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오사카 : 교토.고베.나라.와카야마 - 최고의 오사카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25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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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프렌즈 시리즈 여러 권을 리뷰했는데 오사카 편은 저 개인적으로 이 24년판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프렌즈 일본 다른 여러 지역 편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정꽃나래, 정꽃보라 두 분이 집필했습니다. 오사카만 커버하지 않고, 인근 교토, 고베, 나라, 와카야마까지 두루 다룹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자카야는 한자로 거주옥(居酒屋)이라 쓰며 요즘 한국에서도 중소도시 이른바 먹자골목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음식점입니다. 오사카 하면 또 이런 멋스러운 풍미를 제공하는 다양한 이자카야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곳입니다. p70을 보면 정통(?) 이자카야에서 쓰곤 하는 여러 용어가 정리되었는데, 사실 한국인들은 와인 매너도 그렇고 이런 격식도 (정작 현지인들은 그닥 신경 안 쓰는데) 참 존중해 가며 이용하는 편입니다. 여튼 현지의 분위기를 나 자신이 십분 즐기기 위해서라도 기본 규칙은 좀 몸에 익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일본 전통술을 청주(淸酒)라고, 특히 나이든 세대 중심으로 그리 부르기도 했습니다. p98를 보면 니혼쥬라고 해서 일본 술의 여러 종류가 설명됩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이처럼, 해당 국가나 도시의 풍물, 랜드마크의 충실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문화의 기본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 주는 점이 좋습니다. 설령 이미 알던 사항이라고 해도, 깔끔하게 정리된 그래픽과 도판으로 한번 더 익히는 보람이라는 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집니다. 

일본 하면 또 정성껏 만든 과자가 유명한데 p118을 보면 고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여러 명품들이 나옵니다. 무슨무슨 고프르, 휘낭시에, 아펠바움 등 그 이름들에서부터, 개항 초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선진 문화를 이들 일본인들이 받아들이려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집니다. 그런데 같은 두 분 정 작가님들이 쓴 책인데도 이 오사카 편은 타이틀이나 아티클을 담은 형식이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정말로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의 명물들이 내 눈 앞에 다가온 듯, 여행을 가기 전부터 현지의 향취가 풍긴다고나 할지. 

p166에서는 오사카 여러 명소, 즉 미나미, 덴노지, 기타,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오사카 성 등이 간략하게 소개됩니다. 물론 이 페이지에서는 오사카 랜드마크를 개관하는 게 목적이고, 나중에 이들 명소들에 대한 관광사항, 역사적 배경, 현지에서 주의할 점 등은 따로 상세하게 나옵니다. 오사카를 가 본 분들은 알겠지만 p174에 나오는 대로 외부 관광객들 입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 바로 이 미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두 분 작가님들이 평범한 독자 눈높이를 잘 고려합니다. JR 난파[難波] 역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서, 미리 잘 익히고 가면 괜히 헤맬 이유가 없습니다. 

오사카에는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수상도시를 이루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p244에서 오사카를 아예 수상도시로 규정합니다. 수상도시에서는 크루즈를 타 줘야 또 제맛인데 이 페이지에는 일곱 개의 코스가 추천되며 이 중 ①③⑤에 대해서는 책 별개의 페이지들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척척 연결되며 필요할 때마다 해당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여 정보를 확인하게 돕는 것도 독자를 배려한 편집 정성입니다. 

미국 디즈니 사가 디즈니랜드를 세계 곳곳에 건설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자사 IP를 최대한 활용하듯, 유니버설 사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슷한 방식으로 호화 테마파크를 지어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그 중 재팬 스튜디오는 이곳 오사카에 지었는데 2001년에 개장했습니다.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도 유니버설의 자산인데 p282에 나오듯 비록 직접 촬영지는 아니지만 여기에 비슷하게 재현한 곳이 있습니다. 

p331을 보면 호넨인[法然院]이라고 해서 가마쿠라 시대 법연 스님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얽힌 사찰이 나오는데 역시 교토의 은각사(銀閣寺)를 둘러볼 때 빼놓으면 안 되는 곳이기는 합니다. 금각사나 니조조[二條城]에 대해서는 p340 이하에 잘 나옵니다. 일본에 대해 크게 부러운 점 중에 하나는, p350에 나오는 시모가모 신사를 담은 사진에서 보듯 저렇게나 아름다운 유적들이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며 후세에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와 달리 외부로부터의 전화를 덜 겪어서 그렇습니다. 

