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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 - 3부 4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2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기화, 봉순이의 참담한 마지막 모습이 기구한 운명의 여성인 월선이와 겹쳐 보이는 면이 있다.
적을 두지 않고 살아온 그럼에도 미움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던 그 시절의 여성들.
상현과 송장환의 대화에서 평가되는 주갑의 인간적인 요소들이 차마 그들이 벗어던지지 못한 체면치레의 씁쓸함을 담고 있었다는 것. 비극적인 것을 낙천으로 발산하고 천진하면서 능수능란한 모습을 가진 주갑을 생각하면 그런 그들의 인물평이 부러움으로 여겨진다.
명희의 애정 없는 결혼생활과, 인실과 오가다 지로와의 이어질 수 없는 인연, 환국을 짝사랑하는 소림, 새로운 세대의 여러 인연들이 서술된다.
초반의 인물들은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어리기만 하던 세대가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채로 일제 강점기의 시대를 깨우치고 있어서 이야기가 흥미로워 진다.
- 지나친 겸손은 오만보다 나빠. 위선이며 비굴해진다. - 170
- 해 질 무렵, 새들이 잠자리를 찾아 날아가는데 용이네 집에서 곡성이 울렸다.
"초상났구나."
마을 사람들이 용이 집을 향해 달려간다. 상가에는 홍의 사무치는 울음소리, 보연의 호들갑스런 곡성말고는 모든 절차가 정연하게 행해지고 있었다. 장지도 마련돼 있었고 영팔이, 연학이, 그리고 뜻밖에 두만 아비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사돈뻘인 한경이가 의관을 차려 입고 나타났으며 최 참판댁 언년이 부부도 와 있었다. 보연이가 시아버지 병간호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평사리에 온 것은 석 달 전의 일이었다. 홍이는 진주에 있으면서 이따금 평사리를 다녀가곤 했는데 보름 전부터 휴직을 하고 아비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와 있었다. - 319
- 불시에 당한 일도 아니었고 오래 전부터 각오를 했었는데, 아니 어쩌면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한데 사람이란 죽을 때가 되면 모두 죽는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 331
2024. jul.
#토지 #박경리 #3부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