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 뚜루 상어놀이북 - 상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괜찮아! 시리즈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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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아이들한테 은근히 인기있는 동물 같습니다. 대략 십 년 전에 저는 어느 초등학생과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무슨 뉴스를 봤는지 어떤 컨텐츠에 빠졌는지 하루종일 상어에 꽂혀서 정신을 못 차리는 통에 그 말상대해 주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어는 돌고래나 댕댕이처럼 인간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동물도 아니고, 친숙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에게 큰 위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인기가 많은 건, 그 예리하고 강인한 본성, 치명적인 공격무기 등이 그 이유일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인간은, 어떤 강한 것에 끌리는 동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기왕 애들이 끌리는 동물이라면, 상어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며 인지능력도 키우고, 지식도 쌓으며, 손근육 발달도 꾀하고, 창의력이나 상상력, 색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일단 애가 상어에 꽂혔다면, 하루종일 이 상어책을 통해 색깔도 채워넣고, 그림도 따라 그려가며 아주 상어와 영혼 레벨까지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뭐 모든 척추동물은 아기 시절이 있겠고, p5에 보면 1에서 6까지 적절한 색 배치를 통해 아기상어(!)를 찾아내게 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색을 안 칠해도 아기상어의 윤곽은 보입니다만, 색을 다 칠하고 나면 뭐가 기분이 좋은지 혼자서 씩 웃고 있는 아기상어의 모습이 더 뚜렷이 보입니다. 색깔 배치에 정답은 딱히 없지만, 아무래도 상어가 바다에 사는 동물이니만큼, 가장 넓은 배경은 파랑색(바다색)으로 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어는 어류이니만큼 알에서 태어나는데, p6에는 그런 상어의 생태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설명이 있습니다. 이런 지식이 어린이들에게는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대개 한 배에 한 명씩의 아기만 태어나는 게 보통이지만, 상어는 보통 한 번에 두 마리가 태어난다고 하네요(어른인 저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또 책에 보면 아기상어의 크기는 대략 90cm라고 하니, 사실 그리 작다고도 못합니다. 그림을 보면 활짝 웃고 있는 두 마리가 보이는데, 물론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서 이리저리 몸도 놀려 보고 재미가 나겠지만, 여튼 좀 비현실적일 만큼(?) 크게 웃는 중입니다. 아이들도 저 아기상어들처럼 밝고 건강한 심성을 지니게 자라나야 하겠습니다. 

백상아리는 정말 무서운 동물입니다. 그러나 교재 p12 이하에는 (책도 그렇게 설명하지만) 그 모습들이 다 귀엽게 묘사됩니다. 이 페이지에서도 뭐가 기분 좋은지 씩 웃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상어의 번뜩이는 이빨은 너무 무서워.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건, 다른 친구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걸까?" 알 수 없습니다. 호랑이나 사자의 포효 소리는 파장도 깊고, 이를 듣는 다른 동물들에게 큰 두려움을 준다고도 알려졌습니다. 우리 아기상어, 혹은 다른 어른상어들도, 부디 나쁜 마음 먹지 말고, 약하고 작은 다른 동물들한테 겁을 안 주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사람) 어린 친구들은 상어를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말이죠. 

책 p12에 보면 "상어는 생김새와 이빨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을 습격하는 상어의 종류는 많지 않다."고도 합니다. 또 다음 페이지에서는, "먼저 상어를 공격하지만 않으면, 위험할 일은 없어."라고도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책이나 미디어에서 이렇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인간이 다른 생물들의 생태계를 자주 침범하며, 그만큼 다른 동물들의 행태도 많이 변한 바 있으니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p17을 보면 자외선 보안경(모노타입)을 쓴 어떤 남자애가 막 상어를 약올리면서 수상스키를 타는데, 약이 바짝 오른 상어가 애를 맹추격 중입니다. 음,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면 이런 행동은 정말 삼가야 하겠습니다(ㅋ). 

