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레의 민중
쥘 미슐레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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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면 비범한 인물에게 시선이 사로잡힌다. 영웅적 면모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존경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누구에 의한 누구의 시대'라고 통칭하기에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바로 민중이라는 개념에서 역사에 접근한다면 영웅적 개인이 아닌 수많은 민중에 의한 역사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 과정은 <미슐레의 민중>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거의 민중들의 강렬한 힘을 발견함과 동시에 나 역시 오늘의 민중의 대열에 속한다는 생각으로 벅찬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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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동료역사가에게 쓰는 편지로 서문을 시작한다. "고독한 작가는 군중 속으로 몸을 던져 소음을 듣고 말을 기록했다"는 시도에서 자신의 기록과 연구에 대한 결심을 볼 수 있다. 그는 민중에 대해 연구하면서 "결핍과 무질서와 비참한 악덕 속에서도 풍요로운 감정과 선한 심성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타인의 멸시와 가난 속에서 살아온 힘없는 민중들이 가장 진심어린 선을 실천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수가 되어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질 미슐레의 연구 동기를 확고히 할만큼 민중들의 선한 마음은 어디에 기반한 것일까. 잠시 이 페이지에 머물러 생각에 잠겼다. 롤즈의 정의론에 따르면 자신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마음에서 무지의 베일을 쓰고 최소수혜자를 위한 분배적 정의에 동의한다.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타심이 발휘된 일들이 굉장히 많다. 쥘 미슐레 역시 "헌신과 희생의 능력"을 인류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최고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가 민중을 연구주제로 결심한 강력한 동기들이 서문에서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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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구주제로 민중이 다뤄지지 않았음을 문제제기하며 민중의 본능을 다각도로 연구한다. 저자의 목소리는 다소 고양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내 경우에는 그런 이유로 가독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민중을 중심에 둔 역사서라지만 민중에 대한 저자의 감탄과 애정으로 문학적인 표현들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연구서라기보다는 감동어린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무심코 따라 읽고나면 내 마음 속에서도 어떤 울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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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작하는 아트 테라피 - 그림으로 마음의 안부를 묻다
주리애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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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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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여유. 시선을 작품에 고정하고 천천히 전시회장을 걷는 속도와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고요를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바쁜 일 없이 대상을 바라보며 오직 대상과의 시간에 집중한다. 미술 작품을 보든, 그림을 그리든 우리 일상을 우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순서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본다. 여유가 있어서 미술을 하는걸까. 미술을 하게되니 여유가 생기는걸까. 그 전후관계를 따지는 것이 미술활동이 나의 일이 아닐 때 가능하다. 내가 직접 보고, 그리며 일상에 미술을 깊이 끌고 오면 나 자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 그래도 아트테라피의 시작이다. 미술과 가까운 일상은 그 자체가 여유이며 평화가 된다. 그런데 '테라피'라는 말이 붙으면 치유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할 것만 같다. 아픈데는 없지만 좀더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싶을 뿐이라면 테라피라는 말은 너무 거창해보인다. 어딘가 찾아갈만큼 힘든 것 같지 않다. 그러한 고민이 계속 될때 읽어볼만한 책이다. #혼자서시작하는아트테라피 는 누구나 쉽게 미술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어루만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자가미술치료 를 시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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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평가받는다. 하지만 미술치료에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심에 둔다. 과정에 참여하여 이를 즐긴다면 결과물과 관계없이 성공이다. 따라서 망한 그림이 있을 수 없고 잘 그리려는 부담감도 필요없다. "치유를 위한 미술작업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66쪽) 이라는 말은 자가미술치료를 위한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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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정말 인상깊은 점은 미술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많은 데이터들이 있겠지만 저자 자신과 저자의 오빠가 미술치료를 위한 작품을 직접 그리고 공개하는데 있다. 아이디어만으로 일상의 소재들과 미술재료들을 모두 동원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어디에나 미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미술로부터 언제든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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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ABC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기후 위기의 모든 것
다비드 넬스.크리스티안 제러 지음, 강영옥 옮김, 남성현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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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변화ABC
#다비드넬스 #크리스티안제러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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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문제인 것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이해하며 동시에 간결하게 파악하고 싶다. 삶의 터전인 지구 환경의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의 충격적인 서사는 우리 세대의 일이 아닐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결자해지처럼 과학의 역할을 낙관하는 것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나의 어떤 실천이 유의미할까. 여전히 머릿속으로만 환경보호를 따지고 있는 나에게는 이 책처럼 간결하며 동시에 정확한 정보를 통한 공부가 필요했다. 이 책에는 강렬한 호소가 아닌 선명하게 기억되는 인포그래픽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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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공적 논의가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문적으로 검증된 주장과 잘못된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기후변화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이고 인간은 지구의 변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까?(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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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후 변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간결한 입문도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위급함을 인지하면서도 그 문제의식과 실천에 대해서 막연하게 느낄 때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의 장점은 인포그래픽을 통해 각각의 주제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뛰어나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빙권, 해양, 기상이변에 대해 설명하고 생태계, 인간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는데 그 방식은 키워드 중심이기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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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에서 누구는 지구를 버리고 떠나라고 한다는데 떠날 수 있는 능력 이전에 자격을 언급하는 남성현 서울대학교 교수의 글은 깊게 자리잡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예외없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해야하며 일상에서의 실천을 시작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진지한 견해를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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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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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달리기
#달리는여자사람입니다
#손민지
#디귿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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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언제나 나에게는 이동을 위한 수단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달렸고 또 달리다 지쳐 후회했다.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이 많고 또 가장 대중적인 운동이 조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달리라고 추천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달리기를 권유하는 책이 아니다. 달리기의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런 내용이었다면 나의 흥미를 이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달리기를 통한 자아실현에 가깝다. 달리기로 나를 알아가고 나를 일으키는 과정이 솔직하게 담긴 에세이다. 그리하여 이어달리기처럼 나도 달리게 되는 것이다.