고베 파트에서는 p408의 누노비키 허브정원부터 해서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모를 뽐내는 여러 문화재와 명소가 소개됩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지도가 강점인데, 이 오사카 편은 물론 지도도 잘 갖춰서 실었지만 천연색 화보가 정말 아낌없이 지면을 꽉꽉 채우는 게 독자의 눈호강이라 하겠습니다. 역시 최고의 여행서인 프렌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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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최적합 드론(무인멀티콥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자격 필기 - 무료 동영상 강의 제공, 한국드론조종사협회 추천도서 2025 최적합
박익범 외 지음 / 성안당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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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드론을 날리려 해도 조종자 자격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저 취미생활로 공터에서 소일거리 삼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또 드론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게, 책 표지에도 나오듯 드론 플라잉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중요 섹터 중 하나입니다. 중국만 해도 원체 인구가 많은 데다, 우리보다 일찍 드론이 대중화하여 그 자체로 이미 경제성장의 동력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정규교육 과정에 이를 편입하여 우수 인력을 양성해야 하지 않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좀 어렵게 공부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기상현상은 암기할 것도 많고 제법 복잡한 열, 부피, 습도 등 물리, 화학적 원리가 개입하는데, 지금 드론 자격증 시험에도 이런 기상사항이 출제 범위에 포함되어 교재를 펼쳐 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성안당 교재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인쇄가 깔끔하고 편집이 미려해서 일단 눈이 편안합니다. 또, 오타가 거의 없고 내용이 믿을 만합니다. 어떤 책은 그저 앞뒤없이 암기사항만 잔뜩 나열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설명이 좀 끼어주는 교재가 믿음직한데, 이 교재도 그런 장점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안당 교재 특유의 어떤 스타일이라는 게 있거든요.    

p68을 보면 일기도 기호가 나오는데, 저런 기호 하나를 설명해도 뭔가 완결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어떤 책은, 이렇게만 써 놓으면 학습자가 대체 어떻게 알아먹으라는 건지 어리둥절해질 때도 있죠. 물론 연계된 동영상 강의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예외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교재는 교재 그것만으로 완결적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차 말하지만 성안당 시리즈는 내용이 충실해서 어떤 신뢰라는 게 생깁니다. 이 책뿐 아니라 제가 예전에 기사 준비할 때 여기서 나온 책들로 공부해 본 적이 있어서 하는 소리입니다. 또 p69를 보면 시계비행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런 곳도 visual flight rules라고 해서 원어가 정확하게 명기되기 때문에, 인터넷 등에서 추가 정보를 얻고 싶을 때 도움이 됩니다. 

20세기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발명한 이들이 라이트 형제입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물리학, 유체역학의 몇 가지 법칙으로 바로 도출되는 게 아니고,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 과학적 진리의 융합 형태로 정립되었습니다. 드론은 크기가 작은 무인비행기라고 봐야 하니, 저 비행기의 비행 원리 상당수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p103을 보면 날개골(에어포일)의 구조가 설명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1929년 미국 국립항공자문위원회에서 표준화, 정의한 바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나옵니다. 

이 파트를 잘 읽어 보면, 비행기가 과연 이런 이치로 날게 되는구나 하며 새삼 항공역학의 단편적 원리라도 맛보는 어떤 쾌감이 다가옵니다. p107을 읽어 보면, 공력중심(aerodynamic center)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받음각이 증가해도 피칭모멘트 값이 일정한 지점을 가리킨다는 게 책의 설명입니다(받음각에 대한 설명은 바로 앞에 나옵니다). 이렇게만 접하면 정말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 같아도, 실제 드론을 날려 보면 거꾸로, 받음각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왜 고안되었는지, 피칭 모멘트, 나아가 물리학 일반에 나오는 모멘트라는 것의 뜻이 무엇인지도 다시 깊이있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전에 드론 같은 게 없을 때에도 항공역학을 어거지로 공부해야만 했던 이들이라면, 이제는 새로 상용화한 드론을 직접 조작해 보면서 이 학문의 진짜 경지를 탐닉할 수도 있겠습니다. 