교재 p9를 보면 상어의 몸 구조 명칭이 나옵니다. 주둥이, 눈, 아가미, 이빨,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등.. 이 명칭은 대개 다른 어류에도 공통적이므로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p11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70년대 블록버스터 <죠스>도 짧게 언급됩니다. 우리들도 너렸을 때 여러 점들을 이어 물체의 선(외형)을 완성시키는 놀이를, 그림책을 통해 자주 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코너가 많습니다. p15에는 유선형이라는 단어가 니와 해양동물의 특징 하나를 가르쳐 줍니다.   

p30에는 컬러 그림 두 편이 나오는데 서로 틀린 부분을 찾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답은 책 맨뒤인 p40에 따로 나오는데 어디 바로바로 찾아지는지 어른들도 한번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p32에는 미로찾기가 나오는데, 상어를 주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포맷은 다 나오는 것 같아 애들이 안 질려하고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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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서 더 빛나는 너에게
성유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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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학교나 직장에서 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물론 직장동료나 학교 친구가 남달리 예민하다면 우선은 그 주변사람들이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예민한 분, 당사자 역시도 남들이 나를 그리(=예민한 사람이라고) 본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본인이 예민해서 겪는 불편 외에 2차 아픔(?)을 겪는 셈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체질이나 성격을 바꾼다는 건 거의 블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책 저자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예민함은 예민함대로,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장점이니, 이런 축복(p85)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오히려 키워 가라며 여러 가지 유익한, 실용적인 충고들을 들려 줍니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충고를 들려 주는 어조도 차분해서 그냥 따라 읽어 가는 자체가 힐링입니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그냥 성격만 예민한 게 아니라, 그 부작용으로 몸이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이런저런 통증으로 고생하는 게 어쩌면 이런 이유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께서도 그전부터 몸이 아프셨는데, 일단 독자 입장에서 뭔가 각성이 되는 점은, 몸이 아프다고 그냥 체념하거나 병원의 처방에만 의존하지 않고, p69에 나오는 것처럼 5km 마라톤 완주 같은 제법 큰 도전에도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책에도 나오듯이 저자도 병원, 한방병원 등 갈 만한 곳은 다 다녀 보고 의학적 구제에 최대한 기대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이런저런 불편이나 질환에 내가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복해 나가겠다는 어떤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건, 문제를 더욱 키우는 자충수일 뿐입니다. 

북유럽이나 브리튼 섬 일부에서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많은 이들이 맑은 날 일부러 햇살을 쬐러 많은 수고를 들이기도 합니다. 햇빛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여도, 알고보면 이처럼 소중한 것입니다. 책 p97을 보면 라이트테라피라는 말이 나오는데, 세로토닌, 멜라토닌 합성을 돕는 조명 장치라고 합니다. 사람이 만약 천성이 밝고 긍정적이라면 구태여 돈까지 들여 이런 애를 쓸 필요가 없을 텐데,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침체된 기분의 극복이 어려우니 뭐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p96에 나오는 저자의 말을 보십시오. 예민한 기질 때문에 특수 조명 장치 아니면 수면을 제대로 취하는 일도 어려우면서,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통해 밝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저렇게나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나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니, 결코 불공평하지 않으며 나의 노력만 추가되면 다 이뤄질 것이다." 아무리 피해의식을 갖고 앙앙불락해 봐야 돌아오는 건 좌절, 실패, 스스로를 좀먹는 자기혐오와 비관주의밖에 없습니다. 

