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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입니다
명혜권 지음, 강혜진 그림 / 노란돼지 / 2021년 4월
평점 :
도서관을 이용한 지 20년 정도 된 것 같다. 좀 더 일찍 이용했다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한 적도 있다. 아마 내가 책을 읽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도서관 자체를 이용할 생각도 못 했던 거겠지. 지금이라도 도서관 활용을 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가장 먼저는 읽고 싶은 책을 다 구매할 수 없고, 구매한다고 해도 놓아둘 공간도 없기에 도서관은 꼭 필요하다는 것. 여러 가지 도서관 문화 행사나 가끔은 몇 시간씩 머물면서 조용하게 책 읽고 오기도 하는 편안한 장소가 된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이유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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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 안 되는 그림책 같지만, 그 그림 속에 도서관의 모습이 너무 실감 나게 담겨 있어서 놀랐다. 도서관 문 열기 전에 가서 자료실 문 앞을 서성이던 기억도 나고, 서가 사이를 돌면서 책을 구경하고 찾기도 하고, 가지런히 꽂힌 책을 보면서 어떤 책이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았는지 그대로 확인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자료실 안의 널따란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오기도 했고, 한쪽에 꽂힌 주간지나 월간지를 들춰보기도 했다. 집에서는 다 소화하지 못할 책을 만나기도 하는 곳이지만, 이상하게 도서관의 그 고요한 분위기가 좋아서 찾게 되기도 한다. 책을 빌리러 갔다가 여기저기 훑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적도 많고, 계획에 없던 엉뚱한 책을 빌려오기도 했다. 그런 우연으로 몰랐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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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된 책을 북 트럭에 담아 옮기는 소리, 누군가 책을 빌려 가면서 바코드 찍는 소리, 담당 직원에게 뭔가를 물어보기도 하는 소리 등 도서관 안의 대부분은 소리로 가늠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조용하게 있어야 하는 곳이기에 웬만한 소리는 저절로 귀에 들어온다.
이처럼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공간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을 위한 문화 수업도 진행되고, 독서 마라톤이나 독후감 대회 같은 독서 장려를 위한 행사도 있다. 단순히 ‘책’ 이상의 것을 이뤄내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을 위한 문화 전반을 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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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가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치 도서관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설명해주기도 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즐겁고 흥미로운지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정말 몇 문장만으로 이 책을 다 표현하고 있어서 놀랍기도 하지만, 그림 하나하나에 도서관의 모든 장면이 담겨 있어서 놀라움이 크다.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도서관 모습을 담았다. 도서관에 직접 가서 모든 곳의 사진을 찍어와서 그대로 그려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지, 도서관의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몸짓으로 책을 마주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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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에 흐뭇해하고, 책들이 자리한 서가 사이사이의 틈까지 숨을 이어간다. 도서관 이모저모를 알리는 게시판의 소식들을 눈에 담고, 때로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책과 사람이 함께 머무르는 곳이 되어,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는다. 혹시라도 도서관이 커다랗게 지어진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면, 이 얇은 책으로 시작된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도서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중요하고, 가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될 터이니.
사람들이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만드는 곳,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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