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 조직 - 경기 침체 이후의 턴어라운드 조직전략 3단계
김경수 지음 / 라온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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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위기가 아닌 적은 없다." 옳은 말씀입니다. 삼전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이건희 회장의 일대도박 성공으로 초격차를 이루며 경쟁업체를 다 말려 죽일 것 같더니, 이제 파운드리는 TSMC에 뺏기고 레거시는 중국에 집어먹히니 옴치고 뛸 데가 없어질 판입니다. 삼전 같은 글로벌 거인의 형편이 이런데 다른 사업체는 상황이 어떻겠습니까? 오늘의 블루오션이 내일은 수면에 녹차라떼가 뜨는 판입니다. 기업은 항상 위기가 목전에 닥쳐옴을 상수(常數)로 생각하고, 매일매일이 위기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위기의 돌파구는 사람밖에 없음을 명심하라는 게 저자 김경수 교수님의 결론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실한 워크샵을 열고 형식적으로 결의만 통과시키고 끝이 아니라, 워크샵 준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해 나가야 합니다. 그 자세한 방법론이 p23에 자세히 나옵니다. 이 부분을 보면 그저 하위실무진이 기계적으로 따라해야 할 매뉴얼이 아니고, 오히려 CEO 레벨에서 참조해야 할 문서입니다. 특히 제가 주의깊게 본 건 pre-meeting을 따로 준비하고, 외부 컨설턴트를 따로 초빙해서 참가자를 사전 인터뷰하게 하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 사전 준비를 시키라는 건데, 물론 워크샵이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치면 역효과가 나겠지만, 이처럼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워크샵 본연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회사에서 팀이란 게 존재하는 이유는 각각의 업무 추진 과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팀 헌장(charter)이라는 게 따로 필요한데, 헌장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 같아도 영어로 charter라고 하면 느낌이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프로젝트가 팀마다 할당되면 반드시 이를 완수해야 하고, 독자 프로젝트가 없는 팀이라면 그 회사에서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p55를 보면 ARMI라는 게 나오는데, 결정권자인 사장(또는 사업부장), R(외부전문가), M(팀원), I(항후 후원가능 집단) 등을 이해당사자 하나하나에 표시하여 이 사람들이 뭘 맡아하는 사람인지 누구 눈에도 바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권합니다.

p75를 보면 3D 접근법이라는 게 설명되는데 data, demonstrate, demand의 약자라고 합니다. 데이터는 외부, 내부의 모든 소스를 다 이용해야 하며, demonstrate는 사내 모범 사례의 책정을 통해 팀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목표를 초과달성하기 위한 동기 부여용으로 사용하라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p80을 보면 위기 돌파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전사(全社) 차원의 연합팀도 구성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모든 디테일을 관통하는 한 마디가 있는데, "(절박한) 현실인식"입니다. 현실이 지금 우리 회사에 얼마나 절박한지를 깨닫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 대책에 행동으로 적극 나설 것을 임직원들에게 촉구하는 뜻에서입니다.

p98을 보면 expert's solution이 자세히 설명됩니다. 보통 스폰서 노릇을 하는 CEO들이 회의장에서는다 맞는 말씀을 하십니다. 혁신을 중시하라, 격의에 얽매이지 마라, 종전에 잘되던 건 다 잊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라 등등... 그런데 저자는 이에 멈추지 말고, 아예 직원들과 어울리며, 등산을 함께 간다든지, 둘레길을 함께 걷는다든지, 개개인의 동기를 풀 게이지로 채우기 위해 더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할 것이며, 흔히 말하는 스킨십을 형성하여 개인과 개인 차원에서 공감이 시도되도록 하라고 충고합니다. 마치 출정을 앞둔 오기(吳起)가 병사의 종기를 빨아주었다는 고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흔히 인화(人和)의 그룹이라고 인식되는 LG에서 오랫동안 HRD 업무를 해 온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팀웍이라든가 유기적인 조직 작동이 무척 강조되는데, 아무리 천재적인 우수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기대대로 성과가 나는 게 아니라는 점(p149)도 강조합니다. 상황과 맥락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데, p163 이하에서 모니터링의 의의가 자세히 설명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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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 실전 듣기·말하기 1·2 (합본) - 40가지 현지에서 바로 쓰는 상황별 회화·듣기 필수 문형
김효정.시원스쿨 베트남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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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에, 이 출판사의 여행 베트남어 교재와 베트남어 OPIc 대비서를 리뷰한 적 있습니다. 까다로운 쯔놈을 일일이 타자하면서도, 베트남어를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의사 소통에 활용하자는 의욕으로 즐겁게 후기를 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일상에서 혹은 업무에서 베트남어를 말하기 위한 교재인데, 필수 문형 중심이라서(40개 문형) 비교적 단기간에 회화, 그리고 듣기를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입니다. 오토바이 렌트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문장들이 p21의 chapter 03(1권)에 나오는데, 우선 오토바이를 뭐라고 하는지부터 배워야 합니다. xe máy라 쓰고, "쌔 마이" 비슷하게 읽습니다. 출판사 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아 들어 보면 젊은 여성의 차분한 목소리로, 역시 저 비슷한 발음이 나옵니다. 또 "대여하다"는 thuê인데, "투에" 비슷한 발음입니다. 성조에 유의해서 읽어야 하겠습니다.

