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감 - 손절을 익절로 만드는 한 끗 차이,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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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는 술(術)인가 과학인가?(p46)" 여기서 "술"이라 함은,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strategy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strategy는 art의 영역이고, tactics는 science의 영역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어 원어로는 Strategie와 Taktik입니다. 여튼 "술"은 어떤 정해진 방법론에 논리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순간 발휘해서 가장 빠르거나 효과적인 경로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주식 투자는 술인가, 아니면 과학인가? 여기서 저자는 퀀트 투자, (이른바) 가치 투자를 하는 이들이라면, 그 답을 과학이라고 할 것 같다고 답합니다. 같은 페이지에서 저자는 모건 하우절의 말을 인용하여, 이런 부류의 투자자들이 혹 실패한다면 그건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라고 합니다. 결국, 과학만으로는 안 되고 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p362에 보면 모건 하우절의 다른 말,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도, 결국은 일어나기 마련이다."도 인용됩니다. 

차트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차트를 들여다봐도 이것은 과거의 trace이지 미래를 말해주는 수정구슬이 아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주가가 움직이고 나서 추세가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p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에서 미래를 본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너무 많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무공의 비급이라도 익힌 듯 우쭐대는 초보자들"을 비판합니다. 차트는 그 시점에서의 시황 전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종목의 일생만 고립되어 나타나는 기록인데, 어떻게 과거에 무슨 까닭으로 저런 모양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겠으며, 또 미래를 예측하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유력한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p112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주식(=개별종목)은 전체 경제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게 참 어려운 것입니다. 앞에서 고립된 개별 종목의 차트만 보고 어떻게 뭘 확신하겠냐고 했는데, 그런 종목도 있습니다(이런 건 차트만 보는 게 낫죠). 심지어 관리대상종목은 시장으로부터 분리되어 저 혼자 날뛰는 패턴인데, 이것조차도 플레이어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갑자기 어떤 액션을 취함에 따라 거꾸로 정석대로 가기도 합니다(역의 노림수). 주식 투자에 너무 과학이 없으면 노름이나 다를 바 없지만, 너무 과학으로만 가면 버는 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차원 지식을 과학으로 아는데, 이러면 버는 게 없다가 아니라 있던 돈도 까먹습니다. 

p154를 보면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분산투자에 대한 체계이고 100% 진라는 게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에서 인용되는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오히려 분산 투자를 반대합니다. 노벨 상까지 받은 마코위츠의 검증된 이론이지만, 이걸 따른다고큰돈이 벌리는 건 아닙니다. 엄격하게 제한된 어떤 조건 하에서 타당한 결론이라는 뜻이지, 무작정 분산투자만 한다고 떼돈 생긴다는 뜻이 절대 아니며, 버핏은 그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은 돈을 어처구니없게 잃지 않는 방법이지, 돈 버는 방법이 아니죠. 

p188을 보면 "지금 누군가가 엘리엇 파동이 맞다는 예를 제시한다면, 나는 그 분석에서 벗어나는 예를 10배는 더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목산인(一目山人) 본인도 차트에 안 나오는 상황을 다 고려해야 실수가 없다고 했으며, p186을 보면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즉 완전정보의 상황이라서 현재 나온 모든 정보는 모두에게 알려져 시황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 하에만 차트를 전적으로 신뢰할 뿐이라고 합니다. 차트를 믿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알고 설치지 말라는 건데, 사실 몇 번 쓴맛을 보고 나면 알아서 철이 드는 게 주식입니다. 

p203을 보면 그랜빌의 법칙이 설명됩니다. 사실 주식에 법칙이라는 건 없는데, 이 책의 좋은 점은 그랜빌의 법칙을 무조건 아무데나 적응해 보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안 먹히는 상황, 반대로 잘 통하는 조건을 두루 설명해 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맞는 주장이다 싶어도 우리는 메타적으로 개관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주장들, 이른바 기법들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하나하나 짚으며 투자자가 소중한 돈을 잃지 않게 배려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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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의 기술 - 전문가로 거듭나는 실전 가이드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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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안경 혁명> 등을 쓴 손석환 대표의 책입니다. 안경점으로 크게 성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답게, 점원들의 고객 응대 요령부터 해서 안경 처방(처방이라는 용어가 쓰입니다)의 디테일, 안경 조제 및 가공, 피팅 등 안경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이제 그의 본업으로 돌아와서, 한 권의 안경업학 교과서를 집필하기로 작심을 한 듯한 체제입니다. 그러면서도 권말 부록으로는 서비스업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듯 고객 응대법, 말하기 스킬 등을 다시 정리합니다. 그래서 구태여 안경업 경영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일반 독자 입장에서 서비스업 전반에 두루 미치는 이치를 엿보고 배우는 게 있습니다. 

