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에 밑줄 그어가면서 열심히 공부했으면
그 사람 아마 서울대라도 갔으려나...

아마 못 갔을 거다.
이런 밑줄은 도서관 책이 아니라 자기 책에 쫙쫙 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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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02-0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자기 책이 아닌 빌린 책에 밑줄 긋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구단씨 2018-02-07 20:45   좋아요 0 | URL
책 전체에 두루 저렇게 밑줄이~
에휴...

stella.K 2018-02-0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혹시 기증 받은 책 아닐까요?
그러니까 원래 주인이 보고 기증한 뭐 그런 거...
사실 제가 가끔 주민센터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데
쫙쫙 밑줄 근 책 기증하거든요.
그게 좀 미안하긴 해요. ㅠ

구단씨 2018-02-07 2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기증은 아니더라고요.
기증 도서는 첫 페이지에 기증자 성함과 날짜 다 찍어있는데
이 책은 도서관 자체 소장 도서였나봐요.
 
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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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어느 고릿적 시절이냐고 하겠지만...) 정말이지 한때는 영어만 할 줄 알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어도 띄어쓰기 맞춤법 다 틀리고 사용하는데, 하물며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건, 게다가 만국의 공통어라는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도 영어 하나면 대부분 통한다고 믿던 시절. (아~ 옛날이여~!)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세상의 흐름이 바뀌면서 영어는 더 특별한 외국어가 아닌 게 되었다. 당연히 습득해야 할 언어가 되었고, 그 이외의 언어들이 외국어 세상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일등이 중국어가 아닐까 싶다. 넓은 대륙에 알맞게 중국어의 쓰임새도 한없이 넓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든지 외국어든 습득해야만 하거나 배워두면 여러모로 유용한 인생템이 되었다. 아무리 번역 앱이 쉽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알고 내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을 수가 있을까. 홍 대리 역시 업무상 시작한 중국어였지만, 자기 입으로 자유롭게 말하는 중국어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레 일의 능률까지 오르게 된다. 당연하다. 억지로 시작해야만 했던 업무의 연장으로 여기던 것을 능동적으로 먼저 더 배우고 싶어지고야 말았으니, 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였던 말이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6개월 만에 중국어를 마스터해야 하는 목표를 세우고 덤빈 홍 대리의 활약기가 펼쳐진다. (우리 홍 대리는 못하는 게 없다. 뭘 시도해도 매번 성공한단 말이지. 흐흐~) 이번에는 업무상 중국어를 배워야 했다. 아무리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해도 1년이란 시간을 예상했으나, 상사의 막무가내 기간 지정으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얻었다. 어떻게 해서든 6개월 안에 중국어를 구사해야 한다. 흔하게 들리던 '니 하오~'밖에 몰랐던 입이 어디 그렇게 금방 열리겠는가. 중국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죽어라고 중국어 공부를 하는데 왜 홍 대리의 중국어는 늘지 않는 걸까? 게다가 해도 해도 공부의 능률은 오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중국어 공부 슬럼프까지 오기도 한다. 어쩌면 좋을까.

 

홍 대리의 구세주 '중국어 엄마' 문정아의 등장은 중국어의 모든 것에 접근하게 한다. 특히 아무리 해도 늘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외국어 공부의 효과적인 학습법을 제시한다. 문정아식 중국어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중국어'로 대할 수 있게 한다. 아기가 맨 처음 말을 배울 때 엄마의 말을 자주 듣고 익숙해지며 결국 엄마의 말을 따라 하는 수준까지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어 역시 아기의 말 배우기에 비유하며 똑같은 순서를 밟는 방식으로 공부의 길을 열어준다. '언어=반복'이라는 공식을 세우며, 반복해서 듣고 말하는 것만이 외국어 공부의 가장 기본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또한, 저자는 우리는 중국어를 배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한자 문화권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쓰는 번체자와 중국이 쉽게 쓰려고 하는 간체자가 다르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면, 중국어는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중국어와 한국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고, 중국어는 매우 단순하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 문화권'(53페이지)이라는 이점이 있다는 것.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으니, 이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일만 남은 거 아니겠나?