음원은 회원가입 후 로그인해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자료실의 목록을 죽 내리다 보면, 김효정 선생님 프로필 사진 옆의 교재명을 클릭하면 됩니다. 압축 전에는 40Mb 정도인데, 압축을 풀면 90~100Mb 정도로 늘어납니다. 이 음원은 몇 년 전에 제작된, I권과 II권이 따로 발매되었을 때 기준이라서, 자료실에서 두 번에 걸쳐 다운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텍스트가 그대로라서, 같은 폴더에 압축 해제를 다 해 놓으면 아무 불편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렇게 I권용 II권용 따로 나눠 놓아서 더 편합니다.

단어를 익히고 난 후에는 핵심 문형을 익힙니다. 문형이 40개라고 해서 문장이 딱 40개가 나온다는 게 아니라 핵심 문형 중심으로 여러 파생 표현을 익힙니다. 40개의 챕터라고 이해해도 되며 그만큼 내용이 많습니다. 따라서 음원도 그 문장들이 다 들어 있으므로 양이 많고, 이걸 다 귀로 듣고, 폰에 넣고 수시로 들어야 머리에 오래 남습니다.

Có xe nào mà dễ lái không anh?라고 하면, "운전하기 편한 게 있나요?"라는 뜻입니다. 이걸 I권 음원 03-02 트랙(용량은 2.47Mb)에서 들어 보았습니다. 대화는 역시 젊은 남녀가 주고받는데, 여자가 손님이고 남자가 대여점 직원입니다(사장일 수도 있겠지만). 저 문장은 " 꼬 쌔 마 제 라이 홍 아인"처럼 제 귀에는 들립니다. 목소리들이 다 차분합니다. 목소리만 들으면, 베트남이란 나라가 고요한 산골에서 부처님 가르침만 수행하는 줄 알겠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중요한 건 성조입니다.

p72의 chapter 11(1권)을 보면 여행사에서 있을 법한 상황이 나오는데, Tôi định đi du lịch vào ngày lễ 30/4 sắp tối nhưng chưa biết là nên đi dâu.라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의 뜻은 "4월 30일에 여행가려고 하는데 어딜 가야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합니다. "또이 딘 디 주 릭 바오 응아이 레 바므이 탄 뜨..."처럼, 젊은 남성이 읽어 줍니다. 4월 30일을, 일 제 삼십, 월 4, 이렇게 읽는 셈입니다. 베트남어는 원래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는데, 그런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줄은 몰랐습니다.

문법 설명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p175 이하의 chapter 08(2권) 옷가게 편을 보면,  p178에서 회화 속 핵심 표현을 익히며 문법 사항을 공부하게 합니다. mới 같은 부사는 근접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제 막 ~ 했다라는 뜻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반면 mối는 성조가 다른데, 도마뱀이나 매듭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그런데 mới에는, 막 ~했다 같은 뜻 말고도, ~해 줘야 비로소 ~하겠다 같은 꽤 다른 뜻도 가진다고 역시 책에서 신경 써서 설명합니다. 회화에서 정말 잘 살펴서 구사해야 하겠네요.

