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ㅣ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문학동네 겨울호를 서둘러 읽으려다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집어든 책.
혈압이 상승하는 이야기.
분노와 경멸로 설명 가능한 갑갑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지리 복도 없는 ˝나복만˝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야기꾼 이기호는 옳지만, 체기가 올라오는 역사는 어디부터 잘못된 건가.
국가보안법보다 도로교통법이 중요한 삶.
그 말이 블랙유머같이 다가오는 면이 있긴 해도, 실상 그것이 진실 아니겠는가.
형이상학의 이념보다 생과 사, 기초적인 도덕의 문제.
차마 빨리 쓸 수 없었다는 작가의 말에
꽤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15. March
그러니, 보아라. 바로 이 지점에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의 핵심을 그대로 단정지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아무것도 읽을 수도 없는 세계. 눈앞에 있는 것도 외면하고 다른 것을 말해버리는 세계, 그것을 조장하는 세계, 그것이 어쩌면 `차남들이 세계`라고 말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p. 179
택시가 남부시장 로터리에 막 진입했을 때, 나 복만이 정과장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개새끼야...... 명, 명찰을 달고 있어야지만 그,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보니?" 정과장이 천천히 나복만을 바라보았다. 나복만은 앞 유리창쪽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다시 한번 말을 했다. "명찰을 달고 있어야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냐고, 이 개새끼야!" 정과장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그는 다시 굳은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과장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때 늦은 후회였다. -p. 2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