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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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안하는녀석들
김려령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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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환경에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아이. 현성. 사기를 당하고 집을 잃어 철거를 앞둔 비닐하우스에 기거한다.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기 친 삼촌을 찾는다는 이유로 집을 나가고, 엄마는 가사도우미부터 식당일까지 한다. 친구도 별로 없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어둡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누가 전달하는지에 따라 서사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저 사연을 신문기사에서 만난다면 딱한 사정에 연민의 감정을 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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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김려령작가를 통해서 배운다. 작가는 이야기의 인물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불우한 상황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보면서도 그들의 과장되지 않은 삶의 담백한 장면과 그에 베어든 재치와 공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어떤 난관에서도 삶에는 명랑한 리듬이 있다. 서로에게 씩씩함을 보여주고  애써 유머를 보여준다. 회복탄력성,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더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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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딱한 사정에서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유쾌한 녀석들의 마음을 가까이서 짐작함으로 내 삶에도 긍정의 기운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사전서평단에게 제공되는 가제본도서로 2/3만이 제공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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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 다림 청소년 문학
남유하 외 지음 / 다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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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모든책들의도서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수만권의 책들 사이에서 황홀한 방황을 한다. 미로를 헤매고 있지만 도착지로 가장 멀리 가는 길을 찾는다. 정적속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이 마음은 한껏 즐거워진다. 여유를 찾을 수 없을 때, 도서관으로 숨었다. 그곳에서 합당한 휴식을 누렸다. 학창시절에는 읽지도 못할 책을 잔뜩 빌렸다가 그대로 반납하기도 했다.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공부하기 싫을 때는 자료실에서 신간을 찾아 읽으며 쉬고 갔다. 책의 표지, 책의 제목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기도 했다. 특히 시집들의 제목을 이어가는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책날개의 자기소개를 보며 부러움과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에게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가 쌓여있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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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 <도서관을 훔치다>
세상모든책들의도서관은 책과 도서관에 대한 청소년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내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의 첫 작품인 "도서관을 훔치다"에 받은 인상 때문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 그는 도서관의 요정이라는 장난을 하며 책제목으로 이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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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거야?”
나는 목소리를 죽이고 물었다.
“마법이야.”
“뭐?”
쉿. 이세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웃었다. 마법이라고? 세상에 마법이란 게 정말 있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마술 같은 거겠지. 하지만 마법이든 마술이든, 파랑새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세의 말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친구라면 마냥 귀찮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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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틈이 벌어지고 신비로운 도서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소중한 친구가 된다. 도서관에서 책들의 힘으로 마법이 일어나고 호기심 이상의 마음이 세이와 이세, 서로에게 싹튼다. 이세를 상상하며 도서관 로맨스에 빠져들었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도서관 창에 기대 커튼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보였던 후지이이스키를 떠올렸다. 도서관의 요정이라는 이세의 모습은 어떨까. 이세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소설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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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갖게되는 책 때문에 여장을 하고 여학교에 가는 성혁이의 허당 스릴러,
정해연, <뺏어준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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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전쟁이라는 특별한 소재로 시선을 끄는 SF,
문지혁,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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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은 책을 찾기위한 소녀 사랑의 흥미진진한 모험,
정명섭, <모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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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귀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며 몰입감을 주는 공포소설,
전건우, <귀서(鬼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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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도서관이라는 소재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된 단편소설로 무한한 상상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장르를 만난다. 책에 대한 상상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이야기를 파생시킨다. 한권의 책에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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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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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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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지향점이 될 것이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탐색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야기마다, 장르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토록 놀라운 상상의 서사와 강렬한 몰입감으로 시선을 끌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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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덜트를 위한 소설. 특별한 장르의 선호없이 읽는 나로서는 영어덜트라는 세대를 타겟한다는 것이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영상과 모바일 친화적 환경에 적응해나갔던 우리와 달리, 이미 태생부터 그들의 환경은 인터넷부터 영상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이 소설을 보고 든 생각은 소설의 서사보다는 반전을 거듭하는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영하 41도의 혹한기에서 액터와 디렉터, 특권층만 살아가는 스노볼이 있다. 발전소 노동자인 초밤은 스노볼이 디렉터가 되는 것을 꿈꾼다. 발전소의 쳇바퀴를 돌려 스노볼의 에너지를 만든다. 초밤은 타인과 구별되는, 특별한 자신만의 서사를 꿈꾼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열망은 스노볼이 입성하고 싶은 욕망으로 자리잡는다. 디렉터 차설의 제안으로 자살한 인기액터 전해리의 대역을 맡는다. 그러나 단순한 지역이 아닌 완벽한 리얼리티쇼에서 해리가 된 것이기에 그녀의 삶에 이입된다. 불행을 찾아다녔다는 해리. 인형처럼 이용당한 것은 아닐까. 불길한 예감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스노볼에서 날씨를 담당하는 기상캐스터라는 화려한 삶, 유명인사와 어울리며 최상류층의 삶을 살면서도 공허감과 의문은 이어진다. 