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씩 읽다가 말기를 반복.

딱히 책 읽기 계획을 세우고 살진 않았는데,

이 작품 <홀>은 올해가 가기 전에 완독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데 다짐이 필요하다니...

게으른 독자가 맞긴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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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기쉐기몽쉐기 2017-02-1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급 궁금해서 밤중에 서점 문닫기 전에 달려가서 사고 새벽에 읽은 책이네요. 얇아서 슈루룩 읽었던거같아여

구단씨 2017-02-16 19:04   좋아요 0 | URL
아... 다행입니다. ^^
몽쉐기님 말씀에 도전의 맘이 불끈~~!!
 
그럼에도 우리는
박정아 지음 / 청어람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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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이상하게도, 금기에 끌리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그 본성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살면서 그 금기를 궁금해하지 않았던 적이 드물다. 굳이 금서라고 하니 더 찾아보고 싶고, 절판이라고 하니 더 궁금해지는 마음에 보태어, 금지된 사랑이라고 하니 더 확인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형부가 되었을지도 모를 남자와 어쩌면 처제가 되었을지도 모를 여자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더 듣고 싶은 건 그래서인지도...

 

내가 만나던 남자가 며칠 후에 약혼한단다. 나와 만났던 반년의 시간은 뭐란 말이지? 그의 약혼녀가 찾아와 서윤의 마음을 흔든다. 아니, 처음부터 서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가 약혼녀를 두고 자기를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을 더 단단히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사랑했던 시간과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녀의 결정이 옳다고 믿어야 했다. 더는 그를 마주할 생각이 없으니까. 마지막 기회조차 그는 거짓말로 서윤을 실망하게 했으니까.

 

그런 서윤에게 지금과는 다른 시간,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떠난 여행, 그렇게 자리 잡은 청주. 새로운 직장을 구했고, 작은 집도 얻었다. 거기에서 인연이 시작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바로 옆집에 사는 남자가, 한때 형부가 되었을지도 모를 기주였다니. 서윤이 미안한 마음을 사람이기도 하다. 언니의 선택에 조언했다는 이유로... 그런 남자와 이웃사촌으로 마주하면서, 오가며 마주할 일이 생기고, 그런 시간이 쌓여가는 그때.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은 서로에게 건너가 버렸다. 그렇게 움직이는 마음이 단속한다고 멈추거나 머뭇거리지는 않는 거겠지. 안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이임을. 하지만 남들이 흔히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어긋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서윤은 온 힘을 다해 고백하고 기주를 붙잡으려 하지만, 기주는 그의 마음을 꼭꼭 숨기고 서윤에게 거짓으로 행동한다. 너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마음에 두어서도 안 되는 존재다, 이대로 서로에게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리자. 웃기게도 진심이란 건,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라는 거.

 

설정 자체가 독자의 호기심을 끌 만하다. 드라마 <눈사람>과는 다른 시작이고 다른 내용이니 혹시나 그런 분위기를 예상한 독자가 있다면 접어두시길. 그저, 형부와 처제로 엮일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러니 시작도 진행도 마침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주변의 많은 사람이 던지는 시선이 관계를 흔든다. 시작도 하기 전에. 하긴, 말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사이이기는 하다. 기주의 부모에게도, 서윤의 부모에게도 핵폭탄이 투하된 것 같을 거니까. 서윤과 기주 사이에 일어날 문제는 이게 전부다. 오직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미안한 대상에게 또 한 번 미안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것.

 