진짜 비행기와는 달리 드론은 전자모터로 구동되는 기기입니다. p163을 보면 모터의 개념부터 설명하는데, 모터에는 BDC가 있고 BLDC가 있습니다. 교재에 그 각각의 장단점이 설명되며, BLDC는 테슬라 등 전기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모터라서 그 이름이 익숙합니다. 또 드론에는 마치 전기자동차처럼 2차전지가 쓰이는데 p168에 그 자세한 개념과 화학적 구조가 설명됩니다. 이 파트를 자세히 공부하면, 왜 2차전지 배터리가 화재 위험에 취약한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p174 이하에는 비행역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추력, 항력, 양력 등에 대해 설명이 나오는데 드론 교재 중에서는 가장 깔끔하고 시원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챕터가 끝나면 나오는 적중예상문제들도 최신 경향에 잘 맞는 듯하여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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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 수업 -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정영훈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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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서양 고전 철학을 집대성한 인물입니다. 철학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는 자연과학, 수사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통달한 천재라는 느낌을 주는데, 당시에는 학문이 분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철학이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범주였으므로 그가 철학자라는 말은 곧 그가 모든 걸 안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날에야 인생의 해답을 구태여 철학자에게 묻는 사람은 없겠으나, 저렇게까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당대에 인생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낸 게 있다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런저런 관점들을 이천 수백 년 전에 이미 정초한 선각자적 인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한 철학자였습니다. p70을 보면 그의 평소 지론대로 중용의 의미가 자세히 설명되는데, 명예에 있어서는 유독 이 중용의 경지를 정의하는 용어, 개념이 없다고도 합니다. 야심이 부족해서 샤이한 사람을 두고는 그렇다고 일컫고, 야심이 넘치는 사람을 두고는 야심가라고 부르는데, 그 중용에 머무는 이는 부르는 말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야심의 영역에서 적정선을 지키는 사람은 진정 중용의 미덕자라 불릴 만합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공연한 욕심을 부리다 기존에 가진 것까지 모두 잃고 후회막급인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게 됩니까? 살면서 어느 선만 잘 지키고, 있는 복만 잘 방어해 내도 누군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는 없습니다. 

책에서는 중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 곧 성실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중용의 덕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즐거움(p120) 관련인데, 책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온갖 사람이 온갖 방식으로 과오를 범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쾌락을 추구할 때 이성을 잃기 쉽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누려 보겠냐고 브레이크 없이 치닫기 쉽습니다. 무절제한 사람은 쾌락을 당장 손에 쥐지 않으면 어쩔줄 몰라하고, 더 큰 문제는 그 쾌락을 손에 넣고 나서도 쉽게 휘발되는 만족감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무엇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점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에뤼식톤과도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의 모든 범죄, 불의가 바로 이 중용을 지키지 않아서라고까지 말합니다. p188을 보면 간통이라는 범죄(현재 한국법상으로는 범죄가 아니지만)는 무절제의 결과이며, 전쟁터에서 도주하는 범죄는 용기라는 덕목을 포기하고 완전한 비겁함으로 폭주한 결과입니다. 다만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미있게도 순수하게(?) 불의해서 저지르는 범죄(협의의 불의)와, 그저 절제하지 못해서 저지르는 경우를 구분하는데, 어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저지르는 간통은 무절제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먼 데서 원인을 찾자면 돈에 대한 욕심을 절제 못 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조선 숙종 대(代) 김춘택이 자근아기와 간통한 걸 두고는 아마 그의 권력욕이 과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p234에서는 철학적 지혜와 실천적 지혜를 구분합니다. 실천적 지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론적 근거 면에서는 아직 인식이 철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저할 틈 없이 행동에 옮겨야 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애써 따지지 말고 이런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자칫 실천적 지혜가 철학적 지혜보다 열등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자가 후자를 이끌고 가는 수가 더 많으니 아이러니일 수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p249에서는 큰 욕망을 가졌는데도 이를 애써 참는, 플라톤적 절제의 모범에 가까운 인물이 있는가 하면, 보잘것없는 작은 크기의 욕망 충동에도 불구하고 크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진정한 무절제는 후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랑(philia)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랑이라는 게 철인, 인격자, 이상적인 경우를 논하기 때문에 p304 같은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먼저냐, 아니면 자기애가 먼저냐의 논의가 다뤄집니다. 물론 현대인에게 물어보면 당연 후자라고들 하겠으나 조선 시대에만 해도 자기 이익을 먼저 따지는 사람은 소인배라 하여 정계에서도 쫓겨나고 양반 간의 교유에 끼워 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논의에서도 친구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 자신이야말로 제1의 친구라는 입장을 포함하므로 서양 고전 철학 역시 자기애를 마냥 폄하한 건 아님을 확인 가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적 행동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바로 행복(eudaimonia)라고 했습니다. 칸트가 정언명법을 강조하며 윤리적 행동에 별개의 이유가 없으며 무조건 그리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됩니다. p318을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면 친구를 자기 자신처럼 대하는데, 고전 라틴 격언처럼(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사람이긴 했습니다만) 친구는 바로 제2의 자신이기 때문이겠습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친구를 자신 곁에 두고, 건전한 가치관을 교류하며 행복감을 증진하니 친구야말로 행복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당신 곁에는 과연 얼마나 좋은 친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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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나의 이단자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이관우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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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은 19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작가입니다. 그가 태어나고 죽은 슐레지엔(혹은 실레시아)은 18세기 프로이센에 의해 병합되었으며, 그전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다스렸으나 사실은 원래 슬라브인들이 널리 터잡고 살던 고장입니다. 하우프트만은 죽을 때도 슐레지엔에서 죽었는데,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이런 배경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우프트만은 자연주의 사조에 속한 작가입니다. 부르주아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럽에서 자리잡고 전례없는 풍요가 사회에 넘쳤지만 많은 빈민층이 발생해 인도주의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에 충격을 받은 문인들이 자연주의 사조를 일으켰고, 프랑스의 에밀 졸라는 이 하우프트만보다 대략 20년 정도 연상으로서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연주의 문학이 흔히 그렇듯 이 책에 실린 그의 두 중편도 독자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건 보통은 사람들 사이에 흔쾌히 전달이 되기 마련이라서, 이 작품들도 발표 당시에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우리들도 작품에 스민 보편적 휴머니즘으로부터 얼마든지 감동 받을 수 있겠습니다. 