일러스트도 많아서 초보자의 이해를 도와 주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유용한 표현과 그 응용이 많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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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 한달 완성 러시아어 말하기 Lv.2 - 기초부터 실전 회화까지 한 달 완성 한권 한달 완성 러시아어 말하기 2
최수진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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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이 2권에서도 30개의 레슨(урок. 우록)으로 구성된 내용이 학습자에게 말하기를 가르칩니다. p12에서 시작되는 제1과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표현을 주로 가르칩니다. "내 이름은 마샤야."라고 하려면 Меня́ зову́т Ма́ша.라고 하면 됩니다. 발음은 "머냐 자부트 마샤" 비슷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러시아 영화를 보다 보면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오친 쁘리야트너"인데, "매우 기쁘다"라는 뜻입니다. 왜 기쁜가. 여러 맥락이 있겠으나 이 책 p13이라든가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매우 기쁩니다(=반갑습니다)"라는 뜻입니다. 러시아는 원래 동쪽에 치우친 후진국이었으므로 외국에서 수입한 말들이 많은데, центр(쪤뜨ㄹ)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발음은 이 책의 표기를 따르겠고, 한글 표기가 없으면 제 나름대로 붙이겠습니다. 저 단어 центр는 영어의 center와 같은 뜻입니다.

p44 이하 урок 05에서는 무인칭문과 술어부사를 배웁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ко́мната 같은 단어를 배우는데, 꼼나따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는 무척 자주 나오므로 잘 알아 둬야 하겠습니다. 무인칭문의 예는 p46 이하에 나오는데 책에서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주어(주격)이 없는 문장"입니다. 여기에 한해서는 중국어와도 닮았다는 게 독자인 저의 개인적 느낌이었네요. Мне о́чень хо́лодно.는 "나는 너무 춥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мне는 원래는 주격으로 я가 와야 하는데, 저것처럼 여격(dative)이 온 것입니다.

사실 논리적으로는 "내가 추운 것"이 아니라 "날씨가 (내게) 추운 것"이니 저렇게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이 여격이라는 것은 문장성분으로 파악하자면 부사어(副詞語)이니, 저 мне 같은 것은 술어부사라고 부릅니다. 책에 설명이 잘 나오듯, 문장에서 (동사 대신) 부사가 술어 노릇을 합니다. 만약에 동사원형과 함께 쓰면, "~하는 것이 ~하다."라고 해석된다는 말도 같은 페이지에 나옵니다.

다른 예문은, В общежи́тии всегда́ тепло́.라는 게 나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음원으로 자동 연결되지만, 저는 소장이 필요해서 로그인을 하고 모두 다운받았습니다. 남녀 성우가 번갈아서 읽어 주는데 이 문장은 장년 남성의 목소리로 들려 줍니다. "바프시쥐찌 프셰흐다 찌플로" 비슷하게 제 귀에는 들리는데, 러시아어는 대개 글자대로 읽으면 되긴 하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합니다. 1권부터 마샤쌤이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 2권의 음원은 모두 다섯 개의 뭉치로 나뉘었고, 해당 문장은 첫번째 뭉치 중 다섯 번째(용량 2.57Mb)입니다. 이 문장의 뜻은, "기숙사는 항상 따뜻하다"입니다.

p84 이하에는 урок 10의 내용이 나옵니다. отку́да вы?라는 문장은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인데, 역시 러시아어 공부 좀 해 본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표현이죠. 좀 친해진 사람한테 물으려면, отку́да ты?라고 하면 됩니다. 발음은 "앗꾸다 븨(또는 띄)?" 비슷하게 제 귀에는 들립니다. 러시아어로는 이상하게 중국의 수도 베이징(북경)을 Пеки́н(삐낀. 이 책 p85)이라고 하는데,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고전 영화 "북경의 55일"도 원제목이 55 days at Peking이죠. 이른바 우정식 병음인데, 포르투갈 상인들이 주로 접한 중국인, 중국어는 광둥인, 광둥어였고 이것이 프랑스인, 영국인에게 퍼져 Pekin, Peking 같은 표기가 정착되었습니다. 영어로도 "피킹" 비슷하게 읽습니다. 단 이제는 Beijing이라는 표기가 정착되었고, CNN이나 BBC에서 다들 베이징으로 발음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공부해 본 러시아어 책 중 가장 쉽고 편집도 깔끔했습니다. 음원 자료도 꼭 활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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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전쟁 - 챗GPT 딥시크의 미래와 AI 그 이후
이시한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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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발달을 위해서라면 나라와 나라, 대륙과 대륙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갈등이 반드시 해롭게만 여겨지는 건 아닙니다. p52 같은 곳을 보면, 저자께서는 1957년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소련과 미국 사이에 벌어졌던 전방위적 경쟁을 통해 특히 항공, 우주 분야에서 크게 기술이 발전했다고 지적하십니다. 패권 전쟁은 상대방을 죽이느냐, 아니면 상대를 내 발 아래 무릎 꿇게 하느냐의 살벌한 싸움인데, 지난 20세기의 패권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짧은 소강기를 거쳐, 현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훨씬 강도가 높은 패권 다툼이 다시 벌어지는 중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겉표지를 보면 그록(Grok)3, 딥시크, 챗GPT 사이에 AI 패권 전쟁이 벌어짐을 간략하게 요약한 구절이 있습니다. 그록3는 일론 머스크의 작품, 챗GPT는 샘 올트먼의 오픈AI社가 만든 선구적 시스템, 그리고 딥시크는 중국의 어느 영리한 스타트업이 올해 초에 개발한 엔진입니다. 다들 장점이 뚜렷하여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더 놀라운 건 대체 어느새 이런 것들이 높은 완성도로 우리 옆에 다가와 사람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냐는 점입니다.