읽기 전에는 막장이라고 부를 이야기가 아닐까 염려되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읽는 동안 계속 마음이 술렁였다. 과거의 인연이었지만 이웃사촌으로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한 부분에 자리할 줄 알았는데, 점점 마음이 가는 걸 붙잡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다. 누굴 좋아한다는 건 계획적으로, 작정하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므로. 그래서 더 괴로웠겠지. 전혀 그럴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겠지. 이제 어쩌겠어. 쏟아낼 수밖에. 그런 면에서 보면, 서윤의 용기가 이 사랑을 성공시키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안 된다며 물러서고, 급기야 도망가고 말았던 기주에게 항복의 선언을 끌어냈으니 말이다. ^^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주의 말처럼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더 눈여겨보고 싶은 건, 허락된 사랑을 얻기 위한 그들의 간절한 기다림이었다. 이들의 힘든 사랑의 결실이 더 예뻐 보이는 건,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랑으로 풀어갈 줄 알았더니만 감정이 바탕이 된 이들의 이야기에 이성적 판단과 이해를 보태어 잘 그려진 그림으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사랑 때문에 힘들고 아플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도 놓치지 않더라. 작가의 전작 한 편을 읽었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게 이뤄가는 사랑이 담백하면서 공감하게 하더라. 그 이유로 이 작품 궁금했는데, 비슷한 분위기이면서도 그들의 로맨스에 더 설레게 한다. 외면한다고 사라질 마음이 아니라는 걸 거듭 확인하게 된다. 가독성도 좋고, 가슴이 콩닥거리기에 충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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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남자를 따라갔다. 그는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곳이라며 누군가를 이끌고 우세모노 여관을 향한다. 하지만 정작 우세모노 여관으로 사람들을 인도한 그는 여관의 문을 넘지 않는다. 여관 문 앞에서 그를 따라온 이를 여관의 지배인에게 인도할 뿐이다. 어쨌든. 여관을 찾은 사람들은 간절했던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으니까. 잃어버린 무엇 혹은 잃어버린 사람을... 그래야 이 방황을 끝내고 다시 발걸음 할 수 있으니까.

 

 

 

 

 

 

 

 

 

 

이런 말부터 하긴 좀 민망하지만,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 책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던 게 아닐까 싶다. 펼치자마자 그냥, 좋아해 버렸으니... 별거 없었다. 잘생긴 그 남자 마츠우라가 사람을 한 명씩 데리고 우세모노 여관으로 온다. 마츠우라를 따라 여관에 들어선 사람은 여관에 머물면서 그들이 찾는 것을 떠올린다. 무엇을 찾으러 왔을까? 찾고 싶은 게 있긴 한가? 아니, 그들이 찾는 것과 이 여관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알고 여길 찾아온 거지? 여관의 사장은 어린 소녀다. 그래서 더 의아하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 사장이라면 연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 같은 거라도 기대하겠는데, 이 어린 소녀에게서는 무엇을 기대하란 말인지... 그런데 여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님이 무슨 질문을 하면 사장에게 물어보란다. 저렇게 어린 소녀가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다고 자꾸 사장에게 물어보래? 여관의 손님은 그런 사장에게 관심 두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찾으러 온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여기에 온 것일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러니 궁금증이 늘어날 수밖에. 궁금증이 늘면서 여관에 온 그들의 사연에 귀가 열린다. 그렇게 하나씩 펼쳐지는 이야기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그러니까 이 부분, 여관의 손님이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고 인생을 되짚어보는 장면이 시작될 때마다 가슴이 뛰곤 했던 거다.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예상되는 것 같아서 긴장했다. 예상되면 되는 거지 무슨 긴장이냐고 묻고 싶겠지만,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냥, 막, 무슨 폭풍이 불어오기 직전의 고요함 같은 거? 그러다가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낼 때마다 눈물이 고였다. 기억을 더듬고 아쉬운 것들을 찾아내어, 후회를 후회가 아닌 것으로 만든 다음에 떠나는 사람들. 여기서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의 임무가 겹쳐 보이면서, 누군가의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차 한 잔이 그려졌다. 저승사자는 자기를 찾아오는 망자들에게 차를 대접한다. 이 차를 한 잔 마시고 이쪽에서의 기억은 다 지우고 편한 마음으로 저쪽 세계로 가라고 문을 열어준다. 그렇게 망자들은 이곳, 그들이 살면서 겪었던 슬프고 기뻤던 모든 기억을 지우고 홀가분하게 저쪽 세상을 문을 열고 걸어간다. 아마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전생의 기억을 못 하는 건 저승사자가 내어준 차 한 잔 때문이겠지. 이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이 종종 등장했는데, 그때마다 생각했다. 전생의 기억이 있는 게 좋을까, 없는 게 좋을까. (이건 우세모노 여관 3권에서 등장하는, 여관 사장 사키의 이야기 때문에라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고민이다) 저승사자는 자기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전생에 큰 죄를 지어서 저승사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자기가 전생에 지은 죄를 알지 못했다. 그러니 지워진 전생을 생각하려 애쓰기 보다는,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구백 년 넘게 살아온 도깨비를 제외하곤, 아무도 자기 전생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혼란의 시간이 온다. 주인공들은 어쩌다 보니 자기의 전생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슬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다. 전생의 기억 따위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하겠다. 가끔 술자리의 안줏거리로 전생의 우리 모습에 대해 상상하기도 하지만, 불행하고 슬픈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면 모르고 사는 게 나을 거라고... 그러지 않을까?

