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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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모라

차가운 계절, 이 책을 읽었다. 차가움을 느끼는 것은 따뜻함이 지나가고 간 후였다. 노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적막한 관계 속에서 어떤 온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라를 만났을 때 혼자라고, 혼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던 시간은 노라가 가진 삶에 대한 냉소적시선을 조금씩 흔들어놓았다.

부모의 재혼으로 만나 자매였다가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되고 또 재회하는 그들에게는 그리움도 반가움도 희미하다.  감정의 폭이 깊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함일까. 그럼에도 그들이 함께한 7년은 마음을 기댈 수 있었던 시간이다. 그들의 상황은 학대 혹은 방치에 가깝고 무관심과 언어폭력을 문제삼지 않을 만큼 만성적으로 노출되어있다. 불우한 상황에 시달리거나 혹은 대항하기보다는 익숙함으로 스스로를 지킨다. 서로의 존재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존재와의 관계를 자신의 삶에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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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가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깬 사람처럼 멍하니 눈을 뜬다. 갑자기 느껴지는 손의 서늘한 감촉이 낯설어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지던 날까지 먼저 뭘 하는 건 언제나 나였다.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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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만난 이 책은 처음에는 제목도 작가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궁금함을 접어두고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간결한 문장에 처연한 감정이 담겨 있있기에 두고두고 밑줄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 내에서의 심리적 갈등이나 무관심,언어폭력을 다루며 전형성을 벗어나 그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노라의 서술이 있었는데 노라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 노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감정의 깊이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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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제목이 공개되고 반가운 마음이 컸다. 특히 노라와 모라 라는 제목에 애정이 생겼다. 첫만남에서 자매이름 같다는 엄마의 대사가 떠올랐다. 이보다 더 이 책과 어울리는 제목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이 되기 위해서 인물은 독자의 인상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야할 것이다. 노라는 이미 나에게 충분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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