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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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트릭과 전율의 대반전. 이라는 광고는 과장으로 밝혀진다.

책 띠지의 호들갑스러운 광고에 혹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문구는 이제 출판사들도 좀 자제해야하지 않나 싶다.

절정의 트릭같은 것도 전율의 대반전도 뭐 그닥..

자살 절벽이라던가, 죽은 자를 환생시키는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이비 단체라던가, 사적 복수라던가 하는 모든 요소가 큰 기대없이 작동한다.

2022. jun.

# 절벽의밤 #미치오슈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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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레이디
윌라 캐더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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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미국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 중 하나이자 네브라스카를 대표하는 지역주의 작가 윌라 캐더.
읽어보고 싶던 그의 책들이 최근 많이 번역된다. 그 시작으로 고른 책 로스트 레이디.

고상하고 우아하고 상냥하지만 도도한 매력의 19세기 스타일의 말 그대로 ‘레이디‘ 포레스트 부인.
그를 관찰하고 선망하는 청년이 닐이 화자인 이야기다.

한때 번영했던 지역이 나날이 쇠락해가고 포레스터 가문도 역시 낡은 이름이 되어가는 시절이다.
더 이상 우아하기만 해선 살아갈 수 없는 포레스터 부인을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일에 비견할 수 있다.
예의와 선의의 시대가 물러가고 비열한 술수의 자본의 시대가 되어가는 일 말이다.

부를 가진 새로운 남자을 찾아야만 고결함과 우아함를 지킬 수 있던 시대의 여성들의 모습의 전형인 메리언 포레스트 콜린스.
불행한 한 때를 지내고 다시 나름의 안온함을 찾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선택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었겠지만.

과거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지 않은 작가가 얼마나 되는가도 생각한다.
남성 작가의 글에는 그런 비판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점도 생각하게 된다.


- ˝행복한 나날을 위하여!˝
그가 저녁식사 자리에서나 오랜 벗과 위스키를 한잔 할 때 어김없이 외치는 건배였다. 그의 건배를 한번 들은 사람은 누구나 다시 듣고 싶어 했다. 이 세 마디를 그처럼 진중하고 기품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었다. 엄숙한 순간이었으며,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날이 그 문 뒤에 숨어 있었다. - 62

- 그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에게서 진실을 듣고 마음을 편히하고 싶었다. 그녀는 엘린저 같은 남자와 있을 때 자신의 기품은 전부 어떻게 하는지? 어디에 치워 두는지? 그리고 그것을 한번 치워 놓은 다음에 어떻게 다시 자신을 되찾아서, 사람들에게 - 심지어 그에게도 - 세상 누구와 맞서도 부러지지 않게 단조된 칼날 같은 굳건한 힘을 실어 주는지? - 117

- 아이비가 흡연실로 떠나자 닐은 창밖에 흐르는 스위트워터의 풍경을 바라보며 곰곰이 반추했다. 과거에 서부를 개척한 이들은 숭고한 마음을 지닌 모험가들이자 꿈을 꾸는 사람들로, 위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예의를 중시하고 의리에 목숨을 걸던 이들은 공격에는 강했지만 방어에는 약했고, 정복은 할 수 있되 정복한 땅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들이 일구어낸 드넓은 영토의 운명은 이제 아이비 피터스처럼 평생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들은 신기루를 꿀꺽 삼키고 아침이 싱그러움을 흩날리고, 자유를 잉태한 드높은 정신을 뿌리 뽑고, 위대한 영주들의 관대하고 여유로운 삶을 끝장 낼 것이다. 성냥 제조업체들이 원시의 숲을 폭발시키듯, 이들은 개척자들의 영역과 빛깔과 귀족처럼 부주의한 태도를 산산이 조각내어 이윤으로 환산할 것이다. 미주리부터 산간지방까지, 고달픈 시대로부터 쩨쩨한 경제관념을 배운 약삭빠른 젊은 세대는 아이비 피터스가 포레스터 플레이스의 습지를 배수하며 저지른 것과 정확히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다. - 124

-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무대 일꾼들 뿐이었다. 고귀한 대업과 눈부신 나날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다. - 192

2022. jun.

#로스트레이디 #윌라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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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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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고 시간을 버텨내는 동안 써내려간 글들.

얼마전 김혜순 시인의 새 시집이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었고, 이번 김소연 시인의 산문도 가족에 대한 글이라서 나또한 그런 가족에 대한 기억들이 들춰지고 마음이 좀 어수선해졌다가 또 글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열렬하고 아픈 것이, 시끄럽고 무서운 것이 시라는 시인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여백이 많은 띄엄띄엄 한 그 글들이 그렇게 느껴지는 날이 많다.