 

크게는, 달달 외우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입과 귀가 뜨이는 '소리 학습법'의 효과를 증명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문법을 모르거나 한자를 외우지 않아도 말문이 터지게 하는 중국어 회화를 몸소 보여준다. 문법이나 암기가 아니라 '말하기'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아기가 엄마를 보고 말을 배우듯) 중국어는 단순하다고 언급한 것처럼, 간단한 문장에 단어만 바꾸면서 '패턴'을 반복하여 연습한다. 여기서 또 한 번 반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저절로 단어와 수식어를 붙이면서 문장이 '확장'되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중국어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진다. '외우기'가 아닌, 반복된 말하기와 문장 패턴과 확장의 연습으로 저절로 입이 트이게 되는 거다. 거기에 짬짬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습관은 중국어 마스터로 가는 지름길이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습관으로 만드는 게 외국어 공부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기존의 학습 방법이나 알고 있던 노하우를 과감하게 버리고 문정아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중국어 마스터에 뛰어들어보자. 이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전으로 활용 가능한 언어 구사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인지 귀가 솔깃하다. 이대로라면 중국어의 ㅈ도 몰랐던 나도 무조건 덤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학습이나 업무상의 목적이 아니라, 외국 여행의 목적이 아니라, 그냥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을 하는 독자라도 어려움 없이 펼쳐 들고 중국어에 빠져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말로 트이기 시작하는 것과 반복이라는 기본 지침만 잊지 않는다면, '이까짓' 중국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 저자가 온갖 고충을 겪어가며 배운 경험으로 제시한 방법이니, 무조건 믿고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홍 대리도 이렇게 해내지 않았는가!

 

그동안 중국어 공부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거나, 한참 중국어 공부하다가 능률이 오르지 않아 매번 그 슬럼프를 건너가지 못했거나, 외국어 공부는 한없이 지루해서 하기 싫다거나 하는 사람. 여기 '재밌게' 중국어 공부하는 방법이 펼쳐져 있으니 한 번 들어와 보시라~ 당신을 중국어 능통자로 만들어 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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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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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똑같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또 그 안을 들여다보는 모두 다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닮은꼴을 찾는다. 비슷한 일상에, 비슷한 일들에, 비슷한 농도로 아프기를. 그래서 그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기를. 동시에 비슷한 위로로 알지 못하는 서로를 보듬는다. 보통 그런 순간에 전해지는 모든 감각을 위로라고 불러도 좋다면, 이덕무는 그의 문장으로 위로를 건넨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잠깐 본 광경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말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래된 신조처럼 그의 가슴에 새긴 말들을 꺼낸다. 별것 아니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는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운 생각과 다짐을 전하는 것뿐인데, 그가 전하는 문장들에 온도가 있었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냉정하게 판단하게도 하고, 따뜻하게 토닥이는 듯하기도 했다. 듣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삶의 연륜 같은 말들, 살아오면서 저절로 배우는 세상을 보는 시선 같은 것들.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말하는데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스며들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듯 일기처럼 써 내려간 문장들에 그가 가진 시선을 읽는다. 처음 이덕무에 관해 떠올렸던 것은 '책'이었다. 이덕무라는 이름과 책은 동의어로 생각할 만큼, 그가 읽어온 책이 그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얕은 지식으로 그를 판단했던 듯하다. 그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일도 함께했던 것을,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에 관한 많은 말을 뒤로하고, 딱 이 책만 읽어도 그가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그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말똥구리와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35페이지)

틀린 게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시선에서 다양성과 존중을 동시에 본다. 모두 똑같다. 같은 자리에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필요 없는 물건으로 비칠지라도, 그 물건을 가진 이에게는 필요한 것으로 존재한다. 그러니 그렇게 품고 있는 거겠지. 타인이 보는 나의 무언가도 같을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다짐하려 했던 것을 그가 전하니 새삼스럽다. 누구나 비슷하구나, 같은 생각으로 사람을 보려 애쓰는구나 하는 공감을 본다. 다름과 틀림을 다시 한번 새기는 순간이다. 모두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말로 들리는 듯하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면 천적을 만난다