p141을 보면 작년에 큰 화제를 모았던 넷ooo 컨텐츠 <더 글로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들 알다시피 학교 폭력이 주된 소재인데, 세상이 취하는 본래 모습 중 하나가 약육강식이다보니 약한 자를 괴롭히고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며 쾌감을 느끼는 나쁜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예민하고 소심하며 남들 앞에 과감하게 나서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꼭 보면 학폭이나 조직 내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기 쉬운데, 저자는 거의 필사적이라 할 만큼 이에 저항하고 드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는 점입니다. 사회나 학교에는 주동적으로 나서서 남을 괴롭히는 자가 있고, 남을 도와 주는 척하면서 곁에 들러붙어 세뇌하며 상대에게 더러운 이익을 뽑아내려는 악질 사기꾼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능이 낮아서 자기가 열심히 세뇌를 하면 상대방이 반드시 넘어올 것이라고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좋아합니다. 일종의 자기만의 연극에 몰입하는 셈인데, 이런 인간 쓰레기가 접근해 오면 단호하게 뿌리치며 (저자처럼) 자기 방어를 해 내야만 합니다. 그게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예민한 사람은, 예컨대 두 세력이 대립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양쪽의 입장 모두를 이해하며 조직이 더 파탄 상태로 흐르지 않도록 잘 중재하는 재주가 있기도 합니다. 예컨대 이 책 p196에 나오듯 저자는 팀 안에서 의견이 극력대립할 때, 잘 절충하여 생산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애쓴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너무 예민한 사람은 그 성향 때문에 조직 내 적응이 힘들어, 취업 등을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취업은 생계 해결은 물론 개인이 사회 안에서 참된 자아를 실현하는 가장 보람된 방법이며, 직장이 없다면 그 사람은 또래 사이에서 합당한 대접을 받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여러 어려움을 딛고 사회 생활도 치열하게 해 본 분이라서, 이제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많이 담긴 책이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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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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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영업의 현황은 매우 살벌합니다. 아마도 어느 동네이건, 어제까지 잘 영업하는 듯하던 가게가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리고 휑하니 빈 공간을 투명유리를 통해 드러낸 모습을 흔히 볼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외부인들만 모를 뿐) 이미 악성재고가 쌓인다든가, 운영자금을 조달 못해 동네 일수꾼을 만난다든가 하는 과정을 그 가게 사장님(부부)이 다 거쳤을 것입니다. 동네 부동산(중개인)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심지어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거의 포화상태라 이 업종도 폐업하고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요즘의 자영업은 그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자영업이 서글픈 결말만 예정하고 있을까요? 경쟁에서 살아남아 서민부자 소리를 듣는 사장님들이 많은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희한한 경우를 (비록 소설의 포맷이지만) 접하다 보면, 세상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착상으로 위기에서 멋지게 벗어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죽을 꾀를 내는 사장님의 자멸 행태도 보곤 합니다. 확실히 이 시대는 이런저런 소시민들이 별의별 재미있는, 때로는 매우 슬픈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촌극이 공연되는 무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이 길을 지나면서 봐도, 요즘은 프랜차이즈 가게 수가 그렇지 않은 가게보다 눈에 자주 띈다 싶을 만큼 많습니다. 생전 못 들어본 가게지만 뭔가 특이한 모습으로 간판을 디자인하고 옆에다 "가맹점 상시 모집"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사로 봐 넘기지만, 어쩌다 들러 맛이 좋다 싶어 무슨 필이 꽂히기라도 하면 사장님을 들어가 만나 "2호점 가맹 안 받으실래요?"를 묻기도 합니다. p47 이하에서 등장인물 수호씨가 지금 벌이려는 일도 (디테일에 차이는 있지만) 그 비슷한 것입니다. 이 반찬가게 사업이 틀림없이 잘될 것 같습니다. 이미 수상쩍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는데도 거기엔 눈을 감고 그저 본인 보기에 좋았던 것만 감안합니다. 

프랜차이즈를 차려도 본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인테리어, 시설 공사의 부실 문제가 내내 발목을 잡습니다. 공사업체도 본사와 아주 유리한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서, 이렇게 지점이 하자보수룰 요구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정을 미룹니다. 사회 생활에서 당연히 이행되어야 할 사항이, 이런 사람을 만나 제때 급부 이행이 안 되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호씨는 마침내 쇼케이스 에어컨 추가 설치는 본인 비용으로 충당하고 맙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뭘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의 수지 맞춤이란 건 벌써 여기서부터 뭔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는 거죠. 