 

 

 

 

 

 

 

 

 

 

 

 

 

 

예상한 사람도 있겠지만, 우세모노 여관에 오는 이들은 망자다. 죽은 사람이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우세모노 여관으로, 수상한 그 남자 마츠우라의 손에 이끌려 찾아왔던 거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오는 곳.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는데, 찾아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여관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은 미련을 남기고 죽은 자들이고, 잃어버린 것을 찾지 못한 자들은 여관에 남아 종업원이 되어 계속 찾아다닌다. 그렇게 여관에 찾아온 사람들은, 자기가 찾아야 할 것을 찾으면 떠난다. 자기가 찾아야 할 것을 찾지 못한 사람은 남아서 여관의 일을 계속 하는 거고. 여관에 찾아드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다 이렇게 말한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죽은 다음 후회가 없는 삶이 있을 수 있을까? 대개 그렇잖아. 죽음에 다다르면 후회스러운 것들이 눈앞에 쫙 펼쳐진다는데, 죽고 나서도 그 후회들이 계속 생각날 것 같은데... 후회하지 않는다던 그들은 어떤 인생이란 말이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는 삶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이승을 떠난 슬픔을 덮을 수 있는 걸까. <도깨비>의 저승사자가 내미는 차 한 잔에는 그 후회를 지우는 것까지 포함하는 거로 생각해서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우세모노 여관>의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는, 그게 부러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더 슬픈 거다. 왜 있잖아, 그런 거... 분명 후회하는데, 후회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로 말하면 후회 없는 삶이 되는 기적이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은 간절함. 잃어버린 것 따위 없다고, 그러니 찾아야 할 것도 없어서 이 여관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이 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곤 했다. 나는 아직 죽어보지 않았는데, 막상 내가 <도깨비>의 저승사자 앞에 도착했을 때나 <우세모노 여관>에 찾아갔을 때, 무엇을 후회하게 될지 모르는 지금 마음 상태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죽었다는 상상, 죽은 후에 마츠우라를 따라간 우세모노 여관, 여관에 들어서며 마주한 어린 소녀 사장의 눈빛 찌르기 같은 직설을 견디고,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여관을 떠나는 순간까지. 죽었다는 상상부터 쉽지 않았고, 잃어버린 게 한 개뿐일까 싶어 가늠할 수 없더라.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후회하고) 살아왔을지 계산을 할 수가 없어서다. 지금도 후회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은 다음에 찾아간 우세모노 여관에서, 나는 찾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당당함을 가질 수 있을까? 아마도, 아마도 아닐 것 같다. 후회하고, 찾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여관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무엇을 후회하느냐고? 글쎄. 뭘, 얼마나 후회하고 잃어버린 상태일까. 얼마나 많이 찾아야 그곳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울었다. 자기가 찾아야 할 것을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더듬으면서 계속 울었다. 후회하는 순간을 찾을 때마다 울었고,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슬픈 마음에 또 울었다. 작정하고 그런 게 아니었기에, 무언가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했기에,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던 마음이었지만, 후회하는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때는 그 선택이 전부였기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지만... 한 번 지나간 그 순간을 불러내고 지켜보면서, 후회든 기쁨이든 확인하면서, 이제 더는 그때 그 순간에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복기한다. 개운하게 눈물도 쏟아내고, 웃음도 찾아내면서, 여관에 찾아온 손님들은 그 끝에서 반드시 자기가 찾아야 할 것들을 찾아서 떠나곤 했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든 각인되었든, 시간이 오래 걸리든 짧게 걸리든, 결국에는 찾았다. 그게 우세모노 여관의 마법이다. 여관의 마법이 통할 때마다, 읽는 이도 울지 않을 수가 없다. 울컥하고 치미는 감정에 눈물이 고이는 건 자동이다.