길을 다녀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다들 학문 연구를 하거나 눈을 많이 쓰는 일에 종사하는 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안경 쓴 인구가 이렇게 많으니, 안경업이란 분명 큰 기회와 볼륨이 존재하는 업종이고 시장이 맞습니다. 안경업은 전문 기술도 필요하고, 패션 아이템의 일종이기도 하니 서비스업에 크게 한 발 걸친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니 경영 난도가 타 자영업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처방과 조제를 겸하는데다 신체 기능 이상을 기구로 교정하니 의료업과도 공통점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그 정도의 공신력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니 그 점도 애로사항이겠습니다. 

p47을 보면 안경업에서 가장 힘든 게 AS라고 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까지 친절하기가 힘들고, "때로는 나도 사람인지라 끝까지 참지 못하고 싸운다"고 하시는데, 전작 <장사교과서> 표지 사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 인상입니다. 아무튼 화 난다고 장사를 그만둘 수는 없고, 침착하게, 또 장기적인 이익을 보고 응대해야 합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항상 손 대표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어쨌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좋습니다. 이 대안대로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내 이익을 만족시키고 물러날 수 있는 체계화한 매뉴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손상된 시력은 안경이라는 기구를 통해 교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과교정되어서도 안 됩니다. p94를 보면 노안의 경우 "AR값과 안경 도수값을 비교하여 (예상과는 달리) 거의 동일할 경우" 당황할 게 아니라,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랜 동안 한 안경을 착용했다면 불충분하게 교정되어도 그에 적응했을 수도 있고, 적녹검사상 그런 착오가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건 확실히,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서의 경험이 쌓여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겠습니다. 

요즘은 부등시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p119를 보면 이런 경우 가장 좋은 건 콘택트렌즈 처방이라고 합니다. 특히 굴절성 부등시(각막도수의 차이)라면 콘택트렌즈, 축성 부등시의 경우는 안경렌즈 처방이 교과서적이라고 나옵니다. 여벌 안경렌즈로는 양면비구면렌즈(double aspheric lenses)를 손 대표님은 추천하는데, 우리 소비자들도 이 정도 지식은 구비해야 나중에 안경사님하고 상담할 때도 자기 생각을 유지하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등시 안경처방이라는 게 그만큼 원인이 다양해서 어렵기 때문(p127)입니다. 

안경은 시력 교정 기구이지만 어떻게 된 게 패션아이템도 겸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p149를 보면 안경사의 미적 감각,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죠. 광학적인 기준, 미학적인 기준, 이 둘을 동시에 중요시하고 "감각을 키우지 않으면" 안경사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p160을 보면, 안경사는 2년, 3년차까지 정확한 조제가 최우선이라고도 강조합니다. 기존에 실수했던 바는 반드시 기억을 하고, 가능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 안경사들하고 이를 공유하라고도 합니다. 

p193 이하에는 안경테 조제의 예제가 나옵니다. 앞부분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은 일러스트가 필요한 곳에 반드시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 표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모두 컬러 처리가 되어서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물며 조제 예제 부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조제 과정이니 만큼 동영상이 필요한데 QR코드를 부착하여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네요. 특히 p213 이하의 아세테이트 안경 조제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챕터 4의 피팅 파트는 분량의 80%가 컬러 사진인 것 같네요. 

안경업 관련 종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역시 장사의 신한테서는 뭘 배워도 배울 게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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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 추억에 물들다 (스프링) - 마음에 색을 입히는 명상의 시간, 힐링 배경 음악 제공 QR코드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김현경 그림 / 베이직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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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노인 인구가 급증하여, 시내 어디를 가 봐도(시 외곽이라고 해도) 노인 돌봄, 요양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도 시니어라고 할 만한 50대, 60대 여성들도 요양보호사 일 하는 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만큼 노인 인구 비중이 크고 경제,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뜻입니다. 시니어 분들도 과거 당신들께서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지를 기억하시고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컬러링북입니다. 보통 컬러링북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컬러링북이라는 포맷을 처음 접하는 터라 책의 랩을 벗기고 나서야 이런 형식의 책인 줄 알았습니다. 우선 이 책은 마치 시니어분들이 초등학교 때 사용하던 스케치북처럼 스프링 편철이며, 전문 화가가 예쁘게 그린 그림에 채색을 제외한 후, 시니어 아티스트(아마도 우리 독자들이겠죠)들에게 화룡점정처럼 그 완성을 권하는 형식입니다. 

