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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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지


너는 왔으나 오지 않았다
너는 갔으나 가지 않았다
산새가 지나간 눈길을 걸어
밤새껏 허적허적 발자국도 없이
너는 왔으나 오지 않았다
너는 갔으나 가지 않았다

_ 첫편지 중 - P105

아버지의 편지


너희는 눈부신 햇살이 되라
두려워하지 않는 화살이 되라
무릎을 꿇지 말고 당당히
새벽거리를 걸어가는 북풍이 되라
날개를 꺾지 않는 새들이 되라

너희는 먼동이 트는 새벽이 되라
눈물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볏단처럼 쓰러져간 벗들을 위해
벗들의 맑고 슬픈 눈동자를 위해
기다리는 자의 새벽별이 되라
새벽의 고요한 눈길이 되라

밤을 밝히는 자에게만 새벽은 찾아오고
바라보는 자에게만 별들은 빛나나니
떠나온 곳 돌아보면 갈 길은 멀고
다시 가야 할 곳 어둠의 끝일지라도
너희는 저 푸른 보리밭의 청보리가 되라
끝끝내 두려워하지 않는 화살이 되라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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