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 - 스치는 바람 소리도 하나님 세상
장진희 지음, 김주은 일러스트 / 샘솟는기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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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있어 믿음의 씨앗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뿌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에 가까운 전라남도 순천은 그 경치도 아름답고 예전부터 사람들 살림살이도 풍요로웠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개척목회자 김영춘 목사님과 결혼하신 저자 장진희님은 한국적 풍토에서 목사 사모로 사는 고충과 애환이 어떤 것인지 토로하십니다. 지금껏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쓴 책은 여러 권 읽고 리뷰도 올렸습니다만 목사님 배우자께서 쓰신 책은 처음 읽어 봤는데, 재미도 있고 뭔가 생각해 볼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책이고 국민일보에도 칼럼을 게재해 오신 분이라고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묘하게도 그 어머니를 닮아가며 자신의 생 한 계단 한 계단을 밟는 듯합니다. p34를 보면 약초를 캐며 가사노동을 하시다 자라가는 딸을 보며 환히 웃으시던 자신의 어머님을 회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자녀들은 그 어머니의 땀방울이 하나하나 맺혀 이뤄진 결실이라는 문장이 어느 독자에게건 뇌리에 또렷이 남을 듯합니다. "비가 개면 여태 쓰고 온 우산을 아무데나 두고 잊는 것처럼" 우리는 과연 고마운 부모님의 은혜를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친 건 아닌지 가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독자들은 익히 알듯이 둘째따님 솔양이 소아암으로 투병중이었고 현재도 종양이 다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분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첫출근(p95)까지 했으니... p81, p159를 보면 MRI 촬영비가 보험 적용이 되어 환급을 받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우리들은 작은 금액이라도 페이백이 되면 그 순간 만족감이 듭니다. 그러나 장진희 저자께서는 이런 소식조차 마뜩지 않은데, 3대 소아암에 포함되어 환급된다는 건 딸이 오진된 게 아니라고, 틀림없이 암이라고 나라에서 확인해 준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철 이른 낙엽 하나가 슬며시 곁에 있어 준 게 고맙다고 했던가! 하나님은 그 강한 힘으로 새롭게 하심에 나는 감사한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는 기독교 구약 시편의 저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새롭게 되지 못하는 건 곧 죽은 것 아니겠습니까.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자리한 그이름교회,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된(p197) 이 교회에서 여느날처럼 강대상을 꽃으로 장식하던 저자께서는 지금까지 소통하던 권사, 집사님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개척교회야 목사님의 수고가 가장 크겠지만 본래 교회라고 하는 곳은 모든 성도들의 피와 땀이 어울려 세워지고 한 발 두 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기로도 이곳 계양구는 유난히 개척교회가 많은 곳이고 그만큼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동네입니다. 목회가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독의 시간이 더 밀도높게 찾아오더라는 말씀도 인상깊습니다.  

"장선생님은 (목사) 사모감이 아닙니다(p154)." 세상에. 내가 어떤 호감을 표현했던 남성이 저런 답을 내놓았다면 그 실망감이 차라리 황당함으로 변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일견 퉁명스럽게도 들리는 저 말씀 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실은 깃든 것입니다. 개척교회 사모님 앞에 놓인 고생길이 훤하게 보녀서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21세기 한국에서 그 어느 여성도 개척교회 사모님 노릇을 기꺼이 맡으려는 분이 과연 있겠나 싶을 만큼이죠. "강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다. 길은 인간의 것이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며 그 위를 걷는 자가 바로 그 길의 임자"라는 구절(p177)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그부터는 길도 엄청 옹상스러운디 더 들어갈라고?(p32)"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님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 험한 산길을 어떻게 겁도 없이 약초를 캐러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길은 용기 있게 그 어두운 곳을 대담히 개척한 사람에 의해 비로소 생기는 것이며, 그 용기는 자녀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부모님들에 의해 발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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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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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부 시절 명성이 지금까지도 후배들 사이에 자자한 임승휘 교수님이 쓴 중근세 유럽 분류사 주제 서적입니다. 대중서로 쉽게 쓰였지만 역사 마니아들도 종종 간과하는 좋은 포인트도 짚어 주셔서 여러 모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선민의식이란 건 존재했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이 없어도 그 속한 집단에 대해 느끼는 긍지로 자존을 (어느 정도는)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는 때로 없는 사실까지 부풀리면서 단결을 자극하는 건데... 이 책 p18에 나오는 스페인 사람들의 레콩키스타 시대 선민의식이란, 그 근거가 없지 않았고 국운이 이 정도로 잘 풀리면 자부심, 국뽕(?)에 젖어들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민의식과 선민의식이 충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시기 이베리아 반도 일대에서 벌어진 극심한 반유대주의 운동은 그 부작용 때문에 나중에 결국 카스티야-아라곤 왕국의 미래까지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한참 후 대영제국이 잘나갈 때 적어도 그들은 반유대주의로 제국의 엔진에서 스스로 김을 빼지는 않았습니다. 똘레랑스가 어느 상황에서나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설령 꼴보기 싫어도) 내 곁에 둬야 나한테 이로운 법입니다. 

