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 메이트북스 클래식 1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김현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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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생의 철학 한 분파의 대표 주창자로 알려졌지만, 지혜로웠던 그는 생전에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실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이 담은, 토론에서 효과적으로 자기 주장을 전개하고 상대를 논파하는 방법들인데, 읽어 보면 쉽기도 하면서 요령 있게, 또 쇼펜하우어 자신의 시대에 실제 있었던 사례를 풍부하게 인용하며 독자를 이해시키는 점이 특징입니다. 

상대의 주장이 대체로는 맞다 싶을 때에도, 교묘하게 그 허점을 파고들어 예봉을 꺾는 기술이 있습니다. p23 이하에 나오는 대로, 상대의 주장은 확대시키고 내 주장은 축소해서, 상대 주장이 안 들어맞는 반례를 들어 전체를 무력화합니다. 반대로, 내 주장은 그 범위를 싹 줄여서 제한된 의미로만 타당하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가 옳다는 인상을 주게 합니다. 쇼펜하우어는 1814년의 평화조약을 옹호하고, 상대는 반박하는데, 이 논쟁은 독일 민족주의 vs 나폴레옹이 내건 자유주의의 대립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1848년 유럽 전체를 휩쓴 2월 혁명의 바람도 고려해야 합니다. 

p36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제기했던 "검으면서도 검지 않은" 무어인의 역설이 나오는데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 견백동이론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 파트에서도 쇼펜하우어는 나의 논리 그 장점은 극대화하고, 상대의 모순은 극대화한다는 대전제를 유지하며 논의를 이어갑니다. 동음동형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뜻이 다른 개념이 있는데, 책의 예에서는 기사의 명예(끝까지 가는)와 상인의 명예(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가치)를 동일시하여 상대를 궁지에 모는 기법이 나옵니다. 명예라고 해서 다 같은 명예가 아님을 간과하는 데서 나오는 함정이죠.  

p61을 보면 상대의 주장에 비슷하게 들어맞을 것 같은 비유를 들되 과장되거나,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한 걸 뒤집어씌워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나옵니다. 책에서는 (상대가 옹호하는) 변화를 혁신으로 과장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현대 한국어에서 혁신은 나쁜 뜻이 아니므로 역시 시대상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같으면, 진보라고 하면 좋지만 과격, 급진이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인 느낌이 갑자기 확 납니다. 심지어 한국어로도, 일제 강점기나 1950년대라면 혁신계열이 그리 좋은 의미의 정치 진영이 아니었습니다(적어도, 그런 뜻으로 통용되었습니다). p126에 나오는, "상대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로 밀어넣으라"는 주장도 서로 통합니다. 

p74에 나오는 건 일종의 인신공격 오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베를린은 살기 나쁜 곳이다."라고 하면, "그럼 왜 당신은 베를린을 당장 떠나지 않는가?"라고 받아치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에서 정확하게 이에 해당하는 예가 있는데, 이 후기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자살옹호론자에 대해 "그렇게 좋으면 당신부터 해 보지 그러는가?"라며 제압하는 기술의 예가 나옵니다. 이는 논리학에서는 모두 오류에 포함시키는 것들입니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논리학의 오류 범주에 속한다며 토론의 규칙을 깨는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막말을 한다"며 감정에 호소하곤 합니다. 이는 상대와 똑같이 오류에 빠지는 선택일 뿐 아니라, 제3자에게 "저 사람은 약하다" 또는 "토론에서 졌다"는 인상을 주기에나 좋습니다. 

