만났을 때 반가웠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질문에서도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질문들도 과감하게 던짐으로써 생각의 힘을 키워주기도 한다. 질문을 받고 있지만 질문의 답을 넘어서 생각의 근육이 키워지는 독서경험이다. 물론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며 동시에 나의 마음에도 물음표들이 솟아올랐다. 질문은 편견의 벽에 금을 가게 해주고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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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질문들은 단순하다.
"친구가 많을수록 좋을까?"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다른 사람이랑 비슷하게 살면 늘 좋을까?"
의외의 질문들도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수도 있을까?"
그리고 어른에게도 살아가면서 지혜를 주는 질문도 있다.
"언젠가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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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고 대단하신 그림이 이어진다. 대답을 찾는 것은 읽고 있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읽을 때마다 대답이 달라질것이다. 그 성장의 과정이 반갑고 기대된다.

도서협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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