편의에 안주하는 사람은 큰 고비를 만나면 어찌할 줄을 모른다. 자신이 해오던 대로만 하는 사람은 큰 기회가 와도 붙들지 못한다.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를 넘기는 사람은 큰 근심거리를 만나게 마련이다. 남에게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적수를 만나게 된다. 일의 형세가 그렇다. (145페이지)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일까? 오래된 것이 좋지만 그 오래된 것에만 머물지 말라고, 변화하는 것들에 시선을 주면서 세상을 보라는 것만 같다. 세상을 아우르는 순리를 받아들이면서도 패배를 용납하는 일을 배제하지 말라고. 한껏 욕심부리면서 살아야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잠시 접어보게 한다. 길게, 멀리 보는 삶을 앞에 두어야 하는 걸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적당히 취하고 버리면서, 가볍지는 않지만 짓눌리지 않을 만큼의 무게감을 장착하고 살아가라는 듯이. 이렇게 사는 방식이 말처럼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렵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고상한 사람과 속된 사람

고상한 사람이 속된 사람을 대하면 졸음이 온다. 속된 사람이 고상한 사람을 대해도 졸음이 온다. 서로 맞지 않아 융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된 사람은 비루해 조는 것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찌 고상한 사람이 조는가? 그 마음이 좁기 때문이다. 만약 진실로 고상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졸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178페이지)

 

가난의 품격

최상의 사람은 가난을 편안하게 여긴다. 그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최하등의 사람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해 감추거나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을 호소하다가 가난에 짓눌려 끝내 가난의 노예가 되고 만다. 또한 최하등보다 못난 사람은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 간다. (243페이지)

 

굉장히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온다. 앞서 말했듯이, 마치 그가 차분하게 적어 내려간 일처럼 들리는 이유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써진 게 아니라, 오롯이 그의 시선에 들어온 세상 풍광을 그저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 하는 말들.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이 그의 시선에 머문 것만 같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웃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속이 상하기도 하는, 웃음과 눈물이 나는 그런 일상에 놓인 우리들이다. 그런 일상에 온갖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차분하게 적은 그의 문장이 편안하다. 꾸미지 않고 말한다. 그가 살아온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 삶이 그대로 묻어있어서일까. 보통인 우리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선으로 붙잡는다. 하루하루 살면서 보이는 모든 것이 그의 붓끝에 그대로 묻어 있던 거다. 책만 읽는, 그의 눈은 오직 책 속의 활자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았는데, 그는 어떻게 이런 시선을 풀어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이덕무의 이 소품을 엮은 한정주가 알려준다.

 

이덕무는 저잣거리에서 기이한 말이나 특이한 소문을 듣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기록했다고 한다. 항상 종이와 붓과 먹을 품고 다니면서 신분고하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듣고 말하며 얻은 세상의 온갖 지식 정보를 글로 옮겨 적었다. 또한 유학과 성리학의 거대한 담론에서 벗어나 사소한 일상사와 개인적 관심사를 중시한 새로운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았다. (103페이지)

 