p97에 나오듯 상대방의 주장을 고대로 돌려 주며 받아치는 방법이 가장 통쾌합니다. 책에 나오는 예로 "아직 애가 어린데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 있다면, 이에 대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만큼 더 바르고 엄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받아칠 수 있는 것입니다. p105를 보면 쇼펜하우어가 중국에는 세습 귀족이 없으며 과거로만 인재를 뽑는다고 칭찬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쇼펜하우어보다 훨씬 앞선 시대에 프랑스 루이 14세 때에도 유럽에서 제기되던 주장입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즐겨 들던 논거이기도 하죠. 이때 상대가 물타기를 한 방법은, 관료 직분을 잘 수행하는 데에 훌륭한 신분만큼이나, 학식도 꼭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권말에는 쇼펜하우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대 그리스 때부터 논리학과 토론술이 어떻게 혼용되었으며 또 어떻게 구분되었는지 자세히 분석하여 독자의 지적 욕구를 채웁니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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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터치다운 - 현실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AI 생활
송은주 외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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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침투했으며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 책은 AI 공학자나 관계자들이 아니라, 3인의 인문학자들이 저술했습니다. AI가 미래 인류에게(어쩌면 현재일 수도)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과학기술 종사자들보다는 인문학자들이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내다볼 수 있고, 꼭 그게 아니라 해도 일단 읽기에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책도 AI 하면 대뜸 떠오르는 어려운 내용보다, 우리가 지금 접하고 향유하는 일상과 오락, 문화에서 무슨 변화가 예상되는지를 쉽게, 편하게 논의합니다. 

p62에는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미래에서 오페라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가상 피리>가 소개됩니다. 이미 AI가 만든 노래, 소설이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그림은 벌써 생성엔진이 유저의 프롬프트에 따라 다량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p162 참조).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제 스스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 그저 무작위로 던져진 존재, Geworfenheit의 상태에 놓였다고 갈파했습니다(p77). 이 상황에서 AI에게는 윤리라는 게 있는가, 혹은 있게끔 진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AI한테 윤리를 논하기 전에 사람한테는 과연 윤리가 있는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도 합니다. 

책에서는 그 한 예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달라고 프롬프팅했더니 "윤리에 어긋나므로 불가능하다"라는 답을 내놓은 생성형 AI 아숙업(p157)을 거론하며(p91), AI도 이런데 사람은 과연 얼마나 합의된 규범을 준수하고 사는지 묻습니다. 이처럼, 발전한 AI는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윤리의식도 AI보다 나을 게 없는데, 하물며 직무 수행 능력까지 떨어진다면? 그래서인지 한국은행에서는 AI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 통계를 내었습니다. 그럼 AI는 인간의 기존 직업을 뺏어가기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AI와 관련된 직업이 새로 생기며, AI를 메타적으로 관리하는 새 직업들이 아마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현재도 교육 분야에 AI가 대거 도입되었고 성과도 제법 좋다고 합니다. 논자에 따라서는 AI야말로 교육에 최적화한 도구라고도 합니다. p107 이하를 보면 요즘 아이들은 AI 네이티브 1세대로서 이미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며 아마도 AI 관련 직종에 아무 위화감 없이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 p117 이하에는 프롬프팅을 통해 생성형 엔진에게 질문하고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화면 예시와 함께 보여 줍니다. 세상은 이처럼이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챗GPT도 완벽한 건 아니라서 자주 오류에 빠지기도 하는데 p128에 자주 범하는 오류가 잘 정리되었으니 참조할 만합니다. 