초밤이 혹은 해리, 경계에서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음모의 세계를 밝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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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하나의 서사로 이 많은 이야기를 심도 깊게, 또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는 것에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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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한국소설의 젊은 감각은 어디까지 뻗어 나가고 있는 걸까. 반전된 「트루먼 쇼」에 『적과 흑』의 쥘리앵 소렐이 출연해 「설국열차」의 욕망에 휘말리는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민규동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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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에서 제일 공감되는 문장을 가져왔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특권층만 인물들의 리얼리티쇼이다. 그렇기에 트루먼쇼를 연상하면 동시에 계급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또한 극한의 기후위기상황에서 설국열차가 연상된다. 이 소설은 청년의 자아찾기임 동시에, 빈부격차,계급문제, 기후문제 등 현재 사회의 화두를 던진다. 아주 흥미진진한 서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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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스노볼 #창비사전서평단 #영어덜트소설 
#장르소설 #카카오페이지 #창비소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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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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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책의 제목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애잔하다. 김수영의 '사랑'의 구절이 연상되면서 동시에 마치지 않은 문장에서 여운을 느낀다. 배웠는데,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을 전할 수야 없지만 누구든 마음 속에서 말줄임표를 붙이며 짐작해보게 한다. 아마도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고 떠났을까. 아니면 너에게 배운 사랑을 나는 전하지 못했을까. 나는 후회를 하거나 포기를 할때 그러했는데, 라는 표현을 썼기에 이 제목은 마음에 정착하지 못한 채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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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놓치는 행간 속에서 맥락이 아닌 영감속에서 시는 숨쉬고 있는지 모른다. 나에게 시는 언어로 만든 견고한 벽처럼 느껴졌다. 구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면서도 작품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낙담했다. 타자화된 감상 속에서 시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삶속에서 '번개처럼 금이간 얼굴'을 마주할 때 맥락없이 시의 구절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 실린 김수영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너의 얼굴은 불안하다. 내가 너로부터 배운 사랑을 너는 지키지 않는다. 너에게서 배운 사랑은 너의 변함으로 인해서 나를 배신한다. 나는 사랑이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너의 얼굴은 "번개처럼 금이 가 있다. 그건 사랑 때문일까. 아니,너와 나 때문이다." 105쪽

나는 오래전부터 시에 관해서 특히 한국 현대시에 관해서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쪽도 아닌 글, 내가 읽은 시들이 저절로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말이 말을 이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시 한편에 실린 고 허수경 시인의 해설은 시 안으로 깊이 들어가게 해준다. 그 안을 돌아보고 일상의 한 지점으로 이끌기도 한다. 시 안에서 헤매이던 마음이 이제야 길을 따라간다. 구절들은 전과 다른 무게와 깊이로, 그리고 마음에 새롭게 적힌다. 전해진 진심을 느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전해겠다고 다짐한다. 

수없이 멈추고 인덱스를 표시하고 따라 쓴 구절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대 시인 뿐아니라 문학교과서에서 만난 20세기 초반의 시인들을 그리고   타국의 낯선 시인들의 시도 담겨있다. 역자가 없는 경우는 고 허수경 시인이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우리 곁을 떠났지만 시를 읽고 쓴 애정깊은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책을 만나 기쁘다. <시로 여는 아침> 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된 짧은 글들이 '허수경이 사랑한 시'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다. 시를 나는 허수경 시인으로 배웠다. 그때 만난 많은 시인들의 이름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오늘 가장 밝게 빛나는 별, 그리고 별을 따라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고맙고 소중한 별이 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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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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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우리라고부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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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나도 그렇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투운동에서의 미투는 좀더 다른 차원을 포함한다. 나도 그렇기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된다. 함께 하기에 우리인 것이다. 우리라고 부르고 우리로서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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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이 있었다. 알아야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너무나 참혹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연히 회피의 감정으로만 거리를 둘 수 없는 문제였다.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연대감과 용기가 지금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라는 태도가 아닌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연대의 시작은 불꽃추적단 불과 단의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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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신분으로 텔레그램N번방을 추적해온 단과 불. 참혹한 사건이라고 거리두기 싶었던 마음이 이 사건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가 진실을 알리는 두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알고 싶지 않다고 일어난 일에 대해 알고자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또한 비겁한 일이다. 치열하게 추적하고 고발해온 두 사람의 용감한 기록을 읽음으로서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시작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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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기사처럼 일어난 사건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불과 단의 이야기, 일상에서 취재를 목표하는 과정이 현대사회의 고착화된 성평등 차원의 문제의식 또한 담아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된다는 것의 출발이 공감이라면, 여대생들의 결심은 뜨거운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이 사건의 피해자와 연대하는 방식이 취재라면, 독자에게는 우선 이 책을 읽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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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앞으로의 미래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시도들에 대해 말한다. 1부가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 보도된 현재라면 2부는 사건을 취재하게 될 여대생들위 문제의식, 즉 과거로 볼 수 있다. 또한 3부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봄음으로써 단순히 사건의 취재와 전달을 넘어서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의 연대까지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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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남아, 외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하며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내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추적단 불꽃은 성범죄 피해자의 고발을 지지한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몸을 통과해 심장을 건드렸다. 피해자의 상처가 나의 고통으로 바뀌어 발화하는 순간, 뜨거운 용암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294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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