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 가득 과자를 들고, 주머니 속엔 아직 먹지 못한 과자봉지를 넣고 가방 속엔 엄마가 사온 달콤한 빵을 넣고도 새로나온 과자가 그득한 가게의 진열대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같은 하루였다.

 

속속 들려오는 신간 소식과, 지금 당장 사지 않는다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마음이 조급해졌다.

 

 

 

 

 

 

 

 

 

 

 

 

 

 

우연치 않게 이중텐 중국사 1권과 2권을 선물 받았었다. 중국의 말 그대로 大河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그것이 사건이나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이며 인간중심의 역사를 꾸려가야하는 당위를 알게 하는 서사는 매력적이었다.

3권은 언제 나와? 조바심을 치다, 이 역시 선물을 받게 되었다.

역시나..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갈 무렵 새로운 것들과 마주했다. 느닷없이 소설에 꽂혀버린 날들..

그렇게 잠시 중국에서 멀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건지도 불분명하다. 한권, 한권..감질나게 나오던 책이 이렇게 무더기로 나왔다.

움찔했다.

 

한동안, 아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시집을 찾고 뒤적거리는 것이 내 독서의 전부였다.

역사에, 인문서에, 소설로 돌아다니다보니..손 놓고 있던 시집에 생각이 머물렀다.

 

 

 

 

 

 

 

 

 

 

 

 

 

 

 

 

 

뭔가 헛헛하여 차라리 꿈이나 꾸려는 얄팍한 속셈일지도 모른다. 때론 사랑을 속삭이느라 세상 따위 관심 둘 여력이 없었노라 변명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사람들과 음악.

 

 

 

 

 

 

 

 

 

 

 

 

 

 

 

그리고 그리고..평전들.

평전들은 다른 무엇보다 앞서 읽으려 한다.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나, 어떤 업적이 있나..이런 것들이 궁금한게 아니다.

그 사람이 궁금하다. 시대와 상황 속에서 바라보는 그 혹은 그녀의 시선이 궁금한 것이다. 그 혹은 그녀를 닮고 싶다거나 추종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엄밀히 하지 못한다. 내 그릇의 크기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말이다.

다만, 그런 그릇들은 어떻게 쓰임이 되었으며 어떻게 부셔졌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세계문학이며 국내 소설이며 와드드드 쏟아지는 걸 넋 놓고 보고 있다.

 

오늘 하루에만 결재 직전까지 책들을 담았다가 풀기를 서너번..

이미 집구석 그득한 책들..책 때문에 이사도 못가겠다는 투정들이 쏟아지는 지경임에도..나는 또 책들을 고른다.

고르다..'좀 많네..다시, 이건 다음에 살까? 다시..'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결국 결재를 포기한 후..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주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그냥 사던가, 그저 미루던가..결국 두가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결정장애를 앓는 사람처럼 갈팡질팡하다 속상해하는 꼴이 우습기도 처량키도 했다.

 

다 읽을 수 없을 거라는 현실적, 물리적 시간과, 읽고 싶다는 비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심술궂고 욕심많은 꼬마애처럼..잔뜩 들고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르고 만 것이다.

결국..살거면서..

그렇게 밀릴꺼면서..

 

욕심은 물을 주지 않아도..농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저 혼자 우렁우렁 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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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7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저에 모습을 보는거 같아요 저는 오늘 그렇게 망설였다가 결국 두번 사는 헤프닝을 겪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위로 어떠실지모르겠지만 책은 당장 읽지않아도 어느 순간 떠올라 펼쳐들게 되는 일이 많더라구요 또 읽고싶은데 당장 곁에 없으면 답답하기도했구요 그래서 결론은 읽어야겠다는 책은 곁에두고 보고 싶을때 꺼내들자 입니다ㅋ
 

일관성 없음의 일관성으로 주문한 책들이 도착하고..2015상반기 인문서 목록도 같이 도착했다.
이 목록을 펼치는것은 위험한 일임을 직감하지만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고 말았다.
어느순간 다이어리에 목록에 나온 책들을 적어두기 시작한다.
언제쯤 문서도 없이 맺어진 이 예속의 관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새해를 시작할 책들이 늦게 도착했다.
늦게 주문해서..
이상하게 꼬여버린 일정 탓에 책 읽기가 버거워졌다. 2월쯤에야 원상복귀가 가능하겠다.

어쨌든..
해가 바뀌었어도 원칙은 굳건해야한다.
타협과 무관심의 유혹이 거세질수록 사람을 생각하는 사유와 날선 눈매는 더욱 또렷해야한다.

