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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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해결이란 없어서 반복되는 상처 뒤로 많은 의구심과 걱정이 뒤섞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의 치유‘ 처럼, 무경과 현정, 최아라 선생님이 그랬듯이 무엇이 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연대가 조금씩 바꾸어 낼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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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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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아이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 표지의 그림을 이해하게 되기까지, 그러니까 적어도 이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아이들이 견뎌야 했던 이야기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왜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지? 어른으로서 아무 답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 대신 나 역시 이 아이들과 나란히 서있다고 그렇게 '우리'가 되자고 말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어른인 나로 읽기보다 같은 반 옆자리에 앉아 있을 법한 친구가 되어 읽고자 했다.​​

무경, 예찬, 현정, 서연 그리고 이 그림에는 없는 지선과, 종률이 얽힌 이야기들은 사실 아프다.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불편한 내 마음은, 어쩌면 사건을 덮으려 애쓰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잘못 없는 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띠지의 추천서가 이 소설을 읽은 뒤의 감상과 잘 맞아서 꼭 언급하고 싶었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이 파수꾼 같은 소설이 너무 반갑고 그저 감사하다. - 이희영

​듣고 싶던, 말 하고 싶던 말, 만나고 싶던 사람들이 이 소설에 모두 담겨 있다. - 최진영

아픈 곳은 계속 만지게 된다. 상처를 방치하는 것은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만나야 하는 이야기이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중학생 무경은 같이 운동하던 단짝 친구가 성폭력 사건을 겪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무경은 친구의 피해를 알려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낙담하고는 축구를 그만둔다.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무경은 친구들 사이에서 약자로 지내는 예찬, 데이트 폭력으로 상처 받은 서연, 교사의 폭언에 상처 받은 친구를 도우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현정을 만나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매년 열리는 지역 유등축제를 이용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마침내 공동체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p 191

누구한테 말을 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말끝을 흐리던 미란이었다. 그런 일도 있지. 털어놓으면 좀 가벼워지는일도 있지. 하지만 너에게 일어난 일은 그런 일이 아닌 거지.​

p 201

​"지선이 강한 애야."

​“나도 처음엔 오해했던 것 같아. 아픈 사연이 있는 애니까 약할 거라고, 줄곧 무너져 있을 애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니었어. 필요한 건 아파할 시간이었던 것 같아.​

p 202

그리고 지선을 생각했다. 편지 속에서 지선은 자신의 방식대로 일어서고 있었다.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지선이 손으로 땅을 짚고 무릎과 허벅지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행을 끝낸 지선이 어떤 얼굴일지 무경은 궁금했다.

p 215

"세상에 나쁜 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지?"

​탄식하듯 말하는 현정에게 마음을 맡기고 겨우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끝낸 뒤에 서연은 현정의 표정을 살폈다. 말하는데만 집중하느라 긴장했던 탓에 걱정이 뒤늦게 밀려왔다. 얘가 어떤 생각을 하는걸까? 문득 미란의 얼굴이 떠올랐다. 겪어 보니까 알겠니? 도와줄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데넌 그때 어디 있었니? 미란이에게 도움이 필요했을 때, 다들 방치했을 때, 너도 똑같았잖아. 무관심했잖아. 서연은 현정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서연의 고개가 다시 떨어졌고 현정이 말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할까?"

​서연은 잘못들었나 싶어 현정을 쳐다봤다.

​"가자"

​서연은 앉은 채로 현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를…………?”

​현정이 대답했다.

​“바로잡으러 가자. 잘못된 것들 싹다."​​


『꼬리와 파도』는 고질적인 학교 폭력은 물론 운동부 사제 관계 간 폭력,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섬세하면서도 밀도 높게 다룬다. 아울러 이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경쾌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 내 이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게 한다. 십 대가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유연하게 풀어 가는 무경, 예찬, 서연, 현정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작은 용기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내적으로 한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창비 성장소설 수상작《 꼬리와 파도 》가 우수상을 받을만 하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선생님과 부모라는 이름의 어른들이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불편함을 딛고 서본다. 어떻게 손을 내밀고 잡아 줄 수 있는지 소설 속 문장마다 콕콕~ 던져주는 시그널이 그 방향을 제시 하는 것 같았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 42

통증이 없어진건 아니었지만 조심해서 움직이면 편한 자세를 찾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친 통증을 말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에 의한 통증을 은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같이 힘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p 71

달갑지는 않아도 약자의 자리에서 숨어있으면 괜찮을 거라 믿었는데. 약자는 가만히 있다가도 당하니까 약자인가? 예찬은 처음으로 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도움을 필요로한 아이들이 믿고 잡았던 손이 오히려 불구덩이가 되는 것을 본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보다도 더 마음이 단단한 '무경'이 있어서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경'에게는 누가 힘을 보탤 수 있고 의지가 될까? 그 답을 찾아가면서 만나는 예찬, 현정, 서연이 우리 곁에 많다는 것을 보고 있다.

