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식탁 문학과지성 시인선 469
이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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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가 마음에 들었다.

이기성이라는 이름 탓에 남자로 오해했다.

시들은 채식이라고 하기엔 소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왠지 조금 짠 채식을 한 기분이다.

외투라는 시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가장 고요한 자세로 목덜미에 내려앉은 의문들.

나에게도 뒷덜미쯤 의문들이 내려 앉았다.

2015. Dec.

나는 너를 집어 삼킬 것이고
너를 통과할 것이고
세계의 텅 빔 속에 앉아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노동의 계절은 닥쳐온다
접시 위에 당신의 잘린 목을 올려 놓아야 한다 - 채식주의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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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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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에서의 고약한 할머니 사노 요코는

세트처럼 나온 이 책에는 거의 그 모습이 드러나질 않았다.

죽음을 얘기하다보니 그리된 걸까.

유쾌한 냉소가 한뭉터기 도려내진 고약한 할머니 사노 요코만 남아 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긴 하는데..

사는게 뭐라고를 재밌게 읽었다고 이 책도 재밌겠지 싶은 사람은 의외의 면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정말 기운차게 죽고 싶었던 사노씨도 고통과 막연한 마지막 순간에 대한 두려움을 채 지우지 못한 것 같다.

하긴.. 내가 뭐라고.

당사자도 아니면서 이런 말은 우습기도 하지만......

2015. Dec.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있다. - 말머리 중

단지 숨을 쉬기만 하면 좋은 걸까요. 인생의 질이라는 문제도 있잖아요. 무엇보다도 목숨이 소중하다는 건 이상 해요. - p. 91

그 날 저녁 여덟 시 정각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가도 돼요?"라며 그녀가 왔다. 매일 밤 이렇게 그녀가 놀러 와준다면 좋을 텐데. 나는 내 방에서 손님을 맞이하는게 좋았다.
"잠깐 괜찮아요?"
그녀는 한 번 더 묻고는 침대 곁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가망이 없대요."
가망이 없다니 무슨 말인가.
"4개월 남았대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저를 위해서 선생님이 네 번이나 좌선해주셨는데, 선생님이 구원받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역시 부처님이라도 구원 할 수 없는게 있나봐요. 운명이라는 게 있나 봐요."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 앞 50센티미터 거리에 있었다.
그녀는 우리 집 목욕탕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요한 표정이었다.
그때 나는 머리 뒤로 무언가 쓱 들어온 듯 깨달음을 얻었다.
"아, 알겠다. 당신은 이미 구원받았던 거예요. 부처님이 구원한 건 몸이 아니었어요. 영혼이 구원받았던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괴롭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평소랑 똑같이 지낼수 있었던 거예요."
하느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는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내 침대 위의 전등 쪽을 바라보고 있었따. 눈동자가 동그랗고 새까맸다.
"아, 그렇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때 검은 눈동자가 스윽 하고 투명한 갈색으로 변했다. 한 순간 그녀가 흰색인지 은색인지 모를 색으로 빛났다. 나는 질겁했다.
투명한 갈색 눈동자에 흘러넘칠 듯 물이 가득 고였다.
이내 빛은 사라졌다. 눈동자는 점점 까맣게 변했다.
"그런 거였군요."
다시 한 번 그녀가 말했다.
"아아, 방금 정말로기뻤어요. 그렇죠, 그런 거였네요. 고마워요. 그 말을 안 해주셨다면 전 모를 뻔 했어요."
빛의 여운이 남아 있는 달걀 모양의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빛은 그녀에게만 쏟아졌다.
그때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인지 부처님인지의 법열을 맛본 사람을 목격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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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맘 먹고 김장했네요. :)

마무리는 보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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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ㅡ또 당했어요 ...^^
야밤테러~^^

hellas 2015-11-26 01:36   좋아요 1 | URL
다 정리하면 야밤이 되어버리는 이유로^^;;;;

[그장소] 2015-11-26 01:37   좋아요 0 | URL
제가 눈으로 먹는 신공을 좀 쌓았죠 ~
야매학교에서!!^^

hellas 2015-11-26 01:40   좋아요 1 | URL
칼로리는 제로겠네용:)

[그장소] 2015-11-2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점이 장점 ㅡ^^

다락방 2015-11-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침에 봐도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5-11-26 22:01   좋아요 0 | URL
배추 알타리 담고 나름의 성공을 거두자.... 백김치도 담아볼까 하고 있는.... ;ㅂ;
 
맛 보장 가정식 레시피 - 욕쟁이 요리 블로거, 당근정말시러의 맛보장 레시피
당근정말시러 지음 / 빛날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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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레시피 맛은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블로그에 올라왔던 음식들이라 새롭진 않지만 :)

한끼구성으로 되어있는것도 좋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완전 취향. :)

2015.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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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1-25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분 마침내 책을 내셨군요.
블로그에 가보니 생각보다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은근 전문가 포스가 느껴져서 멈칫했던 경험이 있어요 ㅠㅠ
그래도 요란스럽지 않지만 탄탄한 한끼 밥상 차림이 인상적이라 자꾸 들러보게 되더군요.

hellas 2015-11-25 08:35   좋아요 0 | URL
전문가는 아니라도 요리에 손이 어느정도 익은 수준은 되야 따라하기 수월한 면은 좀 있죠. 그 딱꼬집어 말할수 없는 요리 감이랄까?:) 그래도 레시피는 정말 대박입니다
 

두통이 심했지만 새우순두부가 너무 맛있게 끓여져서 배가 터지게 먹었다.

그런 후 두통은 배가 되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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