저도 여태 자영업 성공의 비결을 담은 여러 좋은 책들을 읽고 독후감도 남겼지만, 이 시대에는 자영업이 적어도 비참한 실패는 맞지 않게 하기 위해 금과옥조로 꼽힐 수 있는 여러 좋은 원칙들이 있습니다. 수호 씨도 그런 책들을 읽고, 혹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 모든 사항을 거의 다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p124). 대체 뭘 잘못한 것일까. 원래 모든 원칙에는, 평범한 사람이 쉽게 캐치할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수호씨나 우리나 그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 또 힘든 게, 고용한 직원들을 잘 다독이며 불화가 생기지 않게 조율하는 것입니다. p184를 보면 실장과 홀 직원이 또 싸우는 바람에 골치를 썩는 수호씨의 난감한 처지가 나오는데, 사실 수호씨나 평범한 우리들은 이렇게 사람 다루는 요령도 매우 서툴러서 중간에 끼여 큰 고충을 겪기도 합니다. 개업시엔 이런저런 명목으로 부가세 수백만원을 환급받기까지 했는데 이번 연도에는 수백을 더 내야 하니 수호씨 입장에서 세금 폭탄이 따로 없습니다. 어떤 자영업자는 부가세 납부분을 따로 예비하지 않다가 납부기한이 닥쳐 큰 곤란을 겪기도 했다는데 사장 일이라는 게 이처럼 큰 신경을 써줘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여기에 코로나 펜데믹까지 겹치니 배겨날 길이 없고 급기야 수호씨는 가게를 넘기게 됩니다.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 매상관리를 잘해야 좋은 값을 받을 판이니 가짜로 매출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위치가 너무 안 좋아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수호씨와, 요즘은 배달콜만 잘 받아도 괜찮다는 친구의 생각은 다릅니다(p272). 수호씨도 그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여긴 진짜로 안되겠다 같은 느낌이 이제는 옵니다. 요즘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들이 직원 쓰기를 꺼려하고 그래서 무인매장도 급격히 느는 추세인데, 수호씨도 키오스크를 설치하고서야 몸도 덜 힘들고 지출도 줄어서 한숨을 돌립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에 부인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끝에는 소설읽기를 넘어 실전 자영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가상의 대담도 나와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p76)라 해도, 21세기 한국의 자영업판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힘들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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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고양이를 끌어안고 통닭을 먹을 수 있을까
로아네 판 포르스트 지음, 박소현 옮김 / 프런티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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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큼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위에 보듯 번역제목도 재치있게, 통통튀는 문구로 붙었지만, 영어 원제를 보면 의미심장하기까지 합니다. "Once upon a time we ate animals." 옛날 옛적, 우리가 동물을 먹던 날도 있었지, 정도로 옮길 수 있겠는데... 인류는 불과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갖가지 혐오스러운 야만적인 습관에 매우 익숙해진 채로 살던 존재입니다. 역사책이나 다큐를 보면서 우리는 조상들의 몰상식하고 비위생적이며 한심한 행태를 보고 혀를 끌끌 차고, 이 정도씩이나 세련되고 안전한 환경과 방식으로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에 대해 안도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후손들도, 먼 미래에 지금의 우리를 자료나 미디어를 통해 관찰하며 "어떻게 사람이면서 같은 동물을 식용으로 쓸 생각을 했을까?"라며 경악과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책의 저자는 비건인이며, 비건인으로서의 삶과 스타일에 대해 유머러스하고 귀엽게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겠습니다. "세상에, 아니 육식하는 분이셨어요?" 실제로 이런 분들이 주변에 늘어남에 따라, 대체육 생산 등 전에는 없던 산업이 생기기도 하고 주식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수익을 주기도 하는 것이겠습니다. 