"늘 기분에 지배되던 몸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기를 통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으므로, 기분은 조절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달리고 올 때마다 나는 나를 믿고 살아봐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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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최대한의 나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달리는 나가 되어 다시 기분의 변덕과 방해에서 벗어나는 것, 쉽게 자유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다. '잘 달리기 위한' 복장으로 차려입고 달리는 인간이 되는 일은 저자의 즐거움을 최대치로 만든다.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만 집중하며 치열하게 몰입하는 저자의 모습은 가만히 앉아 읽고 있는 나를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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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결심할 혹은 운동을 목표하는 사람이 아닌 누구든 삶의 에너지를 온몸이 축적시키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달리기를 통해 삶은 극복의 힘을 얻고 일상의 안정을 찾는다. 독자들에게 그것이 꼭 달리기여야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달리는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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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의 디귿시리즈는 주거, 등산 등 일상의 독립적 주체를 굉장히 솔직하게 보여준다. 누군가의 에세이 이상으로 삶에 대한 평범하지만 소중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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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 현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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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의식
#시몬드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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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책장의 어디에 꽂아두어야할까. 사르트르와 마지막을 함께한 연인 시몬드 보부아르의 사랑의 글이며 동시에 극진한 간병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가장 강렬한 이름이기에 철학서들과 어울릴까.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교류와 정신적 연대의 대화들이 생생하여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며 여행과 일상을 나누고 있기에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 한권의 책이지만 빛나는 스펙트럼의 파장이 상당한 책이며 시대의 지성인이 애정과 진심으로 적어낸 기록이다. 이 책은 에세이든 철학이든 어딘가에 포함되겠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매우 특별한 지점에 존재할 것이다. 철학자들의 글은 논문이나 연구서 혹은 이론에 대한 어떤 형식에 의해 전달될 것이다. 개념어들과 심지어 난해한 문장들로 철학책을 읽는 것은 어렵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자가 역시 철학자인 연인(계약결혼이라지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사르트르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같이 느껴질 수도 있으며 보부아르 내면의 목소리가 섬세하게 담겨진 일기로 읽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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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소설가이자 이책의 역자인 함정임의 옮긴이의 말이다. 23개의 단상으로 전하는 번역노트라는 부제로 이 책의 이해를 돕고 동시에 감상의 지점에 동감하게 된다. 계약결혼, 앙가주망, 보호자, 여행, 유언 등 보부아르의 텍스트를 섬세하게 전하는 역자의 친절한 기록들은 이 책에 대한 애정을 더한다. 같은 방식으로, 즉 몇개의 키워드로 이 책의 서평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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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자 이것이 바로 작별 의식이로군!"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미소, 그 말이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작별'이라는 말에 몇년 후에 내가 맞이하게 될 최대의 의미를 부여했다.(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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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떤 슬픈 예감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이후에 사르트르는 쓰러지며 건강히 급격히 악화된다. 다시 활력을 회복하긴 하지만 보호자인 보부아르의 마음에는 어떤 그림자가 강렬히 드리워졌을 것이다. 여행 중에도 보부아르는 적극적으로 사르트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사르트르가 정신적으로 나약해질 때 보부아르는 그를 걱정하며 용기와 위안을 준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 애정 깊은 노부부의 대화처럼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고 작별이라는 것은 예정된 미래다. 깊은 사유를, 주체적인 견해를 주고 받던 그들에게도 작별이 주는 무게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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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 #시력
사르트르의 활발한 활동에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보부아르의 기록은 굉장히 의미있다. 68혁명 이후에도 집회에 참여하고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대담과 인터뷰를 했다.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의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할 때는 울적해졌고 이를 위로한 사람 역시 보부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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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력은 영영 회복될 수 없다는 걸까" 그말이 내 가슴을 너무나 아프대 찢어놓아서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149쪽)

특히 보부아르는 사르트의 시력에 대해 걱정한다. 사르트르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지식인에게 눈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보부아르는 책과 신문을 읽어주고 눈건강과 회복, 수술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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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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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와 보부아르에 대해서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계약결혼일 것이다. 사랑에서 불필요한 속박을 걷어내는 것이며 결혼의 기본 전제인 진심과 사랑에 기초한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의 경우는) 계약결혼에 대해 왜곡하여 이해했을 수도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상적인 계약과는 다른 말이다. 상호평등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결혼은 불필요한 이해관계가 제거되고 순수하게 사랑만이 남는다. 아주 주체적인 개인과 개인으로 사랑이라는 구축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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