물렁해지지말자.
책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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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의 씨앗 - 열대 의학의 거장 로버트 데소비츠가 들려주는 인간과 기생충 이야기 크로마뇽 시리즈 2
로버트 데소비츠 지음, 정준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말라리아의 씨앗

작가
로버트 데소비츠
출판
후마니타스
발매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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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라리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염으로 긴장상태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열악한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보건체제도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기적인 마음들은 에볼라가 창궐하는 지역과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까지 비난하고 통제하려한다. 병에 걸린 환자들에 대한 지원과 측은지심, 또는 해결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단과 고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려운 것이다. 바이러스가 비자없이 넘나드는 국경이..


잠깐 생각이 멈추었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감염원과 감염경로, 생물학적구조..이런 걸 다 떠나서 우리는 아무렇게나 이 단어들을 섞어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말이다.

어렴풋이 구분은 가지만, 명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전문적인 정의를 내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어쨌든, 이런 것들이 전염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만 인지할 따름이다.

세계적인 전염병.

중세의 흑사병이 있었고, 말라리아가 있다.


이야기는 수쉴라의 딸로부터 시작한다. 빈곤의 바닥에서 생활하는 수쉴라의 딸이 아프다. 고열과 설사, 수쉴라는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차비조차 넉넉치 않은 수쉴라는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모아 멀고 먼 진료길에 나선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시내의 병원. 사람들은 넘쳐나고 의사들은 성의없다. 그 와중에 아이를 먼저 진료받게 해주겠노라며 브로커가 등장하고 돌아갈 차비까지 털어 그에게 준다. 결국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말라리아. 그러나  그 어떤 처방도 받지 못한다. 약을 구할 돈도 없다. 수쉴라는 딸아이를 데리고 돌아와 마을의 사당에서 기도를 올리며 아유르베다치료를 한다. 아이는 결국 사망한다.

의료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빈곤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비싸지 않은 치료제를 살 수 없는 사람들. 또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이 없는 상황.

이윤이 나지 않는 약을 생산하지 않는 제약회사들.


저자는 말라리아의 길을 터준 것은 식민지정책이었다고 밝힌다. 식민지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고 물류확보를 위한 도로공사, 그 길을 병원체들이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총,균,쇠가 떠올랐다.

지배와 약탈의 방법들로 철제무기,화포, 유기균,들이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말이다.


초기 말라리아의 발병시기, 과학자들과 병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 어떤 성과도 얻지 못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요원해졌다.

그 과정에서 DDT에 의한 말라리아 매개체인 모래파리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짧은 성과가 있었지만, DDT 또한 생산이 중지되고 말라리아는 다시 창궐하기 시작한다.

때론 독극물인 3가 안티몬을 복용하기도 했다. 그 후 더 안전한 5가안티몬을 생산해내기는 했지만..

적극적이진 않더라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말라리아 병원균을 없앨 수는 없다. 진정되고 다시 창궐하기를 반복하는 역사


전염병이 창궐할 때, 그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희생되는 사람들은 왜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이어야 하는지..생각이 멈추었다.

감염된 사람들, 그들이 왜 감염될 수 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누군가 그들에게 던져놓은 병균이 아닌데, 그곳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같은 것 말이다.


#2. 데소비츠


흥미로운 책이다.

인간을 쓰러뜨리고 혼란스럽게 하는 어떤 거대한 힘에 대한 서사처럼 읽히기도 한다.

풀기 어려운 난제를 던져놓고 조금 다가서면 조금 더 난이도를 높여버리는 존재.

하찮은 존재라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들, 우리 몸 어디쯤에 어떻게 기생하고 있는지도 알아보기 힘든 작은 존재들에 의해 벌어지는 참혹함을 긴장감있게 써내려간다.

연구의 과정과 성과, 그 속에 희생되어가는 가난한 사람들.

병원균의 사진과 흔하게 보아온 모기지만 두렵게 느껴지는 각종 모기들의 사진.

연구자들의 약력, 이 모든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마치 소설처럼 써내려간다. 데소비츠의 문장력일지, 번역가의 능력일지는 모르겠지만..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사실 데소비츠라는 이름조차 낯설었다. 기생충이라면 그저 서민교수 정도만 떠올릴 수준이었고, 바이러스와 기생충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안목이니말이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 보여지는 학자들의 연구의 헛점과 그들이 이윤과 결탁하거나 정치에 기대어 섰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까지..전문가의 시각으로 면밀하게 보아낸다.

그저 잘못했다.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당시의 정치적 군사적 흐름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는 것.