사람은 크게 될 사람일수록 자신의 협소한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지 말고 바깥 세상을 두루 둘러봐야 합니다. 저는 예전에 유시민씨의 어느 책(초판)에서 그런 구절을 읽었는데, 애덤 스미스가 교수 시절 타운셴드 재무상(스미스와 같은 또래입니다)의 의붓아들(재혼 부인이 데려온, 죽은 전남편 소생 장남)의 가정교사 자격으로 그랜드 투어(이 책 p70)를 수행했을 때, 그 공작의 장남이 그 여행으로 얼마나 큰 사람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애덤 스미스는 그 여행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달랐다는 게 그 저자(유시민씨)의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스미스와 버클루 공작(스미스의 제자) 사이는 대략 20년 정도 나이 차가 나며, 버클루 공작은 나중에 제국의 존립을 위해 정치적, 군사적으로 제법 큰 역할을 합니다. 의붓아버지 타운셴드 본인은 자작 가문의 차남이며 따라서 부친의 작위도 세습하지 못했습니다(나무위키 같은 데서 타운젠드 공작이라고 나오는 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애덤 스미스라는 사람이 경제학의 시조이므로(저도 전공이 경제학입니다)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이야 그 누구라도 스미스의 업적에 감히 비길 바가 못 되겠으나, 적어도 18세기 말 당대에는 헨리 스코트, 즉 제3대 버클루 공작이 스미스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었겠습니다. 

또 헨리 스코트가 어렸을 때 찰스 타운셴드가 선심이나 쓰듯 오버스펙 가정교사를 붙였다거나 현재 가치로 대개 17억원이 넘는(이 책 p80) 그랜드 투어를 시켜 준 게 아니고, 그 죽은 부친의 유산과 명예에 합당한 대우를 그 아들에게 법정대리인의 당연한 의무로서 행했을 뿐입니다. 타운셴드(Townshend)는 그 이름도 한국어로 자꾸 타운젠드로 잘못 표기되는데(예를 들면 한국어 위키백과나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 이건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참고로, 이 책에 찰스 타운셴드나 애덤 스미스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며 그랜드 투어 토픽이 나와서 제가 서평자로서 잠시 여담을 해 봤습니다. 제 서평을 읽어 온 분들은 이미 아는 분위기죠. 

p97에 문장(紋章)에 대한 재미있고 정확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꼭 저자께서 유럽 귀족 가문의 문장(heraldry)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정말로 있어서 독자로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 마니아들도 문장만 나오면 아주 환장을 하죠. 이 책은 문장들을 전부 천연색 도판으로 제시해 주는데다 권위자(즉 이 책 저자)의 적확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너무도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이런 책은 원래 이런 맛에 보는 것입니다. 