그러니 박물학자라는 그의 별칭이 이해가 된다. 그는 앉아서 머릿속 생각만을 전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을 보고, 세상 속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옮긴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사람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봤다. 평범하게, 비슷하게 사는 우리네 모습을 본 거였다. 그러니 오랜 시간을 거슬러 그가 하는 말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일상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이덕무의 소품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를 엮은 글이다. 어렵지 않은 이덕무의 문장들에 한정주의 느낌 있는 시선이 더해졌다. 일상 속에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담긴 따스함을 놓치지 않은 글이다. 놓치지 않기 위해 문장으로 만들어낸 이덕무의 일상이 빛나는 듯하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고... 보이는 그대로,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순간이라는 듯이, 그게 우리 일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소박한 문장들이었다.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잡감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은 그냥 두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글로 옮겨 담으며 색다른 의미와 가치로 영원히 남게 된다. 이덕무는 추운 겨울 날, 늦은 밤에서 이른 새벽까지 불평과 화평 사이를 오간 잡감의 조각들을 이 글에 묘사했다. 이러한 잡감이 하루 이틀의 일이겠는가?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밤 동안 자신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오고 갔으리라. 어디 이덕무만 그러했겠는가? 아마도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과 감정의 기복을 겪었으리라. 그렇다면 이덕무와 그들의 차이는 단지 자신의 잡감을 글로 옮겨 묘사한 사람과 그것을 시간의 흐름에 그냥 보내 버린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27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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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 오래 살아..."

 

친구의 가족은, 친구와 친구의 엄마, 딱 둘이다.

그런 가족 구성일 수도 있지, 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다.

나 역시도 형제가 있지만, 엄마와 나 둘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시간이 길었으므로...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저런 말을 들었다.

친구는, 살갑게는 아니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크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면 저런 말을 한다고 했다. 엄마, 오래 살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나도 그 친구처럼 가끔 엄마에게 하는 말, 습관 같은 말이었다.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에 별 감각이 없었는데,

이어지는 친구의 말에 덜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세상에 가족은 엄마와 자기 둘뿐인데, 엄마가 죽으면 자기는 고아가 된다고...

 

나는 달랐던가? 아니잖아.

평소에 엄마 꼬랑지처럼 따라다니는 것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저런 말 때문이잖아.

엄마, 오래 살아. 엄마 없으면 나는 혼자잖아.

 

부모가 사라지는 순간 고아가 되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인데,

언젠가 겪을 일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는데,

왜 그 말이 그렇게 심장을 '쿵'하게 만들었는지.

 

잊고 지내고 싶은 울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말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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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웃는 아이였다. 그 웃는 모습 때문에, 눈웃음친다고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웃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웃지 못 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웃고 싶은 일에 웃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커가면서 점점 웃음은 줄어들었다. 웃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웃음에 인색해졌다는 것밖에는... 웃음이 줄어들었던 그때, 같이 줄어든 게 있었다. 웃는 것만큼이나 우는 일도 많지 않았다. 슬프고 아프면 울어도 되는 거였는데, 점점 그 울음마저도 자유롭지 못했다. 울면 안 되는 순간이 많아진 거다. 남들이 볼까 봐, 혹시 그 눈물에 계산이 있다고 생각할까 봐, 자존심이 상해서. 혼자 참 많이도 계산했다. 계산기를 마구 두드려보니 울면 안 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진 건, 감각이 둔해져서이기도 하다. ‘그게 울 일인가?’ 하는 생각이 감정에 파고들었을 때, 울음은 약해지고 사라졌다. 울 여유가 없다고 여겼던 거다. 사는 일에 치여서 눈물 따윈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날들. 어떤 이유로든,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물은, 일상에서 그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런 눈물이 그리워지는, 한번 울고 나면 속이 좀 풀리고 시원해질 것 같은 날이 있다. 습관이란 게 무섭기도 하지. 이상하게도 그런 날마저 눈물은 잘 나지 않더라는. 그럴 때는 눈물도 감정도 너무 메말라버린 삶에 괜히 화가 나기도 했다. 어느 순간을 버티고 넘어가는 일에 눈물이 답은 아니지만, 눈물이 풀어주는 게 분명 있다는 걸 아는데도 울지 못하는 것도 답답하고, 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일상이 마냥 아쉬워서... 그런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서였나. 『아주, 조금 울었다』의 저자 권미선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아니, 어쩌면 그 누군가와 같을 수밖에 없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것처럼 눈물이 필요한 순간을 풀어냈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오롯이 혼자’일 때 꺼내놓을 수 있는 마음을 들려준다. 혼자여도, 뭐가 잘 맞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외로워질 때 같은, 이대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순간의 마음을 드러낸다. 밀려오는 감정이 모두 외로움이라는 종착역으로 가 닿으려고만 애쓰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하나도 안 괜찮은 마음으로 남아있을 때. ‘어떻게 하지?’ 라는 물음에 터져버린 답.

