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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ㅣ 초등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1월
평점 :
2학년 2학기만 되어도 생활 태도, 바른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치는 여러 텍스트들이 이렇게 나옵니다. p29를 보면 주제가 "서로 존중해요"인데, 텍스트로는 "방법을 여쭤보면", "기분이 상하지 않게" 등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 구절에서 "여쭤보면"의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걸어 보다"의 경우에는, 걸다 혹은 걷다 같은 동작을 시도한다는 뜻이지만, 물어보다, 여쭤보다에서는 그런 시도, 시범이라는 뜻이 많이 희석됩니다. 그러므로 이는 본용언+보조용언으로 분해되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 이미 융합이 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 교재에서처럼 붙여쓰는 것이며, 눈썰미 좋은 아이들은 이런 것도 예리하게 물어 봅니다. 물론 이런 게 나중에 수능에 출제된다거나, 논술에서 중요 포인트를 점유하는 건 아닙니다만 국어를 정확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건 틀림없습니다. 스쿨존에듀의 정확한 교열, 편집에 대해서도 거듭 신뢰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1을 보면 "나를 내던져서 이웃을 돕는"이란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내던지다는 물리적으로 어떤 물체를 투척한다는 게 아니라 "희생하다"라는 비유적, 파생적 의미겠습니다. 이 페이지를 보면 "부끄러운 비밀을 털어놓는"이라는 구절도 있는데, 털어놓다도 이걸 하나의 굳어진 단어로 보기 때문에 띄어서 쓰지 않고 저렇게 붙여씁니다. 탈탈 털어서 어디에 위치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누설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끗수" 같은 것도 "끝"처럼 잘못 쓰기 쉬운 단어이며, 사실 저게 비속어가 아니라 표준어인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태반입니다. 앞의 "내던지다"도, "내어서 던지다"같이 분해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내던지다라고 붙여 쓰는 것입니다.
p53을 보면 8급 텍스트들인데 "절구에 넣어 쿵더쿵 빻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절구가 어떤 믈건인지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쿵더쿵이라는 의성어도 "덕"처럼 잘못 쓸 수 있습니다. 사실 "빻다"도 어떤 동작인지 모를 수 있는데, 한 팔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못생긴 사람더러 "얼굴 빻았냐?"라는 표현이 유행했기 때문에 의외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흙을 나르느라"도 운반한다는 뜻의 "나르다"를 아이들이 낯설어할 수 있죠. "냄새 맡은 값이라니요?" 제가 국어 교과서를 미처 보지 못해서 무슨 맥락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 맡은 데에 값을 매긴다니 너무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p59를 보면 "마치 사막처럼 황량해"라는 문장이 있는데 2학년 2학기 과정의 아이들이 "황량하다"는 표현을 배우는 걸 보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머리를 갸우뚱거리다"라는 말도 있는데, 갸우뚱이라는 의성어를 정확하게 쓸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소금을 싣고 가던"이라는 구절에서, "실어라"처럼 활용(conjugation)하는 동사의 기본형이 저렇게 "싣다"라는 걸 아이들은 처음에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꽃들은 더욱 만발했고"에서 만발(滿發)도 사실 쉬운 말은 아닙니다. 맞은편 페이지에도 역시 가로노트 연습코너가 나오는데, 평가란을 보면 잘했어요/훌륭해요/최고예요"라고 나옵니다. 다 칭찬이죠. 여기서도 "최고에요"인지 아니면 "최고예요"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고 다음에는 "이"라는 서술격 조사의 어간이 와야 하므로 이+에요의 준말이 "예요"가 되는 게 맞습니다. 이런 대목에서도 스쿨존에듀의 꼼꼼함을 신뢰하게 됩니다.
p77을 보면 "내 생각은 이래요"라는 주제 하에 역시 다양한 문장을 배웁니다. "왜 책임이 필요하죠?"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일단 아이들이 "책임"이라는 말을 먼저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어른도 책임이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판에,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이를 오해 없이 소화할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뒤뜰을 자유롭게 꾸며"에서 뒤뜰이라는 단어도, 잘못하면 뒷+뜰이라고 사이시옷을 괜히 넣을 수 있습니다. 뒤에 된소리, 거센소리가 오면 사이시옷은 본래 들어가지 않습니다. 1-1 교재도 그랬지만 챕터 중간중간에 놀이터라고 해서 잠시 아이들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코너가 있는데 이 역시도 스쿨존에듀의 세심한 배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