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채식주의자라니... 한장 한장 팔락이며 책장을 넘길수록 선명하고 점도 있는 핏덩어리가 막 느껴질 지경. 관능적이고 압도적이다.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한 꿈. 같은 소설. 당신은 나에게 과분해.결혼전에 그는 말한 적이 있었다.당신의 선량함, 안정감, 침착함, 살아간다는 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태도... 그런게 감동을 줘. -p.161 어리석고 캄캄했던 어느날에,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가로수 밑동에 손을 짚은 적이 있다. 축축한 나무껍질의 감촉이 차가운 불처럼 손바닥을 태웠다. 가슴이 얼음처럼, 수없는 금을 그으며 갈라졌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이 만났다는 것을, 이제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도 그 순간 부인할 길이 없었다. - 작가의 말 중
천지분간 못하는 나란 존재가 울고싸고먹고자고를 반복하던 시절 씌여진 시라니 왠지... 그 시절에 씌여지고 그때는 영문도 모르던 그 언어가 몇 십년이 흐르고 나서 나에게로 흘러든다니.. 이런것이 문학인가 하는 센치한 생각이 든다. 도처에서 지난 시대의 아픈 상처가 새삼 만져진다. 과연 아물었는가? - 94년 작가의 말 중 부끄러움과 정열이 더 큰 곳으로 확산되기를 빌 뿐이다. - 78년 작가의 말 중 ˝혼자 있어도 좋다˝를 ˝행복했다˝로 잘못 씀. - 일기 중
그런 사랑이라... 떠난 인연의 끈을 팽개치지 못해 삶의 의지도 뭣도 다 나몰라라 하는 그런 사랑이라.. 그 사랑이 자식들의 마음을 뭉그려뜨려도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니.. 난 잘 모르겠다. 계속해보겠다는 건조하고 한스러운 말을 기어이 내뱉고 말게 하는 그런 엄마의 사랑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 황정은. 나쁨.. ㅜㅜ 좋아서 나쁨. 세번째 황정은 작가의 장편. 뭔가 황정은 이라는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는 느낌. 올해 이효석 문학상의 `누가`에서도 그렇고, 참아내다 툭 내뱉는 감정이 참 놀랍다. 말투도 예쁜 황정은 작가, 앞으로도 예쁘게 집필하시길. 창비의 오디오북서비스는... 아이폰으로는 불가하다는 것... 타사의 폰으로 실행해보니 꽤 퀄리티가 훌륭하다. 꼭 오디오북만 아니라도 작가의 말 정도를 이렇게 서비스 하는게 어떨까... 실제적인 비용같은거 개뿔 모르므로 한번 던져본다. :) 가엾어.어째서 그렇게 열심히 산 걸까.애자는 나나와 나에게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 뒤, 언제고 그런 식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너희의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특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란다.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허망하고,그런 것이 인산의 삶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살아가려면 세계를 그런 것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고 애자는 말한다. 나나와 내가 어릴 때부터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수없이 들려주었다. 애자의 이야기는 부드럽고 달다. 부드럽고 달게, 그녀는 세계란 원한으로 가득하며 그런 세계에 사는 일이란 고통스러울뿐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초해서 그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필멸, 필멸, 필멸 뿐인 세계에서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애쓸 일도 없고 발버둥을 쳐봤자 고통을 늘릴 뿐인데. 난리 법석을 떨며 살다가도 어느 순간 영문을 모르고 비참하게 죽기나하면서. 그밖엔 즐거움도 의미도 없이 즐겁다거나 의미있다고 착각하며 서서히 죽어갈 뿐인데, 어느 쪽이든 죽고 나면 그뿐일 뿐인데.-p.12 대단하지 않아? 보잘것 없을게 뻔한 것을 보잘것없지는 않도록 길러낸 것. 무엇보다도 나나와 내가 오로지 애자의 세계만 맛보고 자라지는 않도록 해준 것.그게 그녀의 도시락이었어.다만 도시락.그뿐이었고 그 정도나 되었으므로 대단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p.44 아파?오라버니는 물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이자 기억해둬,라고 오라버니는 말했습니다.이걸 잊어버리면 남의 고통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괴물이 되는 거야. -p. 130
온라인서점 법칙이라도 있는건지. 책주문 왕창해서 택배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관심작가의 신간알림이 울림. 이러다 나 망한다고;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