모두 스무 컷의 그림,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은 작품들이 실렸습니다. 국민학교 입학식, 공깃돌 놀이, 뻥튀기 아저씨, 돌잔치, 버스 안내양 등이 주제입니다. 시니어분들께서 젊으셨을 때는 버스 요금을 자율수납하지 않고 안내양이라는 여직원이 수납한 후 필요한 때에 거스름돈도 내어주곤 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 책프 29기 17주차 리뷰할 때 <인간의 증명> 텍스트 중 "교환양"이라는 단어에 대해 언급했었습니다. 예전 분들이 아니면 모를 단어입니다. 

요즘도 공중전화 부스는 있으며 강남 에르메스 옆에도 있고 지방 소도시 부심에도 여기저기에 갖춰져서 아직도 이런 게 있긴 하구나 싶곤 합니다. p16을 보면 어떤 젊은 여성이 부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데, 다리를 내밀고 벽에 기댄 걸 보면 남자친구한테는 아니고 아마 친구한테 수다를 떠는 중 같습니다. 아니면...표정이 약간 심각한 걸로 봐서 엄마하고 장래를 상의하거나, 애인한테 경고를 날리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절 여성분들은 시골에서 상경하여 공장에 다니며 열심히 장래를 설계하는 분들이 많았다는데 청바지에 캐주얼화 차림인 걸로 봐서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작품에는 QR 코드가 부착되었습니다. 제가 p22의 <신부 입장>에 달린 코드를 찍어 보니, 19분 3초에 달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p5의 설명을 읽어 보니, 문제 풀이를 위해 배경음악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컬러링 하나를 완성하는 데 20여분을 잡는 것 같습니다. 여튼 이 그림에서 주인공은 신부이며, 신부가 아빠 손을 꼭 잡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버님 표정은 뭔가 반대하던 신랑감과의 결합이 끝내 불만이신지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은 아니고ㅋㅋ 따님을 품에서 떠나보내기 못내 아쉬우신 거겠죠. 

p36에는 작품 <새 차 뽑은 날>이 있습니다. 우리네 삶은 이처럼, 작은 성취를 하나하나 일궈나가는 데에서 기쁨을 찾는 숭고한 과정입니다. 가장 뿌듯해하는 사람은 어린 딸이며, 이때는 다들 다산을 하셨는지 세 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기까지 포함해 애가 셋이나 됩니다. 와우! 첫째인 아들은 뭔가가 억지로 끌려나온 듯 표정이 딴세상에 가 있고(차종을 보니 구형 코란도인데, 이제 비 오면 아빠 차 타고 등교할 텐데 신 나지 않나요?), 엄마는 큰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젊으시네요. 보기만 해도 흐뭇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p44에 보면 돌잡이 사진입니다. 저는 처음에 시니어 본인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큰아들이라고 합니다. 아까 그 삐딱하게 서 있던 애..는 아니겠죠? 밑에 나온 한 줄은 "우리 아들, 돌잡이로 붓을 잡아 얼마나 기특하던지!"입니다. 이 글을 읽고 순간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 우리 모두 생이 소중한 줄 알고 열심히들 살아야 하겠습니다. 나라에 이렇게 근면성실하게 사신 시니어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들이 이처럼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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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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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가꾸는 일은 하나의 생명을 아름답게 피워내는 목적뿐 아니라, 그를 가꾸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을 거니는 동안, 식물을 돌보는 동안 감각이 섬세하게 살아난다(p43)." 식물을 돌보는 마음은, 어쩌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하나의 본능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상에 식물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동물이 그를 바탕으로 살게 되었기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떠나, 인간의 마음 한편에는 심미적 목적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아름다운 꽃을 돌보는 것 같은, 뭔가 식물을 그 자체로 아끼고 사랑하는 심성이 분명히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 정재경 대표는 미디어 종사자이자 경영인이며 월간 <샘터>(한국에서 아주 오래된 잡지 중 하나죠. 고 김재순 국회의장이 창간한)에 글을 정기적으로 써 온 필자라고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수시로 확인하게 되는 점은, 식물을 가꾸는 일과 글 쓰기 작업이 매우 닮은 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p63 같은 곳을 보면 200종의 식물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이 기쁨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는데, 수단이 특정 목적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려면 둘이 닮은 데가 그만큼 많아야 합니다. "다음 책을 쓰지 못할 것 같았던 나는 어느새 여섯번째 책을 쓰고 있다(p67)." 식물을 돌본다는 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글쓰기와 긴밀하게 연결된 듯합니다. 