p64에서 저자는 이른바 마녀사냥에 대해 언급합니다. 오늘날의 우리가 보면 증거도 없이 떼로 몰려들며 단 하나의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고, 단죄하고, 파문하고, 린치하는, 매우 반지성적이고 퇴행적인 행태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사냥"에 가담한 대중은, 그때만해도 엄청난 정의감을 딴에는 발휘하며 "마녀"의 단죄에 신심으로 참여했을 터입니다. 저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선(善)에 대한 기준과 판단, 합의는 시대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나친 윤리상대주의로 흐르는 결과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지금 옳다, 혹은 그르다고 믿는 바가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하리라고 믿는 건 곤란하다는 겁니다. 

p82에는 대부분의 우리들의 불편해할 진실이 또 지적됩니다. 육식인(이 말도, 대부분의 우리들에게는 마치 "비장애인"만큼이나 어색하게 들리죠. 일단은요)이라고 해서 모든 동물을 식용으로 용납하지는 않습니다. 우습게도 지능이 낮은 동물, 그렇지 않은 동물을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나눠, 전자는 먹어도 되고 후자는 그러면 안된다는 식으로 선을 그어 그 나름의(빈약한) 구획을 지어 알량한 윤리감을 충족합니다. 그러나 식용으로 가장 보편적인 돼지의 경우 지능이 매우 높다는 건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돼지는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나쁜 환경에 몰아넣지만 않으면 제법 높은 수준의 청결도까지 유지합니다. 우리 선입견과는 매우 다른 동물인데도 인간의 사악한 식탐을 합리화하기 위해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죽는 게 저 돼지들인 셈입니다. 저자는 저 그릇된 지식들이, 인간의 인지부조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고 비판합니다. 

