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빨갛게 타고 타련다.일곱 해의 첫해에도일곱 해의 마지막 해에도._백석, 석탄이 하는 말」 중에서 - P9
인간의 실존이란 물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흐름이라서 인연과 조건에 따라 때로는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며 때로는 호수와 폭포수가 되는 것인데, 그 모두를 하나로 뭉뚱그려 늘 기뻐하라, 벅찬 인간이 되어라, 투쟁하라 하면 그게 가능할까?_ 1957년과 1958년 사이 중
이제 인생은 매사에 벨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생의 질문이란 대답하지 않으면 그만인 그런 질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어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도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설사 그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일지라도, 벨라는 호숫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섰다. - P38
대량 생산되는 상품에 장인과 같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만 우리의 삶을 이루는 원재료의 연약함과 아름다움, 즉 지구 자원에 내재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기업가와 광고인들이 떠받치는 화려한 허울뒤에, 소비문화가 안겨주는 모든 즐거움 뒤에 여전히 돌과 물, 흙이있다. _ 수제 중 - P138
자연의 힘과 마주한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결코 그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소비문화의 주장은 그와 정반대다. 소비문화는 당신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지배자라고, 화산은 당신을 삼킬 엄두를 못낼거라고 속삭인다._ 숭고함 중 - P170
돌봄의 목표와 일상적 소비문화의 목표가 매우 동떨어져 있기에 둘중 한 가지에 시간을 쏟다 보면 다른 쪽이 낯설고 이상해 보인다. 돌봄은 대체로 제때 나타나고, 자기 시간을 쪼개어 남에게 나눠주며, 감정 노동을 하고, 이기심을 억누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비문화는 우리가 좋아야 할 단 하나의 빛나는 목표만을 제시한다. 바로 행복이다._ 돌봄 중 - P202
수제는 인간이 수천 년간 살아남은 방법이다. 숭고함은 소비문화가부상하기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빚어냈다. 돌봄은 아마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일 것이다. 없어도 된다고 여겨지는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인간 삶의 토대를 이루는 요소다._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중 - P242
<시는 살아있다> 98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니, 25년전이다. 시는 읽는다는 건은 왠지 바쁘고 역동적인 삶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젊었던 시절 소설은 고사하고 시는 아주 멀리 있었다. 왠만하면 시 한편 읽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마음에서 동네책방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구입했다. 시인의 말에 “시인은 늙어가도 시와 시집은 늙지 않는다” 소개되어 있다.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는 그늘과 눈물이 없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 중략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운가시읽기는 나에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늘과 눈물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나는 희미한 공간을 더 오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존재 방식이 필요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대로 산다. 새로운 서사(소비문화를 그린 멋진 동화 너머의 이야기들)를 끌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삶을 이어나갈 운명에 처하게 된다._ 잡음 사이에서 찾아낸 신호 중 - P132
첫편지너는 왔으나 오지 않았다너는 갔으나 가지 않았다산새가 지나간 눈길을 걸어밤새껏 허적허적 발자국도 없이너는 왔으나 오지 않았다너는 갔으나 가지 않았다_ 첫편지 중 - P105
아버지의 편지너희는 눈부신 햇살이 되라두려워하지 않는 화살이 되라무릎을 꿇지 말고 당당히새벽거리를 걸어가는 북풍이 되라날개를 꺾지 않는 새들이 되라너희는 먼동이 트는 새벽이 되라눈물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볏단처럼 쓰러져간 벗들을 위해벗들의 맑고 슬픈 눈동자를 위해기다리는 자의 새벽별이 되라새벽의 고요한 눈길이 되라밤을 밝히는 자에게만 새벽은 찾아오고바라보는 자에게만 별들은 빛나나니떠나온 곳 돌아보면 갈 길은 멀고다시 가야 할 곳 어둠의 끝일지라도너희는 저 푸른 보리밭의 청보리가 되라끝끝내 두려워하지 않는 화살이 되라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