"꽃은 어디서도 피울 수 있다(p118)." 이 말은 철쭉을 염두에 두고 쓰신 글의 제목인데, 수종에 따라 물론 차이가 크겠으나 어느 정도는 식물 전반에 통하는 말입니다. 물론 어떤 꽃은 대단히 까다로워 여간 정성이 기울여지지 않고서는, 또 특정 기후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무지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사람이 갖은 정성을 다 쏟을 때 희한하게도 의외의 경우에 그 정성에 보답하듯, 내 마음을 비로소 알아주듯 그 술을 열어 보여 주는 게 또 꽃입니다. 저자는 이 글에서 어떤 시련을 이겨내고 주위 보란 듯 꽃을 피워낸 사례 여럿을 소개하며, "병이 들어도 이겨내며 더 예쁘게 피는 철쭉꽃(p123)"의 이치가 사람 사는 세상에도 비슷하게 통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식물에게 험한 말을 하면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양 시들시들 죽는다고도 합니다. 이미 죽은 식물은 집 안에 두면 좋지 않기에(p136. 사실 저는 이 사실도 신기합니다), 서둘러 종량제 봉투에 넣어 내놓으려 했는데, 뜻밖에 살아나 새로 돋는 싹을 보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들 인간의 생리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짚습니다. 세로토닌이 샘솟는 삶을 지향하는 트렌드가 요즘 부쩍 유행이듯, 사람도 태양 아래 신선한 활기를 맛보고 쪼여야 다시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식물이란 본래가 태양광선을 자양 삼아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만, 이 이치가 동물, 나아가 사람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때아닌 봄 장마(?)를 맞아 우리들 모두가 기분이 우울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킨답서스를 보고 저자는 (그게 무엇이든) 매일매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의 가치를 되새깁니다. 물론 저자는 본업이 글쓰기인 만큼 글쓰는 일에 이 이치를 먼저 적용합니다. "쓰기는 자기를 객관화하는 도구이다(p166)." 매일매일 무엇을 쓰다 보면 그만큼 마음도 단단해지고 나의 영혼도 더 맑아지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렇게 단단해진 마음으로부터 그를 드러내보이는 눈빛도 더 강해지는데, 사람 심지의 단단함이 눈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면 신기합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 너무 가까이하면 좋지 않다는 자작나무(p174). 글쓰기도 비슷한 생리라서 계속 자라지 못하면 어느새 사라진다는 일종의 강박이, 글쓰는 분들에게는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마치 자녀를 돌보듯, 슬슬 아파 보이면 붇돋워주고 돌보는 게 습관화하면, 마치 버려진 싱고니움이 꽃을 피우듯, 우리네 삶도 포기 없이 정성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데서 어떤 보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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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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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벌써 47회를 맞은 이상문학상은 한국에서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계의 영예 중 하나입니다. 물론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같은 상들도 있고 역사도 더 오래되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의 이지적인 표정을 담은 초상이 새겨진 저 표지부터 해서 독서인들에게는 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1987년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로 대상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상문학상은 물론 그전에도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2>, 최일남의 <흐르는 북> 등으로 거물 작가들의 명작을 캐치하여 한국문학사의 여정을 기념했었으나 저 수상작을 낸 후 대중에게 선명한 인상을 더 굳힌 듯합니다. 