 

'우세모노(うせもの)'는 '잃어버린 물건', '유실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여관의 이름에 너무 잘 어울리고, 여관에 찾아온 손님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식에 잘 맞는 의미인 것 같다. 여관에 찾아오는 손님의 사연에 따라 바뀌는 계절도 신비하다. 찾아오는 손님에 따라 계절이 바뀌는 곳이라니. 겨울이었다가 겨울일 수도 있고, 가을이었다가 여름일 수도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찾게 되는 것은 마음에 얼마나 더 깊게 다가올까. 여관의 손님들이 자기의 유실물을 찾을 때마다 잃어버린 진심을 마주한다. 아니라고 거부했던 것들, 아니라고 말해야만 했던 진심을 마주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도깨비>의 저승사자가 내미는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있는 장면과 닮았다. <우세모노 여관>에서 여관이나 여관 사장이 찾아준 유실물을 앞에 둔 모습과 같은 느낌이다. 이걸 마셔야겠지, 그래, 이걸 찾았던 거지. 이제 됐다. 홀가분하게 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겠구나...

 

이제 궁금한 거 한 가지 더 남았을 거다. 여관의 사장 사키는 누구인가, 여관에 손님을 데리고 오는 마츠우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만화의 하이라이트는 3권이다. 여관의 손님들과 여관 종업원들의 사연까지 다 지나가고 나니, 정작 남은 이들은 여관 주인과 마츠우라다. 그들의 사연이 없을 수가 없지. 과한 스포일러가 될까 봐 더는 말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기억을 잃은 사키가 등장한다. 이 부분 때문에 기억의 여부를 두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기억하고 싶지만 불가능한 상태인 아무 기억도 없는 이와 잊은듯했지만 결국엔 다 기억나버려 잊을 수 없는 이, 둘 중 누가 더 아플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계속되는 거다. 영원히 분명한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그 순간에 최선이라 여기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그때마다 후회가 찾아오겠지만, 우세모노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찾으면 되겠지.

 

만화를 잘 모른다. 그래서 더 관심이 없는 장르다. 어렸을 적에 보던 순정만화 몇 편이 전부였는데, 몇 년 전에 우연히 『결혼식 전날』을 접하고 '호즈미'라는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매력적인 만화 단편집이었다. 그림도 예뻤고 스토리가 소설을 읽는 느낌 그대로였다. 몇 컷의 그림과 주고받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었다. 그러다가 다음 작품 『안녕, 소르시에』까지 샀고, 이번 작품 『우세모노 여관』은 완결판이 나오기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구매했다. 망자들의 후회를 덜어주고 편한 걸음 만들어주는 여관이라는 설정은 판타지였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되는 현실이었다. 읽는 이들과 마음이 닮은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즈미의 다음 작품을 고민 없이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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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2-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즈미님의 만화 저도 ‘결혼식 전날‘을 접하고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가 ‘안녕 소르시에‘도 읽었는데, 저도 구단님 따라 이제 우세모노 여관을 읽어야할 차례인가봅니다.^^

구단씨 2017-02-15 10:34   좋아요 0 | URL
만화를 잘 모르는데, 호즈미의 만화는 기다려집니다. ^^
이야기가 참 예뻐요.
 

 

알라딘 멤버쉽 영화할인권 구합니다.

혹시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 계시면 양도 부탁드려요. ^^

 

 

지난달에는 재는재로님께서 주셔서 명절에 꼬맹이 조카들과

영화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CGV만 있어서요.

올해부터 바뀐 알라딘 영화할인권이 CGV전용이더라고요.

앞으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아요.

 

재는재로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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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7-02-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부터 바뀐거군요!

