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생각조차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조짐을 조금 이상하게 다가온 것은 429일이었다. 나는 2018428일 토요일 생애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짐을 정리한 후 인천공항 인근에 있는 호텔에서 1박을 한 후 29일 낮 비행기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거기서 하루를 쉬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우연히 공항인근에 위치한 마트로 갔다. 공항과 지하철역과 인접한 마트라서 그래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신문을 팔았는데, 거기서 우연히 재미있는 그림을 보았다. 카를 마르크스의 사진을 인쇄물로 나온 신문기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4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중앙역에서 파리 동역에 가는 고속열차를 타고 난생 처음으로 프랑스로 가보았다. 평소 내가 마르크스의 책을 이래저래 읽었지만, 대부분 내가 읽는 철학, 문학, 인류학 등 관련도서들은 주로 프랑스학자의 책이었다. 가령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야생의 사고>, 루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철학에 관하여>, <재생산에 관하여> 등의 서적을 읽었다. 물론 독일과 미국, 영국의 학자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니나, 20세기에 등장한 학자 중에 대부분 주류는 프랑스였다.

 

프랑스학자의 책을 읽으면 프랑스가 어떤 곳인지 대충 이해가 간다. 100% 좋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과 다른 문화적 범위, 문화적 수용, 그리고 오랜 문화역사의 토대가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파리대학교와 파리고등사범학교를 가고 싶었다. 특히 파리 파리고등사범학교 주변을 가고 싶었다.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에서 그의 자서전인 책을 읽으면서 그가 머문 파리고등사범학교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알튀세르는 가톨릭 신앙을 믿는 집안이었으나, 추후 마르크스주의로 돌아선다.

 

그의 마르크스주의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알튀세르적 마르크스주의로 변환되나. 마르크스의 학문의 영향이 얼마나 크게 끼쳤으면 프랑스 8대학과 10대학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관련 학문이 강하다. 그런 파리에 갔는데, 그런 대학교 가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 물론 파리에 가니 그런 이유를 잘 알 것 같았다. 에펠탑 앞 하천 건너 위치한 에밀 졸라 거리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그 숙소에서 실제 에펠탑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20~30분 내외였다. 그 곳을 처음 방문을 430, 길을 찾기 어렵고, 스마트폰 인터넷을 신청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지만, 결국 찾아 갔다.

 

문제는 다음날, 51, 바로 메이데이, 또는 인터내셔널을 기념하는 노동자의 날이었다. 한국은 근로자이나, 외국은 노동자였다. 하다못해 프랑스 파리에 가장 많은 마켓인 Mono prix 마저 가게를 열지 않았다. 참 곤란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중식과 석식이 문제였다. 우리가 노동절 전후로 파리에 갔으니 상점이 문을 닫고, 루브리박물관이 문 닫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참 아쉬웠다. 파리에 가는 것이 쉽지 않으나, 그날이 그런 날이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날이 노동자의 날이고, 한국에서 비교할 수 없는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존엄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52일 오르쉐박물관에서 19세기 그림을 보았다. 그때 우연히 파리코뮌에 대한 그림을 보았다, 1871년 일어난 그 학살의 비극, 보통 사람들은 프랑스혁명에 대해 깊이 모를 것이다. 사실 1789년 바스티유의 프랑스대혁명은 귀족과 왕족의 죽음을 알지만, 일반 파리시민의 비극은 모른다. 파리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운동에서 파리의 자유와 평등 거저 얻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프랑스 지식인은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인들은 처벌하더라도 알제리에 대한 식민지정책에 불만을 표출했다.

 

프랑스를 알려면 이런 역사를 알아야 한다. 문화예술은 바로 이런 역사적 현실에서 나오고, 그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후맥락을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53일 하이델베르크에 가고, 54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55일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하우스를 찾아 다. 길 기가 어려워 잠시 인터넷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갔다. 그때 우연히 독일 신문을 봤는데, 자주 본 얼굴 하나가 나왔다. 머리 모양이 다르나, 분명 카를 마르크스이었다. 55일은 한국에서 어린이날이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카를 마르크스의 탄생일이이다.