p175 이하에는 1대 버킹엄 공작인 조지 빌리어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미칠 듯 재미있는 장편 <삼총사>를 보면 이양반이 캐릭터로도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재미를 몇 배로 늘려주는 게 바로 이 캐릭터의 기여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역사상의 실존인물이기도 한데, 왕비 등이 명백한 불륜(아동문학가 조풍연씨가 윤색을 한 버전이었는데도)을 대체 왜! 저지르는 건지 어렸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뭐 제가 커서 펭귄 영문번역판(원본은 당연 불어입니다. 전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으로 통독해도 특별한 건 없었고 결국 그의 잘생긴 외모와 쩔어주는 말빨이 비결이었다는 건데, 임승휘 교수님이 이 챕터에서 자신만의 솜씨로 재미있게 들려 주므로 적어도 이 파트만큼은 꼭 읽어들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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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초등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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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과정은 아직 많이 어렵지는 않으나 그래도 아이들이 서서히 공부라는 것에 부담을  느껴가기 시작할 때입니다. p3에 나오듯이 받아쓰기 급수표는 학교에서 미리 다 나눠 주고 시작하는 시험인데도,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원하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공부에 대해 미리 흥미를 잃지 않게 격려해 주고, 좋은 교재를 통해 계속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스쿨존에듀의 좋은 책들이 이 과정에서 일정 몫을 해 줄 것 같다는 개인적 기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급수는 모두 15급까지인데 숫자가 클수록 어려워집니다. 당연히 1급부터 시작이며, 이 교재에서도 바른 자세를 먼저 잡고 글씨를 쓸 것을 권합니다. 역시 바른 자세가 모든 공부의 출발이라는 점은 어디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p24를 보면 3급 받아쓰기 텍스트가 나오는데 "연필심이 닳았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닳" 같은 음절에 왜 겹받침이 쓰이는지 아이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은 지금 단계에서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같은 나이의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이들은 이 점에서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불리합니다. 아예 맞춤법의 일관된 원칙이라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8번 문장 "오늘 하루 어땠니."도 잘 생각해 보면 마냥 쉬운 받아쓰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를 정확히 수행하려면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르게 읽는 단계입니다(p29). 5번 문장 "우유를 쏟을 뻔했다."도 은근 까다로운데, 발음도 쓰기도 그닥 만만치 않겠고, 1학년 2학기를 거치는 아이들이 "~할 뻔하다"라는 관념도 과연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저는 걱정이 됩니다. 고통스럽지만 어른으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식들을 잘 습득하여 따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교재는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이 세로편집인데, 때에 따라서는 가로용지에 아이들이 무엇을 써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매 급수 단원이 끝나는 대목에 편집방향을 가로로 바꿔서(가로가 세로보다 더 긴 사이즈를 가리킵니다), 가로쓰기에도 아이들이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커서 대입 논술 같은 걸 하려면, 이 정도 폭에 아래로 길이만 더 길어진 용지를 접할 것입니다. 글씨 바르게 쓰기도 연습을 해야 하는 게, 논술도 아무리 내용이 우수하다 한들 글씨가 나쁘면 채점진에게 어필이 될 리가 없습니다. 

7급 받아쓰기가 제시된 p47을 보면 "바닷속에 가라앉고 배 안에 쌓여"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바닷속이라고 사이시옷이 들어간 합성어라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저렇게 쓴다는 건 어른들도 모르는 수가 있습니다. "숲으로 왔어요!"에서처럼 느낌표 등의 문장 부호는 칸 하나를 온전히 다 차지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도 주의력이 뛰어난 아이는 어른이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잘 생각하여 재현하는데, 못하는 애들이 꼭 있습니다.

