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온! 고급·특급 (스프링) 브레인 온!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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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뷰한 브레인온(Brain on) 초중급편에 이어 고급편을 읽어 봤습니다. 초중급편과 똑같이 10개의 퍼즐 장르가 포함되었습니다. 역시 스도쿠부터 책이 시작되는데, 제가 다른 시니어분과 함께 직접 풀어 본 결과 그 난이도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저희들의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로직아트도, 약간은 더 까까다로워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크게 봐서는 난도가 쑥 올라간 듯하지는 않았습니다. 로직아트 08번에서 맨오른쪽 줄에 30이 쿵, 하고 제시되어서 아마 독자들이 와, 싶기도 할 것 같습니다. 모두 40칸인데 그 중 30칸을 내리 칠하라는 뜻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4를 보면 가람(garam) 퍼즐 05번이 제시됩니다. 가람이라는 이 정형화한 퍼즐이 자리를 잡기 전에도, 빈 네모칸을 질러 놓고 곱셈식을 세로로 늘어놓은 후 칸 안에 알맞은 숫자를 써 넣게 하는 놀이는 사람들이 이미 널리 즐기고들 있었습니다. 이 05번은 빈 칸이 아주 많은데, 그래서 초중급편보다는 확실히 나이도가 높아졌다고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오른쪽 위의 박스에서, 어떤 빈 칸에도 음수가 들어갈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7 바로 위에 들어갈 수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6 왼쪽의 수도 하나밖에 후보가 남지 않고, 이를 열쇠 삼아 모든 빈 칸이 술술 풀려나가게 됩니다. 

미로찾기도, 초중급편의 퍼즐들이 이미 상당한 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 고급편도 그리 많이 어려워진 듯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은 출구부터 거꾸로 찾아나가면 더 쉽다고도 하는데, 그건 해당 퍼즐의 구성자가 입구 근방에서 갈래를 여럿 쳐 놓아 초장에 진을 빼게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브레인온 시리즈의 패턴을 보면, 입구 시작이든 출구 시작이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시작해도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퍼즐의 구성 밀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p43의 04번 같은 걸 보면 눈이 어질어질할 정도입니다. 

p52를 보면 거대한 열대성 식물의 잎 뒤에, 혹은 잎 위에 숨거나 올라탄 표범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지구상 어느 공간에도 저렇게 거대한 잎이 드물겠고, 혹 있다 하더라도 표범이 그 위에 올라탈 만큼 탄성과 경도가 높은 종류는 없는 만큼, 이는 상상 속의 상황이겠습니다. 그러니만큼 색깔은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느낌대로 입히면 충분하겠지요. 표범들은 이 그림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뽕잎을 즐겨 먹는 누에벌레들처럼도 보입니다. 아무튼 그림의 구성부터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 같습니다. p53을 보면 그 도안이 마치 만다라 상징처럼도 느껴집니다. 

p67에는 점잇기 퍼즐 중 08번 문제가 제시됩니다. 초중급편 리뷰에서도 제가 말했지만 이 종류의 퍼즐은, 과연 점을 다 이었을 때 어떤 형상이 나타나는지를 기대하는 재미에 풉니다. 출제자가 점들을 너무 정직하게 찍어서, 선을 잇기도 전에 그 모양새를 미리 다 짐작할 수 있다면 그건 실패한 퍼즐입니다. 이 책에 나온 것들처럼, 연필을 대어 이어그려 보기 전까지는 대체 뭔지도 알 수 없게 구성하고, 독자는 이를 풀어 보는 데에 이런 퍼즐의 묘미가 있습니다. p69의 10번 문제도, 대체 이게 어떤 모양을 담았을지 쉽게는 상상이 도무지 되지를 않습니다. 

다른그림찾기는 세대, 나이를 떠나서 두루 인기를 모으는 퍼즐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몇 년 전 포털사이트 네o버에서도 이런 퍼즐을 게시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총천연색 사진이나 AI 생성 정밀화를 이용하여 이 퍼즐을 짜는 경우도 있고, 이 책에서처럼 단색화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p78, p79에 나오는 그림은 모아이 석상인데 이 퍼즐에 아주 잘 어을리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또 p80에는 피사의 사탑이 나옵니다. p82의 스핑크스는 약간 시무룩하고 험상궂은 표정 같습니다. 이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만리장성, 크렘린궁 등도 나옵니다. 