대상수상작인 조경란의 <일러두기>는 서사만 따라가자면 힘없는 우리 서민들의 아무 특별할 것 없는 팍팍한 일상 속에 찌들고 시들어가는 영혼이, 지푸라기 같은 사소한 빌미에 또다시 실망스럽게 파닥거리다 주저앉는 서글픈 풍경을 담은 것 같으나, p78에서 손정수 평론가가 지적하듯 "일러두기"라는 제목에서 시사받는 파라텍스트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의미가 와 닿는 깔끔한 작품입니다.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다는 건 극중 미용이나 재서 또래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사정입니다. 혹 안다고 해도, 여고에서 여학생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행해졌다는 것까지는 또 모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여주인공 이름이 "미용"이라는 데서부터 뭔가 불안했고(?), 이분이 그 이름도 복잡한 맥아대방법으로 재서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서 더 불안해졌습니다. 맥아대건 뭐건, 이분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걸까? 세상 천지에 쓰잘데없을 것 같던 맥아대방법을 교련 시간에 배워 수십 년만에 자신을 그리 마뜩지도 않아하는 이웃 아저씨의 (어처구니없이 벌어진) 사고로 다친 팔을 치료하는 데 쓴다... 무엇이건 그 쓸모가, 그것도 수십 년만에 비로소, 묵은 장롱발 밑에서 뭐가 나오듯 밝혀진다면 무릎을 치며 후련해하는 게 맞는데, 재서부터도 신세를 지고도 그리 반기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재서가 팔을 다치고, 그 다침의 경위와 의미를 희한하게 정리하는 모습도 당황스럽습니다. 이 모든 그들의 꼬인 반응은, 난외에서 국외자를 가이드하는 "일러두기"가 있어야 이해가 가능하겠는데... 이해가 일단 된 후에도 뭔가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재서와 미용에게는 더 씁쓸하겠으나 이건 뭐 이미 그들도 다 익숙해진 현실입니다. 

올해판에는 다른 작가들의 다섯 우수작이 함께 실렸습니다. 여객기에 탑승하여 사고로 죽거나 다칠 확률은 길을 걷다가 벼락에 맞을 가능성보다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왜 일반인들은 항공기여행이 여전히 위험하다고 믿는 걸까요? 2001년 9월 11일 터진 사건(p137)은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사람은 어쩔수없이 터진 사고보다 이미 전조(p138)가 보였던 재난에 대해 더 큰 미련을 갖습니다. 여객기 사고는 워낙 유명한 게 많아 사람들은 이를 마치 하늘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계시하는 양 착각하지만 누군가가 들판을 걷다 당한 낙뢰사고는 보도도 안 되고 관심도 없습니다. 차르 봄바(p155)의 성공 이래 인류 평화를 지탱하는 요소는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상호확증파괴(MUD. p159)뿐입니다. 팍스 아토미카의 이상한 평화도 평화는 평화이니 활주로 위에 선 우리는 고마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완전한 선의만 선의가 아니니 말입니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예전 노래 <Just the two of us>라는 게 있습니다. 이 노래는 제목 중 two 앞에 the가 붙기까지 했는데 그만큼 너와 나 둘뿐인 이 관계가 특별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박솔뫼의 이 단편에는 알렉스, 애리, 우진, 강주, 보훈 앵무새까지 참 많은 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서양 속담에 Two is a company, three is a crowd라는 게 있습니다. 두 사람만의 관계는 그게 무엇이든 제3자의 개입과 교란 없이 무탈하게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한 길도 안 되는 사람 마음 안에 그만큼 전 우주보다 복잡한 파동과 이해관계가 요란하게 얽히기 때문입니다. 움직임이란, 그 무엇의 것이건 연구 대상이 맞습니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데 왜 애인이 없을까(p235)."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관계를 잘 맺는 비결은 다른 데 있고 누구의 경우 몇으로 일반화도 못 합니다. 설령 가까운 사이라 해도 비번까지는 잘 공유하지 않으며, 나진이 멀쩡한 가슴을 떼어낸(p239) 것도 부모 잘못 만난 탓이 물론 아닙니다. 시험, 시험... 미형을 시험해 보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나진은 바로 눈치챕니다. 마지막에 "좋은 분"이라며 나진이 결론짓는 건 누구보다 아버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양념이 타지 않도록 고기를 잘 뒤집는 것(p271)도 기술이 필요하듯, 사람이 사람을 편하게 하는 건 확실히 어떤 기술, 꼬이지 않은 진심이 필요합니다. 인위적으로 생성된 관심은 재해석(p185)을 거칠 것도 없이 바로 비수로 화하여 나o위키 같은 공개처형장에 박제되기 일쑤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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