p54에는 "젊어지는 샘물"이라는 텍스트가 나옵니다. 제가 교과서를 다 읽지 않아서 모르는데, 아마도 마시면 젊어지는 효과가 나는 샘물이 있나 봅니다. 아이들한테는 그런 샘물이 딱히 무슨 의미가 없겠지만, 이 교재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학부형들이나 교사들은 비싼 피부 시술 없이 그냥 마시기만 해도 주름이 없어지는 샘물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p59의 9급수 텍스트를 보면, "한 획을 더 그으면"이란 문장이 있는데, 아마 획(劃)이란 개념도 아이들은 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저희 때에는 과연 1-2에 획이란 말을 배웠었는지 곰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p73을 보면 "뛰어놀았어요"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데 "뛰어놀다"가 하나의 단어라서 그렇습니다. 이것도 머리가 좋은 애들은 예리하게 보고 여기서 칸을 안 띄우는 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라고 벌써 마음에 정리를 해 놓습니다. 어른들도 많이 틀리는 "안 돼요"가 8번 텍스트에 나오는데, 아이들은 1-2 과정에서도 배우는 이런 쉬운 맞춤법을 어른들이 틀린다는 사실에 크게 웃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 서두에 나오는 대로, 아이들에게는 끝없이 칭찬 같은 걸 해 줘서 마음 속에 자신감을 채워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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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파워 시대
최성금 지음 / 모란(moRan)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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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성금 대표는 현재 시니어TV 사장이며 MBC의 자회사 여럿에서 중요 직책을 수행하였고, 특히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의 큰 성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입니다. p19의 머리말을 보면 구순의 연세에도 여전히 건강하신 친정어머니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이 있는데, 이런 정신적, 육체적 건강도 다분히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성금 대표 본인도 이제 우리 사회 통념상 시니어에 속하는 연세이신데도 외견상 그런 느낌이 잘 안 들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중견배우 윤문식씨 등이 활약한 MBC 마당놀이를 재미있게 보신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보다 마당쇠, 방자 등의 역을 맡은 윤문식씨가 더 인기를 끈 특이한 현상도 있었는데, 이 마당놀이는 녹화되어 TV로도 방영되었는데 원래는 전국순회공연 형태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p39에 나왔는데 당시 MBC에서 이 기획을 주도한 분은 아니었지만 그 20주년 기념 리바이벌을 기획하셨다고 나오네요. 또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 개최를 보도한 역사적인 뉴스데스크(9시 메인뉴스)를 진행한 강성구 앵커의 비서 경력도 있다고 적혔습니다. 

키자니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나 당시 MBC 사정이 여러 모로 안정적이지 못해 사장직을 연임하지 못하고 유통물류 회사로 자리를 옮긴 일을 저자는 씁쓸하게 회고합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평생 직장 개념이 우리 나라에서 크게 흔들린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한국의 시니어들은 여전히 평생의 경력을 중시하고 또한 그럴 의사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고용구조의 경직성, 둘째 시니어 본인들의 유연성 부족(p83)이 지적됩니다. 저자도 수십 년 몸담아온 방송일을 떠나 물류회사로 옮겼지만 성공적으로 적응했다고 나오는데, 특히 중장년 취업에는 이런 마음가짐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럽의 경우 청장년기에 열심히 일한 후 남은 기간은 연금으로 사는 게 상식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독 한국과 일본은, 생산 활동에서 이탈한다는 게 불안과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 풍조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142). "계속 일하고 싶은 시니어" 역시 우리 나라에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만한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은퇴한 시니어의 가장 큰 고민으로, 첫째 시간을 보낼 줄 모른다, 둘째 만날 사람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셋째 뭘 할지 모른다 등이 있다고 저자는 짚습니다(p149).  