숨은낱말찾기에서 초중급편도 앞의 다섯 개 퍼즐은 한국어, 뒤의 다섯 개는 영어 구성이었는데 이 고급편도 그 점에서는 같습니다. 또 독자의 참고를 위해 퍼즐 아래에 여러 개의 단어들을 배치하여 더 쉬운 풀이를 돕는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서, 아마도 유치원생이나 초등 1~2년 정도면 충분히 알 만한 것들입니다. 시니어분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즐길 만한 퍼즐들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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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온! 초급·중급 (스프링) 브레인 온!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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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가 되면서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의 활력과 총기 유지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요즘 부쩍 시니어들을 위한 퍼즐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처럼 두뇌의 유연한 기능 발휘를 늦은 나이(어폐가 있습니다만)에까지 유지하려는 어르신 독자들의 니즈가 있어서라고 추측합니다. 스도쿠 관련 책들은 수십 년 전부터 다양한 종류가 나왔었으나, 이 책은 스도쿠 외에도 로직아트, 미로찾기, 다른그림찾기, 가로세로퍼즐 등 다양한 유형을 싣고 있습니다. 난도도 낮은 편이라서 시니어분들이 큰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로직아트가 뭘까 하실 수 있는데, 가로 상단, 세로 상단에 숫자가 나옵니다. 그 숫자만큼 칸에 색을 칠하면 되는데, 그렇다고 아무데나 칠하면 안 됩니다. p7에 설명이 나오지만 숫자가 나오면 연속되게 칠해야 하며, 숫자가 여럿 나오면 그것들 사이에는 칸을 띄워야 합니다. 제가 생각한 하나의 요령은, 중간에 제시된 큰 숫자부터 먼저 채우는 것입니다. 큰 숫자들을 조건에 맞게 채우는 방법은 (실제 해 보면 알겠지만)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큰 숫자(대개는 중간 행과 열에 나옵니다)를 다 채우고 나면, 작은 숫자(처음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싶어도)는 범위가 확 줄어듭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p7 중간쯤에 QR 코드가 나옵니다. 이걸 스캔하면 출판사인 평단 블로그가 나오는데, 그 설명을 읽어 나서 몇 번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 주변 어르신에게 한번 권해 드렸더니, 일단은 로직아트라는 퍼즐의 포맷 자체를 조금은 낯설어하셨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로직아트가 두뇌 훈련이라는 목적에는 최고의 트레이닝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난도가 너무 낮으면 문제를 풀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게 뭐지? 어떻게 하라는 걸까?"라며 약간의 스트레스를 두뇌에 부과해야 머리가 자극을 받고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또 로직아트를 다 풀고 나면 그림이 완성되는데 이 그림그리기를 마치는 과정이 적잖은 성취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이 장르를 몰랐던 독자가 일단 재미를 붙이면 계속 이 포맷을 가진 문제들을 찾게 됩니다. 

가람이라는 퍼즐 유형도 있습니다. 가람은 강(江)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아니고, 외국에서 개발된 garam이라는 문제 장르입니다. 일단 쉽게 풀 수 있는 곱셈 식부터 먼저 풀어나가면서 빈 칸을 채우면 됩니다. 4×□=3◇라고 할 때, 4에 곱해서 앞자리가 3이 나오는 숫자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에 들어가야 할 숫자는 2뿐이며, □에는 8밖에 못 들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채워나가면 어렵지 않게 모든 칸이 완성됩니다. 이 책에 실린 미로찾기는 어린이, 육아잡지 등에 나온 것들과는 달리 상당히 복잡한데, 여튼 끈기 있게 연필로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바른 경로를 찾게 되어 있습니다. 

컬러링 퍼즐은 퍼즐이라기보다 하나의 수행활동인데, 컬러링만 따로 다룬 교재 여러 권을 제가 여태 이 블로그에 리뷰하곤 했었습니다. 이 책에도 여러 편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실렸는데, 컬러링 문제에 어떤정해진 답은 없으므로 각자가 자신의 생각대로 예쁘게 칠해 보면 될 듯합니다. 또 어렸을 때 어린이 잡지 같은 데 자주 나왔던, 점을 이어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드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퍼즐의 묘미는, 점만 찍혀 있을 때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는데, 막상 선을 잇고 보면 멋진 그림이 떡하니 나온다는 점입니다. 