Soana는 이 작품의 배경인데, 빙하호(氷河湖)인 루가노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름을 가진 곳은 많으나, 루가노 인근에 실제로 그런 지명은 없으니 가상의 배경으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스위스 소속이라고 해도 이탈리아어권이니 소아나라고 읽는 게 맞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이 독일어로 쓰였으므로 조아나라고 표기된 듯합니다. 이단자라는 단어는 캐릭터 루도비코를 가리켜 이 소설 내내 불리는데, 이 Ketzer라는 말은 중세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가훅하게 탄압받은 카타리 파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이 카타리 파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므로 이름이 익숙합니다. 

어떤 고정된 교의가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며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프란체스코 신부. 실제로 수백 년 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도 이런 성품이었고 당대 주류 성직자들로부터 이단시되기도 하면서 기어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고산지대의 버림받은 일가(p70)" 미국의 애팔래치아도 그렇고, 산악 지대에서 다른 이들과 떨어져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때로 근친상간이라는 끔찍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며, 혹은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그런 부당한 편견을 받습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도 "그 저주받은 스카라보타 남매(p79)"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으나, 자신 역시 과거에 후작의 어린 셋째 딸에게 일시 느꼈던 불측한 감정이 생각나기에, 타인을 함부로 단죄하는 데 보다 신중해지려 노력합니다.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 야생의 소녀 아가타는 스카라보타 남매의 딸이며, 아무리 그녀가 죄악의 소생이라 한들 그녀 자신만큼은 (아직은) 어떤 죄악에도 물들지 않은, 그 누구보다도 순결한 존재입니다. 반면, 고귀한 가문의 소생이고 어려서부터 성직을 택했으며 별다른 일탈만 없었다면 주교, 추기경직에도 무난히 오르리라 주변의 기대(p125)를 받던 프란체스코는, 독자인 제가 보기엔 애초에 신부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젊은 나이였다고는 하나 어쩌면 가는 곳마다 그처럼이나 이성의 유혹에 취약해지며, 마침내 자신을 낙원의 아담(p135)에 비길 정도가 되었으니... 소녀 자신이 근친혼의 소생인데다, 성직자라는 사람이 어린 여성과 간음하여 이중삼중의 죄를 지었으니 그를 타매하고 축출한 마을 사람들더러 무지몽매하다고 비판할 수도 없을 듯합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는 가뜩이나 취약했던 아가타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망쳐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29년 역시 노벨상을 받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도 장편 <선택된 인간>을 발표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이 중편이 그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박식한 은둔자 루도비코가 그토록이나 풍성한 지적 배경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어려서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교육을 잘 받은 덕이겠고, 바로 이 사람이 프란체스코 신부 본인임도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사실 저는 처음에 이 사람이 프란체스코와 아가타 사이의 소생인 줄 잘못 알았네요). <선로지기 틸>도 한없이 슬프고 답답해지는 사연이지만, 하우프트만 고유의 인도주의 철학과 치밀한 자연주의 기법 덕에 독자는 그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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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
나폴레온 힐.돈 그린 지음, 이상미 옮김 / 아이콤마(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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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은 20세기 초 미국 자기계발 분야에서 단연 주목받았던 강연가, 저술가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그의 대부분 저술이 번역되었으며 많은 독자들이 이미 접했으며, 저만 해도 작년 2월, 7월에 그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습니다. 이 책은 겉표지에 보면 나폴레온 힐 재단에서 공식 출판했다고 나오는데 그만큼 번역도 더 정확하고 믿을 만한 내용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나폴레온 힐의 주제를 중심으로, 저명한 강연가이자 성직자였던 돈 그린이 쓴 책입니다. 4년 전에 타계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세기 초 미국 자계서 고전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바는, 뭔가 예화가 풍부하고 타인의 저서를 분명하게 인용하면서도 그를 자신만의 틀에 의해 분석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 p17에서 저자 돈 그린은 조지 S 클레이슨(나폴레온 힐보다 조금 앞선 시대의 저자)의 책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를 거론하는데, 가상의 부자 주인공 아카드가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주변에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둔 대목 등입니다. 수메르, 아카드 등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 번성했던 문명들의 이름이기도 하죠. 초심을 잊지 않고 내 곁에 두는 노력이야말로 끝없이 동기를 자극하여 발전을 도모하게 되는 근원이겠습니다. 