이 책의 주목적은 시니어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이들에게 현재 한국의 이쪽 업황이 어떠한지를 알려 주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p155 이하에 본격적으로 서술되는데, 특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태어나길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났으면서도 디지털 시대를 견인했기 때문에 세계 어느 집단보다도 적응력이 뛰어나고 감각이 탁월하다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은 복지, 기업의 역할은 비즈니스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두 부문의 역할이 혼동되는 데서 모든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p197에서는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한 20가지 질문이 제시되는데, 더불어 헬시에이징을 위한 좋은 지침도 잘 정리되었습니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이처럼 의욕에 충만하고 능력도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가리켜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르는데, 이런 분들에게 시니어 클럽을 권하면 "벌써 가려니 쑥스럽다(p208)"라는 반응이 반드시 나온다고 합니다. 하긴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저자가 개발한 실버니아가 자세히 소개되는데 무엇보다 시니어들이 스스로 자긍을 유지하고, 삶의 낙을 잃지 않게 돕는 요소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시니어분들이 스스로 나이들었다는 위축감 없이,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사회에서 퇴장할 만큼 나이든 것도 아니라는 어떤 확신을 주는 시스템이, 시니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결론이 무척 설득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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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받아들이게 하지? - 목표를 이루려면 서로를 받아 들이도록 해야한다.
김동환 지음 / 더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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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내 편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편이라 함은, 어떤 저급하고 계산적인 정치질, 편가르기, 협잡, 상술이 아니라, 진실된 대의, 합리적 협동을 이룰 수 있는 동지(同志)들의 규합입니다. 마음이 비뚤어진 이들끼리의 야합이란 오래갈 수도 없고 목표가 달성되기도 힘듭니다. 진정한 "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건강한 공감을 이뤄야 할 텐데,  짧은 우화집처럼 보이는 이 책 안에는 쓸만한 교훈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야만 했습니다. 한 마리(여러 마리라면 더욱)의 암탉이 달걀을 낳는 데에도 많은 노고가 투입됩니다. 이 책 p22를 보면 저자님이 자신의 양계농장에서 일하는 직원 두 분을 뽑았는데, 서로 다른 두 "도구"를 가진 채용이라야 인적 자원의 다양성이 갖춰지지 않겠냐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우수한 사료냐, 아니면 듣기 좋은 동물 음악이냐? 두 개의 우수한 도구가 모두 사용되었는데도 소출(所出)은 그닥 좋지 못했습니다.   

p43을 보면 도구들은 "무작정 합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조화롭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두 직원의 서투른 경쟁(협업이 아닌)을 처음에 그저 놓고 보았던 건, 다들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가득차서 생각을 굽힐 줄을 모르니, 원하던 대로 끝까지 가게 해 보고 그 실망스러운 결과를 통해 직접 깨닫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이 나오는데, 음악은 사료와 맞는 음악이라야 하고, 사료 또한 음악과 어우러져야 사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치가 어디 양계농장에 한해서만 타당하겠습니까? 

양만 많다고 닭이 건강해지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중간쯤이라야 가장 좋아하더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컨트리음악 같은 것보다는 차분한 첼로곡이 최고더라는 팁도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왜 구기자 사료를 많이 주었는데 결과가 기대만 못할까? 저자 역시 몇 번의 대조군 실험을 거치고서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우화, 혹은 실화(?)를 통해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책을 계속 읽어 보면 알 수 있더군요. 

p68에 중요한 교훈이 또 나옵니다.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통할,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엔지니어는 자기 솜씨만 과시하려다 일을 그르친다는 것입니다. 책 앞날개에 나오듯 저자는 원래 LED, 나노파우더 등을 개발하던 엔지니어셨고 스타트업 창업에 깊이 간여하던 컨설턴트여서 이런 언급이 나오는 거죠. 사실 이 책은 양계농장을 운영하려는 귀농 지망자를 위한 게 아니라 청년 창업자들을 타겟삼아 집필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게 목적이지 자기 만족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꼭 보면 사업가인 척하면서 나는 돈만 보고간다 어쩐다를 떠들어도, 실상은 전혀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돈만 보고 가기나 하면 괜찮은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감정대로 당장 마음편한대로 결정을 내리는 엉터리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스타트업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내 도구가 도구로서 빛을 발하려면 다른 도구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p78에 답이 나옵니다. 첫째 남의 도구에 예(禮)를 갖출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그 남의 도구를 열과 성을 다해 배울 줄 알아야 합니다. 또, 다시 닭의 비유로 돌아가자면, 비록 달걀을 많이 낳는 최적조건을 찾았으나 그 결과 닭의 생명에 위험이 가해진다면? 이 역시도 닭이라는 생명체에 몹쓸 짓임은 말할 것도 없고, 길게 보아 자신의 사업에도 유리할 바 없습니다. 무엇이 스타트업, 나아가 비즈니스 성공의 요체일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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