 

올해 2018년은 마르크스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이룩한 업적을 생각하면 51일 파리가 너무 인상 깊다. 길거리에 문을 닫은 상가,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파리시민, 마르크스의 존재는 이렇게 현대인의 가슴에 살아있는 것이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귀환한 날은 56,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6시 반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니 낮 12시였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신혼집에 오니 저녁 8시였다.

 

다음날 57, 그날은 어린이날 대체휴일이란 추모공원 봉안당에 모셔진 아버지에게 찾아가 성묘를 했다. 성묘가 마치고, 내 차에 엄마와 아내를 잠시 두고, 내 친구의 유해가 묻은 수목장 공간에 갔다. 친구가 이제 세상을 떠난 지가 3년이 다 되어 간다. 사람의 감각은 참으로 무섭다. 내 손에 아직 친구의 관을 잡고 병원 장례식장과 화장터 입구까지 운구한 느낌이 아직도 살아있다. 마르크스의 탄생과 노동절 그리고 친구의 묘비와 아버지의 봉안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왜 우린 아직도 이렇게 가슴을 펴지 못하고 계속 울분을 감추어야 하냐고 말이다.

 

친구 여동생에게 1월 문자를 보내 안부를 물었다. 친구가 분명 안전사고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지만, 회사는 친구가 약을 먹는다는 이유로 다른 식으로 접근하려 했다. 재판이 2년이 훨씨 넘어도 계속 진행되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결혼식 때 친구의 여동생이 축의금을 주었다. 겉으로 미소를 띠고 있지만, 마음으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18년 신년 대학동기들이랑 연락하여 죽은 친구의 부모님에게 인사가고 싶다고 했지만, 친구의 어머니는 우리를 보면 그 친구의 얼굴이 너무 생각나서 우리보고 오지 말아 달라 했다.

 

이게 노동자의 현실이고, 그 노동자의 가족이 처한 현실이다. 신문기사를 보면 노동자의 기사가 올라온다. 그들의 현실은 너무 딱하다 불쌍하다. 진보언론이 겨우 그들을 다루주고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페미니즘이 있어서 짜증난다. 이상한 나라의 페미니즘은 노동자를 깔보고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로 친구를 잃고 가족이 크게 다친 것을 본 입장에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노동자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은 힘들지만 즐겁지만, 그곳에 본 내 경험에서 한국의 현실은 그저 암울한 비극일 뿐이다.

 

진보언론과 지식은 정권이 교체 되어도 당장 노동자의 앞날은 나아진 게 없다 한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퇴보된 것도 아니다. 나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었기에 그 마음을 알지만, 당장 해결될 수 없는 것은 안다. 하나하나씩 실오라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소비에트 붕괴 시 마르크스의 죽음이름으로 끝날지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마르크스의 예언은 맞지 않아도, 마르크스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지 200주년 그의 꿈은 그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난 게 아니다. 그가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 자들이 세상에서 계속 고통 받는 한, 마르크스의 이름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에서 돌고 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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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5-23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애니비평님 늦게나마 결혼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신혼 생활 보내세요!

만화애니비평 2018-05-23 21:58   좋아요 1 | URL
아하하 와이프에게 충성해야 결혼이 편하다는 그 진실이 차츰 깨닫게 됩니다..ㅎㅎ

2018-05-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5-2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만애비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무려 신혼여행에다 마르크스와 알튀세르를 엮어내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8-05-24 09:0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엥겔스와 함께 대화했던 그 카페에 가다보니 그런가봅니다..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05-23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생애 처음’ 결혼식을 축하드립니다. ㅎㅎ

만화애니비평 2018-05-24 09:10   좋아요 1 | URL
생애 처음인지라 요새 정신없이 바쁜가봅니다. 감사합니더...ㅎㅎ

짜라투스트라 2018-05-24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비자가 잠시 불편해도 노동자가 편해진다면 그 사회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선진 사회겠죠 그런 사회의 모습을 경험하고 오신 듯 하네요^^

만화애니비평 2018-05-24 15:01   좋아요 0 | URL
한국은 소비자나 노동자 모두 불편한 곳이죠...
외국을 가니 종업원이 직접 메뉴판을 주고, 돈을 계산할 때 오는 점에서
한국의 소비자는 노동을 대신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