#3.

어떤 전염병이 시작되고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모순과 희생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자본과 진료체계와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자본이 외면하고 진료체계가 엉망이고 이윤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외면하는 건 어쩌면 스스로 감염될 가능성을 넓히는 것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책 앞 부분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국경이라는 경계선은 인간이 만들어 낸 정치적 환상일 뿐, 병원체가 국경을 넘는 데는 비자가 필요없다."


엄청나게 두려운 경고다. 전염병을 가두어둘 수는 없다. 또한 병원균을 박멸시킬 수도 없다. 자연의 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멸종시켰을 때 벌어질 나비효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평형을 이루어가는 것.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책이다. 술술 읽어나가지만, 문득문득 생각에 잡히게 된다.

자꾸 되묻게 되는 것이다.


에볼라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막는다고 해도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있는걸까? 무엇이 에볼라가 이렇게 확산되도록 두었을까? 그 시작이 무엇이었을까?

가여운 그들은 얼마나 외롭게 서럽게 죽어가야할까?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의료지원과 면역,혹은 치료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왜 에볼라나 말라리아만큼의 전염성도 없는걸까?


잘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았다.

눈에 보이듯 펼쳐지는 상황..낯설지 않은 광경들. 어릴 적 하얗게 약품을 덮어쓴 언니들을 본 기억같은 것이 겹쳐져 보였다.

콜레라와 장티푸스라는 전염병을 본 기억.


전염병은 어디에서든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이 나, 혹은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저들의 지역이 조금 더 전염병의 접근성이 좋을 뿐이었고, 그것이 확산되기에 좋은 방치라는 환경을 가졌을 뿐일지도 모른다.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도 좋을 사람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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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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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가끔 들여다보거나 펜 하나를 들고 꼼지락거리거나, 대뜸 이젤을 펴서 유화물감을 황칠을 하다 내던져두곤 한다.

좋아하지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랄까? 몸부림이랄까? 그런 것이었다.

유난히 미술관련 서적들이나 화첩들을 좋아하고, 화첩기행 다섯권을 애지중지한다. 전문적인 언어로 낭만주의가 어떻고 고전주의가 어찌저찌하고 인상파가, 초현실주의가..주르륵 혀가 꼬일 화가들의 이름을 열거하는 것을 읽다보면 현기증이 나곤 한다.

그저 그림을 보는것이다. 화가의 의도나 메세지, 화풍따위는 감안하지 않고 내게 안겨오는 것들을 느끼고 꿈꾼다.

천박한 그림보기다.

하지만, 유독 애를 쓰며 읽어내려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에피소드다. 뒷 이야기 같은 것. 일요일 서프라이즈의 소재가 될법한 그런 이야기들..

화가가 재능을 품은 선택받은 어떤 존재라는 것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람이군..하는 결론을 확인하고 싶은 치기일지도..

 

어쨌든 '조선 미술'이라고 했다.

조국에서 버림받은 떠도는 이의 눈에 비친 조국의 미술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가 사뭇 궁금했다.

 

긍지 높은 촌놈/신경호

완고한 맏아들/ 정연두

우아한 미친년/ 윤석남

분열이라는 콘텍스트/이쾌대

성별조차 초월한 이단아/신윤복

이름이 많은 아이/미희=나탈리 르무안

사람이 아름다웠다/홍성담

붓질/송현숙

 

그가 만난 사람과 그림들의 이야기다.

특히나 미희의 이야기는 그가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라했다.

그가 꼭 쓰고 싶었던 그 이야기를 꼭 읽어야한다.

벨기에로 입양된 그녀의 이야기는 먹먹하고 아팠다. 그녀의 그림에서 절절히 묻어나는 그리움에는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미희가 미희인 까닭은 그녀가 어느 날, 부산의 길가에 버려져 한국 정부가 추진한 입양 제도에 의해 벨게에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우리'의 아프고도 부끄러운 역사가 남김없이 투영되어 있다. 이름, 말, 문화, 급관,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이런 지표의 거의 대부분을 상실한 이유는 미희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민족이란 그러한 문맥까지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미희를 '우리'로 인정하고 그 미술을 '우리 미술'로 포함한다는 생각은 '우리'의 쇠퇴가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 자체의 변혁과 확장을 의마한다. 그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과도 합치한다.

 디아스포라는 결코 애처로움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안주하고 있는 '국민, 인종, 문화의 동일성'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허구에 차 있으며 위험한가를 일깨워주는 존재일 따름이다. (p327)>

 

미희는 미희라는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했다. 버려진 이름이라서..아픈 한국의 과거를 고스란히 짊어진 그림들이 아플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항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국제 시장'의 시대상황을 떠올려본다.

