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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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단편집은 처음 읽어본다.

초창기 작품에 비해 최근에 읽은 '라플라스의 마녀'를 보고 조금 실망을 하였기에 더 최신작을 보고 주저했으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늘 밤은 나홀로 히나마쓰리'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평작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새해 첫 날의 결심'은 게이고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회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10년만의 밸런타인데이'는 사건이 어딘가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진 않는다.

'고장난 시계'도 눈에 그려지는 반전이었고 예상되는 결말이었으나 나쁘진 않았다.

사파이어의 기적은 나미야잡화점의 기억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희망과 따뜻함을 그려내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작가가 많이 다뤄온 소재, 구도이긴 하나 가벼운 단편집이라 그런가 실망보다는 괜찮았다고 생각되어 진다. 그런데 다음 작품을 읽기를 선택할 때는 이제 좀 망설여 질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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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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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열한 패거리들은 바람의 방향 하나로 큰소리를 첬다, 움츠러들었다 하는 것이다. 이봐, 기즈키, 여긴 정말 형편없는 세계야, 하고 나는 생각햇다. 이런 작자들이 버젓하게 대학에서 학점을 따고, 사회에 나가 부지런히 비열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108쪽

‘고독을 좋아해요?...혼자서 여행하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떨어져 않아 강의를 듣는 게 좋아요?‘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야.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지. 그런 짓을 해봤자 실망할 뿐이거든.‘

115쪽

‘와타나베, 영어의 가정법 현재와 가정법 과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요?‘ 미도리가 질문했다.
‘설명할 수 있을거야‘ 나는 말했다.
‘그럼 물어 보겠는데, 그러한 게 일상 생활 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요?‘
‘일상 생활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않아.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러한 게 사물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훈련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299쪽

‘그런 걸 모르면 어떻게 하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거야? 녀석들은 고작 이 정도였어요. 물론 난 그다지 머리가 좋지는 않아요. 서민이구요. 하지만 세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게 서민이고, 착취당하고 있는 게 서민이잖아요. 서민이 알지 못하는 말이나 휘둘러대면서 무슨 혁명을 하고, 무슨 놈의 사회 변혁을 하겠다는 거야. 나 역시 세상이 좋아지도록 하고 싶어요. 만일 누군가가 정말 착취당하고 있다면, 췩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요?‘

302쪽

... 나도 매일 아침 내 자신의 태엽을 감고 있다. 침대에서 나와 이를 닦고, 수염을 깎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기숙사 현관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대략 36회 정도 빠득빠득 태엽을 감는다......아침에 일어나 침대 속에서 널 생각함으로써, 자 태엽을 감고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살자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331쪽

‘내 눈으로 보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악착같이,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것입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일 뿐이야. 내가 말하는 노력이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좀더 주체적이고 먹적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338쪽

나는 미도리의 부친을 생각했다. 그리고 미도리의 부친은 텔레비전으로 스페인 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노력과 노동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냐는 것도 생각조차 안 해봤을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그는 아마 너무 바빴을 것이다. 일도 바빴고 후쿠시마까지 가출한 딸을 데리러 가기도 해야 했으니까.

339쪽

전에도 와타나베에게 말했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제일이에요. 희망을 잃지 말고 엉킨 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거예요.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실마리는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죠.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가만히 있으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듯이 말예요.

418쪽

우리는(우리란 정상인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다 포함한 총칭이에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에요. 자로 깊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서 은행 예금처럼 빡빡하게 살아나갈 순 없어요. 안 그래요?

434쪽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 익혔다. 혹은 익혔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진리였다. 우리는 살아감으로 해서 동시에 죽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니게 가르쳐 준 것을 이런 것이었다. 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더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 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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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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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김영하편에서 전현무가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얘기하면서 너무 야해서 4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게 2000년도, 외환위기이후 그나마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공황상태가 되어가는 시점, 그리고 내가 직장과 육아의 병행으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해있었을 시점. 제목은 정말 온갖 매체에서 수도 없이 들었었으나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그조차 내겐 너무 일말의 여유로 느껴졌다. 그리고 '상실'이라니? 희망이 아닌 상실이라니? 난 아직 젊고 희망으로도 버티기 힘들지도 모르는데, 너무 힘빠지는 제목이었기에당시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전현무가 너무 야해서 4시간만에 독파했다는 소릴 들으니 당연히(?) 호기심이 생겼다. 야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는가? 일부로 비디오를 보고 로맨스 소설을 돈 주고 찾아보는 마당에. 그래서 책을 잡았다.