성장소설이니 아이들도 만나봐야겠지만 폭력과 성적인 상처가 포함되어서인지 선뜻 아이에게 전하기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기도 한 이야기에 멈칫하는 마음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불신이기도 했다.

미리 안다면 피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이 된다면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진짜 도움이 될까?

완벽한 해결이란 없어서 반복되는 상처 뒤로 많은 의구심과 걱정이 뒤섞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의 치유' 처럼, 무경과 현정, 최아라 선생님이 그랬듯이 무엇이 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연대가 조금씩 바꾸어 낼거라 믿고 싶다.

 

지켜줄게. 혼자서는 못 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꼬리와 파도

폭력 앞에 무력했던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고 연대해 가는 이야기.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지만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를 남긴다.

지금 어른인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 해도 이 아이들만큼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군림하다니~ 부끄럽다. '아이는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커지며 소설을 마무리 했다. 완독하고 나면 다시 가슴 한켠 따뜻해질 파수꾼 같은 이야기다.

자기가 가진 상처를 먼저 내보이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고 희망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을 전달 받았던 무경과 지선의 축구 장면이 인상 깊다.

 

p 53

마지막 시합의 마지막 찬스, 무경이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으나 그것을 받아야할 지선은 없었고 그는 반대편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갔다.​

 내가 던진 골을 받아낼 사람은 공이 떨어지는 포인트를 미리 읽어줄 사람이다. 내 감정의 연장선을 읽어 주는 사람, 그 감정의 밑바닥을 알아주는 사람, 그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읽는 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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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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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공이 다른 다섯 명의 대한 교수님들의 다섯 가지 시선이 담긴 인문학 책인데 그 전공이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으로 모두 다른 만큼 책은 다채롭다. 이야기들은 결국 '나'로 향하고 있다. 그래, 나를 찾아가는 길, 그래서 우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지. 여행을 다루는 이 책의 첫 장부터 좋아서 뒤가 걱정되었지만 마지막 장까지 계속 상승곡선을 이루는 만족감이었다. 심리학, 자연을 다루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만난다.

나는 완성이 아닌,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나를 읽는 인문학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한 자기발견의 인문학 수업! 인생의 분기점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난다. 어느샌가 사회와 타자가 요구하는 모습이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때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흔 이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고 당연히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말을 깨닫고 있는 날들을 보내는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기대보다 이상이었다.

통과의례 같은 성장 과정에서 어떤 것은 마주하기 두려워 무시해버리게 되는데 결국 그때 제대로 크지 못한 마음은 늦게라도 키워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몸과 나이는 어른이지만 내면만큼은 함께 자라지 못하고 '어른 아이'로 여전히 남아 있음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듣는 시간도 좋았다.

  •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 인간은 '하나의 나'가 아니라 다양한 나로 이루어진 존재다.

  • 다양성이 곧 '나'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곧 내가 된다"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

여행이 필요한 지리학적 이유

- 이영민

인생이 힘들다면 나'부터 공감하라

인생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자기 수용'

-유성경

자연을 위하고 나서야 '나'가

온전해졌다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인간관계

'생태적 자기'

- 송태현

밖에서 바라보아야

'나'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한국인으로서의 나'

- 송영빈

'나란 누구인가'에 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다른 나를 바라보는 편견을 가로지르다

'상호주관성'

- 장한업

유독 첫 번째 챕터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워낙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고 생애 처음의 혼자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면에서만큼은 변화 욕구가 매우 큰 사람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현실과의 괴리감을 늘 독서로 달랬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한 메모들이 많이 남는 책이었고 많은 분들이 자기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좋은 인문학 책이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나를 읽는다' 이 책을 참 잘 표현한다.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

p 16

정체성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끊임없이 변해간다.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들을 경험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다름'을 접함으로써 나 역시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내가 사는 익숙한 이곳, 즉 같은 법적 제도와 문화적 관습의 사슬에 갇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회집단에서는 내가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내가 속한 사회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여행을 떠나야 평범하고 낯익은 일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경계를 넘어 낯선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내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는 기회다.

