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클래식 클라우드 28
김주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팽
김주영
클래식클라우드
아르테
.
.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
일상은 우아한 시선을 만나 낭만의 시간으로 변한다. 익숙한 클래식임에도 쇼팽의 녹턴에서는 어떤 순간이든 무장해제된다. 쇼팽의 음악에 대해서 수차례 들어왔고 어디선가 들리고 있지만 피아니스트 쇼팽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상드와의 강렬한 사랑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상이 궁금했다. KBS클래식 FM을 진행하는 김주영피아니스트는 쇼팽의 숨결을 따라 여행을 떠나며 그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 클래식클라우드의 멋진 시도는 과거와 현재, 다른 시공간이 통로로 이어지며 독자에게 낯설지만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
.
그는 1810년 폴란드에서 프랑스계 폴란드인으로 태어나 음악이라는 취미를 공유한 부모님과 유년을 보내고 피아노의 첫발을 내딛게 해주고 작곡의 기초를 가르쳐준 두명의 스승을 만난다. 또한 청소년이 되어 친구와 우정을 쌓고 짝사랑도 경험한다. 그의 모든 순간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성공적인 데뷔를 통해 젊은 거장의 출연을 알린 것이다.
그러마 조국 폴란드의 바르샤바 함락과 영토분할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음악적 활동을 파리에서 이어가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예민한 성격으로 수시로 우울감이 찾아오고 연주로 이를 버티어낸다. 이후 운명의 여인인 조르주 상드를 만나고 음악적 전성기와 인생의 안정기를 맞아 최고의 걸작을 작곡해낸다. 상드의 저택이 있는 노앙에서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쇼팽의 명곡들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 그의 기력은 쇠약해지고 주변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다.
.
.
쇼팽의 삶의 서사에는 마치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있고 예술적 영혼이 숨쉰다. 또한 이를 따르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여정은 그의 현재와 과거의 쇼팽을 이어주는 강렬한 힘이 존재한다. 쇼팽의 일대기이면서도 그의 공간을 따르며 쇼팽의 음악과 오늘날의 클래식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부분들을 통해 쇼팽에 대한 이해가 전보다 깊어졌다.
.
.
클래식클라우드의 이러한 시도는 우리 삶에 과거의 예술을 생생하게 위치시키며 독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쇼팽의 여정을 따르며 그를 소개한다는 것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다른 누구도 떠오르지 않은 가장 완벽한 조합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늘 가까이해온 녹턴과 폴로네즈를 듣는 마음이 새로워졌다. 나는 KBS클래식FM의 팬으로 쇼팽의 음악은 신청곡으로 특히 자주 나온다. (심지어 시간을 알려줄 때도 나온다.)오늘도 반갑게 그리고 어딘가 가슴 벅차게 쇼팽의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버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1
박기영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버드
#박기영 #우화소설
#교유서가
.
.
우화소설을 읽는 이유는 우리의 익숙한 시선을 낯설게하며 새로운 지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바라보는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동물의 목소리로 전해지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동물의 생태보다 인간의 본질일 것이다.
.
.
예전에 창작을 공부할 때 의인화동화, 동물 동화를 시도해본 적이 있다. (이 얘기를 안하고 싶지만...) 일단 우화를 쓴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동물의 생태와 자연에 대한 자료조사 뿐만 아니라 동물에 이입하여 인간 세상을 새롭게 바라봐야한다. 동시에 훌륭한 우화소설이라면 인간이 놓친 지점은 비유적으로 제시하여 교훈을 남길 것이다. 이 어려운 과정의 밑바탕에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하늘을 날던 모든 새에게 감사한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전하는 작가를 무한히 신뢰하여 존경하게 되는 이유다.
.
.
이 책은 등단 40년만에 선보이는 박기영 시인의 우화소설이다. 새들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소설이지만 그들의 시선으로 전하는 지혜는 단순하지만은 않다. 쉽고 간결한 서사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깊은 사유로 접근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
.
6편의 단편소설이 있는 이 책의 첫 작품은 <말썽꾸러기 리처드>다. 제목을 보면 쾌활한 분위기와 명랑한 주인공을 연상시키지만 까마귀들과 까마귀를 내쫓는 까마귀 청소부 리처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까마귀를 쫓는 리처드에 이입하여 까마귀를 귀찮은 존재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까마귀들의 시선이 된다면 피하고 도망치기만 바쁠 것이다. 하지만 까마귀들은 리처드를 말썽꾸러기로 부르며 그의 만행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한다. 갈매기 브랜든과 부엉이 러레인도 지혜를 더한다. 그리하여 까마귀대책위원회의 결론은 자기보존의 이익과 인간과늬 동행에 가깝다. 예상치못한 지혜로운 마무리가 오래 와닿는 작품이었다.
.
.
다음으로 인상을 준 작품은 <앵무새부코>였다. 사람의 말을 따라하고 관상용으로 키워지는 앵무새를 보는 새들의 시선은 어떨까. 말을 할 수 있다는 의아함과 스카이트레인을 탄다는 지적으로 대책회의를 하기도 한다. 새라는 부코의 직위를 논의하기위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다. 이제 몰려드는 새들을 보면 어떤 문제로 모여든 새들의 회의를 떠올릴 것이다.
.
.
이 책에 함께 실린 단편들을 보면서 영화의 시점에서 birds eyes of view가 떠올랐다.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들의 시선에는 닿을 수 없는 지점에서 깨닫는 사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케티의사회주의시급하다
토마피케티
은행나무
.
.