물론 보지는 않았다.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고도 남는 그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까닭이다.

배타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악착같이 '다름'을 '틀림'으로 주장하며 자신의 곁을 내어주지 않아야 살아남던 시절..그 자책을 '애국'이라는 것으로 치환하며 정당성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어떤 젊은 평론가는 '토 나온다'는 표현까지 썼으리라.

그 시절을 고스란히 덮어쓴 그림들..

 

신윤복의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듣고 보아서 사실 시큰둥할 줄 알았지만..그렇지만도 않다.

작가의 시선은 밖에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끼리의 이야기 우리끼리의 미술이 아닌 밖에서부터 들어온 시선으로 탐구하는 그의 시선은 신선했다.

미술이 다만 장식용이나 과시용이 아니라, 다만 힐링의 목적이 아니라..사람의 이야기이며 목소리이며 시간이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긴 시간을 써내려간 화가의 그림들.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화가들이 아닌, 역사의 고비고비에 고임돌처럼 역사의 무게를 온 몸으로 받아낸 이들의 그림과 이야기는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불을 덮어쓰고 읽어내리는 동안에도 손끝이 차가워진건..다만 날씨 탓은 아니었을게다.

봄에 다시 읽으면 조금 달리 읽힐지도 모르겠다.

 

미술순례라는 제목의 시간여행이었다. 그림보다 사람이 보이는..내가 아는 그림이라 했던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림이었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조선'

이 맑은 이름이 가진 시린 역사가 자꾸 울컥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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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08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에 정말 소질도 없고 그림을 감상하는 안목도 없지만, 저두 유홍준교수님이나 손철주님이 들려주는 그림이야기 참 좋아해요. 소설이 글로 풀어내는 정서라면 그림은 색으로 풀어내는 정서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구요. 그런데 사실 저는 서양화는 좀 느낌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대신 동양화, 특히 수묵에서 풍겨져 나오는 뭐랄까 여백의 미, 진한듯 진하지 않는 먹의 농도와, 검정 먹 하나만으로 세상 만사를 그려내는 솜씨들이 특히 멋지더라구요 무튼 이 책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어요^^

나타샤 2015-01-09 09:07   좋아요 0 | URL
˝소설이 글로 풀어내는 정서라면 그림은 색으로 풀어내는 정서˝라는 말..격하게 공감합니다. *^^
그림이야기보다 사람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것 같아요. 과하게 거창하거나 믿어지지 않게 놀라운 어떤 천재성이라기보다, 속속들이 배어있는 그린이의 이야기..

자상한 그림 선생님이 ˝이 그림은 말야..˝라고 조근조근 설명해주시는 느낌? 그런 책이었습니다.
 

연말에 게오르그 짐멜의 책들이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개인법칙",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개인법칙을 들여다보다가 시작된것 같다. 뭔가 하나의 맥을 쭈욱 따라가다보면..때론 가지치기도 되고, 막다른 길에 놓여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줄기를 잡고 읽는 것이 나름의 재미이며 습관인지라..짐멜로 시작한다.

 

워크룸 프레스의 제안들을 이제 한 권만 더 읽으면 되겠다. 싶은 순간.."사드 전집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눈에 뜨인다. 워크룸의 책들은 참 거부하기 어렵다. 올해도 또 워크룸을 따라 읽을 것 같다.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와 "애니그마"도 1월의 책으로 혼자 결정해본다.

일단 시작은 이렇게 한다. 어떤식으로 어떻게 곁가지를 치거나 되돌아가거나 막막해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책읽기라는 것은 혼자 만들어가는 자신의 삶의 여정이며 지도라는 것이 맞다면, 올 한 해의 시작은 제법 진지한 탐색으로 시작되겠구나..가늠해볼 뿐이다. 언제나처럼..놀이하듯, 신나게..그렇게 읽어 낼 일이다.

 

책은 밀당을 할 줄 모르는게 좀 그렇긴 하다. 책은..당당당만 한다..가끔 밀도 해주어야 하는데..그런일은 없다.. 올해는 밀당을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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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0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책은 당당당만 한다는 이야기 ㅎ 그런데 제가 휴대폰으로 글을봐서 그런지 글에 특수기호가 있네요 ㅎ 혹시 사진 올리신건가요ㅋ

나타샤 2015-01-05 14:17   좋아요 0 | URL
아..뾰족괄호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