다른그림찾기는 그 성질상 한 쌍, 즉 닮은 두 그림이 동시에 나와야 합니다. 이 유형도 출현한 지 꽤 오래된 것인데, 특이하게도 요즘 인터넷에서 AI가 생성한 여러 문제들이 게시되어 새롭게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관찰력이 좋고 눈썰미가 날카로워야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림도 제가 보기엔 뭔가 고상해 보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소재는 이국적인 자연 풍경이라든가, 서양풍의 건물을 다룬 것들이 많았습니다. 연초가 되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게, 여러 복잡한 글자들을 직사각형으로 나열하고 그 중에서 단어를 찾게 하는데, 먼저 눈에 보이는 단어가 바로 그해의 운수를 대표한다는 식입니다. 대개는 (푸는 사람 기분 좋으라고) 유쾌해지는 단어들을 심어 놓습니다. 

스프링제본 형식이라서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게 페이지가 쫙짝 펴지는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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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조용필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레전드
홍성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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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씨는 특히 1980년대에 각종 가요 차트를 흽쓸며, 그 시대를 살던 분들에게 가왕(歌王)으로 불리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입니다. 저희 동네 수퍼에 가면 사장님이 매번 스페이스A의 1990년대 히트곡들을 틀어 놓으시는데, 아마 그 사장님에게는 스페이스A와 그 리드싱어 김현정씨가 가왕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특정 세대 전체에게 조용필씨는 거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의견이 일치되다시피하는 당대 최고의 가수이겠으며, 이 책 중에도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일대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현지 공연도 자주 갖던 아시아의 스타였습니다. 한류 열풍이 일기 전부터 그는 한류 스타였던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조용필씨는 전형적인 가부장적(p65), 권위주의적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화성에서 가장 큰 정미소를 운영하는 등 비교적 넉넉한 환경이었던 듯합니다. 그 형제, 자매분들은 준수한 성적으로 무난한 대학교에 진학하여 평판이 나쁘지 않은 직장을 잡고 모범적이며 안정적 삶을 살던 분들이라고 나옵니다. 이런 가정에서, 그는 타고난 끼를 숨기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가출하여 미8군 기지를 전전하며(책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음악가가 되길 꿈꿨습니다. 

무슨 클래식 음악도 아니고, 아들이 대중음악을 하겠다는데 당시와 같은 시대상에서 어떤 아버지가 그런 선택을 만류하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요즘이라고 해도 아들이 연예인을 하겠다면 대부분의 부모가 걱정할 것입니다. "너는 머리가 좋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해라. 그다음에 정 안 된다면, 그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하면 되지 않겠니." 이렇게 달랬는데도 청년 조용필은 오불관언이었습니다. 이 정도 단단한 결의가 있어야 큰 인물이 되는가 봅니다. 누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과연 가왕(歌王), 아시아의 스타만큼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조용필씨는 엄청난 노력파입니다. 요즘 같으면 그런 작곡 실력만으로도 큰 돈을 벌고 명성을 쌓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가수라면 어느 정도 노래도 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김정수씨한테 노래 실력을 지적받은 후에 그는 한 주전자 분량의 피를 쏟아가며, 마치 반 고흐가 고갱에게 귀를 잘라 던졌듯 자기 실력을 증명하려 들었다는 말도 전해 옵니다. 이 책 p88을 보면, 1983년에 조용필씨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오백년>을 부르고 나서 기자들이 다소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조용필씨는 자신이 이 곡을 취입하기 위해 한국의 명산대천을 다 찾아다니며 명창들에게 창법을 배웠다고 기자들에게 발언합니다. 그제서야 기자들은 감탄하며 "혼(魂)의 소리, 다이내믹한 사나이, 작은 거인" 같은 수사(修辭)로 그를 평가했다고 하네요. 현대의 한국인 젊은 세대가 들어도, 조용필씨의 창법에서는 뭔가 엄청난 노력, 집념 같은 게 느껴지며, 창법 자체의 기교적 우수함보다 그런 초인적 노력의 흔적에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 가수라고 해도 콘서트 티켓을 완판시키고, 두 시간 남짓한 동안 자기 히트곡만으로 꽉 채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입니다. 물론 조용필씨야 1980년대 어느 공연장이라도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매진시켰지만, 일본에서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일본인들이 어떻게 지난시절 그의 히트곡들을 알겠으며, 보조 출연자들의 공연이나 막간의 눈요기도 없이 그저 그의 노래만 들으러 찾아오겠습니까. 그런데도 조용필씨는 일본 공연에서 관객둘을 사로잡았으며, 일본인 관객들과 공연 중 소통하기 위해 일본어도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나옵니다. 그는 어떤 분야이건 한번 마음을 정하면 무엇이든 집중하여 해 내고야 마는 무서운 집념을 가진 사나이였습니다. 