 

 

그냥 혼자여도 괜찮았는데,

누군가를 찾았을 때 대답이 없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그땐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원래부터 혼자인 존재는 외롭지 않을까? (아주, 조금 울었다 15페이지)

 

 

말들이 아무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거든.

우리는 잘 모를 때 말을 더 많이 하게 돼.

잘 모르니까 애쓰는 거야.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아주, 조금 울었다 32페이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울고 싶을 때, 울어야만 하는 때를 그대로 확인하는 기분이 들어서 순간순간 울컥해지는 문장들이 담겼다. 안 되는 거 아는데도 쉽게 포기가 안 될 때, 헤어졌다는 걸 인지하는데도 문득 생각나서 힘들 때, 일상이 버거워서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계속 아플 때. 일부러 찾지 않아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그리움, 외로움의 시간이 콕콕 파고드는 순간들이 덩어리가 되어 올 때.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올 감정도 아니고, 머물지 말라고 해서 떠날 감정도 아닌 것들을 해결할 방법이 되기도 하는. 애써 참았던,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버리면서 느슨해지는 일이 필요할 때 ‘조금’이 아니라 ‘많이’, ‘펑펑’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혼자인 시간에, 혼자이기 때문에 울어도 되는 거 아니었나? 꼭꼭 닫아두지 말고 문고리 하나 살짝 풀었더니 쏟아지는 건 자동. 차마 다른 사람 앞에서 꺼내지 못한 진심이, 나와 마주하게 된 순간에 고백처럼 토해져 나오고야 마는, 그렇게 울어도 되는 일이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내가 봐주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지.

 

 

그녀는 펴지지 않는 우산을 손에 들고,

길 한복판에 서서 그렇게 울었다.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살다 보면, 그렇게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울어야 한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울지라도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울고 나면,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나면

그녀의 인생에도 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아주, 조금 울었다 161페이지)

 

 

참아야 하는 게 많아지는 인생에서, 어느 순간 눈물도 참아야 할 목록에 담아져버렸다. 누가 참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참다 보니, 뭔가 자꾸 쌓였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가슴 속에 쌓이기만 했다.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전에, 미처 꺼내놓지 못한 진심을 마주하고 싶을 때 울어도 좋겠다고, 아마도 작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짧은 문장들에서 번져 나오는 건 깊은 곳에서 끌어낸 마음들이었다. 누구에게나 그 마음이 읽힌다는 건,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거, 아닌가? 들어달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마음 때문에 공감하는 거니까. 눈물 섞인, 물기 가득 촉촉한 문장으로 마음을 읽는 시간을, 이렇게 풀어놓는다. 울어도 좋은 거니까, 안심하고 둑 터지듯 실컷 울어보라고...

 

 

이런 부족의 이야기가 있다.

카리브 해에 산다는 그 부족은 여자가 남자를 선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언제든 새로운 남자와 함께 살 수도 있다.

만약 새로 살고 싶은 남자가 생기면,

여자는 지금 함께 사는 남자의 짐을 싸서 문 앞에 놓아둔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자는 그 보따리를 보고 안다.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걸, 그래서 떠나야 한다는 걸.

그럼 남자는 보따리를 안고 울면서 어머니 집으로 되돌아간다.

 

속수무책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이별의 순간들이 있다.

 

그녀의 마음에는 이제 그가 없었고,

그래서 그는 울면서 떠나고 있었다. (아주, 조금 울었다 108~10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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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장미 2018-01-2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바껴서 또 사고 싶어지는 간사한 마음이;;;;

구단씨 2018-01-26 17:17   좋아요 0 | URL
아, 표지가 바뀐 건가요? 저는 원래 표지가 이런줄 알았어요.
도서관에서 읽어서 원래의 표지 디자인을 몰랐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