'사회주의 시급하다'는 제목은 강렬하고 단호하다. 하지만 명료한 문장을 정확히 읽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피케티의 방점은 대안적 의미에 찍혀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사회주의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대안으로 참여사회주의를 요청하는 것이다. 또한 피케티의 주장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척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를 위한 재분배, 사회보장제도, 권력과 자산의 순환에 기초하고 있다. #21세기자본론 을 통해 경제학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피케티가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의 필연적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
.
이 책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적 코로나19사태를 포함하고 있는 최신의 경제논평집이다. 주로 프랑스의 정치, 경제적 문지와 제도를 중심으로 다루며 경제적 수치를 설명하는 도표와 그래프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체로 짧은 경제논평이며 국제적인 이슈들의 우리의 정세와도 연결되어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다.
.
"국제주의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려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주도한 절대적인 자유무역 추구의 이데올로기를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다른 모습의 경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조세 정의 및 환경정의 분야에서 분명히 규정되고 또 검증될 수 있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발전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발전 모델은 궁극적인 목적에 있어 국제주의적인 성격을 띠어야 하고, 실제적인 실행 방식에 있어 국가별 주권 존중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31쪽)
.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재분배의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이며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의 병폐이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재분배의 맥락에서 등장한 적극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조세정의도 마찬가지다.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과 조세정의에 대한 요구와 제도적 합의가 논의되고 있다. 물론 프랑스 위주로 다뤄지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을 비롯, 인도 등 세계의 많은 나라의 상황들이 담겨 있다. 총체적으로 그의 세계 불평등 현황에 대한 진단이 말미에 나와있기도 하다.
.
.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국 등의 경우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혜안에 주목하게 된다.
대체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분석에 익숙한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선에 깊은 신뢰가 갔다. 특히 2016년부터의 논평이기에 트럼프 당선을 우려하고 마크롱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내가 알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좁지만 위대한 학자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
세계 경제나 국제 사회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단지 정치 경제의 차원에서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적 태도와 환경친화적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여성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방위적인 인식의 변화가 이어져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
.
21세기자본론의 극히 일부만 읽어본 나로서는 시의성에 맞는 논평이 호흡이나 주제에 있어서 훨씬 읽기에 수월했다.
물론 생각하지 못한 주제나 프랑스 정세에 집중된 부분은 깊이있게 읽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회주의라는 말을 다시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그의 말에 실리는 무게는 현재의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었다.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각의 폭력 -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
유서연 지음 / 동녘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각의폭력
#유서연
#동녘
.
.
본다는 행위에는 주체와 대상이 설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주체는 대상에 대해 주관적인 감상과 평가를 할 수 있다. 본다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무언가 보고있으며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 이 시선의 촘촘한 감옥은 단순히 상징을 넘어서고 있다. 첨단 디지털기기의 보편적 사용으로 타자화된 시선은 간단한 방식으로 폭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관음증과 딥페이크, n번방 사건, 리벤지 포르노 등등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이는 일부의 문제일까. 단순하 첨단기술에 접근이 용이한 이유일까.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철학적 접근을 통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책의 시도이다. 가장 고귀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이 권력을 남용하는 지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남성들이 대상을 타자화하는 원인과 결과에는 시각이 중심이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의도는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상을 억압하는 시선의 역사를 주목한다는 데 있다.
.
.
이 책은 시선이 가장 낯익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제로 고대 그리스의 관조부터 관음증, 카메라, 렌즈 등의 맥락을 잡아나가는 중요한 시도를 보여준다. 플라톤이 시각을 정신의 눈으로 보고 다른 감각에 우선하는 경향과 서양 철학이 빛의 은유로 물들어 있음을 설명한다. "철학사 전체가 광학"이라는 데리다의 비판적 성찰에서 알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다는 감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점검하며 그 안의 권력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2부는 보는 폭력의 범죄를 단순히 범죄자들의 가학적 성향을 탓하고 또 비판하는데 넘어서 인간욕망의 본질과 철학적 전통에서 근거를 찾는 굉장히 깊이있는 시도였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에서 카메라 혹은 렌즈 등 보는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대상들과 또 이를 다루는 인간의 욕망이 맥락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관음증, 딥페이크, n번방 등의 사건응 개인의 일탈과 범죄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
.
철학이나 사회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현재의 맥락에서 사유와 통찰을 통해 좀다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문제상황에 대한 현명한 시선을 키웠다면 보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제안 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각의 폭력>은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로 폭력의 근본적 종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러니스트
유영만
EBSbooks
.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사람은 모두가 아이러니트스입니다."
.
.
철학은 잘 아는 것과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앎과 삶에 대한 지혜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안다는 확신 뒤에는 언제나 회의와 의심이 뒤따르고 행동에는 후회와 걱정이 이어진다. 대체 왜 나의 삶의 가장 강렬한 주체임에도 곁눈질하고 머뭇거리는 걸까. <아이러니스트>는 가장 확실한 대답이 된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는 문구가 나온다. 내가 그중 하나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그러한 해방감과 자유를 위해서 살고자 하면서도 자극과 방법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
.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철학과 삶의 접점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1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고유 능력에서 찾아봄으로써 이를 현대의 삶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현재의 지디털 시대의 간극은 이론적을 기반으로 명확하게 전달된다. 질문, 공감, 상상, 실천으로 정리되는 오늘날의 실천적 지혜를 삶에서 잊지 않고 실천하고 싶다. 또한 듀이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인 유영만교수님이 직접 마라톤에 참가한 경험이 나온다. 사유를 삶으로 체화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책을 읽으며 실천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만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니체,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푸코 등의 다소 어려운 서양철학에서 우리의 삶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깊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삶의 에너지를 주는 문장들이 많았다.
.
.
이 책은 '아이러니스트'에 동참하기를 제안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렁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사람은 모두가 아이러니스트입니다."(14쪽)
일상의 철학자, 아이러니스트가 되려는 시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