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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북폴리오]
물구나무 - 가끔은 물구나무를 서볼까...
* 저
: 백지연
* 출판사 : 북폴리오
너무나 유명한
이의 책을 만났습니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앵커 백지연.
앵커의
전설이기도 하고 인터뷰 쇼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10권째
책이라 하는데, 이제서야 이 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앞선 책들은
다 에세이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아 오히려 소설로 만나본 이 <물구나무>를 먼저 만나 다행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첫
소설이라는데 정말 약간 선입견을 가지고 기대를 많이 안했던 제가...
이 책에
푹.. 빠져버렸으니까요.
소설이니
허구라 하지만 전문 인터뷰어인 민수에게서 저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게다 단어,
문장의 선택이 정말..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적으로 와 닿습니다.
게다
아마도.. 여자라서 더 공감이 많이 되어 그런것 같습니다.
물구나무. 왜
물구나무일까?
"가끔은, 물구나무를 서면서 세상 이치를 깨닫기도 해. 위와 아래가
바뀌는 거지.
그래서 재미있는 인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로 그런 이유로 두렵기도 한
인생이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왜???
그런데 의외로
너무 쉽게 풀립니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 시간에 물구나무 서기를 못한 6인방들이 있습니다.
민수, 수경,
승미, 문희, 미연, 하정
이 여섯명의
친구들은 3년 내내 절친이 되죠.
마치 몇년전에
본 영화 '써니'를 연상하게 하는 도입부였습니다.
여자 친구들,
그리고 한 친구의 죽음, 거기에 오랜 시간 뒤에 만나게 되는
내용까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많이 다른 점도 있었어요.
영화와는 다른
텍스트로 보는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단순히 시간이 약이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세상 경험, 사람 경험을 다양하게 하면서, 그 물살에 내가
깍이기도 하고
씻기기도 하면서 나나 남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
넓어지고,
나 자신이나 나의 문제를 좀 더 객관화하는 능력도 생기니까
옛날 같으면 끄집어내지 못할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지.
그러니까 옛날에는 내가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혹은 너무 아파서 건드리지
못했던, 아니면,
그저 말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 자연스레 나올 수도 있는
거지."
(P115~116 中)
전문
인터뷰어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회사를 차려 일하는 민수.
그녀는
혼자입니다. 미혼이지요. 마흔 후반의.
이 책의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의 문자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고등학교 내내
같이 몰려 다니던 친구들이 아주 사소한 정말 사소한 일로 사이가 틀어져
그 친구들을
근 30년간 안보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문자 하나로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리움이 커집니다.
시간의 흐름
때문이겠죠?
아니면 위에
나온 민수의 말처럼... 시간과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일수도 있습니다.
여섯 친구들은
모두 명문대에 진학, 대다수 잘 살리라 생각했을겁니다.
그런 생각은
가장 처음 만난 수경에게서부터 틀어집니다.
가장 공부를
잘했던 수경, 졸업 후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줄 알았던 그녀는...
졸업 후
대기업 사모님이 되어 아이를 키우면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연락을
시작으로 충격적인 하정의 죽음의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되고
이후
민수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상상했던 알고있던 친구들의 모습도 있지만
또 몰랐던
모습들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아주 공감되는 언어, 수준높은 대화로 표현됩니다.
"딸아. 너의 남편을 고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래 네 아이의 아빠를
고르는 것이기도 해.
.......
좋은 엄마는 네가 노력하면 될 수 있지만 좋은 아빠는 네 노력으로 만들
수가 없어."
(P130~131 中)
"엄마랑 아빠는 그런 존재잖아.
아기가 부르면 바로 응답하는, 아기의 작은 숨소리도,
작은 부름도, 작은 신음도 놓치지 않는 존재잖아."
(P135 中)
수경이와 만남
이후 승미, 문희, 미연과의 만남이 계속됩니다.
고등학교때와는
달리 힘든 결혼 생활 끝에 현재는 딸을 키우면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된 승미.
개인적으로
승미와 민수와의 대화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빠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두 사람이기에 더 그랬는지 모릅니다.
문희는 생각한
대로 스스로가 행복하다 살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녀에게도 비밀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파리에서 만난 미연이.
학교 다닐때는
가장 성적은 안 좋았지만 현재 삶에서는 가장 알찬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
그런 그녀가
민수는 참 고맙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미연에게서 들은 하정에 관한 소식은 매우 커다란 정보가 되고
한국으로
향하는 길에 하정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길었던 비밀의
끝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에필로그 또한
인상적입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민수.
마지막에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주는 문장이 나옵니다.
"미안했다, 민수야.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도...누군가의 아들이었단다."
(P319 中)
자기 두 발로 디디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는
것!!!
딱 보기엔
두껍고 잘 안 읽힐듯 했습니다만,
오히려 너무
잘 읽혔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떠난 인생이 27년 뒤에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 여섯 명의 친구들.
그 가운데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구요.
저자의
문장력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고 단어 선택이나 표현이 참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문장들 때문에 자꾸 울컥울컥 하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오랜 친구에게 전화하고픈데, 휴대전화 이상으로 전화번호를 잃어버려
연락이 두절된게 속상해집니다.
어떻게서는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