버거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이며 고열량메뉴이기 때문에 비판의 표적이 되다시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미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바쁘게 일하고 간단하게 허기를 해결하기에 좋은 혁신제품이기도 했습니다. 버거를 잃긴 싫고, 그렇다고 정크푸드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꺼려지는 미국인들을 위해, 팻 브라운(p148) 교수는 큰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햄(ham)이 아니라 헴(hem)이 대신 들어간다는 이 채식 버거(말부터가 뭔가 형용모순 같습니다)는, 느껴지는 맛만 철분 비슷하게 육즙 흉내를 내어 육식을 방지하면서도 그 효과는 톡톡히 내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치관에 부합하는 또다른 혁신 제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216 이하에는 도살장 박물관 견학기가 나옵니다. 사실 우리가 즐겨 먹는 많은 육식들이,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면, 다시는 해당 육류를 섭취하지 않게 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1906년에 업튼 싱클레어가 발표한 소설 <정글>은 미국 시카고의 어느 소시지 공장을 고발하며 현대인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인 식품 소비 기제에 길들여졌는지 통렬하게 고발한 적 있습니다. 육식은 그저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게 아니라, 그걸 섭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악의 번성, 확산에 기여하며 마침내는 우리의 윤리의식에까지 심대한 위해를 끼친다는 점,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가르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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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청춘이란? - 아픈 만큼 성숙하는 너를 위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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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세대는 <청춘은 아름다워라>라든가, <아름다워라 청춘이여> 같은 번역 제목으로도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그 고전의 독일어 원제는 Schön ist die Jugend인데, 앞에 제시한 우리말 어구(들) 그대로의 뜻입니다(강조를 위한 도치). 지금 이 책은 그 고전은 아니고, 헤르만 헤세의 여러 수필, 산문 들을 한 권에 모아 놓은 구성입니다. 어떤 글은 <자전적 이야기>에서, 어떤 글은 그보다 앞서 발표된 다른 산문집에서 발췌했는데, 역시 거장의 작품은 이렇구나 같은 감탄이 절로 느껴지는 명문들입니다. "사자가 문 뒤에서 발톱 일부만 내밀어도 우리는 그게 사자인 줄 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 중 어느 한 편의 산문만 읽어도 그게 헤세 같은 문호의 작품이겠음이 절로 짐작될 정도입니다. 길이도 짤막짤막해서, 독서에 큰 부담도 없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애독자들은 다들 알겠지만 그의 글에는 간혹 에로틱한 기술이 의외의 장소에 숨어 독자를 놀라게 합니다. 이 책 제1장의 "첫 키스" 같은 산문도 그런데, 저도 읽으면서 약간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헤세 같은 문장가, 인생의 스승격 인물치고는 꽤나 의외인, 솔직함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記術) 뒤에는 약간의 자긍심 같은 것도 동기로서 작용했을 텐데, 우리들 중 누구라도 이 비슷한 느낌이나 경험은 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말야..." 그런데 이 대목은 분명 충격적인데도,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다소의 애수(哀愁)를 풍깁니다. 헤세가 이 글을 쓸 때 그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 어느 시점에 대한 회고였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긴 개념을 하나의 약칭으로 줄일 때에는, 그렇게 하는 쪽의 어떤 검은 의도 같은 게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한 예로 드는 게,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을 "나치"로 간단히 줄인 것입니다. p19의 "소치스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사민당원을 가리키는 말인데 아마 이 말을 꺼낸 여성(아직 10대인데도 그 표현에 거침이 없는)은 못마땅하다는 의도였지 싶습니다(그 출신 성분을 감안할 때). 이 글에서 헤세는 스스로 밝히길 기계공 견습기간이었다고 합니다. 헤세의 독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고서점 점원 노릇도 했었는데, 이 책 p27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현대의 우리가 지레짐작하듯 그 일이 그리 mundane하게 취급될 직업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1911년의 황폐화한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신사놈"을 다룬, 다분히 환상적인 이야기(p39)는 헤세의 작품 중에서는 좀 예외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멀쩡한(그렇게 보였던) 신사가 끝에 가서 그 정체가 악마였음이 드러나는 식의 결말은 18세기 유럽 단편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봤던 처리이긴 한데 그 배경이 아일랜드의 늦여름임이 좀 특이할 뿐입니다. p68에 실린 <시인의 꿈>은 원제가 Der Dichter("시인")이며, 1913년에 발표된 단편입니다. 중국인 이름으로 세팅된 Han Fook는, 독일어에서는 oo가 장음 [o:]이므로, 이 책에서처럼 "한 포크"라고 읽힙니다(푸크가 아님).  

책 중반부에는 헤세의 인생, 고독, 젊음, 사랑에 대한 지론이 표현된 여러 수필이 이어집니다. 딱히 내용을 요약할 것도 없이,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명문입나다. "꽃은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젊음을 지닌 사람이 훨씬 더 아름답다.(p131)."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다 헤세의 명언이라며 찾으면 나오는 것들보다, 이 책에 실린 문장 하나하나가 (따로 요약,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더 멋집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곤 하는 헤세의 사진은 대개 그의 중노년 이후의 모습인데, 아무리 늙은 후의 용모라고 해도, 젊었을 시절 문학청년 같은 신비롭고 스마트한 매력이 거기에서 도저히 유추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온통, 이런 여성 저런 소녀들이 계층 지역 불문하고 젊은 시절 헤세에 이끌려 먼저 플러팅하는 이야기 투성이입니다. 이런 분한테도 그런 멋진 청춘이 있었구나 하고 믿는 수밖에 뭐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으며(p248), 대부분이 부질없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봐도, 어린 수도사 아드소에게 늙은 윌리엄은 "네 나이 때에는 그 불 붙는 듯한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 수 없다"고 차분하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진정한 깨달음은 왜 그리도 늦게 찾아오는 것일까요. 헤세도 이 책 곳곳에서 자신 역시 괜한 욕구, 번민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탄합니다. 우리가 헤세의 작품을 좋이하는 건, 부분적 실패자의 겸허한 고백을 정직하게 경청할 수 있어서도 그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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