미국에서도 물론 학벌이라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나 자녀를 정계에 입문이라도 시킬 게 아닌 이상에야 한국처럼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p38 이하에 나오는 클린트와 루실 부부도 학력 없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했으나 검소하고 성실한 삶을 산 끝에 큰 부를 일궜습니다. 다만 자녀를 두지 않아 물려줄 사람이 없었기에 노년에 고민이 많았는데,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에게 도움을 줄 이유도 없고 거액의 세금을 정부에 징수당하느니 차라리 공익을 위해 기부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독자인 제 추측으로 아마 그게 나폴레온 힐 재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격을 갖추고 세련된 매너로 노부부를 조근조근 설득하는 그린 목사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저자 그린 목사는 힐 재단에 깊이 관여한 분이었습니다. 

클린트와 루실 부부처럼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라야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사기꾼, 범죄자들이 재미를 보는 분위기라면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19세기, 20세기에 물론 악질들이 총질해서 부를 모으는 경향이 없었다고는 절대 말 못하나(예: robber baron), 이들 부부처럼 하층민에서시작하여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중산층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건실한 사회 기풍이 유지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p86에서 말하는 대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뼈빠지게 노력하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했으며, 저자 힐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왜 당신은 노력의 결실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가? 

그에 대한 답은, 자신의 적성을 분명히 캐치하고 그 노력들을 최적화한 목표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 점에서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벌써 20세기 중반부터 이렇게 개인의 취향이나 적성을 교육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신경썼다는 게 역시 앞서가던 저들만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적성 발굴 도구 중에는 놀랍게도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도 포함되었는데, 21세기 들어 갑자기 한국인이 필 꽂힌 바로 그 엠비티아이입니다. 이게 새로울 것도 없고 무려 20세기 중반 나폴레온 힐의 시대에도 쓰였기에 고령의 그린 목사가 자유롭게 언급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요즘 트럼프는 팁에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합니다. 이미 상당부분이 면세이기에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있으나 여튼 현장에서 소구력이 있기에 저렇게 미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p107에는 전 월마트 CEO였던 빌 사이먼이 한 말 "나는 시급 2.1달러를 받으며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첫 직업으로는 매우 좋았다."가 소개됩니다. 저자 그린은 지금 직장이 썩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 직장이 나를 최종 내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준다면 그 직장은 분명 의미있는 직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저 빌 사이먼이 한 말과 완전히 맥락이 같습니다. 혹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여기지 않더라도,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의미 부여를 하며 긍정적 마인드셋을 장착할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책 후반부에는 본직이 목사님인 돈 그린이 회계 지식을 차분히 풀어주면서 어떻게 해야 불필요하게 새어나가는 돈 없이 알차게 나의 소득을 모을 수 있을지를 설명합니다. 아무리 의지가 충만해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면 이게 불가능합니다. 처음에 독자를 위해 동기를 부여하고, 나중에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일러 주는 돈 그린의 책에 저절로 매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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