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플래티넘 등급에 제공되는 영화할인권...

혹시 사용 안 하시는 분 계시면 양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2장 정도 필요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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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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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1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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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2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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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2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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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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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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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대학가 근처에는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 기숙사가 학생들을 주거를 흡수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의 대학가는 흔히 자취방이라고 부르는 옛날식 원룸이거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하숙이 대세였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다녔기에 이런 방식의 독립은 경험하지 못한 때였다. 다행인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친구 덕에 기숙사 구경도 해 보고, 그 친구가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교 앞에서 하숙했기에 하숙집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독방에 세면시설이 있었고, 식사만 다른 하숙생들과 같이했다. 복도식 아파트의 축소판처럼 각각의 하숙방이 쭉 있는데, 나중에는 옆방 남자 선배와 친해지기도 하고, 다른 학부의 친구를 알게 되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가졌던, 로맨스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설정이 현실로 이어질 법도 하건만,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은 각자의 학교생활 충실히 하고 졸업과 동시에 인사도 없이 떠나가는 잠깐의 식구(?)였다.

 

이상하다. 이런 로맨틱한 상상은 그 이후로도 가끔 떠오르곤 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언젠가...' 그래, 언젠가 나에게도 옆집의 남자와 부딪힐 사건이 벌어질지 몰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괜히 화내거나 성질내지 말고 성격 좋은 여자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엉뚱한 계획까지 세웠다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일은 정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 간혹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일어났더라고요!' ? 그거잖아.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로 머무는 거지... 라고 다짐하지만, 또 상상하고 기대하고 설레고 싶어지네, ~!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독자의 이런 간질간질한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소설이다. '내 로맨스가 아니면 관심 없다! 소설이나 영화의 로맨스는 사양한다!'라고 외치는 독자에게 은근히 스며들기 좋은 이야기로,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두근거림,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오해들, 좀 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 이들이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현실에 맞는 상황들과 약간은 소설 같은 설정에, 인생의 단짠단짠을 그대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사는 게 뭐 있나, 이렇게 힘들다가도 인생 전화위복이 되는 거, 그렇게 행복에 한발 다가서려고 애쓰면서 사는 게 사는 거지.

 

애인과 헤어진 티피는 같이 살던 애인의 집에서 나와야 할 상황이지만, 그녀가 가진 돈은 부족했고, 살 곳은 필요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 집주인은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여서 서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다르니 자기가 집에 없는 시간에 집을 대여한다는 것. 이용 시간을 정해놓고 같은 집을 시간대 나눠서 둘이 같이 쓰자는 말이다. 월세도 괜찮은 가격에 좋은 조건이지만, 집주인 남자와 동거(?)한다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다른 선택지가 없던 티피는 집주인 리언과 계약하게 되고, 시간차 동거를 시작한다.

 

서로가 '윈윈'하는 계약이었지만,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모르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것, 서로 성별이 다르다는 것,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의 공간이 공유된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등 혼자 살 때와 다른 게 너무 많지 않은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지켜야 할 게 많고, 나만의 공간이 아니니 여러 가지로 물어볼 것도 많은 게 사실이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의사소통은 필요했다. 티피가 리언의 집에 들어온 이후로 두 사람의 의사소통은 쪽지였다. 집안 곳곳 발길 닿는 곳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포스트잇 쪽지를 붙여놓는다. 세면대 진열장에, 냉장고에, 침대 옆에, 식탁 위에 등.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고,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고, 어느 공간을 어떻게 바꿨으니 이해해달라는, 정리되지 않은 짐의 처리 방식 같은 그 공간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이 정도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온도가 괜찮지 않은가? 적당한 거리와 딱 필요한 내용만 주고받으면 되는 일. 참 심플하다.