p53 이하에 자세히 나오듯 딥시크가 몰고온 충격은,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성비, 물량공세에만 의존하여 세력을 키워 가는 듯 보였던 중국이, 이제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이란 건, 점차 상승하는 인건비 때문에 그간의 저가품 생산 기지 노릇을 베트남 등 동남아에 빼앗기고, 더이상은 첨단화, 고효율화를 미룰 수 없다고 여긴 당 고위층에서 작심하고 밀어붙인 굴기 계획입니다. 이제 그 첫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p92에는 사우디 같은 나라가 왜 외국의 대형 스포츠스타를 사 와서 분에 넘치는 리그를 자국에 만드는지에 대한 저자의 해답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더 이상 석유의 수요가 지금 같지 않을 테며, 따라서 지금 넉넉히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다른 산업에 미리 투자하여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입니다. 축구뿐 아니라, 3년 전 LIV라는 골프 리그를 만들어 기존의 PGA, LPGA 중심의 투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미지도 세탁하고(이른바 스포츠워싱), 그 수익으로 다시 AI 등 다른 산업에 투자할 기반을 마련합니다. 인도나 한국은 돈보다는 인재가 많고, 사우디 같은 나라는 그 반대이니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며, 그래서 빈 살만 같은 이가 한국에 자주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34에는 애국심이 애사심에 자리를 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나옵니다. 요즘은 아닌데, 15년 전에는 미국, 영국의 IT 인재들이 라이징 글로벌 기업 삼성을 선망하여 취업 지원을 해 오기도 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국가 중심 사고 방식을 주입받은 한국인들로서는 대단히 낯선 풍조였습니다. 과연 그게 전면적으로 가능할까? AI가 통번역 기능을 완성하여 언어 장벽을 없애면 안 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p167이하에도 나오듯 중급 이하의 코딩은 앞으로 사람이 아니라 AI가 대신하게 될 세상에서, 인재의 위상이 지금 같을지는 의문입니다. 요즘 제도사를 고용하여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회사가 어디에도 없고, 값싼 오토캐드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미숙련인 상태의 직원을 쓰는 곳이 대부분이듯 말입니다.

현재 AI는 일반인공지능인 AGI를 넘어 초지능을 뜻하는 ASI로 진화 중이라 합니다. 젠슨 황 CEO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가, 구글의 윌로우(p231)라든가, 아니면 다른 IT계의 신생 강자(디웨이브 퀀텀이라든가)들이 이뤄가는 성과를 보고 발언을 철회하며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AI가 자동으로 책도 쓰고 책이 물처럼 범람할 수 있는 미래(p320)를 앞둔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계발하여 앞으로 사회가 요구할 인재상, 창의와 융합에 강하며 기존 매뉴얼에 없는 돌발 상황에 잘 대응할 능동적 정신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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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한 끼의 행복 -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의 맛있는 캠핑 이야기
정연주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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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두 네 파트로 나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부분인데, 음식 중에는 계절을 타는 것도 있고 딱히 상관 없는 것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번이라도 맛을 본 메뉴의 경우 정연주 에디터님의 분류에 따르는 편이 과연 제격이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 책은 야외에서 캠핑할 때 곁들이는 한 끼 또는 풍미의 디저트, 음료이니, 각별히 계절의 풍취를 따르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먼저 p14를 보면 저자가 추천하는 캠핑장 목록과 지도가 나옵니다. 전국 단위로 다 표시가 되었으므로 어디에 사는 독자건 간에 참조할 수 있으며, 생각 외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캠핑장이 우리 나라에 그리많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충북, 충남에는 각각 1곳이며, 전북에 1곳이 추천되고, 전남, 경남북은 추천된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캠핑이니 영호남 거주자들도 SUV나 캠핑카를 몰고 타 시도로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p16 이하에는 카라반, 캠핑카, 트레일러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됩니다.