- 병원에 엄마를 모시고 가던 어느 날이었다. 차 안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엄마가 말을 끊고 조용히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핸드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엄마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있었다. 저절로 엄마의 노래가 녹음이 되었다. 녹음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만큼은 따라 부르는 것을 하지 않았다. 그저 듣기만 했다. ˝동그랗게 동그랗게˝를 부를 때부터 엄마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먹이면서 끝까지 불렀다. 저절로 엄마의 울먹임까지 녹음이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흔적들이 불현듯 발견되는 것이 버거웠던 어느 날, 이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어 찾아서 들었다. 비가 왔던 날이어서 와이퍼 소리에다 깜빡이 소리까지 배경음으로 흘러나왔다. ˝동그랗게˝라는 노랫말이 나오기 직전에 나는 스톱 버튼을 눌렀다. 아주 나중에 다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8

- 여기 모인 글들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시간 속에서 썼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하여 한 자리에 오래 웅크려 있었다. 자주 지쳤고 쉽게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열렬히 지키고 싶어 했다. 균형을 찾기 위해 자주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은 이를 악물고 가장 열심히 산 시간이라는 것을, 여기 모인 글들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 8

-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 문장이 아니라 맥락이, 맥락이 아니라 노래 비슷한 것이, 노래가 아니라 울먹임이, 울먹임이 아니라 불꽃이, 불꽃이 아니라 잿더미가 비로소 백지 위에 하얗게 쌓인다. 시는 온갖 실의와 실패를 겪어가며 끝장을 본, 한 줌 재인 셈이다. - 74

- 시는 그러므로 차분한 것 같지만 실은 시끄럽고 무섭다. 입을 봉인한 채 몸으로 지르는 비명이라서 침묵이나 적요에 가깝다 느껴질 뿐, 시는 열렬하고 아프다. - 76

- 어떤 끔찍함을 행한 인간에게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괴이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게까지 극악무도한 경우는 인간이 아니라고 아예 선을 긋고 괴물이라 별도로 칭하면서까지, 인간됨의 범주를 과보호하려는 욕망 같기만 하다. 인간의 본성을 선량함으로만 축소하려는 정치적 산물로 느껴진다. 인간 본성에 그만큼 무시무시한 면도 있다는 것은 영원히 모르게 하려는 심산 같기만 하다. 공포스러워서, 있는 것을 없다고 일축하는 행위. - 85

- 가까운 미래에 내가 시인으로 살아야겠다고 작정을 했다면, 아마도 그때의 나는 그 어떤 시집에서도 내가 읽고 싶은 문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문장이 무엇인지를 내가 뚜렷하게 알고 있을리는 없지만, 읽고 싶은 문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뚜렷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문장을 나는 반드시 쓰게 될 것이다. 쓰고 나서 자신이 기다렸던 문장이라는 것을 알아챌 리는 없을 것이다. 내가 쓰게 될 문장보다 내 자신이 조금 먼저 어딘가로 앞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다렸던 문장은 언제고 한 걸음 늦게 내게서 구현될 것이고, 그것을 구현 하는 나는 언제고 다른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가는, 시차와 낙차를 경험하는 자가 될 것이다. 나는 시차와 낙차를 발견하는 자이고 그것을 자주 경험하는 자일 것이다. - 170

2022. jun.

#어금니깨물기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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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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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각한 학대의 이야기라 읽는 내내 불안하고 답답한데, 애초에 왜 이 책을 읽겠다고 샀는지는 시간이 좀 지나서 알 수 없다.

편집증적인 성격의 음모론자 마틴은 종종 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언제 마주해도 불쾌한 종류의 인간이고 이 이야기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잔혹한 현실에선 이와 같은 혹은 이보다도 더한 사례들이 넘쳐나는 것을 알고 있어 더 기분이 더럽다.

줄리아, 터틀, 개밥... 으로 불리는 주인공은 아직 어리고 양육자인 마틴에게 철저하게 세뇌되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고, 혹시라도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의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
할아버지와 학교 선생님 엄마친구 등이 있지만, 어른에 대한 불신이 이미 태산같은 터틀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양육을 훈련으로 등치시키는 마틴에 의해 생존방법에 대해서는 숙련된 어른에 버금가지만, 자신이 받고 있는 폭력과 학대를 인지하지 못한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한가 싶지만, 세상은 넓고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사람은 늘 존재하니까. ㅡㅡ

어찌됐든 터틀은 세상과 조금씩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가 이 엉망진창의 삶을 벗어나려 하는 것은 피할수 없는 문제다.



- 터틀은 혹시 세상에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남들은 볼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했다. - 23

- 난 내 정신력과 용기를 믿어야 해. 그것들을 절대 포기하지도 ,버리 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 더 강하고 굳세고 용감하고 단단해질 거야. 난 아빠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고 아빠처럼 인생을 바라보지 않을 거야. 난 강하고 순수하고 냉정해질거야. 평생 동안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을 거야. - 363

2022. jun.

#마이앱솔루트달링 #가브리엘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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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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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추천!!!!
엘리자베스 문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면서, 읽을 책이 두권 뿐인게 너무 아쉽다.

초반에 약간의 진도 부진이 있지만 중반 이후로는 아주 집중해서 속도감있게 읽었다.