 

그런데 말이다. 읽다가 보니 이 동거의 단점보다는 장점, 감정을 건드리는 설정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꾸 설렘설렘하더라. 21세기의 유럽이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애인을 정리하는 것도 참 심플하게 느껴졌는데(리언의 경우), 왜 티피와 리언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아날로그 시대를 보는 것 같을까? 느려도 너무 느리다. 뭔가 말랑말랑한 게 피어오를 것 같으면서도, 조심스러워서 좀 더 살펴보다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좋게 보면 사람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성격이고, 나쁘게 보면 답답해서 독자를 죽일지도 모른다. 그냥 핑계 하나 만들어서 서로 얼굴 보란 말이야~! 그러다가 둘이 얼굴을 마주하게 된 곳이 리언의 집 욕실이다. ㅋㅋ 티피는 어쩜 그렇게 타이밍도 잘 맞췄는지, 첫 만남이 훌러덩 다 벗은 누드 차림과 속옷 차림인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 서로 민망한 꼴을 먼저 보고 시작했으니, 뭔가 급히 전개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나뿐만이 아닐 터.

 

무엇보다 이 소설의 아날로그적 사랑법이 두근거리면서 다가왔던 건 둘이 주고받는 포스트잇 쪽지였다. 얼굴도 모르고 통화도 안 하는 두 사람은 집안에서의 쪽지와 급할 때 사용하는 문자였다. 말로 하면 몇 초 걸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쪽지로 오고 가면서 차곡차곡 쌓인다. 소소했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일상이 그렇지 않은가. 하루하루 소소하게 살아가는 시간. 누군가와 종일 이야기했어도 정리하려고 보면 일상의 안부를 나누는 일이었다는. 티피와 리언이 처음에 나누는 메모는 집안의 정리나 서로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서로의 일상을 작게나마 적기 시작하면서 상대의 안부를 묻기에 이른다. '리언, 괜찮아요?' 같은 걱정의 말, 출판사 편집자인 티피가 만든 책의 감상을 전하고, 일터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나누는 것도 두 사람 사이에 점점 커지는 일상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며 상대의 마음을 읽고, 때로는 눈앞에서 마주하고 말할 때보다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수단인 편지의 힘을 확인한 것만 같다. 하고 싶은 말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은 세상에서,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전달되기만 하면 되는, 속도보다 진실한 마음에 중요함을 강조한 것 같아서 괜히 흐뭇해지기도 했다.

 

냉장고 문에 이마를 잠시 얹었다가 종이 쪼가리와 포스트잇 쪽지들을 손가락으로 훑어본다. 엄청난 양이었다. 농담, 비밀, 이야기, 두 사람의 인생이 천천히 펼쳐지고 있는 광경.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광경. 아니면 뭐랄까. 동시에 똑같이 바뀌는 장면이랄까. 다른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251페이지)

 

이 소설이 의미가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데이트폭력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는 점이다. 티피의 전 애인 저스틴은 다른 여자가 생기고 같이 살던 티피를 내보낸다. 오히려 동거하는 동안 발생한 지난 비용까지 청구한다. 사귀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는 티피의 말을 듣고, 이런 놈과 헤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티피는 저스틴의 연락에 다시 그를 마음에 담으려고 한다. ? 저스틴과 오랜 세월 연애하는 동안 티피는 저스틴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그의 모든 말에 점점 수긍해가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말이 옳고, 사실을 왜곡해서 기억하게 하고, 강요와 압박으로 상대가 잘못했다고 결론짓고 인정하게 만드는 일들. 저스틴은 교묘하게 티피를 조종했고, 티피는 그것도 모른 채로 저스틴과의 반복되는 헤어짐과 연애에 익숙해진 거다.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저스틴이 티피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저스틴과 연인으로 지내면서 티피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는, 그와 헤어진 후에 나타난 후유증과 같다.

 

 

한 사람은 전 애인의 감정적 학대에 속으로 무너져 내렸고, 한 사람은 내성적 성격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며 죽음을 일상으로 보면서 산다. 우울함이 내재하면서 언제든 극단적으로 치닫는 마음에 나쁜 선택을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이런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났으니, 두 사람을 지켜보는 독자의 염려도 저절로 커진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이 단순히 로맨스 소설로만 비치지 않는 이유, 어쩌면 연애의 시너지효과가 제대로 발휘한 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티피와 리언은 진짜 연애와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고, 정신적인 아픔까지 치유되어 가는 것을 증명했다. 분명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두 사람의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것까지 아우르며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게 사랑하는 사람의 자격이 아닐까? 티피와 리언의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에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한마디가 간섭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각자의 인생이지만, 또 같이 사는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준 이들 때문에 흐뭇하다.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걸 보면서,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사람들 때문에 내내 웃으면서 읽었다.