아, 그런데 이 책은 야한 책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가 야하단 말인가?

물론, 18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이미 세상을 많이 알고 그 쪽(?) 세계에도 익숙해 있고 웬만큼 야하지 않고서야 야하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의 내공도 축적된 것도 없지않아 있다-고 말해야만 한다.

 

하루키는 67~70년을 배경으로 87년에 소설을 완성하였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60년대 말, 70년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인물이지만 소설 속에 보여지는 그의 생각과 생활은 작가의 당시 현재 시점, 80년대 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와타나베를 중심으로 남자사람 고등학교 친구 기즈키, 기즈키의 여자친구이자 나오코, 나오코의 영적 친구 레이코, 와타나베의 대학 친구 미도리와의 생활, 교류, 대화, 각자의 생각, 경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와타나베의 잘 나가는 대학 선배로 나가사와와 그의 여자친구 하쓰미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면서 다양해지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성장 소설일수도 있다.

고교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기즈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두 사람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삶을 사는 데 있어 많은 부분이 바뀌고 둘은 죽음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으로 특별한 의지적 관계를 맺는다. 동시대를 살았던 같은 공간을 경험했던 같은 무언가를 공유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많은 연대감을 주는 것이 틀림없을 거다. 그것이 세대로 묶이든 지역정서로 묶이든 우리는 이미 많이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기즈키의 죽음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한 나오코는 산속의 요양시설에서 중년의 비정상 여인 레이코를 만나게 된다. 레이코는 세상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되어 산속 시설로 옮겨왔지만 사실은 여러모로 정상이다. 과연 그녀를 비정상으로 분류한 세상이 과연 정상인 세상인지 모르겠다. 레이코는 여러모로 나오코와 와타나베에게 영항을 끼치고 또 와타나베 역시 레이코에게 편안함을 주는 대화 상대로 정서를 공유한다. 미도리, 보다 내적이지 않고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인 그녀는 방황하는 와타나베를 지탱하는 요소이다. 그런데 미도리가 그 사실을 알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미도리는 와타나베는 자기를 좋아하지않고 자기만 그를 짝사랑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은 그렇다.

나오코의 죽음이후 무엇을 상실했고 무엇을 얻었는가 방황을 하는 와타나베, 그는 아마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속에서 살아가고 어른이 되고 포기하고 결정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중심을 잡아갈 것이다. 비록 힘들긴 해도 그는 충분히 고민햇고 충분히 방황했고 충분히 남을 배려했다. 그랬기에 그는 충분히 자기 삶을 그런대로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썼을 80년대 후반 일본이 아마 딱 와타나베의 방황하는 시절즈음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은데, 지금 내가 생각하기엔, 일본은 와타나베와 같이 충분히 고민을 하지도 않은 것 가토 충분히 방황을 하지도 않은 것 같고 또 다 알다시피 충분히 남을 배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혹은 자기탓(아마도 국민들) 혹은 남탓(아마 일본 정부)을 하며 잃어버린 10년, 20년이라 하며 세월을 그냥 죽였다. 그러기에 일본은 지금도 아직도 와타나베의 60년대 말 당시와 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즉, 성숙되지 않았다. 어른되기를 희망했던 작가가 지금 일본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것이 너무도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 반추해 본다. 나는 과연 그처럼 고민하고 방황했던가. 고민과 방황없이 시간을 죽이고 그냥 살아왔지는 않은가. 결국은 살아가겠지만 고민과 방황을 했거나 끝낸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현재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내적으로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 지금에라도 이 점을 알고 생각하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모든 20~40대들이 꼭 한번 읽어보기를. 10대는 좀 자제를. 그들이 보면 야한 부분만 계속 싶힐 것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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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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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 비해 최신작이 더 루즈한 것 같다. 익숙한 스토리에 예상되는 반전에 그럴듯한 결말이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전작의 훌륭함에 빗대봤을 때 조금 실망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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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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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동안 충격받으며 읽었던 디스토피아적 세상의 원류격인 작품이었다. 모든 불안과 혼란을 제거한 안전과 행복이 보장되는 미래가 통제되는 세상을 그린 소설인데 무려 1932년 작품이다.약간은 식상한 감이 없지않으나 그 시대에선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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