특히 p140을 보면 할루시네이션 오류가 알기 쉽게 설명됩니다. 할루시네이션이라는 말을 요즘 많이들 들어 봤을 겁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일을, 정보를 잘못 조합하여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지어내는 건데, 이게 일반화하면 앞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출처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가짜 정보나 가짜 뉴스에 속을 위험이 커질 듯합니다. 사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도 워낙 그럴싸해서 까딱 잘못하면 속을 수 있는데, 이렇게 성능이 좋으니 우리들도 업무에 활용할 방법은 없을지 먼저 궁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p164 이하에 드림스튜디오, 캔바 등을 이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오픈AI社가 여배우 스칼렛 조핸슨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했다고 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책 p44 이하를 보면 저작권 침해나 표절 문제가 대두하는데 AI에게 여태 학습을 시킨 자료나 데이터들도, 현실적으로 AI가 창출하는 수익에 대해 어떤 기여나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그 수익의 배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가 여간 골치아프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 저작권이 소홀히 대접받는다면, 모든 창의성의 원천인 인간의 지성과 감성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앞으로 AI라고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언제나 사람, 사람이 최우선으로 배려받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향후 AI가 이끌어가는 세상에서도 최우선으로 내세워져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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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한 달 여행 - LA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뉴욕까지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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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계 경제 수도와 최고 명문대들이 자리한 미국 동부라든가, 즐거움과 화려함이 가득한 서부를 많이 찾지만 미국에는 남부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남부라고 하지만, 당장 텍사스 주만 놓고 봐도 한반도 전체의 세 배에 가깝고, 리비아나 이란과 면적이 비슷하며, 몽골에다 경상북도와 경기도를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경제, 산업 발전상도 활발하게 전개되며 자연 풍광이 다양하여 볼거리도 많습니다. 제대로 둘러보자면 한 달이라고 해도 부족합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초대 여주시장을 역임한 김춘석 전 전자거래진흥원장이 썼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일흔을 넘긴 어느 교양 있는 신사의 낭만 가득한 대인적 기행문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저자분과 취향이 같은 독자라면, 이 책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아 그대로 커피하여 자신의 스케줄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많고, 미국 남부 곳곳을 둘러 보며 솟아오른 감흥에 공감하며 한 달 일정을 우리 독자들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멋진 로그기록입니다.  

저자께서는 야구 팬이신가 봅니다. p42를 보면 다저 스타디움(책에는 다저스 스타디움이라고 나오지만 해당 구장의 정식 명칭은 Dodger Stadium입니다)은 책에도 나오듯이 5만 6천명 수용 규모이며 좌석 수 기준 세계 최대 야구장입니다. LA는 보통 미국 서부로 분류하지만 이 일대를 남가주(Southern California)라고도 부르며 미국 남부 일대와 교통 연결성도 좋으니 남부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책에 보면 마산 용마고 장현석 선수가 금년 8월 계약했다는 말씀이 있는데 2024년은 아니고 기행문을 쓴 시점 기준이며 2023년을 가리킵니다.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던 게, 야구장이라는 곳이 경우에 따라 추워지기도 합니다. 여길 방문하신 시점이 5월 초이며, 저녁에 시작한 경기이다 보니 한기가 느껴져서 좌석에서 제법 멀리 가서야 따뜻한 커피를 사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구장이 크긴 크죠. 팀원들이라 하심은 옛 여주 시장 재임 당시 휘하 직원분들(공무원분들) 등 이 여행에 동반한 여러 지인분들을 가리킵니다. 