 

"때로는 예전대로 사는 게 더 쉽게 느껴져요. 더 안전한 것 같죠. 하지만나는 당신이 해내는 걸 봤어요. 당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을. 당신이 얼마나 용감한지 봤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괜찮겠어요?" (441페이지)

 

눈물보다 웃음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다면,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면, 그 연애 괜찮은 것 아닐까? 그동안 로맨스 소설 읽어오면서 로맨스에 관해 나름의 정의를 여러 가지 세웠었는데, 어느 정도 현실에 맞게 떨어지는 정의는 '동반성장'이었다. 상대와 함께함으로써 내가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는 것, 동시에 상대방도 나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더 발전된 인간으로 만족하게 되는 것. 그렇게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의 존재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연애가,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달콤함과 말랑말랑함에 인간미까지 얹어진, 로맨스와 자기 성장이 잘 어우러진 소설이었다. 홍보 문구의 한 문장처럼,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로맨스는 여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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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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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한정’이라는 말에 혹해서 망설이던 책을 주저하지 않고 책을 산 적이 있다. 초판에 한정하여 양장, 저자 사인본 같은 이유로 예약판매 버튼을 누르고야 마는 일. (가장 최근에 산 초판 한정 책은 뭐였더라...) 아니면 리커버 출간본이거나. 지금 당장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출간을 기다렸던 책이 아니라, 그저 나중에 사는 사람과 다른 책을 받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것도 책을 향한 욕망이라면 욕망일까. 그럼 인간의 욕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정확히 알 수 없다.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인간의 욕망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며, 채우고 만족해하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거다. 그저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하고 급기야 나의 것이 되어야만 만족에 이르는 것. 하지만 이런 욕망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임에도, 어느 순간 그 선을 넘어 범죄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개인의 욕망이 지켜야 할 그 선을 넘어 범죄자가 되어버린 깃털 도둑에 관한 이야기다.

 

에드윈 리스트는 플루티스트다. 어렸을 적 배운 플라이 타잉에 흠뻑 빠져들어, 어느 순간 그 세계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발휘한 청년이 되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행해지는 플라이 타잉 행사에도 참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그가 배운 그대로 플라이 타잉 비법을 전수하기도 하는, 어리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재능을 흠뻑 뽐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취미든 돈이 들게 마련이다. 플라이 타잉에 필요한 건 여러 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깃털은 모든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은 염색하거나 깃털 비슷한 재료로 장식해도 좋을 테지만, 마니아층 사이에서 플라이 타잉의 매력은 진짜 깃털 그것도 ‘아름다운 깃털’로 만든 것이어야만 했다. 희귀한 새의 깃털이나 19세기 깃털 모자의 유행으로 사용되었던 깃털 같은 거 말이다. 에드윈은 음악에 필요한 플루트도 좋은 것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플라이 타잉에 최고점을 찍기 위해 아름다운 새의 깃털에 욕망을 버리지 못했다. 2009년 영국의 트링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새 가죽을 훔쳤다.

 

 

 

처음에 박물관은 도난 사실을 몰랐다. 500여일이 지나서야 도난 사실을 알고 수사를 의뢰했으나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수사가 길어지는 동안 에드윈은 자기의 범죄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점점 사라졌다. 훔쳐 온 새의 가죽과 깃털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팔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왕립음악원에 다니고, 플루트를 연주하고, 플라이 타잉에 빠져 지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드윈이 저지른 일은 완전범죄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와 세상에 알려진 것을 보면 그의 완전범죄는 실패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에드윈이 희귀한 새의 깃털을 신나게 팔아댈 때 그에게 깃털을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깃털의 출처를 의심하는 이도 있었던 것. 그렇게 단서를 잡은 경찰은 에드윈을 찾아갔고 그도 순순히 자백했다. 남은 것은 그의 범죄를 낱낱이 밝히는 일과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리는 것인데...