조용필씨는 히트곡 목록을 따로 정하기가 힘들 만큼, 그의 정규 앨범 타이틀곡만 모아 놓아도 바로 베스트 앨범 몇 개가 나올 판입니다. p136을 보면 위대한 탄생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용필씨는 내내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기보다 특정 시기에 "위대한 탄생"이라는 밴드를 이끌던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씨(고인이 되었습니다), 김종진씨도 한때 이 밴드에 몸을 담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밴드에서 주도적 역할(물론 리더는 조용필씨지만)을 초창기에 한 사람 중에 김희현씨라는 분이 있는데, 나이 많은 분들도 김희현씨라고 하면 잘 모르는 수가 있습니다. 이 책 p137 등에 그 설명이 자세히 나오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p167을 보면 "요즘처럼 싱글로 음반을 발매하는 게 아니라 LP 앞뒤를 꽉 채워야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원래 음반산업 초창기에는 싱글이 주류였으나, 기술이 발전하며 LP판이라는 게 나와 20세기 중반에는 가수가 10~12곡 정도를 채워서 내는 게 보통이었죠(판 이름이 괜히 "앨범"이겠습니까). 요즘은 다시 패턴이 바뀌어서 싱글 위주이며 정규 "앨범"이라는 게 진짜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정도지만 말입니다. 대전 블루스, 창밖의 여자, 돌아와요부산항에 등 한국인들의 심금을 울린 명곡들이 많지만, 이젠그랬으면좋겠네라든가, 여행을떠나요 등 후배 가수들이 끝없이 리메이크하는 곡들도 꽤 됩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조용필만한, 시대를 통째 대표하는, 작사작곡에도 두루 능했고 최신 트렌드를 잘 간파한 거물 아티스트는 좀처럼 다시 나오기 힘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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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아저씨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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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석기 시대부터 이른바 농경 혁명을 통해, 대지에 씨를 뿌리고 그 수확물을 거두는, 지상의 어떤 동물들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생활 패턴에 돌입했습니다. 농사는 작물의 결실을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며, 아무리 애를 써도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라는 보장이 없는, 어떻게 보면 참 무정한 과업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농업이 인류 역사에서 완전히 중단된 적은 없으니, 이는 이 동화책에서처럼 별 밭에 씨를 뿌리는 별 아저씨의 끝없는, 숭고한 몸놀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씨앗을 심을 때에는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해." 이렇게 씨를 심기 위해 별 아저씨는 사다리를 타고 그 표면이 투실투실한 어느 별까지 올라가야만 합니다. 책을 보면, 아저씨의 거친 손, 짤막하고 검은 손 끝에서 씨앗이 떨어지며, 그 씨앗은 과연 나중에 별이 될 운명인지 겉에서 환한 빛이 납니다. 샤워꼭지(처럼 생긴 도구) 끝에서 작은 달 모양, 해 모양의 무엇인가가 떨어지며, 씨앗이 먼저 파묻혔던 구덩이로 함께 들어갑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빛은 멀리 보내고, 어둠은 가까이 당겨야 해"라고 아저씨는 말합니다. 이게, 별 씨앗이 싹을 틔웠을 때 밝게 빛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광원(光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나중에 움이 트고 나왔을 때 타 버린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동화에서 별들은 마치 작은 꽃과 같습니다. 우리는 과학 시간에 별(항성)들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고, 크기도 상상을 초월하게 클 뿐 아니라 온도도 뜨겁다고 배워 알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동화 안에서는 별들이란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것처럼 작고 귀여우며 어찌된 일인지 내부의 에너지원도 소진되지 않고 계속 작동하는 그런 신비한 존재입니다. 

