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의 깨달음
.
.
깨달음은 선택받은 이들의 선물일까. 나의 일상과 거리가 먼 단어처럼 느껴진다. 인식의 가장 강렬하고 확실한 형태로 짐작할 뿐, 내가 깨달음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보통의 깨달음이다. 자신이 보통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제목은 반신반의 속에서 기대에 대한 대답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깨어나는 보통의 사람들, 그 마음속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
깨달음에 대한 저자의 탐색과 탐구는 놀랍다. 연구자로서의 철저함과 영성지도자로서의 직관이 이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
.
이 책의 주제인 ‘그 상태’를 설명하는 데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보았다. 처음에는 ‘깨달음(enlightenment)’이라는 말을 고려해 보았지만, 나는 이 말이 늘 조금 불편했다. 원래 불교 용어 보리(bodhi)에서 나온 말인데, 그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게 그 한 이유다. 19세기 불교 경전 번역가들이 보리를 깨달음이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보리는 팔리어 동사 부드흐(budh)에서 나온 말로 사실은 ‘깨어난다(to awaken)’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보리를 직역하면 ‘깨어남(awakening)’에 더 가깝다. ㅡ28쪽
.
.
깨달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오르게 된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설명하기 위해 동굴의 죄수들을 설정했다. 죄수는 이데아의 세계인 현상계를 확인하고, 그러니까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동굴로 돌아와 각성하지 못한 동료들을 설득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죄수는 안타까워한다. 자신의 각성은 진리를 만났으나 타인의 무지로인해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죄수의 심정에만 집중하자면 그는 좌절할 것이며 고통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의 과정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진리를 향한 시련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성장하는 것이다.
.
.
그러한 이유로 내가 이 책에서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급작스러운 깨어남과 깨어남 뒤의 영적 위기이다. 삶의 절망 앞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힘은 깨달음 뒤의 혼란을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달렸다.
"공허함 안에 고요함이 있고 그 고요가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음" -212쪽. 
연구자로서 풍부하게 수집된 사례중 가장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그레이엄이었다. 그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며 간호하는데 아들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아내 역시 큰 충격으로 그날 저녁 사망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사람을 잃었으며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남편, 아버지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고요에서 평화를 만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시련이라고 느끼는 것은 마치 파도가 친 뒤 적막한 바다처럼 깨달음의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일까.  그 대답에 긍정한다면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지금의 고통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
.
이 책의 놀라운 지점은 깨달음에 대한 탐구가 보통이라는 차원에서 우리의 일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어려운 시대에 암담한 상황이라면 지금의 형실인식은 반드시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남기기 위한 시작일 것이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섬세하게 마음을 연구하는 저자의 치열함이 이 책으로 전해지며 독자로서 앞으로의 시련마저도 긍정하게 한다. 
.
.
에크하르트 톨레의 추천은 그런 의미에서 귀담을만 하다. “삶은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한 것만 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주고 있다. 삶이 우리에게 이 책을 안내자 삼고 친구 삼아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 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통찰들, 스티브 테일러의 강점인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간명한 언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