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레이디
윌라 캐더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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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미국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 중 하나이자 네브라스카를 대표하는 지역주의 작가 윌라 캐더.
읽어보고 싶던 그의 책들이 최근 많이 번역된다. 그 시작으로 고른 책 로스트 레이디.

고상하고 우아하고 상냥하지만 도도한 매력의 19세기 스타일의 말 그대로 ‘레이디‘ 포레스트 부인.
그를 관찰하고 선망하는 청년이 닐이 화자인 이야기다.

한때 번영했던 지역이 나날이 쇠락해가고 포레스터 가문도 역시 낡은 이름이 되어가는 시절이다.
더 이상 우아하기만 해선 살아갈 수 없는 포레스터 부인을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일에 비견할 수 있다.
예의와 선의의 시대가 물러가고 비열한 술수의 자본의 시대가 되어가는 일 말이다.

부를 가진 새로운 남자을 찾아야만 고결함과 우아함를 지킬 수 있던 시대의 여성들의 모습의 전형인 메리언 포레스트 콜린스.
불행한 한 때를 지내고 다시 나름의 안온함을 찾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선택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었겠지만.

과거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지 않은 작가가 얼마나 되는가도 생각한다.
남성 작가의 글에는 그런 비판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점도 생각하게 된다.


- ˝행복한 나날을 위하여!˝
그가 저녁식사 자리에서나 오랜 벗과 위스키를 한잔 할 때 어김없이 외치는 건배였다. 그의 건배를 한번 들은 사람은 누구나 다시 듣고 싶어 했다. 이 세 마디를 그처럼 진중하고 기품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었다. 엄숙한 순간이었으며,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날이 그 문 뒤에 숨어 있었다. - 62

- 그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에게서 진실을 듣고 마음을 편히하고 싶었다. 그녀는 엘린저 같은 남자와 있을 때 자신의 기품은 전부 어떻게 하는지? 어디에 치워 두는지? 그리고 그것을 한번 치워 놓은 다음에 어떻게 다시 자신을 되찾아서, 사람들에게 - 심지어 그에게도 - 세상 누구와 맞서도 부러지지 않게 단조된 칼날 같은 굳건한 힘을 실어 주는지? - 117

- 아이비가 흡연실로 떠나자 닐은 창밖에 흐르는 스위트워터의 풍경을 바라보며 곰곰이 반추했다. 과거에 서부를 개척한 이들은 숭고한 마음을 지닌 모험가들이자 꿈을 꾸는 사람들로, 위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예의를 중시하고 의리에 목숨을 걸던 이들은 공격에는 강했지만 방어에는 약했고, 정복은 할 수 있되 정복한 땅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들이 일구어낸 드넓은 영토의 운명은 이제 아이비 피터스처럼 평생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들은 신기루를 꿀꺽 삼키고 아침이 싱그러움을 흩날리고, 자유를 잉태한 드높은 정신을 뿌리 뽑고, 위대한 영주들의 관대하고 여유로운 삶을 끝장 낼 것이다. 성냥 제조업체들이 원시의 숲을 폭발시키듯, 이들은 개척자들의 영역과 빛깔과 귀족처럼 부주의한 태도를 산산이 조각내어 이윤으로 환산할 것이다. 미주리부터 산간지방까지, 고달픈 시대로부터 쩨쩨한 경제관념을 배운 약삭빠른 젊은 세대는 아이비 피터스가 포레스터 플레이스의 습지를 배수하며 저지른 것과 정확히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다. - 124

-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무대 일꾼들 뿐이었다. 고귀한 대업과 눈부신 나날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다. - 192

2022. jun.

#로스트레이디 #윌라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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