사실 놀라운 건 별뿐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 민들레, 장미,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약하디약한 식물들이, 단단한 대지를 뚫고 예쁜 모양을 뽐내면서 생명을 꽃피우는 걸까요? 또 우리 인간들도,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처럼 왕성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걸까요? 우리들 하나하나도 이 동화책의 별처럼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또 별 아저씨가 너는 어디, 너는 어디라며 하나하나 붙박혀 빛나는 자리를 지정해 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들도 다 각자의 자리가 있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삽니다.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사람이야말로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어디든 날아가서, 그곳에서 빛나는 별이 되렴." 별이 엄청나게 많이 수확되면, 일일이 별 아저씨가 그 자리를 지정해 줄 수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저씨가 별들을 차별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그 자리에 꼭 가야 하는 애들은 그 자리에 심어 주고, 어떻게든 빛나야 하는 애들에게는 또 흩날리게 해서 그 자리를 찾아 주는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 받았던 대목은, 아저씨가 자루에서 별들을 꺼낼 때 와르르 쏟아지며 공간을 유영하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별은 거저 땅에 뿌려지고, 수확되는 게 아닙니다. 8페이지를 보면, 자루를 멘 별 아저씨가 "오늘이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라며 작업복 차림으로 길을 떠나는 그림이 나옵니다. 그 표정을 보면 약간의 자신감, 긍지, 희망 같은 게 드러나며, 다음 페이지에서 그는 어두운 하늘 아래 손수 노를 저어 목적지로 향하는데, 책에서는 강의 이름을 두고 "별들이 잠들어 있는 강"이라 부릅니다. 어두운 밤에 강을 배로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들은 잘 알죠. 마치 우리 노래 "등대지기"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그 직에 종사하는 분이 아닐까 싶게 말입니다. 그의 옷차림은 매우 남루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세상에 대한 포용과 낙관으로 충만하고, 그렇기에 힘차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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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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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까." 이 문장은 책의 뒤표지에도 나오고 본문 중에서는 p249 하단에 적혀 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거나, 뜬구름 잡는 미래에 과한 기대를 걸기는 쉬워도 냉혹한 현재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존재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뿐 아니라 여타의 동물도, 정글에서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환경에서라면 정신 바짝 차리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1990년생이신 저자는 누구에게나 종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인생에 대해, 우리는 여튼 일관성 있고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다양한 교훈들을 들러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에서 카페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영업종도 드물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경쟁도 치열하고 세상에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또 없을 것 깉은데, p29에 나오는 카페 사장님은 저자님 표현대로 낭만주의자가 틀림없는 분 같습니다. "초코 우유의 숙성으로, 보다 성숙한 카페 문화를 만들겠다" 물론 저자님이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제 주변에도 살짝은 짠맛의 음식을 만들면서 혹시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손사래를 치며 이 맛이 정통이라고 끝까지 고집하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언젠가는 저를 포함하여 이 블럭의 모든 이들이 사장님이 만드는 그 맛에 설복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종전의 고급커피(?)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컴o즈라든가 메o커피처럼 가성비 상품이 대세를 이룹니다. p59를 보면 저자님의 친구 P라는 사장님이 등장하는데 이분은 지금처럼 트렌드가 바뀌기 전에도 커피는 싸고 양이 많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라고 나옵니다. 저도 혼자 커피를 타 먹을 때 양을 많이 해서 마시는 편인데, 가성비라든가 양 위주로 때우는 스타일이라면 특히 책의 이 대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예를 들어 카라멜 소스, 커피 소스 정확하게 구별하며 (사소하지만) 괜한 손해를 보지 않게 매장을 운영하는 능력 역시 예사로 볼 건 아닌 것 같네요. p63에는 이 이야기를 책에 실으며 당사자인 P(사실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으니)의 동의를 받았다고 유머러스하게 밝히는 문장도 있습니다. 

p64 이하에는 한샘(우리가 잘 아는 오래된 가구업체입니다)의 바스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이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3D라고 하는 직종이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해당 직은 그 기준을 과도하게 충족시키는 편이라며 역시 특유의 유머를 섞어 회고합니다. 사실 이 직종은 젊었을 때 한 번 정도는 해 봄직한 일이며, 이런 일을 현장에서 해 봐야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누리는 편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무시되기 쉬운) 수고에 의해 지탱되는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해 봤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저저께서 하신 말씀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곤 했습니다. 

이어, 꿈2라는 제목을 단 챕터에서는 저자님의 군(軍) 생활에 대한 회고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남자가 군대 생활을 널널하게, 편안하게 보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이 대목을 읽으며 참 만만찮게 빡세게 병역을 마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비슷한 체험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그저 덤덤하게 읽을 수야 없을 텐데, 저자님의 말솜씨가 좋다 보니 재미있게만 읽힙니다. 해병대에서 기수열외의 위험까지 갈 뻔한 상황이었다면 그게 아무리 농담이었다고 해도 간이 철렁 내려읹을 만한데, 그 와중에도 저자는 병영 내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며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비위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정의로운 발언을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도 그리 풍족한 성장기를 보낸 분이 아니며 그에 대한 이야기가 p150 이하에 잘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경제적 환경만으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상황은 아니었고, 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잘 지도하셨던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살짝 배어나는 문장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어느 직장이건 자기 할 일은 등한히하며 책임은 남한테 떠넘기려는 암세포 같은 이들이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죠. p166을 보면 참 다양한 직장인 유형에 대해 저자가 회상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쨌건 간에 이런 상황을 개인 레벨에서 어떻게 다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성실하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을 최대한 이해해 가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게 최상의 선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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