 

 

원래 플라이 타잉은 강에서 송어를 잡기 위해 인조 미끼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플라이 타잉을 무슨 예술 작품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더 아름답게, 더 멋지게 만들어 자기만의 플라이 타잉을 구축하는 것.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새의 깃털을 사용하게 되는 건데, 보통은 일반적인 새의 깃털에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해서 사용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아름다움이 처음부터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과 같을 수 있었겠는가. 아니면 이 분야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속설이나 가진 자의 우월감을 뽐내려고 희귀한 새의 깃털을 소장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구하기 힘든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 방식이 이들의 갈증을 심하게 만들었고, 고가로 거래되는 깃털을 구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급기야 박물관에 전시된 새를 훔치게까지 한 것이다.

 

 

 

혹시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 박물관의 저 새들을 가져올 방법이 없을까? 아무도 없을 때 그냥 훔쳐 올까? 아니야, 불가능할 거야... 상상으로만 멈춘 일을 에드윈이 해낸 것일 뿐, 그래서 박물관의 전시품을 훔친 에드윈을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에드윈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 마음은 나중에 수사 과정이나 저자가 인터뷰를 시도하려고 했을 때 보이던 커뮤니티 회원들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멸종되어 더는 알아야 할 가치가 없는 새들, 더는 연구할 게 없어진 대상을 좀 가져갔다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이 단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연구하는데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라져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플라이 낚시는 수온, 유속, 날씨, 물고기의 활동성, 플라이의 정확도, 깔끔한 캐스팅이 전부였다. (351페이지)

도대체가 궁금하다. 송어 낚시를 하는데 새의 화려한 깃털이 왜 필요한가? 희귀한 새의 깃털은 송어 낚시에 필요한 도구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 심취한 이들의 은근한 경쟁 심리 같은 게 작용해서 시작된 대결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흡사 요즘에도 어느 덕후들의 세계에서 보는 일반적인 모습 같다. 희귀템을 먼저 손에 넣어야 하고, 이런 희귀템은 중고시장에서도 상당히 고가로 거래가 되며, 마침내 그런 제품들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채워지는 이 충만감이란! 덕질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그 개인의 취향에 인류 역사의 연구를 위해 존재해야 할 것들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니겠나.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때로 자기 이외의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에드윈의 이런 기이한 행동도 인간이 내재한 욕망을 거스르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에, 여러 방면의 학자들과 박물관은 그들의 집착과 욕망에 맞서 싸워야 했다.

 

 

에르메스 가방과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가 나오기 전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더 이국적이고 더 비쌀수록 더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새의 깃털일 것이다. 수컷 새는 암컷 새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깃털을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어왔지만, 인간 세계에서는 그 깃털을 이용해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고, 사회적 신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새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들끼리만 지내면서 너무 아름답게 변해버렸다. (70페이지)

 

깃털을 처음 장식으로 이용한 건 19세기였다고 한다. 19세기의 거의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했다. 오늘날의 명품을 만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 수단으로 새의 아름다운 깃털을 선택했다. 깃털은 희귀하고 비싸게 거래될수록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왜가리 깃털을 올림머리에 꽂아 넣은 후, 100년이 지나지 않아 새의 깃털은 전 세계 여성의 모자를 장식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모자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볼 수 없던 이들은 깃털 사용을 막으려고 했고, 깃털 관련 업체들은 경제 위기를 들먹이며 반대했다. 법으로 막을수록, 지하에서 거래되는 깃털은 더 귀한 게 되었고 부르는 게 값이 되었을 테지. 가벼운 깃털 하나에 묵직한 인간의 역사가 빼곡하게 담긴 것도 모르고 말이다. 보존해야 할 것들로 찾아낼 수 있는,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이들의 욕망은 집어넣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범죄 실화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더한 가독성이 있다. 절도와 범인, 범인을 추적하는 이의 구도를 넘어서서 범죄의 시작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에서 찾기도 하는 내용이 너무 흥미롭다. 그 바탕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금지되는 것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있었다. 당신에게도 수없이 나타날 수 있는 욕망, 그 욕망이 춤을 출 때마다 인류 역사의 귀한 자료들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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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2-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이런 책이었어요? 저는 깃털 도둑이라고 해서 은유적으로 말한 미스테리 소설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와..

