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안전가옥 오리지널 13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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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태인과 배양인으로 대변되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
기대보단 유머가 줄고, 행운이 조금 첨가된 후 음모가 더해져 진지한 디스토피아 스토리가 되었다.

운 좋은 배양인인 ‘아리’ 캐릭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신록의 불운한 지난날을 진심으로 연민하고 응원하는 나이브함이 기괴하지만 사랑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런 심성은 고난이 없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서사없이 철저한 악인인 서지아의 몰락이 ‘개미’로부터 온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읽는 내내 어떤 자의 ‘개 돼지‘ 발언이 생각났다.

사유가 조금 줄었다면 덜 우울했을까 싶기도.

이기적으로 자신들의 영달, 이익만을 위해 그 저의를 숨길 생각조차 없이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고위층, 앨리트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비위좋게 여유롭기 어려운 나날이라 더욱 울적하다.

- 과정은 중요해.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싶은거 아니었어? 품위를 바란다며? - 135

- 서소원은 모든 배양인이 지는 생명세의 의무를 폐지하길 원했고, 장기적으로는 배양인과 잉태인의 사회를 합치길 바랐다. 미친 소리였다. 신 서울은, 한반도의 문명은 90퍼센트의 배양인 노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순진한 망상은 21세기에 이미 끝장났다. 아직도 서지아는 서소원이 왜 그런 이상론에 몰두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값싼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 219

2022. may.

#우리가오르지못할방주 #심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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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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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누는 시인과의 대화.

황인숙 시인의 ‘꿈’은 다시 읽어봐도 마음이 짜르르 하다.
윤동주 시인의 ‘병원’도.
이상 시인의 ‘이런 시’도.

-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28

- 문학은 결국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잊지 말자고, 혹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거든요. 나의 슬픔도 타인의 슬픔도 모두 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288

2022. may.

#읽는슬픔말하는사랑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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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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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고 쓸쓸한 중얼거림을 듣는 기분.

제임스 설터는 작품마다 좋고 싫음의 확률이 널을 뛰는 것 같다.

이건 좀 취향이 아닌걸로.

- 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 [쿠란, 57장 무쇠의 장]

- 릴케가 말했듯이 인생 초년생을 위한 학교는 없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받는 질문이 대답하기 가장 어렵다. - 64

2022. oct.

#스포츠와여가 #제임스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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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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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의 [미애]가 제일 좋았다.

그리고 서수진의 [골드러시]도.

엔솔로지에 조금 지쳤다고 할까 하는 와중에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언제나 보통 이상의 좋은 점이 있다.

- 때로는 비장하게까지 여겨져서 사정을 잘 모르는 미애조차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들이 놀랍고 얼마간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으나 미애의 눈에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신을 그 모임에 끼워준 진짜 이유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 - 199, 김혜진, 미애

2022. may.

#2022제13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임솔아 #초파리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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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2-0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상 수상집은 매년 어떤 흐름이랄까, 쏠림이 느껴지는데요 올해(아니 작년) 책은 어떨까 싶어요. 실은 읽을 때면 매년 ‘더 늙은‘ 독자인 나를 생각하게 돼요. ^^;;;

hellas 2023-02-05 12:06   좋아요 1 | URL
어쩔수 없죠 문학은 시대를 따라가니까겠죠. 저도 매년 내가 낡아진 느낌을 받아요. 그걸 이야기가 별로라고 느끼지 않는 점은 다행이지만요.
 
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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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작의 대미.

세권을 텀을 두고 읽었지만 무리없이 흡수되는 3부작이다.

마지막으로 합법적인 인류 개척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는 로아노크 이주민들의 대장정.
우주까지 개척하는 시대에도 서로의 세 확장을 위해 대립하는것이 우선의 가치라면 그 미래는 좀 쓸쓸한게 아닐까.

멋진 3부작이다. 조이 이야기도 어서 읽어야지.
가장 흥미로운 생명체는 조이를 숭배하는 오빈들이다.

- 2500명은 어딘가를 인간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숫자다. 모조리 죽는다 해도 연맹이 눈물 한방울만 흘리고 지나갈 수 있을만큼 적은 숫자이기도 하다. 뭐,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도 지극히 선택적이고...... - 80

- 묘석을 제대로 안 보고 계셨군요. 난 사후세계에 가봤어요. 거기에서 돌아오는 건 문제가 아니죠. 힘든 건 삶쪽이에요. - 96

- 난 종교를 이해할 수 없어.
종교란 안에서 봐야 더 말이 되지. 어쨌든 이해할 필요는 없어. 존중하기만 하면 돼. - 187

2022. may.

#마지막행성 #존스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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