이 여행은 LA에서 시작하여 뉴욕에서 끝을 맺는 서-동 횡단입니다. 그런데 왜 남부 여행인가. 저자께서 4년 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낸 전작도 미국 횡단 여행기인데, 그때는 지금 이 코스에 비해 경유지들이 북부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전작도 한번 찾아 볼 수도 있겠네요. 코스가 코스이기도 하며 일행이 있으시다 보니 로드트립이라야 하겠는데, p25를 보면 박석찬 전 영월세무서장이 미국 현지(LA공항) 근처에서 렌트한 SUV에 흠집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계약서에 수정 사항을 첨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역시 베테랑 세무 전문가 다운 꼼꼼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어디 여행 가서 덤터기쓰는 일 없으려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OK목장의 결투라고 하면 19세기 말에 실제 있었던 사건이기도 하고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클랜튼 갱이라고 하는데 물론 깡패라는 말을 들어 할 말이 없던 악당들이긴 하나 여기서 갱이라고 하면 그냥 무리라는 뜻이겠습니다. 여튼 그 배경이 된 툼스톤부터 해서 이 일대에는 영화를 보고 찾아온 세계의 여행자들이 언제나 들끓습니다. 여기서 다시 애리조나 소노라 박물관에 간신히 닿아 입장 시각에 살짝 늦었는데, 사정을 이야기하니 직원이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고 합니다. 어디서든,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예외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뉴멕시코 일대에는 p122에 나오듯이 어도비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원래 미국 땅이 아니라 스페인, 멕시코의 세력권이었다 보니 문화 양식에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책에는 사진들이 가득해서, 어도비 양식이 뭔지 모르던 분들도 아!이거 하며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정말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이 없는 데가 없는데, 엘패소에서 한인 식당에 들러 먹은 해물짬뽕이 소화가 안 되어 텍사스 샌안토니오 첫날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해외에서 더 친숙하게 다가와야 했을 한국 음식 때문에 탈이 나셨다는 말씀이 참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마이애미를 거쳐 미국 동남부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가는 일정이 책 중반에 벌써 나옵니다. 애초에 일정 자체가 동부 뉴욕에서 마무리되니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알듯 키웨스트는 플로리다 반도에서 뚝 떨어진 섬입니다. 여길 배로 가는 게 아니라 LA에서 렌트한 SUV로 일행들이 함께 이동하시는 건데, 책 p197에 나오듯이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를 통해서 가시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낙석 때문인지 갑자기 앞유리가 깨졌는데, 정비소 중 Japanese Car Care라는 업소에 들러 수리 필요성 여부를 확인(이 차로 뉴욕까지 가야 하므로)했으나 영업 시간 전인데도 직원이 무료로 점검해 줘서 기분이 좋으셨나 봅니다. 아마도 저자님 일행을 일본인으로 착각해서였겠다고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보스턴의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대, 뉴욕 록펠러(라키펠러)센터, MOMA 등을 거쳐 이 한 달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먼 일정을 마치신 일행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고, 책도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는 코멘트로 이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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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마음 편지 - 이건희·이재용 회장, 장학사업에 5천억 투자
김용년 지음 / 행복에너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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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병철 창업자 시절부터 인재의 발탁과 양성을 가장 중시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관리의 삼성", "인재의 삼성"이라는 말이 널리 통했습니다. 지금은 타 대기업과 삼성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저런 표현을 쓰기도 새삼스러운 느낌이지만(너무도 당연한 평가이므로), 여튼 오늘의 글로벌한 삼성이 있게 한 특급의 요인을 꼽자면 3대를 이어 온 인재경영 방침이겠음은 아무도 부인 못 할 사실입니다. 

창업자 호암 이병철, 수성(守城)을 넘어 사실상 삼성그룹의 중시조(重始祖)라 할 이건희 회장, 이 두 분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현 회장에 대해서는 (국민적 인기와 동정과는 별개로) 그의 비전이 무엇이며 앞으로 그가 무엇을 증명하려 드는지, 선대 두 분에 비해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다고는 못합니다. 작년('23) <성장을 위한 마음 산책>을 행복에너지 출판사에서 펴내기도 했던 김용년 저자는 본인이 베테랑 삼성맨 출신이기도 하며, 삼성 인재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학재단 업무를 20년 간 수행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붓끝을 통해 파악하는 이재용 회장의 인재양성 경영 철학의 핵심이라서 더욱 유익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고 차범석 극작가는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 사람이건 자연이건 어떤 성장이 불가능함을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깨우친 바 있습니다. p83에서 김용년 저자는 "변신의 길을 택한 솔개"의 비유를 들며, 사냥 능력을 잃은 부리, 발톱, 무거워진 깃털을 아주 고통스럽게, 스스로 제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먹이를 공격할 수도 없고 제대로 비행할 수도 없습니다. 솔개라고 신체적 고통을 못 느끼겠으며 오래 같이한 신체부위에 대한 집착이 없겠습니까? 그 역시도 치열하고 잔인한 자연의 경쟁 속에서 살아넘기 위해 이런 살벌한 변신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일개 짐승의 결의와 생리가 이러할진대 사람은 얼마나 독해지고 철저히 각성해야 하겠습니까. 