구단씨 2019-12-07 15:41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답니다. ㅡ.ㅡ;;
실화라는 게 더 놀랍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19-12-0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팔할 쯤 읽고나서야 아 논픽션이네 했어요 ㅎㅎ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더라구요.

구단씨 2019-12-07 15:4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도 위의 다락방님처럼 소설일 줄 알았어요.
한참 읽다가 보면, 진짜 놀랍기만 하더라고요.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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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귀퉁이에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280페이지)

 

이성을 만나면서 가장 좋을 때는, 그 사람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내 모습까지 꺼내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나로 살아가게 하는 상대를 보는 일은 설렌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일으키는 연애를 넘어선 일이면서도, 내 인생을 발전하게 하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여행도 그렇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마주하고, 물리적인 이동이든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든, 지금의 내 모습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나아가게 한다. 그 움직임 끝에서 마주하는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나’일 것이다. 겉모습은 같지만, 내면에는 좀 더 풍성하게 채워지는 나. 하지만 이런 수확을 얻으려면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떠나야 한다. 내가 직접 움직이고 느껴야 내 것이 된다.

 

직접 부딪혀야만 얻는 것들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데, 작가가 들려주는 방랑의 시간은 너무 자유로웠다. 형식에 얽매이거나 강요하지도 않았다. 시선과 마음의 움직임까지 여행이라 말하면서, 그 길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많은 사람과 장소, 상황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던 그곳의 일들을 보여주면서도, 나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한 조각을 확인하는 것 같은 여행이었다가도,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쌓여가는 시간의 모습이었다. 떠나고, 직접 보면서 알게 되는 세상의 많은 단면에 삶의 경험치가 하나 더 채워지고 있었다.

 

100편이 넘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은 방랑했다. 그들을 따라간 이야기에서 어쩌면 작가 본인이 느낀 여행에 대한 단상까지 포착한다. ‘기차와 호텔, 대기실이나 비행기의 접이식 테이블에서 글 쓰는 법을 익혔다’는 작가의 경험은, 소설 속 화자들이 머무는 곳에 반영한다. 공항에서 대기 중이거나 비행기를 타고 있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거나. 어딘가에 멈춰있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이란 여행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계속 분주하다. 화자들을 왜 그렇게 그려야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금방 사라졌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적나라하게 제목에서 꺼내놓지 않았던가. 머물지 않고 방랑하는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조각이 아닌 전체를 맞춰가면서 보고 있는 거라고 이 소설 속 이야기 전체에 뿌려놓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이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또 다른 하루였다. 그곳에서 온갖 일들이 소소하게 펼쳐지고, 때로는 무거운 이야기로 가슴에 한참 동안 머물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서, 어쩌면 그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행 계획이라도 세워야 할 것처럼 생각을 멈추기도 했다. 그 모든 순간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와 만족을 주면서, 그 길에서 부딪힌 어떤 경험으로 또 하나의 지식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채워지는 뿌듯함까지 느끼게 한다.

 

읽기 전에는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보다 떠나기 전까지의 무거움이 먼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방랑의 의미를 세상에서 낙오되고 섞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으로 판단하곤 했던 선입견도 불러왔다. 하지만 이 소설로 만난 많은 이의 여행과 방랑은 낙오된 자의 하루가 아니었다. 세상과 섞이지 못한 자의 부유도 아니었다. 삶을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는 하나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우리에게 여행은 그런 것일 뿐이었다. 직접 움직이고 부딪혀서 내 것으로 채워지는, 나의 삶을 나 스스로 끌어가게 하는 방법이자 수단이자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열정이었다. 우리가 삶을 채우고자 매일 걷는 발걸음이 이런 자유로움이라면 얼마든지 걷겠다. 움직이겠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순례객 모두가 가장 열광한 대상은 횡단면으로 자른 표본들이었다.

그렇게 여러 조각으로 잘린 한 인간의 몸이 지금 눈앞에 놓여 있다. 덕분에 우리는 인체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59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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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12-01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싶게 만든 글이네요. 더불어 어디로 움직여 가야 할 것도 같은...좋은 글 감사합니다.

구단씨 2019-12-06 12:36   좋아요 1 | URL
짧은 글에 강렬한 뭔가가 있어요. 작가가 중간중간 드러내는 속마음이 문장에 그대로 실린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