인간은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p 18

장소에서 떠난 인간을 상상해 보자. 가능한 일일까? 장소에서 떠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항상 장소라는 터전에서, 그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p 20

장소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p 21

인문지리학에서는 장소감 sense of place 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다. 말 그대로 장소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을 뜻한다. 이러한 장소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제자리에 있음 in place 으로서의 장소감이고, 다른 하나는 제자리에서 벗어남 out of place으로서의 장소감이다.

내 안의 욕망을 채워나가는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나의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모든 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 자유배낭여행은 그러한 자존감을 획득하기에 최적의 기회다. 여행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좌충우돌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발견하는 일은 경이롭고 뿌듯하기까지 한 경험이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쓸모가 있다면, 내 안의 욕망이 채워졌는지와 상관없이 다른 색깔의 자존감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자신의 내적 능력을 믿을 뿐 아니라 내 밖의 존재들과 조화롭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면 내가 괜찮은 존재, 소중한 존재라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다.


P 60

진정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한낱 코스프레에 불과했다는 아찔한 깨달음이 나를 위협하는 순간이다.

p 61

겉으로 드러난 심리적 증상만 처리하려고 하면 당장 문제는 겨우 봉합된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 큰 인생의 파도가 닥칠 때 또다시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난파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생의 파도를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며 살아갈 수 있다.

내면으로의 초대장은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p 64

현대 사회에서는 본캐만 고집하는 고지식합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캐들을 융통성 있게 개발하라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하나의 본캐를정답처럼 찾아내는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니라, 위기를 겪으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부캐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완성되는 퍼즐 맞추기다.

p 73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유난히 어려움을 겪었던 지점이 있는가? 그 지점에서 당신은 심각하게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당신의 인생 곡선에서 변곡점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고통의 경험은 똑바로 대면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기가 되는 자기 갱신의 기회일 수도 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정체성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끊임없이 변해간다.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들을 경험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다름‘을 접함으로써 나 역시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P16

장소에서 떠난 인간을 상상해 보자. 가능한 일일까? 장소에서 떠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항상 장소라는 터전에서, 그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 P18

장소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 P20

진정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한낱 코스프레에 불과했다는 아찔한 깨달음이 나를 위협하는 순간이다.​

- P60

겉으로 드러난 심리적 증상만 처리하려고 하면 당장 문제는 겨우 봉합된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 큰 인생의 파도가 닥칠 때 또다시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난파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생의 파도를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며 살아갈 수 있다. - P61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유난히 어려움을 겪었던 지점이 있는가? 그 지점에서 당신은 심각하게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당신의 인생 곡선에서 변곡점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고통의 경험은 똑바로 대면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기가 되는 자기 갱신의 기회일 수도 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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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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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은 결국 ‘나‘로 향하고 있다. 그래, 나를 찾아가는 길, 그래서 우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지. 여행을 다루는 첫 장부터 좋아서 뒤가 걱정되었지만 심리학과 자연을 만나는 문학과 철학을 이어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비롯해 마지막 장까지 계속 상승곡선을 이루는 만족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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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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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나라, 이스라엘

종교와 무관하게 이스라엘이 '성경의 나라'이기 때문에 늘 궁금했다. 성스러운 나라이면서도 잔혹한 역사를 가진 나라 이스라엘이 역사서와 문학에 등장하면 더 알아야 할 것 같은 갈증이 일었다. 뉴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이 얽히는 이야기들은 늘 들어도 잘 모르겠다.

히틀러와 유대인, 홀로코스트, 탈무드로 알게 된 나라. 세계 제일 부자들인 유대인의 나라. 유대인의 창의 교육을 우러러보고 차용하면서도 정작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1948년 독립한 젊은 나라지만 오래된 나라인 이스라엘이다. 히브리어, 아랍어, 영어를 쓰며 대한민국 남한 면적의 1/5인 나라로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다. 이스라엘을 이해하려면 분쟁, 이민, 군대, 스타트업, 유대교 전통, 유대인, 미국과의 동맹을 알아야 한다.