p115 이하에는 원숭이의 기다림 우화가 나옵니다. 우리는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왜 원숭이는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계속 짐승의 삶을 살아야 했으며,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어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다림의 미학에 대한 이해이며, 다른 하나는 세상의 이치를 멀리서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 사람은 이를 갖추었고, 원숭이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정도로만 정리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사실 겉모습에 가려진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보려 들지 않고, 당장 성과가 안 난다고 안달복달하는 어리석음은 오히려 우리 인간들이 매우 자주 노출하는 작태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정작 비판 대상이 된 건 원숭이가 아니라 지혜를 갖추지 못한 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p147에서 젊었을 적 삼성맨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지금처럼 경제 발전을 이루는 나라도 아니었고 한국인이 적응하기 힘든 기후와 풍토였기에 저자께서는 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고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생각난 이들은 당연히 사랑하는 가족들이었습니다. 저자가 당시 가장 가슴아팠던 건, 왜 평소에 그들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자주 진심을 표현하지 않았으며 더 살뜰하게 챙기지 않았던가 하는 회한이 밀려와서였습니다. 우리들도 내 곁에 항상 있는, 언제나 내 편인 분들에게 고마운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아주 예전 TV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게 있었다고 하며 한문관용구 중에도 "笑門萬福來"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p199에서 저자는 "웃음은 삶의 필수 요소"라고까지 말씀합니다. 세상 돈이란 돈은 다 쓸어담는 화려한 삶을 살아도 얼굴에 웃음이 머금어질 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웃음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신체에 건강함이 깃들 수 있습니다. 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는데, 마찬가지 이치로 누가 내게 찾아와서 위로해 줄 걸 기대하지 말고, 내 스스로가 나를 독려하며 합당한 동기부여를 해 주려는 노력이 또한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씀합니다. 소와 사자가 아무리 서로 사랑에 빠져도 올바른 사랑의 결실을 못 맺는 이유는 서로 말이 안 통해서라고 하는데(p232), 우리들도 주변의 사람들과 유감없이 사랑하려면 평소에 소통의 언어를 나눠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이 책의 제3장은 특히 이재용 현 회장의 경영 철학에 대한 해제로 채워졌습니다. 그의 리더십을 요약할 때 보통 유강(柔剛)이라는 말을 쓴다고 합니다. 쉽게 풀어쓰면 외유내강입니다. 재벌치고는 소탈하고 격의없이 타인들과 어울리는 스타일이지만 속에는 엄청난 내공을 갖추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고 파운드리 역량이나 HBM 생산능력이 내외에서 의문부호가 찍히는 요즘, 그가 부디 조부나 부친처럼 초인적인 자질을 발휘하여 모두를 구해내길 기원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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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수와 시작하는 코딩생활 with C언어 김변수와 시작하는 코딩생활
코뮤니티 운영진(휴몬랩)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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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린이들에게도 코딩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이 한층 중요시되는 트렌드를 증명이라도 하듯 코딩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지는 듯한데요. 네이버 카페 중 코딩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인 "코뮤니티"라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한 분야에 열정을 가진 이들이 모여 빚는 집단지성의 우수함이란 이미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바입니다. 코딩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들이 속출하는 매력적인 커뮤의 산물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내 실력도 늘리고, 혼자 하는 공부보다 많은 이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이끄는 집단 스터디가 더 효율적임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C언어는 정말 막강한 툴입니다. 교육용으로만 의미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있고, 개발자들이 특히 선호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언어도 있지만, C언어는 그 두 목적과 효용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대중성, 속도, 교육성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가히 코딩의 왕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책 서두에는 대체 왜 아직도 우리가 C언어를 배워야 하는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장점들은 무엇인지가 간략히 정리되었습니다. 최근에 정비된 프로그램인 Visual Studio Code와 함께 돌리면 더욱 막강해지는 C언어 초보 단계 학습을 위한 준비가 p36 이하에 화면과 함께 잘 안내됩니다. 

