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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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열한 패거리들은 바람의 방향 하나로 큰소리를 첬다, 움츠러들었다 하는 것이다. 이봐, 기즈키, 여긴 정말 형편없는 세계야, 하고 나는 생각햇다. 이런 작자들이 버젓하게 대학에서 학점을 따고, 사회에 나가 부지런히 비열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108쪽

‘고독을 좋아해요?...혼자서 여행하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떨어져 않아 강의를 듣는 게 좋아요?‘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야.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지. 그런 짓을 해봤자 실망할 뿐이거든.‘

115쪽

‘와타나베, 영어의 가정법 현재와 가정법 과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요?‘ 미도리가 질문했다.
‘설명할 수 있을거야‘ 나는 말했다.
‘그럼 물어 보겠는데, 그러한 게 일상 생활 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요?‘
‘일상 생활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않아.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러한 게 사물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훈련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299쪽

‘그런 걸 모르면 어떻게 하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거야? 녀석들은 고작 이 정도였어요. 물론 난 그다지 머리가 좋지는 않아요. 서민이구요. 하지만 세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게 서민이고, 착취당하고 있는 게 서민이잖아요. 서민이 알지 못하는 말이나 휘둘러대면서 무슨 혁명을 하고, 무슨 놈의 사회 변혁을 하겠다는 거야. 나 역시 세상이 좋아지도록 하고 싶어요. 만일 누군가가 정말 착취당하고 있다면, 췩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요?‘

302쪽

... 나도 매일 아침 내 자신의 태엽을 감고 있다. 침대에서 나와 이를 닦고, 수염을 깎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기숙사 현관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대략 36회 정도 빠득빠득 태엽을 감는다......아침에 일어나 침대 속에서 널 생각함으로써, 자 태엽을 감고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살자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331쪽

‘내 눈으로 보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악착같이,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것입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일 뿐이야. 내가 말하는 노력이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좀더 주체적이고 먹적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338쪽

나는 미도리의 부친을 생각했다. 그리고 미도리의 부친은 텔레비전으로 스페인 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노력과 노동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냐는 것도 생각조차 안 해봤을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그는 아마 너무 바빴을 것이다. 일도 바빴고 후쿠시마까지 가출한 딸을 데리러 가기도 해야 했으니까.

339쪽

전에도 와타나베에게 말했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제일이에요. 희망을 잃지 말고 엉킨 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거예요.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실마리는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죠.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가만히 있으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듯이 말예요.

418쪽

우리는(우리란 정상인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다 포함한 총칭이에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에요. 자로 깊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서 은행 예금처럼 빡빡하게 살아나갈 순 없어요. 안 그래요?

434쪽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 익혔다. 혹은 익혔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진리였다. 우리는 살아감으로 해서 동시에 죽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니게 가르쳐 준 것을 이런 것이었다. 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더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 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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