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태인과 배양인으로 대변되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기대보단 유머가 줄고, 행운이 조금 첨가된 후 음모가 더해져 진지한 디스토피아 스토리가 되었다.운 좋은 배양인인 ‘아리’ 캐릭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신록의 불운한 지난날을 진심으로 연민하고 응원하는 나이브함이 기괴하지만 사랑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런 심성은 고난이 없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한다.서사없이 철저한 악인인 서지아의 몰락이 ‘개미’로부터 온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읽는 내내 어떤 자의 ‘개 돼지‘ 발언이 생각났다.사유가 조금 줄었다면 덜 우울했을까 싶기도.이기적으로 자신들의 영달, 이익만을 위해 그 저의를 숨길 생각조차 없이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고위층, 앨리트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비위좋게 여유롭기 어려운 나날이라 더욱 울적하다. - 과정은 중요해.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싶은거 아니었어? 품위를 바란다며? - 135- 서소원은 모든 배양인이 지는 생명세의 의무를 폐지하길 원했고, 장기적으로는 배양인과 잉태인의 사회를 합치길 바랐다. 미친 소리였다. 신 서울은, 한반도의 문명은 90퍼센트의 배양인 노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순진한 망상은 21세기에 이미 끝장났다. 아직도 서지아는 서소원이 왜 그런 이상론에 몰두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값싼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 2192022. may.#우리가오르지못할방주 #심너울
시를 읽고 나누는 시인과의 대화.황인숙 시인의 ‘꿈’은 다시 읽어봐도 마음이 짜르르 하다.윤동주 시인의 ‘병원’도.이상 시인의 ‘이런 시’도.-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28- 문학은 결국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잊지 말자고, 혹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거든요. 나의 슬픔도 타인의 슬픔도 모두 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2882022. may.#읽는슬픔말하는사랑 #황인찬
허무하고 쓸쓸한 중얼거림을 듣는 기분.제임스 설터는 작품마다 좋고 싫음의 확률이 널을 뛰는 것 같다.이건 좀 취향이 아닌걸로.- 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 [쿠란, 57장 무쇠의 장] - 릴케가 말했듯이 인생 초년생을 위한 학교는 없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받는 질문이 대답하기 가장 어렵다. - 642022. oct.#스포츠와여가 #제임스설터
김혜진의 [미애]가 제일 좋았다.그리고 서수진의 [골드러시]도.엔솔로지에 조금 지쳤다고 할까 하는 와중에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언제나 보통 이상의 좋은 점이 있다.- 때로는 비장하게까지 여겨져서 사정을 잘 모르는 미애조차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들이 놀랍고 얼마간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으나 미애의 눈에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신을 그 모임에 끼워준 진짜 이유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 - 199, 김혜진, 미애2022. may.#2022제13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임솔아 #초파리돌보기
삼부작의 대미.세권을 텀을 두고 읽었지만 무리없이 흡수되는 3부작이다.마지막으로 합법적인 인류 개척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는 로아노크 이주민들의 대장정. 우주까지 개척하는 시대에도 서로의 세 확장을 위해 대립하는것이 우선의 가치라면 그 미래는 좀 쓸쓸한게 아닐까.멋진 3부작이다. 조이 이야기도 어서 읽어야지.가장 흥미로운 생명체는 조이를 숭배하는 오빈들이다.- 2500명은 어딘가를 인간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숫자다. 모조리 죽는다 해도 연맹이 눈물 한방울만 흘리고 지나갈 수 있을만큼 적은 숫자이기도 하다. 뭐,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도 지극히 선택적이고...... - 80- 묘석을 제대로 안 보고 계셨군요. 난 사후세계에 가봤어요. 거기에서 돌아오는 건 문제가 아니죠. 힘든 건 삶쪽이에요. - 96- 난 종교를 이해할 수 없어.종교란 안에서 봐야 더 말이 되지. 어쨌든 이해할 필요는 없어. 존중하기만 하면 돼. - 1872022. may.#마지막행성 #존스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