구단씨 2017-02-02 10:40   좋아요 0 | URL

그렇더라고요
너무 편합니다 ^^

2017-02-01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7-02-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감사합니다 이번달은 설에 공조더킹보고나니 딱히볼영화가없네요 내일 비밀댓글로 영화할인권올리테니 쓰세요 조카들하고갔다니 설서비스톡톡하셨네요

재는재로 2017-02-02 08:47   좋아요 0 | URL
302152718670996 영화 할인 쿠폰 영화 잘보세요

2017-02-02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카에게 카톡을 보낼까 싶어 문자 창을 열었는데,

갑자기 조카의 카톡 프로필이 보인다.

딘딘의 음악을 배경으로 넣어놨던데 (카톡에 배경 음악이 되나? 암튼 난 처음 알았음...)

너무 놀랬던 거다.

요즘은 초등학생(3학년)도 딘딘 같은 가수의 음악을 듣나?

딘딘 같은 가수가 뭐냐고?

어, 그냥, 좀, 뭔가 설명하기 좀 애매한 어떤 느낌인데,

음...

 

나는, 초등학생은 동요를 듣는 거로 알았던 걸까?

지난번에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같이 이동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하면서 막 노래를 부르더라.

이런 노래를 불러? 하고 물었더니,

자기 아빠 차 안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노래라,

아이들이 이동하면서 귀에 익숙하게 들었었나 보다.

그때 어느 정도 느낌은 있었는데,

아, 요즘 아이들은 이런 노래도 듣고 부르는구나...

그러니 이 꼬맹이가 딘딘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놨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는데...

 

아마도 나는, 아... 이 아이가 자라는 게 슬펐던 것 같다.

아이들은 귀여울 때, 딱 그 나이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나?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면 사랑해주는구나 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아는 그런 때로 남아있으면 안 되나?

해가 바뀌었으니 곧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이 됐다.

아기 때부터 키가 큰 편이 아니라 아이 부모는 걱정을 계속 했다.

키가 안 자라면 어떡하지?

아이 부모가 둘 다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그런데 조금씩, 혹은 많이, 이 아이가 자라는 게 너무 눈에 잘 보이는 거다.

통통해지고, 키가 자라고, 옷과 신발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나는 그걸 보는 게 너무 슬펐다.

볼 때마다 꽉 끌어안고 몸부림을 치는데,

빨리 와, 이모 좀 꽉 안아줘~ 하면서 오동통한 그 얼굴을 마구 비비곤 했는데,

너무 좋은데 참지 못해서 얼굴 여기저기에 막 뽀뽀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랜만에 만난 이모가 끌어안고 뽀뽀하고 그러려고 폼 잡는데,

‘아이~ 이모~ 이제 이런 것 좀 하지마~’ 하면서 거부하면 어쩌지?

갑자기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거지?

카톡의 음악 때문에?

아니면, 전송된 사진 안에서 두 달 사이에 커버린 모습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통화하면서 들었던 변한 말투 때문에?

 

아........ 너무 싫어.

예쁠 때, 너무너무 귀여울 때, 딱 끌어안기 좋을 때,

내가 안아줘도 그냥, 마냥 좋다고 하는 그런 때로,

그런 상태로 머물러 줄 수는 없어???

 

 

 

 

 

 

 

 

 

 

<내일을 위한 책 세트>를 보면서 이 꼬맹이가 생각이 더 나는 거다.

어느 정도의 연령에 소화 가능한 책인가 살펴보다가, 딱 맞는 나이구나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이 책으로 이 아이가 배우고 말할 이야기들이 막 기대되고...

추운 겨울, 엄마 아빠를 따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사진을 보내왔던 모습도 생각나고...

 

그러고 보니 명절 연휴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명절은 싫은데, 너무너무너무 싫은데,

이 녀석을 볼 생각을 하니까 또 막 기다려지고...

빨리 와~ 빨리 와~ 니가 좋아하는 젤리를 몽땅 사다놨다니까!!!

그래도 그 젤리를 그냥 먹으면 안 돼!!!!

이모를 꼭 안아주고, 막 뽀뽀해주고, 그런 다음에 먹어야 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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