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집주 - 현토완역, 개정증보판 동양고전국역총서 1
성백효 역주 / 전통문화연구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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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는 한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경전으로 존중되었고 이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베스트셀러(?)로 군림한 책도 한국에서 찾아 보기 힘들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논어는 여러 번역자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졌고 그 종류를 일일이 세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집주는 송대 주희가 주를 달아 저술한 것이며 역시 한국에서는 원전 못지 않게 존숭되는 내용입니다.

서양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을 두고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교훈을 나열했을 뿐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석되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비교하면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부처의 어록도 어록으로만 남았을 뿐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전에 직접 설명이 없죠. 또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 이후 수많은 유학자들이 분석과 해명을 시도했고 이 모든 문헌을 섭렵해야 유학에 대한 바른 이해가 가능합니다. 유학의 경향도 훈고학, 성리학, 양명학, 고증학 등 여러 방향성이 있는데 이처럼 시대에 따라 지표가 갈리는 것만 보아도 공자의 가르침 그 깊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乎 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者

양화편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이 질문은 자공(子貢)이 스승에게 여쭌 것입니다. 자공은 공문십철 중 한 사람인데 본명은 단목사라고 하며 이 역시 <논어> 본문에 언급됩니다. 언어에 능하기로 염유와 나란히 꼽히며, 사마천이 쓴 <사기> 열전 중 한 파트에도 이 사람의 놀랍기 짝이 없는 정치적 수완이 서술됩니다. 해당 대목은 너무도 놀라워서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질 지경이죠.

窒은 "막힐 질" 자입니다. 여기서는 "융통성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訕은 "헐뜯을 산" 자인데 윈도우에서 기본 제공되는 한자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수, 부처와는 달리 공자는 이상적인 군자상을 놓고 "미워할 사람은 단호하게 미워해야 (그것이) 군자의 마음가짐"이라 말합니다. 아마도 이 점이, 유교의 객관적 관념론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이 다음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나오는데, 마을 사람이 전부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이고, 전부 미워하는 사람이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를 묻습니다. 공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며, 선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이며, 악인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또한 선인이라고 말합니다.

선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인 줄은 알겠는데, 악인이 미워한다고 해서 그걸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악인은 그 나름대로 부지런한 사람이라서, 자신의 악한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선인을 용케도 찾아내어 아주 격렬히 미워합니다. 물론 저 사람이 선해서 나는 저 사람을 미워한다고야 절대로 말 안 하죠. 무슨 구실이든 찾아내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모함하는 게 그들의 생리입니다. 선인은 이런 악인들을 찾아내어 단호하게 응징하는 게 어쩌면 그의 의무 중 하나인데, 이 점에서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까지 내어 주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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