변수를 생성하는 코드, 변수에 데이터를 저장한 후 출력하는 코드, 선언과 동시에 값을 초기화하는 코드... C언어에는 많은 코드들이 있으며 이를 통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혹은 플랫폼이 만들아지기도 합니다. 책에는 알록달록 천연색으로 예제들이 제시되며 우리가 손으로 직접 시도해 보게끔 연습 문제들도 추가로 제시됩니다. 대입 연산자에 대해 배운 후에는 상수(p70), 부동 소수점(p78) 등도 배우는데, 특히 어떤 실수가 주어질 때 컴퓨터는 이를 지수부와 가수부로 나누어 변환하고 저장합니다. 수의 용량을 줄이는 일종의 로그 처리인데 영국의 수학자 존 네이피어가 무려 300년 전도 넘은 옛날 고안한 방식입니다. 우리도 고교 1학년 때쯤 (코딩과는 무관하게) 배우는 내용이죠. 

p102에서는 표준입력함수에 대해 배웁니다. 다음으로는 형 변환을 다루고, 챕터의 마지막에서는 챗GPT까지 잠시 분위기 전환을 위해 등장합니다(이 챕터뿐 아니라 책 다른 곳에서도, 챗GPT는 마치 이야기 한 소절이 끝나면 몇 마디 코멘트와 함께 등장하는 전기수[傳奇叟] 구실을 합니다). 요즘은 생성형 엔진이 똑똑해져서 코딩도 대신 해 준다고는 하지만, 교통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에게 튼튼한 두 다리가 여전히 필요하듯,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코딩의 기술은 어른이건 어린 학생이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소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코딩이 절로 좋아지고 집필진이 얼마나 코딩을 사랑하는 이들인지 문구 하나하나, 일러스트, 편집 스타일에서꺼지 느껴집니다. 

챕터4에서는 연산자를 배웁니다. 산술, 관계, 증감, 논리의 네 종류가 대종인데, 여기에 덧붙여 책에서는 비트 연산자까지 가르칩니다. p139 이하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비트라는 것은 우리가 아는 대로 컴퓨터가 이해하는 최소 단위인 0 또는 1의 값입니다. 우리들도 중 1때쯤에 십진수를 이진수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이진수를 십진수로 바꾸는 법, 이진수인 상태로 덧셈 뺄셈을 행하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이에 대한 개념이 있다면 책의 이 대목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p189에서는 else if와 그외 조건문들을 배웁니다. 구태여 이걸 사용하는 이유는 책에서도 설명하듯 직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p196에서는 switch 조건문도 배우는데 판단의 기준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게 편해서입니다. p214에서는 반복문을 배우는데, 코드 작성상의 효율을 기하기 위함이 그 목적입니다. for 반복문과 while 반복문의 차이는 p225 이하에서 다루네요. p243에서는 뒤의 코드를 건너뛰고 반복의 조건문으로 돌아가는 continue 제어문에 대해 공부하는데, 잘만 익혀 두면 소스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구조를 최적화하는 데 아주 요긴합니다. 이어 8과에서는 배열, 그리고 문자열에 대해 공부합니다. 어느 챕터에서도 "문제로 익히는 개념"이 반드시 등정하는데 특히 코딩에서는 앙상하게 개념만 배운 채로 넘어가도 되는 경우가 없고 반드시 문제를 통해 그 뜻을 새겨야 한다고 랭각합니다. 그리고 9과에서 포인터가 나오네요. 한 마디로 포인터는, 데이터를 찾아가기 위한 메모리의 주소(p293)입니다. p302의 귀여운 일러스트도 그렇고,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텍스트에 잘 부합하는 컬러 일러스트가 곳곳에 깔려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학습자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구조체 변수. 특히 p337의 문제를 한번 풀어 보면, 멤버와 구조체의 관계, 배열 선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까지가 한번에 해명됩니다. 좋은 문제는 그래서 백 마디의 구구절절 설명을 대신합니다. 이렇게 해서 C언어의 기초가 끝나면 난이도 상중하로 나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실습시킵니다. 설명이 쉬우면서도 친근해서, 여태 다른 책으로 C언어를 시도해 보았으나 번번이 중도포기했다면 이 교재로 재도전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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