서점에 있는 이스라엘에 관한 다양한 책 중에서도 특히 오늘의 이스라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참고할 책으로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도 10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에 있는 나라, 지리적으로 꽤 먼 중동의 나라 이스라엘이 내 책상에 놓였다. ​





뉴스에서 많이 듣는 가자지구, 골란고원, 서안지구 등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의 이 이야기, 분리 장벽과 영토 문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 교육, 종교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어렵다가도 여행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이야기들은 또 재밌다. '먹고, 기도하고, 일하지 마라' 유대인의 안식일에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공휴일 풍경도 생경하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성지순례지인 '통곡의 벽'을 통해 흔히 '코넬식 노트'라고 부르는 그 코넬이 벽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한나라를 특정 인종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유독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유대인의 나라라고 전 세계를 향해 천명하고 있다. 누가 유대인인가? 물었을 때, 전통적 유대 종교법 '할라카'에 따라 어머니 쪽 혈통을 따른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만을 유대인으로 여긴다는 귀환법이 적용되다가 1970년 이 법이 개정되며 유대인의 범의를 대폭 확대했음을 알게 되었다. 친가든 외가든 조부모 중 한 사람만이라도 유대인인 경우, 유대인의 배우자, 유대인의 자녀의 배우자까지 범위를 확대해 이스라엘 이주와 자동적인 국적 취득을 허용하고 있다.

유대인이 아닌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에도 눈이 간다. 유대인들 가운데는 신앙으로써의 유대교를 믿지 않고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에 일절 나가지 않으면 심지어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무신론자들도 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모계 혈통의 종교법상 유대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자신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유대 공동체의 전통과 관습 및 문화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유대인 중에서 유대교의 일반적인 교리와는 다르게 예수가 곧 메시아이며 그를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메시아 닉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자신들은 크리스천이 아니라 역시 유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 스스로의 생각과는 달리 정통 파 유대인 그룹은 이들을 유대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유대인 사회 내에서도 종교적 관점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초정통파에서부터 보수파, 개혁파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충돌이 있다.

사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높이 8미터, 길이 700킬로미터의 장벽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북 대치 상황인 우리의 군사 분계선은 왠지 장벽처럼 느껴지지 않을 광경이었다. 유럽 국가간의 국경에도 없는 거대한 벽. 이것이 누구를 위한 보안이고 누구를 위한 분리 장벽인지 잘 모르겠다. 장벽 안을 보호하는 것인지 밖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안과 밖의 분리인지, 이렇게 거대한 물리적 장벽이 필요한 이유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동안 세계 경제와 이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 같다. 이제 이스라엘을 뉴스나 책, 영화, 어디서든 만난다면 조금 더 자세히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뉴스에서 많이 듣는 가자지구, 골란고원, 서안지구 등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의 이 이야기, 분리 장벽과 영토 문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 교육, 종교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어렵다가도 여행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이야기들은 또 재밌다. '먹고, 기도하고, 일하지 마라' 유대인의 안식일에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공휴일 풍경도 생경하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성지순례지인 '통곡의 벽'을 통해 흔히 '코넬식 노트'라고 부르는 그 코넬이 벽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한나라를 특정 인종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유독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유대인의 나라라고 전 세계를 향해 천명하고 있다. 누가 유대인인가? 물었을 때, 전통적 유대 종교법 '할라카'에 따라 어머니 쪽 혈통을 따른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만을 유대인으로 여긴다는 귀환법이 적용되다가 1970년 이 법이 개정되며 유대인의 범의를 대폭 확대했음을 알게 되었다. 친가든 외가든 조부모 중 한 사람만이라도 유대인인 경우, 유대인의 배우자, 유대인의 자녀의 배우자까지 범위를 확대해 이스라엘 이주와 자동적인 국적 취득을 허용하고 있다.

유대인이 아닌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에도 눈이 간다. 유대인들 가운데는 신앙으로써의 유대교를 믿지 않고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에 일절 나가지 않으면 심지어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무신론자들도 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모계 혈통의 종교법상 유대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자신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유대 공동체의 전통과 관습 및 문화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유대인 중에서 유대교의 일반적인 교리와는 다르게 예수가 곧 메시아이며 그를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메시아 닉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자신들은 크리스천이 아니라 역시 유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 스스로의 생각과는 달리 정통 파 유대인 그룹은 이들을 유대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유대인 사회 내에서도 종교적 관점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초정통파에서부터 보수파, 개혁파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충돌이 있다.

사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높이 8미터, 길이 700킬로미터의 장벽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북 대치 상황인 우리의 군사 분계선은 왠지 장벽처럼 느껴지지 않을 광경이었다. 유럽 국가간의 국경에도 없는 거대한 벽. 이것이 누구를 위한 보안이고 누구를 위한 분리 장벽인지 잘 모르겠다. 장벽 안을 보호하는 것인지 밖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안과 밖의 분리인지, 이렇게 거대한 물리적 장벽이 필요한 이유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동안 세계 경제와 이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 같다. 이제 이스라엘을 뉴스나 책, 영화, 어디서든 만난다면 조금 더 자세히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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