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스파이
박상민 지음 / 좋은땅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스파이라는 건 참... 효율적인 스파이가 되려면 그저 맹목적인 애국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맹목적인 애국심"으로는 안 된다, 이게 아니라, 맹목적인 애국심도 갖추고, 그 외에 다른 (상상이 불가능한) 스킬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맹목적인 애국심이 없으면, 어떻게 이중삼중 인격을 장착하고 필요에 따라 가면을 바꿔 낄 수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은 비위가 약해서라도 이게 안 될 텐데, 그걸 다 참고 해 낸 다는 건 기본으로 맹목적 애국심이 갖춰져 있다는 뜻 아닐까요?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역사상으로는 그저 이중삼중 간첩 노릇을 하며 중간에서 자신의 잇속만 채운 악질들이 더 많긴 합니다.

저자는 리하르트 조르게를 두고 "위대한 스파이"라는 규정을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스탈린이 그의 보고만 정당하게 신뢰했던들 훨씬 적은 (국가적) 희생을 치르고 (개인적) 정력을 덜 소모하며 승전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록대로 그가 밝혀낸 첩보가 모두 그리 성공적인 것들이었다면 스탈린은 상대 패를 다 알고 고스톱을 친 셈인데도 초장에 그리 당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충직하고(?) "위대한" 스파이보다 상대편 두목에 대해 (부당하게) 너무 큰 외경을 품은 탓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조르게에 대해 "순교자"라고까지 평합니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타임리스>라는 드라마를 방영해 줬는데 여기 보면 작중 캐릭터로 이언 플레밍의 첩보원 시절이 나옵니다. 물론 그는 이후 007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작가이기도 합니다. 1998년 영화 <엘리자베스>를 보면 마리 드 기즈를 놓고 프랜시스 월싱엄이 그녀와 직접 동침(!)한 후 암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없었다는 보장도 없지만 여튼 이는 영화 속의 상상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이와 비슷한 예라면 장희재의 전처 자근아기의 마음을 산 후 결정적인 정보를 빼내 남인 세력을 궤멸시킨 김춘택 같은 이가 있겠습니다.

책에서는 몇 사람을 "세기의 스파이 두목들"로 묶는데 이 중에는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윌리엄 도노번, 라브란티 베리야, 또 존 에드거 후버 같은 사람들이 낍니다. 저 중에서 제일 무능한 인간은 (허리띠가 없으면 꼼짝도 못하는) 베리야가 아닐까요? 여튼 1~6장에 나온 인물들은 필드 에이전트로서 유명한 이들이고, 7장에 나온 사람들은 정보기관 수장들이라는 거겠습니다.

4장은 여성 스파이들을 다루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을 마타 하리의 이름이 왜 없지 싶지만 그럴 리가 없고 제16번에 나오는 마가레타 젤러가 바로 그녀입니다. 물론 그 세세한 행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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