p69에 나오듯이 그 생김새는 대파하고 비슷합니다. 대파는 좀 늘씬한데 얘는 통통합니다. 얘가 누구냐면 칼솟인데, 무슨 칼을 솥에 넣어두는 건 아니고, calçot이라고 씁니다. 그냥 세(c)가 아니라 세디유가 붙은 세(ç)이기 때문에 발음이나 철자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간혹 calsot이라고 쓰는 것도 보는데 비표준이며 발음 때문에 저렇게 잘못 쓰는 것입니다. 아무튼 책에서 저자께서 설명해 주는 예는 칼솟타다인데, 칼솟 그 자체로는 뭔지 몰라도 이 칼솟타다 요리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채소이기도 합니다. 책에 나오듯이 이걸 함양파라고도 부르는데, 희한한 게 이 칼솟을 한국에서는 대량으로 상업적으로 처음 재배한 곳이 경남 함양군입니다. 칼솟은 양파(onion)와 친연관계이므로 이리저리 말이 되게 함양파라고 (아직은 비공식적으로) 이름이 저리 붙은 것 같은데 재미있습니다. 칼솟을 태워서 칼솟타다는 아니고(ㅋ) 카탈루냐 원어가 원래 그렇습니다.

"꼬치구이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계속 존재해온 원초적 요리법이다(p96)." 수원 같은 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羊肉串이라고 써 둔 식당 간판을 보는데 저 串(찬)이란 글자가 꼬치라는 뜻이며(육서 중 전형적인 상형자죠)  중국식으로는 4성 "촨"처럼 읽습니다. 바베큐는 중국어로 燒烤(소고)라 하는데 샤오카오처럼 읽습니다. 아무튼, p98에서 저자가 말씀하듯 꼬치구이는 재료가 다양하며 하다 보면 나만의 꼬치구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거저거 시도하다가 기발한 레시피가 생기기도 하고, 이게 사는 낙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도 됩니다. p100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중요한 건 불의 세기입니다. 급하다고 세게 하면 다 태워먹고 그렇다고 너무 약하면 속이 탑니다. 화로대, 팬 등에 대해서는 책 저 앞으로 가서 p29 이하를 참조하십시오.

"자고로 레시피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p177)." 캠핑에서 가장 큰 낭만은 역시 야외에서 이렇게 뭘 만들어서 해먹는 재미겠습니다. 두 페이지 앞에서 저자는 태국의 로띠와 크레프(책의 표기는 크레페네요)를 대조하는데 아주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랑말랑촉촉이 크레페이고, 바삭바삭이 로띠라는 건데, 팬에 부칠 때 굳기 전에 바로 퍼지도록 반죽을 묽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하시네요. 끔찍해하는 외국인들도 있다지만 "한국인은 가위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거죠. 정석대로 접시에 사각형으로 썰기보다 그냥 척척 잘라먹는 시원한 방식을 자랑하듯 서술하시네요.

p294를 보면 뱅쇼가 나옵니다. vin chaud, 프랑스어는 이처럼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죠. 영어의 칼로리(열량)과도 어근이 같은 chaud(쇼)는 따뜻하다는 뜻입니다(영어의 칼로리도 어차피 프랑스어에서 왔지만). 겨울에 장작불 옆에서 머그잔에 홀짝거리는 와인... "레시피는 이렇게 조절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다(p228)." 여기서는 캠핑빵이 설명되는데 "발효가 잘된 반죽을 유산지째로 무쇠 냄비에 집어넣고 30분 굽는데, 숯, 장작, 돌 등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아직도 완성 중인 레시피라고 하시네요.

역시 요리책(캠핑책도 마찬가지지만)은 삶이 행복한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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