버려지는 콜로니에 자발적이지만 불법적으로 남기로 결정한 오필리아.
온전히 홀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마음먹은 노년의 여성에게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가꿔온 콜로니는 그리 나쁜 선택지가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공동체의 일원으로만 살아오던 인간이 더이상 건강하지도 않은 연령에 홀로 살기를 결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일종의 자살시도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행성 개척의 시대 이야기지만, 어쩐지 몹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였던 그곳은, ‘개척‘이라는 분명한 목적때문에 더욱 그런 성격을 띠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순응하고 저항없는 태도로 살아왔지만 이젠 홀로 남은 행성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며 본래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점차 깨닫는 과정은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이 정도까지 읽다보면 대체 이 버려진 행성에 남은 노년의 여성에게 닥칠 모험과 위험이 있긴할까 싶은.
이런 기분이 드는 순간 행성에 새로운 탐사선과 개척자들이 등장하고 사십여년 살면서 한번도 존재를 느껴보지 못했던 자생종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모든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실 그 괴생명체, 자생종, 외계인(이 행성의 토착 생명이지만)은 지적능력이 상당하여 점차 오필리아와 친구와 같은 관계로 발전하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읽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재밌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보편의 인간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확고한 자신의 지위를 통해 타인을 조율하고 강제하려는 인간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안에서만 타인을 평가하는 인간들, 사소한 배려와 예의를 잊고사는 인간들에 대해서 말이다.

어려서 개척지로 이주해와 평생을 남이 이룬것들을 누리며 살아온 오필리아의 아들은 그 사실을 아예 잊은듯 했고, 아내에게 폭력과 폭언을 행사라는 일이 대수롭지 않았던 두번째 남편도 끔찍한 가부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재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더 낳지않아 오필리아의 퇴직수당을 깍는다는 컴퍼니의 행태들도.....

살면서 마주칠 일 없길 바라는 인간상들...

그리고 인류 최초로 지적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여 신뢰를 이끌어내고 그들과 교류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명망있는 외교관의 역할을 맡은 자가 백발이 성성한 작고 왜소한 노동계층 거주지 출신의 여성 노인이라는 점을 시기하고 있는 자들의 씁쓸한 보고서를 보면 일면 통쾌함도 느껴진다.

읽는 내내 제발 해피엔딩이길 바랬고 그 바람이 이루어져 너무 기뻤다.

- 뭐든 곱씹지 말거라. 오필리아의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과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이미 지난 일, 바람에 날아간 종잇장이다. 힘든 시기를 가리켜 한 말이었다. 또한 어머니는 좋은 것들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일의 가치를 설차했다. - 71

- 오필리아는 몰리가 어느 세계에서 왔는지 지금도 몰랐지만, 다들 낯선 곳일 거라고 짐작했다. 피부는 뼈처럼 하얗고 눈동자는 황록색이며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한 주황색인 몰리 같은 이들이 사는 곳이라면. 게다가 그 사고 방식. 몰리는 여자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들을 때려서 말을 듣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물리가 예방 접종과 임신 테스트, 산파들에게 진단 기계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에만 신경썼다면 목에 칼이 박힌 채 센터 뒤에서 발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85

- 그들은 나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마침내 오필리아는 그렇게 썼다. 그런데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들이 오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들의 가족은 그들이 홀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여기서 애통해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 115

- ˝내꺼야.˝ 그가 말했다. 돌아가는 머리들과 빤히 보는 눈들.
예전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그들이 걸핏하면 빤히 쳐다보지만 그뿐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 160

- 곧 둥지를 틀자가 가장 먼저 판단을 내렸다. 그것은 수호자다. 둥지수호자다. - 209

- 교제라는 것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오필리아는 살면서 혼자 있고 싶을 때 차단할 수 있는 교제를 경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파란 망토는 그런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 괴동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선을 넘는 인간들과 원래부터 다른 것 같았다. 그가 베일같은 생경한 프라이버시 안에서 내다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때때로 서로를 혼자 두는 것 같았다. 마지못해, 또는 성이 난채로 마을에서 함께 어울리던 콜로니사람들과는 달랐다. 당연히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교제할 준비가 되면 돌아왔고, 그 역시 스스로도 놀랄 만큼 기꺼운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 253

- 오필리아는 빌롱의 어머니도, 할머니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역할에는 이미 작별을 고했다. 착한 아이,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에도. 그런 것들에 70여 년을 쏟아부었다. 몰두했다. 이제는 색칠하고 조각하고, 늙고 갈라진 목소리로 낯선 괴동물들과 더 낯선 그들의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오필리아가 되고 싶었다. 괴동물한테서 받은 역할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 349

- 너는 그럴 가치가 있다. 너는 우리의 둥지수호자다. 둥지수호자는 <종족>에서 최고로 중요한 역할이다. 모든 눈이, 어른과 아기 모두가 그를 응시했고 모든 발끝이 찬성의 북을 울렸다. 너는 둥지수호자다, 너는 중요하다. 오필리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확실하게 지지 받는 느낌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 370

2022. jun.

#잔류인구 #엘리자베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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